"민정아를 아니까." 부소경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민정아는 애초에 신세희처럼 마음이 여린데 자신의 사촌 언니와 자신을 오랫동안 키운 부모님이니 애증과 원한이 뒤섞여 있는 게 정상이지." "…"삼촌이 이렇게 똑똑하고 한눈에 모든 일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걸 난생처음 알았다.역시 그는 부씨 가문의 강력한 기둥이다."그래서 삼촌, 그…. 내 체면 좀 세워주시면 안 될까, 이번에 민정연을 한 번만 더 봐줘..." 구서준이 머쓱해하며 말했다."이 자식아." 부소경의 말투는 여전히 무미건조했다.사실 이것은 별 큰 일이 아니다.그는 의연하게 말했다. "너가 그 여자 잘 관리해, 나중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네 책임이야.""응! 고마워 삼촌" 구서준은 부소경의 말투에서 자신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한시름 놓은 그는 민정아와 서준명 두 사람을 보고는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어휴, 이 사촌 남매는 어쩜 그리 원수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거예요, 어쨌든 난 이 둘의 이런 정 많은 성격이 맘에 들긴 해요."구서준이 둘을 사촌 남매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서준명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민정아를 바라보았다. "정아씨... 저는 정아씨가 내 사촌 동생인 줄도 몰랐네요. 예전에 서운하게 한 적이 있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이 사촌 오빠가 어떻게 보상해 줬으면 좋겠나요?"사촌 여동생을 이제야 찾았으니 서준명은 정말 기뻐했다.이럴 때 민정아가 뭘 요구하던 들어줄 게 뻔했다.그러나 민정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촌 오빠, 혹시 저를 디자인 부서로 옮겨 줄 수 있을까요? 저는 가방끈이 짧아 건축 디자인은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아요. 저는 단지 세희씨의 조수가 되고 싶어요. 뭔가 건축을 공부할 때 마다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기술을 하나 배우고 싶어요."사촌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서준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일단 나랑 집에 갈까요?" 서준명이 말했다.민정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부소경이었다.항상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던 부소경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몸에 얼음이라도 두른 듯 차갑고 싸늘했다.하이텐션이던 룸 안은 순식간에 어색한 공기가 돌았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부소경을 보자 벌떡 일어섰다.룸 안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신세희가 놀라 물었다. "여보, 여긴 어쩐 일이에요?"그녀도 매우 신나게 잘 놀고 있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줄곧 음악을 좋아했다.다만 지금까지 딱히 그녀가 노래할 일이 없었고, 특히 임지강의 집에 가면 임지강이 그녀의 노래하고 피아노 치는 취미를 꺾었다.임 씨 집에는 피아노가 있지만, 그것은 그저 장식품이었다.때때로 임지강이 연주할 때도 있지만, 신세희가 듣기엔 피아노 치는 소리가 깨진 징을 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반대로 신세희는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데도 그냥 묻어버렸다.오늘 동료들이 함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자고 하자 신세희는 너무 즐거워 어린아이처럼 팔짝 뛰었다.아무튼 이 시간 동안 그녀는 정말 재밌게 놀았다.그녀는 아버지의 유골을 가지고 돌아왔고, 어머니의 생사는 알 수도 없지만,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는 한 가닥의 희망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는 지금 좋은 근무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동료들은 모두 우호적이고 화목하며 분위기도 매우 좋았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녀와 부소경의 관계가 안정되었다는 것이다. 그 둘은 지금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정말 행복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점점 더 명랑해지고 있었다.지금 신세희는 송주혁과 듀엣으로 ‘나에게 넌, 너에게 난’을 부르고 있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이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린다.송주혁은 나이는 매우 어리지만 훈훈해서 이 노래와 잘 어울렸다.심지어 신세희는 친남매처럼 송주혁의 어깨에 한쪽 팔을 얹고 있었다.그런데 이 때 부소경이 쳐들어온 것이다.게다가 싸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송주혁은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그는 급하게 어깨를 움츠리며 구석으로
"…" 신세희는 말이 없었다.자신이 냄새 알레르기 있다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이상한 냄새를 맡으면 안 되며 특히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는 맡으면 숨이 막혀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자신한테 언제 피부가 알레르기가 생겼을까?자신은 왜 모를까?신세희는 호기심에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남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었다. "네가 그렇게 가까이서, 침이 튈 수도 있는 거리에 있는데! 위생은 신경 쓰지도 않고, 세희한테 알레르기가 일어나면 너가 책임 질거야?""…"신세희와 함께 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그는 신세희에게 피부 알레르기가 일어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신세희는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었다.너무 억울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감히 울지도 못했다.그는 부소경이 손을 뻗어 신세희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가는 것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신세희를 끌고 나가며 잔소리를 했다. "자기가 몸이 안 좋은 걸 모르는 거야? 젊은 애들이나 가는 노래방이나 따라 가고 말이야?""그게… 저는 올해 스물일곱도 안 됐어요.""너 그렇게 노래 못 부르면, 뱀 나오는 거 알아 몰라!""저기... 소경 씨, 저... 노래도 잘 부르고 피아노도 칠 줄 알아요, 그… 우리 고향에 갔을 때 제가 말했었잖아요. 소경 씨… 기억력이 안 좋아진 거 아니에요?"이에 부소경은 "흥!" 하고 냉소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신세희도 말이 없었다.이렇게 억지스럽게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것처럼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억지로 노래방에서 끌려 나오게 되었다.문을 나서면서 신세희는 룸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살게, 내가 살게."그러고는 부소경에게 끌려갔다.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벙어리가 된 듯 서로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이렇게… 위기가 지나간 것인가?새로 들어온 민정아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다들 집에 갑시다. 괜찮아요."그제야 벙어리가 됐던 사람들은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놀라 죽을 뻔했다. 빨리 가요."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요 반 년 동안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바로 그녀를 벌하는 것이었다.지금까지 그녀는 그가 벌을 주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자주 했었다.하지만 오늘에서야, 이 순간이 되어서야 신세희는 무엇이 진짜 벌인지 알게 되었다. 밤새도록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는 그의 야성을 두 눈으로 보았다.그의 야성은 남성의 사람들이 보고 두려워하는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야성이 그녀에게 발동되자, 정말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 같았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이미 침대에서 내려올 힘이 없었다.그도 늦잠을 잤다.어젯밤에 계속 그렇게 달려들었더니 그도 확실히 피곤했다.오히려 그녀가 그보다 더 일찍 깨어났다.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남자를 바라보던 신세희는 문득 그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루아침에 그의 그 소유욕, 그 횡포, 그 억지를 알게 되었다.그가 베고 있는 팔이 저리고 시큰했다.신세희는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화가 나 눈을 부릅 뜨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를 노려 보았다.하지만, 정말 무섭긴 했다.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정복당했다.그녀는 팔을 그의 머리 밑에서 빼내기 귀찮아서, 그냥 그렇게 그에게 베개로 받친 채, 다른 팔로 가볍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그의 머리카락이 매우 단단한 것이 그의 성격과 같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빽빽하고 단단한 머리에 닿자, 신세희의 마음은 갑자기 온화해졌다.그가 평생 가장 아꼈던 것은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되었다.이 6년 동안, 그는 줄곧 혼자였다.모든 사람들이 알듯이 그는 냉혈하고 정이 없어서 지금까지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친아버지 와도 정을 나누지 않았다.하지만 그 누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속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그녀와 신유리가 돌아온 그 날부터 그는 매일 시간이 되면 칼 퇴근을 한 후 그녀를 데리러
부소경은 힘들어 뻗어버렸다.신세희의 잔소리도 듣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품에서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그것도 모자라 몸을 뒤집더니 한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응, 다 네 거야. 다 너 줄게.”부소경이 중얼거렸다.“뭐라고요?!”신세희는 뜬금없었다.부소경이 계속 중얼거렸다.“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 다 당신 거야. 아, 그리고 우리 유리도, 당신이랑 유리꺼야.”“....”신세희는 저도 몰래 달콤해졌다.그녀는 부소경의 머리를 콕 찌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누가 당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달래요!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할걸! 난 당신이면 돼요! 나랑 유리는 당신이면 된다고요! 우리 세 가족이 항상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고생 좀 해도 괜찮아요. 나 엄청 참을성이 강해요. 고생도 할 수 있어서 당신과 유리 먹여 살릴 수도 있다고요. 날 만만하게 보지 마요. 우리 가족이 영원히 함께할 수만 있다면 내가 두 사람 먹여 살려도 돼요.”신세희는 자기가 돈을 벌어 두 사람을 먹여 살릴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어젯밤처럼 날 가만두지 않으면 내가 나가 일이나 할 수 있겠어?’신세희는 일하는 것도 좋지만 유리의 옆에 있는 것이 더 좋았다.신세희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바로 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려온 벨 소리에 그녀는 부소경이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봐 깜짝 놀라 전화를 꺼버렸다. 그러고는 부소경의 머리 아래로 살며시 팔을 빼고서 몸을 일으켜 그녀의 셔츠와 휴대폰을 들고 방을 나갔다.디렉터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신세희는 디렉터가 아마 어젯밤 노래방에서 발생한 일을 물을 거로 생각해 급히 옥상으로 올라와 다시 전화를 걸었다.“저기, 디렉터님. 어제는 죄송했어요”신세희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전화기 저편에서 디렉터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어제 뭐요?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 아침부터 대표님한테서 연락받았어요.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오늘 아침 6시쯤 큰 오더를
‘나 지금 무뢰한이랑 대화하고 있는 거야?’신세희는 기가 막혀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진지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다.“당신...”신세희는 말이 안 나왔다.부소경은 신세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뭐?”“난 당신이 내 출근을 반대하는 줄 알고 오늘 회사 안 나가려고 했어요. 우리 디렉터님한테 욕먹을 준비도 했다고요. 그런데 지금 와서 회사에 가라고요?”열 받은 신세희는 쌀쌀맞게 웃었다.부소경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언제 회사 나가지 말라고 그랬어?”“....”확실히 부소경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전날부터 오늘까지, 아침에 나눈 대화를 빼고는, 어제 노래방에서도 별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어젯밤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냥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그냥 혼자서 얻은 결론이었다. 그 상황에 신세희는 그런 줄로 생각했다.“이 무뢰한 같은 사람!”신세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찐빵 하나를 집어 부소경의 입에 밀어 넣었다.신유리는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렸다.“아빠, 지금 너무 귀여워. 엄마한테 혼나고 아무 대꾸도 못 하잖아. 우리 아빠 성격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엄마도 더 많이 많이 사랑하는 거지? 그렇지?”부소경은 머리를 끄덕였다.“....”신유리가 계속 물었다.“맞다, 아빠. 나 틱톡에서 아내 바보라는 말을 봤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부소경은 인내심 있게 신유리의 말에 대답했다.“음, 지금 엄마 아빠처럼, 아빠가 엄마한테 혼나도 대꾸도 못 하는 사람을 아내 바보라고 그래.”“....”‘저 입 확 막아버리고 싶어.’“나 오늘 운전 못 해요. 나랑 유리 데려다줘요.”“그래.”부소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신세희는 급히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몸이 불편한지라 그녀는 오버핏의 캐주얼한 옷을 찾아 입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목덜미의 키스 마크를 보더니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다시 하이넥 후드로 갈아입었다. 캐주얼한 패션에 똥머리를 묶은 그녀는
그리고 어젯밤의 그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풍겨왔다. 촉촉한 눈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가녀린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 나지막한 소리로 그만 놔달라더니, 또 자기를 떠나지 말아 달라며 애원하는 그녀는 마치 구미호처럼 부소경을 미치게 했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은 오직 청순하다는 단어만이 그녀와 어울린다.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그녀는 깔끔했다.부소경이 물었다.“아파?”신세희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상황 파악을 하고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아프긴 개뿔! 빨리 유리랑 나 데려주기나 해요.”부소경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주차장에 내려왔을 때, 신세희의 옷차림은 엄선우의 눈길을 끌었다.엄선우는 눈치가 백단이다. 더군다나 부소경과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모든 것을 꿰뚫을 수 있었다.비록 엄선우는 운전하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신세희의 이런 옷차림과 심지어 운전도 하지 않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엄선우의 눈에도 신세희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열심히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동료들과 어울려 찬란하게 웃는 모습도 아름다웠다.지금처럼 아무런 꾸밈이 없는 차림은 더 아름다웠다.엄선우는 부소경이 오랜 시간 금욕하면서 사업에 몰두하다가 왜 하필 그렇게 중요한 회의를 펑크내고 신세희가 있는 노래방으로 갔는지 알 것 같았다.부소경은 그 어린 남자가 신세희에게 딴맘을 품을까 두려웠다.여기까지 생각한 엄선우는 웃음이 나왔다.부소경의 질투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다.‘약점이야, 사람들은 다 약점이 있긴 하지. 천하의 대표님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영향을 주는 대표님도 약점이 있다니. 대표님의 약점이 사모님이었어.’신세희가 부소경의 약점이라는 것은 엄선우뿐만 아니라 다들 잘 알고 있다.호시탐탐 부소경을 노리는 사람들은 그제야 부소경의 약점을 잡았다는 듯이 시시각각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엄선우는 신유리를 데려다준 후 차를 돌려 신세희의 회사로 향했다.회사 앞에 도착한 신세희한테 여자 동료들이 몰려왔다.“세희 씨, 오늘 너무 예뻐
부하들은 이내 대답했다.“네, 기억했어요.”남자는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구를 만큼 구를 년이 아직도 가치가 있다니. 가자, 다들 잘 기억해. 절대 부소경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해. 부소경이 눈치채는 순간, 우린 끝이야!”“네, 형님. 일단 저년부터 데리고 놀게요.”“빨리 가자.”수상한 남자들이 인파 속에서 사라졌다.같은 시각, 신세희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녀는 누군가 자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신세희의 앞에 세 사람이 보였다.“왜 여기 있어요?”신세희가 물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손주 놈의 회사에 내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신세희는 할 말이 없었다.서씨 집안 어르신과 서준명의 부모님을 지나쳐 디자인 팀으로 향하려고 하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렸다. 민정아였다.민정아는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신세희는 관심 조로 물었다.“정아 씨, 왜 그래?”민정아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세희 씨.”민정아는 서씨 집안 어르신과 서준명의 부모님을 보았지만, 놀라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세분이 이 회사에 들어오실 이유는 충분하지만, 혹시 제가 여기서 출근하는 게 거슬린다면 바로 그만둘 수 있어요.”“그런 말이 아니야. 너한테 연락했는데 네가 많이 흥분해서 나도 내 뜻을 전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찾아온 거야.”서준명의 어머니는 절실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걱정과 미안한 마음도 들어있었다.“....”신세희는 민정아에게 물었다.“정아 씨, 무슨 일인데 그래?”민정아는 어제 디자인 팀으로 발령받았다. 비록 디자인 팀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지만 그녀의 발령으로 많은 디자이너가 편리를 얻게 되었다. 민정아는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궂은일까지 도맡아 했다. 여유시간에는 건축 디자인을 배우기도 했으며 한가한 디자이너들에게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이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