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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민정아를 아니까." 부소경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민정아는 애초에 신세희처럼 마음이 여린데 자신의 사촌 언니와 자신을 오랫동안 키운 부모님이니 애증과 원한이 뒤섞여 있는 게 정상이지."

"…"

삼촌이 이렇게 똑똑하고 한눈에 모든 일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걸 난생처음 알았다.

역시 그는 부씨 가문의 강력한 기둥이다.

"그래서 삼촌, 그…. 내 체면 좀 세워주시면 안 될까, 이번에 민정연을 한 번만 더 봐줘..." 구서준이 머쓱해하며 말했다.

"이 자식아." 부소경의 말투는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사실 이것은 별 큰 일이 아니다.

그는 의연하게 말했다. "너가 그 여자 잘 관리해, 나중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면 네 책임이야."

"응! 고마워 삼촌" 구서준은 부소경의 말투에서 자신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한시름 놓은 그는 민정아와 서준명 두 사람을 보고는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어휴, 이 사촌 남매는 어쩜 그리 원수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거예요, 어쨌든 난 이 둘의 이런 정 많은 성격이 맘에 들긴 해요."

구서준이 둘을 사촌 남매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서준명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민정아를 바라보았다. "정아씨... 저는 정아씨가 내 사촌 동생인 줄도 몰랐네요. 예전에 서운하게 한 적이 있다면 부디 용서해 주세요. 이 사촌 오빠가 어떻게 보상해 줬으면 좋겠나요?"

사촌 여동생을 이제야 찾았으니 서준명은 정말 기뻐했다.

이럴 때 민정아가 뭘 요구하던 들어줄 게 뻔했다.

그러나 민정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촌 오빠, 혹시 저를 디자인 부서로 옮겨 줄 수 있을까요? 저는 가방끈이 짧아 건축 디자인은 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아요. 저는 단지 세희씨의 조수가 되고 싶어요. 뭔가 건축을 공부할 때 마다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기술을 하나 배우고 싶어요."

사촌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서준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 나랑 집에 갈까요?" 서준명이 말했다.

민정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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