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내용을 들은 서준명의 어머니는 궁금증이 생겼다.“아버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할 말 있으면 해. 꽉 막힌 집안도 아닌데. 앞으로 우리 집안에서 네 조카 민정아을 보살펴 줄 텐데.”“아버님...”서준명의 어머니는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사실, 제가 보기에는 신세희가 우리한테 크게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준명이한테서 들으려니까 신세희는 회사에서 일도 엄청 열심히 한대요. 그런데 왜 그 애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예요?”서씨 집안 어르신은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얘야, 내가 이 나이에 그 애를 괴롭히고 싶겠어?”“그런데 왜...”서준명의 어머니는 서준명을 위해 말했다.자기의 아들이 신세희를 좋게 보고 신세희 때문에 자기 할아버지와도 얼굴을 붉혔으니 말이다. 늘 평화롭고 화목하던 서씨 집안이 풍비박산 나게 생겼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아이는 다 좋은데 부소경과 결혼하고도 준명이한테 꼬리 쳤어. 준명이 그 애한테 빠져서 죽으나 사나 그 애 말만 믿고 있잖아.”“하지만... 임서아가 가짜고 신세희가 진짜면요?”서준명의 어머니는 용기 내서 말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노발대발했다.“그럴 리 없어! 박서희! 내 딸 대한 소식은 너희 부부가 알아 온 거잖아. 그렇게 오래 찾아다녀서 가져온 소식이 확실하다고 했잖아”서준명의 어머니인 박서희는 머리를 끄덕였다.“확실히 준명이 아빠가 알아낸 정보 맞아요. 그러니 무조건 정확해요.”“그래서? 서희야. 너희들 생각 좀 해봐! 그렇게 확실한 소식이 어떻게 아닐 수 있어? 임지강이 그 아이의 남편이라는 사실은 틀릴 수가 없어! 너희들은 이 확실한 소식은 안 믿고 준명이 한테 꼬리치는 여자의 말을 믿는 거야?”서씨 집안 어르신은 분노하며 물었다.박서희는 할 말이 없었다.“....”‘그러게, 남편이 살아있는데... 임지강의 말이 사실일 거야.’“가자!”서씨 집안 어르신이 말했다.“네, 아버님.”세 사람은 회사를
부소경과 신세희가 떠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이때 송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세희 누나... 괜찮겠죠?”사람들은 즉시 너도나도 입을 열었다.“주혁 씨, 뭐라 하는 건 아닌데요. 왜 세희 씨한테 반한 거예요?”송주혁은 얼굴이 빨개졌다.“내가... 언제 세희 누나한테 반했다고요. 난 그냥 누나로 생각하고 있어요!”“아니긴, 그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주혁 씨 눈동자에 다 쓰여 있다고요. 신세희 사랑한다고요!”“....”“세희 씨한테 반한 건 괜찮아요. 사실 세희 씨 귀엽기도 하고 일도 잘하는데 어느 남자가 반하지 않겠어요? 근데 일 크게 만들면 안 돼요. 부 대표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신세희 씨만 고생이에요. 아이고, 세희 씨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될텐데...”갑자기 분위기는 신세희를 위한 기도회가 되었다.송주혁이 말했다.“만약 부 대표님이 뭐라고 하면 나 혼자 감당할 거예요. 내가 죽더라도 세희 누나 힘들게 안 해요!”송주혁은 휴대폰을 꺼내 부소경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동료들이 분분히 말렸다.“주혁 씨. 일단 하지 말고 지켜보는 거로 해요. 만약 두 사람이 아무 일도 없는데 주혁 씨가 연락하게 되면 없던 일도 생길 거예요. 우선은 내일 세희 씨가 출근하는지 기다려보자고요. 만약 출근 안 하게 되면 다들 방법을 생각해 세희 씨를 돕는 거로 하죠.”디자인 팀의 큰 형님인 주현욱의 말에 다들 머리를 끄덕였다.이날 밤, 디자인팀의 모든 팀원은 신세희의 걱정에 잠을 설쳤다.그래서 이 순간, 출근한 신세희를 보고 다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몇몇 사람은 신세희에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선배, 만약 부 대표님이 뭐라 하면 다 나한테 밀어요. 선배만 괜찮으면 돼요.”송주혁은 그윽한 눈길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선배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요.”“하!”신세희가 웃음을 터뜨렸다.“모태 솔로라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날 위해 생명을 바치
“....”‘이 남자 이거!’“왜 이렇게 막무가내에요!”신세희는 화가 뻗쳐 부소경과 말다툼을 시작했다.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높았다. 부소경 옆에 있던 부하들도 다 들리는 데시벨이었다.이 순간, 부하들은 입을 다물었다.부소경을 위해 일한 지도 어언 10여 년이건만, 부소경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신세희가 처음이었다.부소경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표정은 고민에 꽉 찬 표정이다.“부소경 당신! 건축 디자이너면 출장은 불가피한 거예요. 당신이 허락하지 않아도 난 갈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요! 또 안 된다고 하면 나 진짜...”신세경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당신 혼낼 거예요!”‘흥! 뜨거운 맛 좀 보여주지 않으면 교도소 살다 나온 여자의 파워를 모르지! 맨날 나만 뭐라 하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 ‘“잘 들어요! 집에서 유리 잘 보살피고 있어요! 나 오후에 출발해서 내일모레면 돌아올 테니까!”말을 끝낸 신세희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부소경은 멍하니 부하들을 둘러보았다.부하들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가성섬에서 확실한 정보가 왔어요. 가성섬에 사람이 남성에 잠복해있대요. 그런데 아직 상대를 잘 몰라요. 즉 적은 가까이에 있다는 거죠. 그 사람들이 남성에 온 제일 큰 이유는 임지강 일가와 서씨 집안 어르신 덕분이겠죠. 서씨 집안 어르신이 외손녀를 찾기 위해 가성섬과 손을 잡기로 한 것 같아요. 대표님, 경각심을 더 높여야 해요.”부소경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이호범, 네가 처리해.”이호범이라 불리는 부하가 말했다.“대표님, 제가 보기에는 사모님이 출장을 가시겠다 하면 그렇게 하는 게 좋아요. 우리가 움직일 때 사모님이 남성에 계시면 오히려 표적이 될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사모님을 미끼로 협박이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사모님 안전도 생각하셔야죠.”이호범은 부소경의 충실한 부하이다. 그러니 부소경에게 이런 권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부소경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래!”부
부소경에게 점점 인간미가 생기면서 그와 손잡기를 원하는 협력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특히나 어느 날 밤, 부소경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본인이 아내 바보라는 게시물은 수많은 협력사 직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세상 누구라도 가정이 화목한 사람과 손잡고 싶어 할 것이다.다들 화목한 가정을 원하니 말이다.게다가 신세희는 성격이 쿨하고 마음씨도 착하며 종래도 갑질을 하지 않으며 회사에서 진상을 부린 적도 없다.그래서 부소경이 신세희를 따라 출장을 간다는 말을 들은 부하들은 속으로 백만 번도 찬성했다.부소경의 출장은 신세희의 뒤를 따르는 것이라 신세희는 모르고 있었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신세희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짐을 챙겼다. 그러고는 드레스 룸에서 갈아입을 깨끗한 옷을 꺼냈다. 워낙 신세희는 정장을 준비해 가려 했지만, 다리가 후덜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캐주얼한 옷을 골랐다.파티에 가는 것도 아니니 옷은 편하면 편할수록 좋았다.그녀는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챙기고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깜짝 놀라고 만다.누군가 멀리서 자기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는 예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신세희는 상대를 찾지 못했지만, 그 따뜻한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신세희는 중얼거리며 자기 자신을 비웃었다. “신세희, 엄마 보고 싶어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마음 편히 가지고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 소경 씨도 있고 유리도 있어. 유리한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해. 영원히 유리 지켜줘야 해. 앞만 보자.”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고서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갔다.오후가 되자 그들은 출발했다.민정아도 함께 떠났다.“세희 씨, 나 디자인 팀에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출장을 가다니. 너무 행운이야.”민정아는 신세희 옆에 앉아 말했다.신세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정아 씨, 현장 고찰은 지리적 위치나 지형이나 지질에 대한 고찰이야. 위치가 변하면 디
“뭐 하는 짓이냐고?”낯선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회사가 어떻게 이렇게 큰 오더를 받았는지 알고 있기나 해?”신세희는 검은 천에 시야가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놀라움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신세희가 멍해 있을 때, 누군가 이미 그녀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묶었다.그들은 신세희를 고통스럽게 큰 캐리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신세희는 본인이 캐리어에 들어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는 중이며 지금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심지어 민정아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이상하네, 대체 누가 찾는다는 거죠? 다들 아니에요?”옆에 있는 동료가 웃으며 말했다.“방 사이 거리가 멀지도 않는데 볼 일 있으면 바로 방으로 찾아갔겠죠. 구서준 씨 아니에요?”민정아는 머리를 저었다.“연락해 봤는데 남성에 있대요. 어? 세희 씨는요? 세희 씨 못 보셨어요?”“못 봤는데요...”“세상에, 세희 씨는요? 방금까지도 여기 있었는데.”민정아는 깜짝 놀라 말했다.이내 주현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아 씨, 세희 씨 찾지 말아요. 내 생각에는 아까 전화 온 사람이 정아 씨 애인이 아니라 부 대표님인 것 같아요. 세희 씨가 출장을 온다니 부 대표님도 오셨을 수도 있어요. 지금 보니 부 대표님이 세희 씨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네요. 지금쯤 아마 두 사람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정아 씨, 아무리 세희 씨랑 사이가 좋다고 해도 두 사람 방해하면 안 돼요.”민정아는 머쓱한 듯 웃었다.“내가... 어떻게 감히. 저도 부 대표님 성격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는 안 하죠. 세희 씨 디자인 과정을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죠. 나 받아 줄거죠?”“....”신세희는 캐리어 속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소리라도 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신세희는 호흡이 점점 약해져 갔다.‘나 죽는 거야?’처음으로 느끼는 두려움에 그녀는 후회했다.그녀는 왜 부소경에게 전화했을 때 부소경이 한마디로 가지 말라고
한줄기의 눈부신 광선이 비치자 신세희는 눈을 꼭 감았다.그러다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는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낡은 폐공장 같았다.누군가가 거칠게 신세희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그 여자가 나한테 큰 선물을 줬군. 아주 추하고 더러운 여자라고 해서 몸 파는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청순하게 생겼을 줄이야.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대학생인 줄 알겠어. 당신 정말 여섯 살 애 엄마 맞아?”등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얼굴에 흉터가 있는 험한 인상의 남자가 그녀를 음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큰 입에 쭉 째진 눈, 딱 봐도 좋은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꼴에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지만 마치 주워 온 옷처럼 전혀 그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신세희는 가소롭다는 듯이 대꾸했다.“죽을 땐 죽더라도 나를 죽인 놈이 누군지는 알아야겠어. 당신 누구야!”“무섭지도 않은가 봐?”남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신세희는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대꾸했다.“두렵다고 해결되는 거 있어?”남자가 어깨를 으쓱했다.“해결되는 건 없지.”“그러니까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하지?”신세희도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했다.일부러 강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두렵지 않았다.어려서부터 하도 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어느새 강심장이 되어버렸다. 십 대 때는 살인범으로 오해받아 경찰에 잡혀간 적도 있었다. 사형일지 무기징역일지도 모르는 상황.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여자애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상황이었다.그런 일까지 겪었으니 지금 상황은 우습기만 했다.어차피 사형을 면했으나 7년이나 살았지 않은가.신세희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오히려 피곤한 기색으로 심드렁하게 물었다.“내 예상대로라면 여기 남성이지? 나를 차에 태워서 남성으로 데려온 거야?”그녀의 질문에 남자가 자세를 바로 하더니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자세히 관찰했다.신세희는 차가운 미소를 짓고는 입을 다물었다.그녀의 예상이 정확했다.이곳
가슴이 푹 파인 셔츠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걸친 민정연이 신세희에게 다가왔다. 자세를 숙이면 속옷이 보일 정도였다.신세희는 고개를 홱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정말 보기 역겹네요!”민정연은 발끈하는 대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 내 손에 잡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 드디어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신세희도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 채 물었다.“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어요?”“하!”민정연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아? 신세희, 넌 옥살이도 하고, 출소하고 나서는 부소경한테 오랫동안 쫓겨 다니기까지 했잖아. 심지어 남성에 돌아온 뒤론 임서아한테 갖은 꼴을 다 당하고. 이런 너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데 나라고 뭐, 그리 쉽게 죽을까?”신세희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요. 참 강한 사람이죠, 당신은.”“네가 어떻게 내 손에 잡혔는지 궁금하지 않아?”민정연이 의기양양하게 물었지만, 신세희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민정연 씨가 말해준다면 궁금하긴 하네요.”“듣고 싶어도 듣고, 듣기 싫어도 들어!”민정연은 신세희의 머리카락을 힘껏 잡아당기며 악에 받쳐서 말했다.“잘 들어. 내가 겪은 고통 전부 너 때문이니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그렇게 말하는 민정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닷새 전, 서씨 어르신의 집에서 쫓겨난 뒤로 반항도 못 하고 여인숙 사장에게 끌려갔다. 그날 밤, 그녀는 일반인은 상상하지도 못할 고통을 치렀다. 세상을 원망하고 하늘에게 제발 그만하라고 빌어도 무용지물이었다.그날 밤 그녀를 겁탈한 남자는 무려 60여 명이었다.60 명!상상도 하지 못할 숫자였다.그녀를 끌고 온 사장은 그녀에게 잠잘 시간도 주지 않았다. 날이 밝을 때까지 그녀 방 앞에는 무려 백 명이 넘는 남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민정연은 그만 죽고 싶었다.사장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가족에게 전화해서 두 배의 돈을 지불하겠다고 애원했다.그제야 사장은
하지만 그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다.그날 밤, 밤새 소낙비가 내렸다.하지만 그들에게는 모텔비용을 지불할 돈도 없었다.민정연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은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온밤을 떨었다.그때, 검은색 승용차가 그들의 앞에서 멈춰 섰다.“민정연 씨, 타시죠.”민정연은 온몸을 오들오들 떨며 생각했다. ‘그 여인숙으로 돌아가면 그래도 배는 곯지 않겠지? 남자를 즐겁게 하는 거? 아무것도 아니야!’“사장님이 보내서 왔어요? 내 집도 빼앗아 갔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이유로 다시 불러들이는 거죠? 가게 간판 자리를 나한테 주지 않으면 안 가요! 나 민정연, 그래도 전에는 서울에서 잘나가는 가문 아가씨였다고요!”“우린… 신세희에게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입니다.”그 남자가 말했다.신세희 얘기가 나오자 민정연은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정말요? 거짓말 아니죠?”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차갑게 대꾸했다.“내가 그 쪽한테 거짓말을 왜 합니까? 그쪽 지금 오갈 데 없는 노숙자 신세 아닌가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랑 손을 잡죠. 혹시 알아요? 이걸 발판으로 다시 재기에 성공할지?”민정연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어차피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는 그들 가족을 데리고 어느 호텔로 가서 방까지 잡아 주었다.두 시간 뒤, 호텔 커피숍에서 남자는 민정연과 마주 앉았다.“우리는 신세희를 납치하려 합니다. 하지만 가성 섬에서 이쪽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여자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부소경이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거처를 안다고 해도 경비가 삼엄해서 접근할 수가 없네요.”“가성섬이요?”가성 얘기가 나오자 민정연은 눈을 반짝였다.부소경의 오랜 라이벌이 조용히 남성에 잠입한 것이다. 이건 그녀에게도 좋은 기회였다.“어떻게 알고 저를 찾아오셨나요?”민정연이 물었다.“임서아 씨를 통해서요.”남자가 말했다.“임서아 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