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그냥 죽어버릴래! 흑흑흑…” 민정아는 울면서 자리를 뛰쳐나가 버렸다.등 뒤, 구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보안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커 같은 얼굴로 뛰쳐나가는 여자 잘 지켜봐요. 그 여자가 회사에서 자살하지 못하게 막아요!”구씨 집안 남자는 마음에 없는 여자한테 항상 차갑고 심드렁한 태도를 취했었다.구서준은 민정아를 여자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아니, 구서준은 민정아를 사람으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모두 해산하시죠!” 구서준은 회의실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네, 구대표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구서준의 말에 대답을 했고, 모두 일제히 자리를 떠났다.“신세희씨.” 구서준이 신세희의 발걸음을 멈추어 세우려는 그때, 구서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화를 받아 들었다. “여보세요? 고모부, 무슨 일이야?”구서준이 고모부라고 부르는 사람은 서시언의 사촌 형, 서도영이었다.같은 시각, 아무도 서도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구서준의 대답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응. 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그가 다시 신세희를 부르려고 했을 때, 신세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구서준은 신세희가 일을 하고 있는 디자인팀으로 그녀를 찾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고모부가 시킨 일이 좀 급했던 그는 바로 회사를 떠났다.같은 시각, 신세희는 디자인 팀으로 돌아갔다.“죄송해요, 디렉터님. 디렉터님은 절 회사로 다시 부르지 말았어야 해요. 회사가 절 출근시키지 않는 것도 정상이죠. 저도 다시 올 생각 없었고요. 그런데 왜 절 속인 거예요?” 신세희는 조금 기분이 나빴는지 불쾌한 표정으로 디렉터에게 질문했다.디렉터는 무척이나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신세희씨, 세희씨 억울한 거 알아요. 근데 당신, 하필이면 회사의 공주님인 민정아를 건드렸잖아요. 비록 오늘 구서준이 회사 밖으로 민정아를 쫓아내긴 했지만, 민정아에게는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요. 민정아씨 빽, 구대표님보다 약
신세희는 저번 주에 이미 세라의 설계 기획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지금 세라는 핸드폰으로 사정을 하고 있었다. 이것도 신세희가 이미 예상했던 일 일까?신세희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갑자기 등 뒤에서 세라의 고함이 들려왔다. “신세희씨! 거기 서요!’신세희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해 버렸다.그녀는 이제 이 회사의 직원이 아니다. 내가 왜 세라 말을 들어야 하지?“신세희씨! 귀가 먹은 거예요?” 세라는 전화를 내려놓고는 노발대발하며 발을 동동 굴러댔다. 세라는 성큼성큼 걸어 신세희를 따라잡더니 그녀의 앞에 서서 분노가 가득 찬 눈빛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의 말투는 무척이나 싸늘했다. “비켜요.”그녀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일자리를 찾으러 가야 했다. 원래 아침의 그 일자리는 이미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는데… 디렉터가 회사에 계속 출근할 수 있다고 거짓말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그녀는 이 회사에서도 잘리게 되었고, 저쪽 회사의 일자리도 놓치게 될 판이었다. 신세희는 지금 마음이 너무 급했다.“세희씨! 이거 세희씨가 벌인 짓이죠!” 세라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신세희에게 따져 묻기 시작했다.“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당신, 처음부터 이 회사에서 제대로 일할 생각 없었죠! 당신은 개 망나니예요! 민정아 아가씨가 한 말 틀린 거 하나도 없어요! 당신은 첩년이에요. 남자한테 눈이 돌아가서는! 당신은 민정아의 형부를 꼬시는데 실패한 후에 다시 이 회사로 눈을 돌린 거예요. 그리고 결국 당신은 첫날 만에 구대표님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죠. 세희씨, 난 당신이 시골 촌년인 줄 알았는데 선수였군요! 남자 꼬시는 선수!”당신, 내 기획안 검사해주는 척하면서 손댔죠? 만약 당신같이 건축의 건 자도 모르는 사람이 내 기획안에다 손댔다가 그대로 공사가 진행되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예요!”“그러니까요! 세희씨, 이거 당신이 벌인
굳이 말하지 않아도 깨끗한 자는 깨끗하다. 본인이 하지 않는 짓을 신세희가 굳이 책임지고 싶을 리가 없다. 그러려면 그들과 함께 공사장에 가보는 수밖에 없다. 대체 누구의 잘못인지 한번 확인해 보자고!디자인 팀 전체가 회사의 버스를 타고 직접 시공 현장으로 달려갔다.가는 길 내내, 동료들은 눈빛과 말들로 신세희를 공격했다.“첩이면 첩질이나 해요. 앞으로는 우리 회사에 와서 사람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요.”“듣기 싫은 말 좀 해도 되죠? 진짜 당신 잘못이라는 게 밝혀지면 세희씨 혼자 이 일 책임지세요. 세희씨는 건축이 애들 장난 같아요? 잘못하다가 인명사고라도 나면 감옥에 가야 해요! 당신 진짜 책임질 수 있어요?”“못 져도 져야죠!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남자는 어디서든 꼬실 수 있잖아요! 왜 하필 건축회사에서 남자를 꼬시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건지. 세희씨는 건축 디자인 회사 사람들이 다 눈이 삔 줄 알았어요?”가는 길 내내,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말을 보탰다. 그러다 신세희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 건축 디자인이라는 일에는 남자가 더 많이 종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 팀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았다. 버스 안에는 여자가 고작 4, 5명 밖에 없었고, 신세희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전부 여자였다.오히려 남자 동료들은 아무 말이 없었고, 몇몇 남자들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신세희를 쳐다보기까지 했다.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이 여자들이 그동안 자신을 질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녀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구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에 질투했고, 그녀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법으로 민정아를 상대하는 것에 질투를 했다. 오늘 아침 그녀가 구대표의 차를 타고 회사에 온 것에 더욱 큰 질투를 했다.여자들은 아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번 공사장에 일어난 잘못을 신세희의 탓으로 돌린다면 분명 구대표가 신세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할 것이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도, 신세희는 그 누구와도 말대꾸를 하지 않
신세희의 말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렸다.촌스럽고 말수도 적은, 출근한 지 고작 이틀 만에 정직 처분을 받은 여자가 지금 만회할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거야?“세희씨, 세라씨가 공격적으로 말했다는 이유로 그런 거짓말을 하면 안 되죠. 건축 관련된 일은 마음대로 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평소에 꽤나 공정하던 디자인 디렉터도 신세희의 태도가 조금 불만인 듯 했다.신세희는 전혀 굽히지 않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대신, 이 일을 해결하는 데에 조건이 있어요.”“…”신세희는 세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세라씨, 지금 저와 세라씨 컴퓨터에 있는 파일들이 이 기획안과 제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어요. 그러니 제가 지금 대신 이 일을 해결한다면, 그건 당신에게 아주 큰 도움을 주게 되는 거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이 일 해결하면 회사에서 저한테 보수를 주는 거예요, 아님 당신이 저한테 보수를 주는 거예요? 한번 상의해보세요. 알겠죠?”세라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당신… 당신 돈까지 받겠다 이거에요? 어… 얼마나 받을 건데요!”“2,000만 원이요!” 신세희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입 밖으로 꺼낸다고 그게 다 말인 줄 알아요!” 그녀의 대답에 세라가 신세희에게 소리쳤다.“지금 이 일 만회 못하면 얼마나 큰 손실이 나는지 알아요?” 신세희가 세라에게 물었다.“…”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이 문제를 만회하지 못하면 그녀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일자리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일자리만 잃는 게 아니다. 앞으로 다시는 건축 바닥에서 일하지 못 할 수도 있다.솔직히 말해서 이 일은 그녀의 잘못이 맞았다.예전에 세라는 혼자 자료들을 검사했었고 혼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아주 당연하게 최근의 자료들을 신세희에게 검사하라고 건네주었다.신세희가 눈에 거슬렸던 문제 때문일까, 그녀는 자신이 아직 수정하지 않은 기획안 들을 신세희에게 검사하라고 건네주었다. 그러다 신세
"사실 이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예요!"다리에 힘이 풀린 세라는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디렉터님, 이... 이렇게 갑자기 2천만 원을 내놓으라 하시면 어떡해요. 남자친구랑 막 헤어져서 이젠 생활비도 없단 말이에요. 자동차 대출금, 주택 대출금도 다 제가 갚아야 해서 매달 400만 원으로도 빠듯하고요. 저한테 모아둔 돈이 어디있다고..."디자인 디렉터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세라를 노려보았다.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디자인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렉터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한번 세라를 노려보고는 신세희를 달랬다."세희 씨, 요즘 고생 많았어요. 일단은 이렇게 해요. 세라 씨가 지금은 2천만 원을 마련할 수 없으니 내가 회사 재무팀에 말해서 먼저 세희 씨에게 지불하게 할게요. 어때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좋아요."신세희는 정정당당하게 돈만 받으면 그만이었다.무보수로 도와줄 순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세라가 아니던가.이 회사에 출근한 지 고작 이틀 만에 곳곳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지금은 잘린 마당에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보수를 받아내야 했다."좋아요. 그럼... 어떻게 해결할 건데요?"디렉터가 물었다."내 말이. 이젠 얘기해 봐요. 설마 방법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죠?"세라가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신세희를 향했다.특히 디자인 팀은 그녀가 해결하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기세였다.신세희가 미소 지었다."간단해요. 일단 공동벽돌을 보통벽돌로 바꾸면 지지력이 배가 될 거예요. 그럼, 그쪽엔 부담이 덜 하겠죠. 이러면 절반은 해결된 셈이에요. 나머지는 문제가 발생한 측의 90도 각도에 각각 말뚝을 박으면 돼요."큰 공사장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 문제라 이들은 미처 좋은 수를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이상 이런 식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도시에서 6년을 머물렀던 신세희는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그곳에는 작은 건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 건물을 짓는데 건
구서준을 마주한 신세희는 거부감이 들었다.이곳에 취직하자마자 관두게 된 건 사실 구서준 때문이었다. 그가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굴지 않았더라면 여직원들이 질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민정아가 망가진 의자를 바꿔치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구서준 때문에 성가셨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신세희의 눈엔 구서준이나 6년 전의 조의찬이나 다를 게 없었다. 바람기가 다분해서 예쁜 여자들을 하도 많이 만나다 보니 어쩌다 무던하고 촌스러운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더는 6년 전의 신세희가 아니었다. 그녀는 구서준 같은 인간들에 익숙했다.구서준을 전혀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신세희는 그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그녀의 냉담함은 차에서 내린 디자인 디렉터마저 타이를 정도였다. "구 대표님이 세희 씨를 좋게 봐주시는 건 세희 씨에게도 기회예요. 구 대표님과 식사 한번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널렸는데요. 대표님이 세희 씨 편을 들어준다면 아무도 감히 세희 씨를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나중에 민정아 씨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대표님이 당신을 감싸는 이상 그 여자도 몸을 사리는 수밖에 없단 말이죠."신세희가 말했다."전 이미 해고당했어요. 전 단지 보수를 받기 위해 여기에 온 겁니다.""…..."디렉터가 신세희를 다시 설득하려고 할 때 버스에서 대여섯 명의 여성 디자이너들이 내렸다. 그들은 구서준을 발견하고 흥분하며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어머, 구 대표님. 혹시 저희 팀의 세라 씨를 기다리신 건가요? 2주 전에 세라 씨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안 사주셨잖아요.""구 대표님, 혹시 식사 자리에 저희도 껴도 되나요?""대표님…."구서준은 얼굴에 떡칠한 여자들을 경멸하듯 바라보았다. 싸구려 향수 냄새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역시 신세희가 좋았다. 그녀에게선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마음마저 편해지는 자연의 향기였다.사실 이건 부소경이 그녀를 위해 특별 제작한 향수라는 걸 구서준이 알 리 없었다. 고작 몇 밀리에
신세희를 발견한 엄선희는 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세희 씨, 대체 이번 주에 어디로 출장 갔던 거예요?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같이 밥 먹으려고 내려갔더니 출장을 갔더라고요. 어느 도시로 갔어요? 내 선물은 사 왔어요?"엄선희의 순수한 진심을 담은 미소에 신세희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신세희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미안해서 어쩌죠, 잊어버렸어요...""아니, 괜찮아요, 농담이에요! 방금 회사에 입사해서 월급도 안 줬는데 선물은 무슨!" 엄선희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세희 씨는 돈이 없지만 나한텐 있죠."갑자기 구서준이 끼어들었다. "세희 씨가 출장 가서 선물을 사 오는 걸 깜빡했다고요? 그럼 내가 대신 두 사람 밥 사줄게요. 어때요?""좋아요!" 엄선희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구 대표가 밥을 사는 건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 아니던가. 그러나 엄선희는 자기에게 이런 행운이 올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구서준이 이렇게 먼저 초대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물론 구서준이 정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사실 신세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기대를 잔뜩 담은 맑은 눈빛이 신세희를 향했다.마침내 신세희의 입술이 열렸다. 거절은 가차 없었다."죄송해요, 바빠서요."엄선희와 구서준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아직 옆에 있던 디자인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매몰차게 거절한 신세희가 디자인 디렉터에게 말했다."디렉터님, 이젠 함께 올라가서 보수를 받아도 될까요? 돈만 받고 바로 떠나려고요." "아아, 알겠어요…." 디렉터는 신세희를 만류하고 싶었다. 그녀는 실무 경험이 많은 훌륭한 인재였으니 붙잡고 싶은 건 당연했다."보수라니요? 왜 돈 받고 떠나려는 건데요. 세희 씨, 이 회사에서 일하기로 했잖아요. 혹시 내가 보기 싫은 겁니까? 그럼 내가 세희 씨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되잖아요. 왜 회사를 관두려고 하는 거예요?"구서준의 말을 들은 여자들은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이런 말을 하면서까
"왜요?"멍해 있는 엄선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신세희가 물었다.엄선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그거 알아요? 회사에서 민정아에게 되갚아 준 것도, 구 대표님을 거절한 것도 세희 씨가 처음이에요. 게다가 구 대표님도 처음으로 먼저 여직원에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했죠. 그런데 이렇게 보기 좋게 실패할 줄이야. 세희 씨 얌전하게 생겼는데 이런 성격일 줄은 몰랐어요."엄선희는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신세희가 마음에 들었다. 깔끔하고 책임감 있고, 수다스럽지도 않았고 천박하지도 않았다.신세희도 엄선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녀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6년 전에 출소한 이후로 줄곧 암투 속에 휘말려 정신이 없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준 사람은 엄선희가 처음이었다.하여 신세희도 엄선희에게 숨김없이 말했다."난 그저 일 열심히 해서 월급 제때 받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만약 내가 민정아 씨 자리에 그 의자를 다시 돌려놓지 않았다면 다치는 건 나였을 거예요. 아무리 내가 고지식해도 이런 일까지 참지는 않아요."엄선희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린 그녀가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정말 구 대표님과 식사하지 않을 거예요?"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나왔다.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왜 먹어야 하는데요? 나는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도 않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밥 한 끼 먹었다고 사람들 미움만 잔뜩 살 텐데 굳이 먹을 필요가 있나요?"신세희의 말에 엄선희가 웃음을 터뜨렸다."세희 씨 말이 맞아요. 그럼 나도 안 갈 거야. 우리는 우리답게 행동해요."이윽고 엄선희가 다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하지만 이런 밀당이 구 대표님에게 먹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비록 남성의 제일 잘나신 그분과 비교할 순 없지만 구 대표님과 결혼하는 건 엄청 자랑스러운 일이라고요. 사실 마음속으로 그런 꿈을 꾼 적은 있어요.""풋..."엄선희의 말에 신세희도 즐거워졌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응원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