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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5화

반명선은 차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옆에 있는 민정아와 엄선희도 딱히 그런 그녀를 말리지는 않았다.

그들은 이미 이런 모습을 몇 번이나 봤었다. 반명선은 삼촌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울곤 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의리가 넘치는 여자아이였다.

민정아와 엄선희는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래서 반명선이 실컷 울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지영주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반명선이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지영주는 마치 막역한 친구라도 만난 듯 갑자기 몸을 수그리며 반명선을 부축했다. 그녀는 가볍게 반명선의 이름을 불렀다. “명선아…”

반명선이랑 엄청 친한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반명선을 만났다.

“울지마, 명선아… 비록 삼촌은 세상을 떠났지만 내가 있잖아. 내가 너 보살펴 줄게!” 지금 이 순간, 지영주는 살 희망이라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사실 그녀는 줄곧 삶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지영주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버리게 됐다.

그녀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그건 바로, 반명선을 자기 친동생처럼 잘 보살피는 것이었다.

“명선아, 내가 널 보살펴 줘도 될까?” 지영주가 물었다.

그녀의 말에 반명선은 고개를 들더니,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니…”

반명선은 똑똑한 사람이었다. “언니, 언니 우리 삼촌 애인이에요?”

“언니, 너네 삼촌 좋아해. 삼촌도 언니한테 엄청 잘해줬고. 이 세상에서 언니한테 제일 잘해준 남자야. 너네 삼촌이 연애가 뭔지 알게 해줬어. 언니가 30년을 살면서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지영주는 우는 것 같기도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모든 생명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세상은 다채로운 것이었다.

세상은 아직 살아있을 희망이 있는 곳이었다.

“언니는 이제 앞으로 서울에 살 생각이야. 하지만 그래도 너 보러 남성에 자주 놀러 올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알았지?” 지영주가 물었다.

반명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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