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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8화

민정아는 그대로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녀는 기가 센 여자였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어느 정도 큰 후에야 자신의 부모님이 친 부모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하마터면 부모님의 학대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민정아는 그 누구의 발도 씻겨준 적이 없었다.

발을 씻겨주라니!

그녀는 구서준과 2년째 만나고 있었다. 그동안 항상 구서준이 민정아의 발을 씻겨주곤 했는데!

당신 아들 엄청 고귀한 사람이지!

서울의 도련님이지!

신분이 엄청나지!

그런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의 발을 씻겨주는데!

나도 당신 아들 발을 씻겨준 적이 없는데!

민정아는 마음속으로 험악한 말을 퍼부었다.

옆에 있던 구서준도 당황했다.

엄마, 평소에는 다정한 사람인데.

집에 하인이 그렇게 많은데도, 차 따라주고, 물 따라주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데도, 어느 누구 보고 발을 씻겨달라고 한 적은 없었다.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는 거지?

일부러 정아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건가?

구서준의 마음속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막 몸을 일으켜 조민숙에게 따지려는 그때, 민정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아주머니.”

“…” 구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서준은 그대로 얼어버리고 말았다!

민정아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웃으면서 대답할 줄은 몰랐다.

구서준은 멍하니 민정아를 쳐다보았고, 민정아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따뜻한 물 받아올게요. 아 맞다, 아주머니, 갈아신을 양말은 어디에 있어요? 제가 가는 김에 챙겨올게요. 바르시는 풋 크림은요? 다 어디에 있어요?”

“한꺼번에 다 챙겨올게요. 발 다 씻으신 후에, 그거까지 발라 드릴게요.”

“그리고 양말까지 신겨드릴게요.”

“그러면 발 시린 일은 없으시잖아요.”

“이 연세에는 발이 따뜻해야 해요.”

그 말들은 구서준 뿐만 아니라, 조민숙도 놀라게 했다.

여우 같은 년!

저번 주에 병원에서 봤을 때만 해도 미친년처럼 무지막지하게 굴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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