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민은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었다.“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성유미 씨와 혼인신고 했냐고 물었습니다.”서시언이 다시 말했다.“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을 때 유미 누나는 미성년자였죠? 임신했을 때도 아마 만 18세가 안 됐을 거예요. 맞죠? 둘이 무슨 수로 혼인신고를 했겠어요? 그 뒤로 누나가 성인이 된 뒤에도 혼인신고는 안 했잖아요?”최홍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서시언이 이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떨떠름한 말투로 서시언에게 물었다.“어… 어떻게 알았어? 설마… 날 뒷조사했어?”서시언은 냉소를 지으며 최홍민에게서 시선을 돌려 최가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가희야, 내가 네 어머니 뒷조사를 한 건 사실 다른 뜻이 없었어. 그냥 너와 네 어머니 사이에 존재하는 오해를 풀고 싶었어.”“두 사람이 오해를 풀고 화해하기를 바라고 한 일인데 이제 그럴 필요 없어졌어.”“너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거고 네가 엄마가 되는 날 넌 꼭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눈이 멀어서 사람을 잘못 봤어!”“너한테 거액의 돈을 쓰면서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네 어머니가 다른 사람 착취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널 찾아온 거야!”“그런데 넌 어머니한테 너무 큰 실망을 줬어. 아무리 화가 나도 부모한테 매를 드는 건 아니야! 너의 그 행동으로 인해 너희 모녀 사이의 정은 끊어진 거야. 이 모든 건 네가 초래한 결과야!”말을 마친 서시언은 미련없이 뒤돌아서서 성유미에게 다가갔다.그는 팔을 성유미의 어깨에 두르며 말했다.“누나, 우리 이제 가요!”“그래!”성유미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뒤돌아섰다.하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서시언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우리… 지금 가서 혼인신고 할까?”“당연하죠!”서시언이 말했다.그 역시 일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30여년을 돌고 돌아 드디어 진짜
“맞아. 누가 틀리고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몰라.”“그렇긴 하지만 최 사장님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가게를 10년이나 했는데 별로 트러블도 없었잖아.”“맞아. 그 딸도 엄청 상냥하고 착해 보였는데. 공부도 잘했잖아. 애 엄마가 잘못한 것 같아.”“엄마가 좀 이상해.”“딸이 사는 집 앞에서 남자친구를 가로채다니.”“세상엔 참 희한한 일이 너무 많아!”“엄마가 뻔뻔한 거지!”사람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수군거렸다.대부분은 최홍민 부녀를 동정하는 눈치였다.최홍민은 사람들 앞에서 대성통곡했다.“가희야, 불쌍한 우리 딸. 넌 어떻게 이렇게 운이 없니? 그런 엄마도 엄마라고….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엄마가 너 버려도 너한테는 아빠가 있어.”“아빠… 앞으로 다시는 그 여자 만나지 말아요! 늙어도 돌봐주지 않을 거예요!”“돌봐주기는 무슨! 그년은 길 가다가 차에 치여 죽을 년이야!”“맞아요!”그런데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소리쳤다.“최홍민! 50살이나 먹었으면 나잇값 좀 해! 어떻게 딸 앞에서 애 엄마를 그렇게 저주하니? 너 벌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너 시골에서 여기 올라온지 10년 정도 돼서 아무도 네 과거를 모르는 줄 알지? 하지만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20년 전에 우리 옆집에 살았잖아!”그 사람은 분노한 목소리로 최홍민을 비난했다.그러더니 최가희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너 같은 딸도 딸이라고 찾아온 네 엄마가 불쌍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낳지나 말지! 네 엄마가 너 낳으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렇게 힘들게 널 키웠는데 넌 네 엄마한테 귀뺨을 날려?”말을 마친 노인은 차갑게 뒤돌아섰다.최가희는 노인을 뒤쫓아가며 반박했다.“가지 말고 제대로 말해 봐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 여자가 날 낳으면서 고생했다고요? 힘들게 날 키웠다고요? 낳아준 건 인정하지만 그 여자가 언제 날 키웠어요? 말씀 똑바로 하세요!”“저 영감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장 거기 안 서?”
성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최가희, 이제 너와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야! 네가 날 때리고 욕했을 때도 난 참았어. 오늘 부로 우리 모녀 사이는 이제 끝이야! 그런데 지금 나한테 이런 모욕감을 줘? 너 정말 죽고 싶니?”오싹할 정도로 분노가 담긴 목소리였다.성유미는 정말 딸을 죽여서 지옥에 가게 되더라도 이게 자신의 팔자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최가희도 그 말을 듣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약간 기죽은 목소리로 대꾸했다.“그… 그냥 물어본 건데 왜 화를 내고 그래?”성유미가 차갑게 말했다.“닥치고 끊어!”말을 마친 성유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시언은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앞으로 전화도 받지 마. 그냥 차단하는 게 좋겠어.”그는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성유미가 딸에게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 있다면 최가희에게 일부 재산을 덜어줄 수도 있었다.하지만 마지막까지 아내가 될 사람을 악녀로 몰아가는 최가희를 보자 많이 실망스러웠다.성유미는 고민도 없이 최가희를 차단했다.그녀의 나이 이제 고작 40세.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았다.딸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엄마로서 그녀는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했다고 생각했다.그러니 앞으로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이날 점심, 성유미와 서시언은 직원들 점심 시간 30분 정에 구청에 도착했다.혼인신고 서류에 사인을 한 순간 두 사람은 끓어오르는 희열을 함께 만끽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시언아, 이제 나에게도 남편이 생긴 거야? 나 결혼한 거 맞아?”평생 결혼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드레스도 입어보지 못한 성유미였기에 이 순간이 더 꿈만 같게 느껴졌다.서시언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유미 누나, 나에게도 아내가 생겼어. 이제 나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앞으로 무슨 결정을 할 때도 상의할 사람이 생긴 거네?”성유미가 말했다.“맞아! 앞으로 우린 생사를 함께하는 부부가 된 거야!”“가자!”서시언이 말했다
“맞아.”“그리고 사람 아껴줄 줄도 아는 것 같아.”서시언의 목소리가 계속 성유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유미야….”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였다.두 사람은 오늘 오전까지 자신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잊고 서로의 온기를 마음껏 느꼈다.서시언은 이 순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갈증을 느꼈다.그는 손을 들어 탈의실 문을 잠궜다. 눈앞의 여자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가 항상 찾던 그런 여자였다.“유미야, 혹시 두려워?”그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성유미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시언아, 난 좀 두려워. 밖에 사람도 있는데….”“걱정하지 마. 나 믿고 나한테 맡겨.”남자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성유미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볼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의 모든 걸 서시언에게 주고 싶었다.어차피 자주 볼 사람들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그렇게 비좁은 VIP 탈의실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둘 다 만족스러운 결합이었다.그는 그녀를 안고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유미야, 내가… 비록 불임이지만 아직 자기한테 즐거움을 줄 수는 있어. 내 여자 만족시켜줄 수 있다고! 나… 괜찮았어?”“그래, 시언아. 넌 최고였어. 넌 진짜 남자야!”성유미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을 마치고 보니 그녀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서시언의 품에서 고개를 들려 하지 않았다.“우리… 이제 어떻게 나가?”성유미는 난장판이 된 탈의실을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시언이 웃으며 말했다.“40대가 됐으면 부끄러움은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쑥스러워하는 성유미의 모습은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서시언은 성유미에게 옷을 입혀주고 자신의 옷매무새도 점검했다.옷을 다 입은 뒤, 성유미는 탈의실을 깔끔하게 치웠다.두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탈의실은 아까 들어왔을 때와 똑같이 정돈되어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보고 수군거리지 않았다.“대표님, 사모님, 조심히 들어가세
그 말을 들은 신세희 모녀는 동시에 얼어붙었다.“오빠….”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시언을 바라보았다.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신유리는 기쁜 얼굴로 삼촌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며 물었다.“삼촌, 사실이야?”서시언이 말했다.“당연하지! 이제 네가 좋아하는 유미 이모가 네 숙모가 되었어.”“삼촌, 설마… 나 때문에 숙모랑 결혼하기로 결심한 거야?”신유리의 입에서 숙모라는 호칭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다.사실 속으로는 몇 번이나 불러봤던 호칭이었다.서시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내가 우리 유리를 위해서 숙모랑 결혼했어! 네가 이겼어, 녀석!”옆에 있던 성유미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유리야, 네 삼촌은 네가 제일 소중하대.”신유리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신세희의 생각은 신유리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서시언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난….”그녀는 성유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유미 씨, 죄송해요. 유미 씨한테 편견을 가진 건 아니에요. 저는 유미 씨가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혼은 장난이 아니지 않나요? 두 사람 나이도 있는데… 게다가 우리 오빠는….”“알아, 세희야.”서시언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신세희가 뭘 걱정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세희야, 오빠 지쳤어. 마음이 너무 지쳤어.”“사실 7년 전부터 지쳤던 것 같아. 그때는 매일 의찬이랑 여자 만나기에 바빴지. 참 쓰레기 같았어. 나중에 너를 만나고 네가 어떻게 진흙탕에서 발버둥치면서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지 봤거든. 그리고 네가 목숨을 내걸고 소경이를 구하던 순간도 봤어.”“그때부터 난 사실 괴로웠어. 남성에서 도망칠 때 오히려 홀가분했던 것 같아. 난 7년 동안 네 도움을 받으며 구원을 받았어. 다시 되돌아왔을 때 느꼈어. 난 정상적인 연애는 할 수 없겠구나 하고 말이야.”“가희는 나한테 너무 순결하고 고귀한 꽃 같은
“그래, 세희야.”“네, 언니! 결혼식은 언제 올려요?”신세희의 질문에 성유미는 얼굴만 붉혔다.결혼식?사실 참 기대됐다.40년이나 살면서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이제 연애할 나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결혼식을 올린 적 없고 웨딩드레스도 입어보지 못했다.하지만 이 나이에 그런 걸 따져도 되는 걸까?결혼식이 꼭 필요할까?딸이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결혼식은 생략하고 싶네요.”“그건 아니죠, 언니.”신세희가 말했다.“언니, 사실 저도… 결혼식을 못 올렸어요. 계속 올리려고 계획은 하고 있는데 사건이 계속 터져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이제 임신까지 해서 둘째를 낳아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서 그 전에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요.”신세희는 서시언에게 물었다.“오빠, 결혼식은 어디서 할 거야?”“그건….”아직 결정된 건 하나도 없었다.아직 알려야 할 사람도 많았다. 부모님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결혼식은 우리가 준비해 줄게.”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린 신세희는 퇴근하고 들어오는 부소경을 보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서시언이 갑자기 성유미와 결혼한 것에 대해 전혀 의아해하지 않았다.솔직히 속으로는 그들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애를 낳았던 과거도 마찬가지였다.인성만 좋으면 그게 전부였다.둘 다 천신만고를 겪은 사람들이었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눠주며 평생 의지하고 살겠다는데 더 문제될 게 뭐가 있을까?아주 완벽한 조합이고 분명 행복할 것이다!그래서 부소경은 두 사람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려고 마음먹었다.비록 많은 걸 겪고 여기까지 온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에게도 결혼식은 처음이었다.결혼식은 2주 뒤의 주말에 올리기로 했다.신세희는 임신 6개월, 고윤희는 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다.출산이 임박한 두 임산부가 결혼식 현장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고 있었다.그 모습조차 새롭고 따뜻해 보였다.그리고 민정아와 엄
서시언의 앞에 선 이 여자는 단아하고 우아한 기품이 흘러 넘쳤으며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성숙하고 섹시한 매력이 느껴졌지만 40세 여자 같지는 않았고 정확히 말하면 금방 20살의 풋풋함을 벗어난 차분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이었다.우수에 찬 두 눈은 온화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디자이너는 그녀가 가진 이미지에 꼭 어울리는 심플하면서도 땅에 끌리는 화려한 롱드레스를 제작했다.하얗고 긴 드레스가 신부의 우아함과 온화한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드레스는 화려한 보석을 하나도 박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순수하고 심플한 느낌을 주었다.드레스 최상단의 가슴 골 부분에만 푸른색 다이아로 포인트를 주었다.이 드레스는 신세희가 유명 디자이너 친구에게 부탁해서 밤새 고심하고 디자인했으며 친구가 직접 재단하고 제작한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드레스였다. 신세희는 임신 때문에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대신 부소경이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했다.이 일로 최근 F그룹의 크고 작은 업무는 비서실장이 대신 처리했다.신세희와 서시언은 사실 상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었다.신세희는 자신이 도망다닐 때 만약 서시언이 없었더라면 신세희 모녀는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시언은 신세희와 신유리의 생명의 은인이었고 정신적인 지주였다.부소경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서시언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있었다.서시언의 결혼식은 전부 부소경이 직접 섭외하고 진행했다.이렇게 드넓은 정원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린다는 건 일반인은 물론이고 아무리 부소경일지라도 장소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그러니 서시언과 성유미에게는 큰 영광이었다.성유미를 본 서시언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이 사람이 정말 내 아내이자 내 신부인가?서시언보다 나이는 여덟 살 많기에 이 정도로 예쁘고 눈부실 거라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는 단순하게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려고 성유미를 선택한 것뿐이었다.최근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이 그와 그녀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마치
신세희와 고윤희는 불룩한 배를 손으로 감싸면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그렇게 뒤돌아서는데 멀리서 서시언과 성유미가 키스하는 모습이 보였다.고윤희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부러운 말투로 신세희에게 말했다.“세희 씨, 시언 씨랑 언니는 참 행복해 보이네요. 우린 6년 7년을 고생해도 아직 결혼식도 못 올렸는데 말이죠.”“오빠도 많은 걸 겪었어요. 다리를 다쳤어서 불임 판정까지 받았죠. 하지만 행운아기도 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요. 서로 안쓰럽게 생각하고 서로 의지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줄 사람이니까요.”“정말 좋네요.”“오빠랑 언니의 결혼식을 보고 있자니 내가 이 결혼식의 신부가 된 기분이에요.”“나도 그렇게 생각되네요.”고윤희도 웃으며 말했다.“그냥 우리 결혼식이라고 생각하고 즐기죠.”두 임산부가 환하게 웃는 모습조차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날레처럼 느껴졌다.이곳에 온 하객들은 서시언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리에 모여앉아 각자의 소감을 말했다.“좋은 징조네요. 결혼식장에 임산부가 두 명이나 있잖아요. 오늘 신랑신부도 곧 좋은 소식이 들릴 것 같네요.”“당연하죠! 서시언 대표는 나이도 어리고 한창 때인데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길 수도 있죠.”“이따가 미리 축하해 줘야겠어요. 그리고 좋은 기운도 받아가고.”“당연하죠.”“신부가 참 예쁘네요.”“그런데 못 보던 얼굴인데 누구일까요?”“남성이 넓기도 하니까 모든 사람의 얼굴을 알 수는 없죠.”“서시언 대표가 많이 변한 것 같네요. 지금은 아주 침착하고 성숙해졌어요. 20대 때랑은 정말 다르네요.”“동생이 신세희 씨잖아요. 세희 씨랑 가깝게 지낸 사람들은 예전에 그 조의찬 씨도 지금은 아주 책임감 있게 변했어요.”이때, 조의찬과 반명선 두 사람도 키스를 나누는 서시언과 신부를 발견했다.줄곧 침착함을 유지하던 조의찬은 반명선의 손을 잡고 그들에게 다가갔다.반명선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의찬 오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둘만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