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희를 딸이라고 생각한 건 성유미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고통을 참으며 살아가는 모든 이유가 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22세나 되는 딸에게 뺨을 맞았다.사실 상 모녀의 정 같은 건 이미 끊어진 상황이었다.그녀에게는 이제 딸이 아니라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편히 기대고 쉴 수 있는 사람.마침 서시언도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상처받은 두 사람, 완전하지 않은 두 사람이 같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성유미는 기뻤다.“시언아, 난 나이도 많은데 정말 괜찮겠어? 내 나이 이제 40이야.”“누나는 예뻐요.”“하지만….”“알아요. 아이를 낳을 수 없으면 입양하면 되죠! 네 명 정도 입양할 수도 있어요. 어차피 돈은 부족하지 않으니까 아이는 많을수록 좋아요. 아이 입양하면 누나는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나 퇴근하면 같이 돌볼게요. 그러면 애들이 커도 누나를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거예요.”“누나, 앞으로 누나에게도 아이가 생길 거예요. 그리고 다시는 자식에게 버림받는 고통을 느끼지 않을 거예요.”“그래! 아이 입양하자. 많이 입양해. 열 명도 케어할 수 있어! 나중에 우리가 늙어도 자식들 보는 낙으로 사는 거지. 시언아, 넌 하늘이 내게 주신 축복 같아.”성유미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서시언은 그런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성유미는 서시언의 품에 얼굴을 박고 오열했다.현장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구경꾼들마저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한참이 지난 뒤, 누군가가 작지도 크지도 않은 소리로 말했다.“참 지지리 복도 없는 여자네. 그래도 마흔 살이 돼서 복이 찾아왔으니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남았겠어.”이건 그냥 구경꾼들 중 한 명의 탄식이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시언과 성유미의 뒤에서 누군가 죽일 듯한 기세로 고함을 질렀다.“성유미! 이 뻔뻔한 년아! 딸 남자친구 빼앗으니까 좋아? 너 같은 게 무슨 낯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거야?”최가희의 목소리였다.그녀는 화가 나서 벽에 머리라도 박고 싶은 생각
최홍민은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까지 더듬었다.“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성유미 씨와 혼인신고 했냐고 물었습니다.”서시언이 다시 말했다.“두 사람이 관계를 가졌을 때 유미 누나는 미성년자였죠? 임신했을 때도 아마 만 18세가 안 됐을 거예요. 맞죠? 둘이 무슨 수로 혼인신고를 했겠어요? 그 뒤로 누나가 성인이 된 뒤에도 혼인신고는 안 했잖아요?”최홍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서시언이 이렇게 상세하게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떨떠름한 말투로 서시언에게 물었다.“어… 어떻게 알았어? 설마… 날 뒷조사했어?”서시언은 냉소를 지으며 최홍민에게서 시선을 돌려 최가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가희야, 내가 네 어머니 뒷조사를 한 건 사실 다른 뜻이 없었어. 그냥 너와 네 어머니 사이에 존재하는 오해를 풀고 싶었어.”“두 사람이 오해를 풀고 화해하기를 바라고 한 일인데 이제 그럴 필요 없어졌어.”“너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거고 네가 엄마가 되는 날 넌 꼭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눈이 멀어서 사람을 잘못 봤어!”“너한테 거액의 돈을 쓰면서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네 어머니가 다른 사람 착취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널 찾아온 거야!”“그런데 넌 어머니한테 너무 큰 실망을 줬어. 아무리 화가 나도 부모한테 매를 드는 건 아니야! 너의 그 행동으로 인해 너희 모녀 사이의 정은 끊어진 거야. 이 모든 건 네가 초래한 결과야!”말을 마친 서시언은 미련없이 뒤돌아서서 성유미에게 다가갔다.그는 팔을 성유미의 어깨에 두르며 말했다.“누나, 우리 이제 가요!”“그래!”성유미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뒤돌아섰다.하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녀는 서시언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우리… 지금 가서 혼인신고 할까?”“당연하죠!”서시언이 말했다.그 역시 일이 이런 식으로 전개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30여년을 돌고 돌아 드디어 진짜
“맞아. 누가 틀리고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몰라.”“그렇긴 하지만 최 사장님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가게를 10년이나 했는데 별로 트러블도 없었잖아.”“맞아. 그 딸도 엄청 상냥하고 착해 보였는데. 공부도 잘했잖아. 애 엄마가 잘못한 것 같아.”“엄마가 좀 이상해.”“딸이 사는 집 앞에서 남자친구를 가로채다니.”“세상엔 참 희한한 일이 너무 많아!”“엄마가 뻔뻔한 거지!”사람들은 너 한마디, 나 한마디 수군거렸다.대부분은 최홍민 부녀를 동정하는 눈치였다.최홍민은 사람들 앞에서 대성통곡했다.“가희야, 불쌍한 우리 딸. 넌 어떻게 이렇게 운이 없니? 그런 엄마도 엄마라고….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엄마가 너 버려도 너한테는 아빠가 있어.”“아빠… 앞으로 다시는 그 여자 만나지 말아요! 늙어도 돌봐주지 않을 거예요!”“돌봐주기는 무슨! 그년은 길 가다가 차에 치여 죽을 년이야!”“맞아요!”그런데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소리쳤다.“최홍민! 50살이나 먹었으면 나잇값 좀 해! 어떻게 딸 앞에서 애 엄마를 그렇게 저주하니? 너 벌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너 시골에서 여기 올라온지 10년 정도 돼서 아무도 네 과거를 모르는 줄 알지? 하지만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20년 전에 우리 옆집에 살았잖아!”그 사람은 분노한 목소리로 최홍민을 비난했다.그러더니 최가희에게 시선을 돌리고 차갑게 말했다.“너 같은 딸도 딸이라고 찾아온 네 엄마가 불쌍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낳지나 말지! 네 엄마가 너 낳으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렇게 힘들게 널 키웠는데 넌 네 엄마한테 귀뺨을 날려?”말을 마친 노인은 차갑게 뒤돌아섰다.최가희는 노인을 뒤쫓아가며 반박했다.“가지 말고 제대로 말해 봐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그 여자가 날 낳으면서 고생했다고요? 힘들게 날 키웠다고요? 낳아준 건 인정하지만 그 여자가 언제 날 키웠어요? 말씀 똑바로 하세요!”“저 영감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장 거기 안 서?”
성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최가희, 이제 너와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야! 네가 날 때리고 욕했을 때도 난 참았어. 오늘 부로 우리 모녀 사이는 이제 끝이야! 그런데 지금 나한테 이런 모욕감을 줘? 너 정말 죽고 싶니?”오싹할 정도로 분노가 담긴 목소리였다.성유미는 정말 딸을 죽여서 지옥에 가게 되더라도 이게 자신의 팔자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최가희도 그 말을 듣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약간 기죽은 목소리로 대꾸했다.“그… 그냥 물어본 건데 왜 화를 내고 그래?”성유미가 차갑게 말했다.“닥치고 끊어!”말을 마친 성유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시언은 그런 그녀를 위로했다.“앞으로 전화도 받지 마. 그냥 차단하는 게 좋겠어.”그는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성유미가 딸에게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 있다면 최가희에게 일부 재산을 덜어줄 수도 있었다.하지만 마지막까지 아내가 될 사람을 악녀로 몰아가는 최가희를 보자 많이 실망스러웠다.성유미는 고민도 없이 최가희를 차단했다.그녀의 나이 이제 고작 40세.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았다.딸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엄마로서 그녀는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했다고 생각했다.그러니 앞으로는 자신만을 위해 살아갈 것이다.이날 점심, 성유미와 서시언은 직원들 점심 시간 30분 정에 구청에 도착했다.혼인신고 서류에 사인을 한 순간 두 사람은 끓어오르는 희열을 함께 만끽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아주었다.“시언아, 이제 나에게도 남편이 생긴 거야? 나 결혼한 거 맞아?”평생 결혼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드레스도 입어보지 못한 성유미였기에 이 순간이 더 꿈만 같게 느껴졌다.서시언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유미 누나, 나에게도 아내가 생겼어. 이제 나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앞으로 무슨 결정을 할 때도 상의할 사람이 생긴 거네?”성유미가 말했다.“맞아! 앞으로 우린 생사를 함께하는 부부가 된 거야!”“가자!”서시언이 말했다
“맞아.”“그리고 사람 아껴줄 줄도 아는 것 같아.”서시언의 목소리가 계속 성유미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유미야….”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였다.두 사람은 오늘 오전까지 자신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잊고 서로의 온기를 마음껏 느꼈다.서시언은 이 순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갈증을 느꼈다.그는 손을 들어 탈의실 문을 잠궜다. 눈앞의 여자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가 항상 찾던 그런 여자였다.“유미야, 혹시 두려워?”그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성유미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시언아, 난 좀 두려워. 밖에 사람도 있는데….”“걱정하지 마. 나 믿고 나한테 맡겨.”남자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성유미는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쳐다볼 것 같아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의 모든 걸 서시언에게 주고 싶었다.어차피 자주 볼 사람들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그렇게 비좁은 VIP 탈의실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둘 다 만족스러운 결합이었다.그는 그녀를 안고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유미야, 내가… 비록 불임이지만 아직 자기한테 즐거움을 줄 수는 있어. 내 여자 만족시켜줄 수 있다고! 나… 괜찮았어?”“그래, 시언아. 넌 최고였어. 넌 진짜 남자야!”성유미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을 마치고 보니 그녀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서시언의 품에서 고개를 들려 하지 않았다.“우리… 이제 어떻게 나가?”성유미는 난장판이 된 탈의실을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시언이 웃으며 말했다.“40대가 됐으면 부끄러움은 없어야 하는 거 아닌가?”쑥스러워하는 성유미의 모습은 마치 어린 소녀 같았다.서시언은 성유미에게 옷을 입혀주고 자신의 옷매무새도 점검했다.옷을 다 입은 뒤, 성유미는 탈의실을 깔끔하게 치웠다.두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탈의실은 아까 들어왔을 때와 똑같이 정돈되어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보고 수군거리지 않았다.“대표님, 사모님, 조심히 들어가세
그 말을 들은 신세희 모녀는 동시에 얼어붙었다.“오빠….”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시언을 바라보았다.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신유리는 기쁜 얼굴로 삼촌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며 물었다.“삼촌, 사실이야?”서시언이 말했다.“당연하지! 이제 네가 좋아하는 유미 이모가 네 숙모가 되었어.”“삼촌, 설마… 나 때문에 숙모랑 결혼하기로 결심한 거야?”신유리의 입에서 숙모라는 호칭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다.사실 속으로는 몇 번이나 불러봤던 호칭이었다.서시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내가 우리 유리를 위해서 숙모랑 결혼했어! 네가 이겼어, 녀석!”옆에 있던 성유미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유리야, 네 삼촌은 네가 제일 소중하대.”신유리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신세희의 생각은 신유리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서시언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난….”그녀는 성유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유미 씨, 죄송해요. 유미 씨한테 편견을 가진 건 아니에요. 저는 유미 씨가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혼은 장난이 아니지 않나요? 두 사람 나이도 있는데… 게다가 우리 오빠는….”“알아, 세희야.”서시언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 신세희가 뭘 걱정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세희야, 오빠 지쳤어. 마음이 너무 지쳤어.”“사실 7년 전부터 지쳤던 것 같아. 그때는 매일 의찬이랑 여자 만나기에 바빴지. 참 쓰레기 같았어. 나중에 너를 만나고 네가 어떻게 진흙탕에서 발버둥치면서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지 봤거든. 그리고 네가 목숨을 내걸고 소경이를 구하던 순간도 봤어.”“그때부터 난 사실 괴로웠어. 남성에서 도망칠 때 오히려 홀가분했던 것 같아. 난 7년 동안 네 도움을 받으며 구원을 받았어. 다시 되돌아왔을 때 느꼈어. 난 정상적인 연애는 할 수 없겠구나 하고 말이야.”“가희는 나한테 너무 순결하고 고귀한 꽃 같은
“그래, 세희야.”“네, 언니! 결혼식은 언제 올려요?”신세희의 질문에 성유미는 얼굴만 붉혔다.결혼식?사실 참 기대됐다.40년이나 살면서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이제 연애할 나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결혼식을 올린 적 없고 웨딩드레스도 입어보지 못했다.하지만 이 나이에 그런 걸 따져도 되는 걸까?결혼식이 꼭 필요할까?딸이 벌써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결혼식은 생략하고 싶네요.”“그건 아니죠, 언니.”신세희가 말했다.“언니, 사실 저도… 결혼식을 못 올렸어요. 계속 올리려고 계획은 하고 있는데 사건이 계속 터져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이제 임신까지 해서 둘째를 낳아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어서 그 전에 두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요.”신세희는 서시언에게 물었다.“오빠, 결혼식은 어디서 할 거야?”“그건….”아직 결정된 건 하나도 없었다.아직 알려야 할 사람도 많았다. 부모님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했다.“결혼식은 우리가 준비해 줄게.”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린 신세희는 퇴근하고 들어오는 부소경을 보자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서시언이 갑자기 성유미와 결혼한 것에 대해 전혀 의아해하지 않았다.솔직히 속으로는 그들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나이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애를 낳았던 과거도 마찬가지였다.인성만 좋으면 그게 전부였다.둘 다 천신만고를 겪은 사람들이었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온기를 나눠주며 평생 의지하고 살겠다는데 더 문제될 게 뭐가 있을까?아주 완벽한 조합이고 분명 행복할 것이다!그래서 부소경은 두 사람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하려고 마음먹었다.비록 많은 걸 겪고 여기까지 온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에게도 결혼식은 처음이었다.결혼식은 2주 뒤의 주말에 올리기로 했다.신세희는 임신 6개월, 고윤희는 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다.출산이 임박한 두 임산부가 결혼식 현장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고 있었다.그 모습조차 새롭고 따뜻해 보였다.그리고 민정아와 엄
서시언의 앞에 선 이 여자는 단아하고 우아한 기품이 흘러 넘쳤으며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성숙하고 섹시한 매력이 느껴졌지만 40세 여자 같지는 않았고 정확히 말하면 금방 20살의 풋풋함을 벗어난 차분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이었다.우수에 찬 두 눈은 온화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을 주었다. 디자이너는 그녀가 가진 이미지에 꼭 어울리는 심플하면서도 땅에 끌리는 화려한 롱드레스를 제작했다.하얗고 긴 드레스가 신부의 우아함과 온화한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드레스는 화려한 보석을 하나도 박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순수하고 심플한 느낌을 주었다.드레스 최상단의 가슴 골 부분에만 푸른색 다이아로 포인트를 주었다.이 드레스는 신세희가 유명 디자이너 친구에게 부탁해서 밤새 고심하고 디자인했으며 친구가 직접 재단하고 제작한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드레스였다. 신세희는 임신 때문에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대신 부소경이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했다.이 일로 최근 F그룹의 크고 작은 업무는 비서실장이 대신 처리했다.신세희와 서시언은 사실 상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었다.신세희는 자신이 도망다닐 때 만약 서시언이 없었더라면 신세희 모녀는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시언은 신세희와 신유리의 생명의 은인이었고 정신적인 지주였다.부소경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서시언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있었다.서시언의 결혼식은 전부 부소경이 직접 섭외하고 진행했다.이렇게 드넓은 정원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린다는 건 일반인은 물론이고 아무리 부소경일지라도 장소 섭외가 만만치 않았다.그러니 서시언과 성유미에게는 큰 영광이었다.성유미를 본 서시언은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이 사람이 정말 내 아내이자 내 신부인가?서시언보다 나이는 여덟 살 많기에 이 정도로 예쁘고 눈부실 거라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는 단순하게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려고 성유미를 선택한 것뿐이었다.최근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이 그와 그녀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