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있던 최여진은 이 소리를 듣고 부들부들 떨면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반호영은 그녀를 윤간할 정도로 정신에 이상이 있진 않았다.하지만 남자 한 무리를 찾아 그녀를 쓸모없는 년이라고 비웃게 했다.비웃은 후 방문을 잠그고 가끔 2, 3일 동안 밥을 주지 않았다.너무 허기가 진 최여진은 울면서 반호영에게 사정했다.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시키는 건 다하겠으니 제발 먹을 것과 마실 걸 달라고 했다.그럴 때에만 반호영은 진짜 음침한 모습을 드러냈다.“이년아! 넌 도대체 얼마나 더러운 년이야? 정말 자존심이 먼지만큼도 없구나.”“내가 아무리 개 같은 놈이라고 해도 여자를 강간한 적은 없어. 사람을 찾아 널 윤간할 가능성은 더 없고!”“네가 더러운 년이라 몇 끼를 굶었다고 벌써 견디지 못하는구나! 넌 도대체 어떤 인간인 거야!”“구경민 그 병신 새끼가 널 10년 동안 짝사랑했다고?”“너처럼 불량한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녀? 함부로 몸을 굴리고 다니다가 임신하더니 내 아이라고 모함을 해? 내가 바보처럼 보여?”“넌 신세희와 비교할 자격조차 없어!”“그런데 무슨 악독한 심보로 그녀를 해치려는 거야!”“신세희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일주일 내내 먹지 않고 마시지 않아도 사정하지 않았을 거야. 알아?”“역겨운 년!”“더러운 년!”“뻔뻔한 인간!”“네가 얼마나 역겨운 인간인지 알아?”반호영은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매번 머리채가 잡힌 최여진은 바닥에서 한참 동안 끌려다녔다.아스팔트 길은 아니지만 흙길이기 때문에 돌멩이가 많았다. 최여진은 돌멩이에 살갗이 찢겨나갈 때마다 온몸이 찌릿찌릿 아팠다.반호영은 여전히 그녀에게 죽지 않을 만큼의 밥과 물만 줬다.최여진은 정말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서울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버지는 전화를 받은 후 매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아무 방법도 없다.”최여진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하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
구자현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여진아. 우린 가장 친한 친구잖아. 내가 널 도와줘야지.”잠시 후, 구자현은 핸드폰 번호를 최여진에게 전송했다.번호를 받은 최여진은 눈물을 흘렸다.사실 자신이 구자현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예전의 최여진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구경민이니 서울 여자들 중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나간다고 생각했다. 구자현이 구씨 가문 딸이기는 해도 자신이 더 우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최여진은 자신이 구자현을 노예로 부린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실제로 그녀는 기회만 생기면 구자현을 비웃고 자존심을 긁었다.그런데 아무 연고도 없는 해외로 도주하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구자현은 사실 최여진을 친구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구자현은 수요가 없을 때는 절대 최여진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뭔가 최여진에게 기대하는 게 있었기에 다른 여자가 남자친구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빨리 돌아오라고 연락했던 것이다.그리고 그 이유도 간단했다. 구자현의 아버지인 구성훈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결국 최여진은 부소경, 구경민 연합을 흔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다.아마 주변 사람들은 이미 구경민과 고윤희가 열애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구자현이 그걸 몰랐을 리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최여진에게 돌아와서 한 남자를 두고 싸우라고 지시했다.결국 최여진은 참패를 당했다.이제 그녀는 껍데기만 멀쩡할 뿐, 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그런데도 구자현은 여전히 최여진에게 고윤희와 구경민, 그리고 부소경 부부를 흔들라고 지시하고 있었다.반호영에 의해 작은 방에 감금당하면서 최여진은 구자현의 진짜 목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용당하기 정말 싫지만 현재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구자현뿐인 게 현실이었다.만약 구자현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평생 복수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그래서 최여진은 모멸감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기회가 찾아왔다.그날 반호영은
부소경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와 반호영은 고작 두 번 만났다. 첫 만남에 반호영은 그를 피해 도망가 버렸고 나중에 만났을 때는 동생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이었고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부소경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말해! 왜 말을 안해? 말을 하라고! 이 개 같은 자식아!”반호영은 미친듯이 분노를 표출했다.“네가 정말 피도 눈물도 모르는 괴물이라는 거 알아. 남성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대단한 존재지. 너 성격 안 좋은 것도 알아. 네 말 한마디면 네 부하들이 나를 짓밟으러 오겠지. 마음대로 해! 그냥 나를 죽이라고!”부소경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말해! 이 개자식아!”반호영은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형제인데 그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부소경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 들어줄 테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반호영은 미친듯이 욕설을 퍼부었다.“넌 겁쟁이야! 비겁한 자식이라고! 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 여자가 너한테 잘해주니까 좋아?”“그래! 어렸을 때부터 넌 사랑받고 자랐겠지! 그 여자가 널 위해 부씨 가문에서 온갖 수모를 다 참았다면서?”“널 위해 평생 결혼도 안하고 해외로 도망다니면서 홀로 너를 키웠다면서?”“왜 너만 행복한 거지? 왜 그 여자는 너만 사랑한 거야? 난 어쩌라고?”“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말을 마친 반호영은 술병을 가져다가 병나발을 불었다. 독한 술이 들어가자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이미 통증에 무감각해진 상태였다. 그는 혀가 꼬인 발음으로 미친듯이 울분을 퍼부었다.“내 삶이 어땠는지 알아? 모두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어! 매일 밥만 먹여주고 고용인들이 보살펴 주기는 했지만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내 엄마라는 사람은 나만 보면 울더라?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욕을 하기 시작했어!”“난 그걸 이해할 수 없었어. 난 위의 형들보다
“부소경, 난 너희가 정말 미워!”“네가 죽었으면 좋겠고! 그 여자도 정말 증오스러워! 모두가 미워 죽겠어!”“그래도 가장 미운 사람은 너야!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보는 순간 죽여버릴 테니까! 널 죽여서 그 여자 무덤으로 끌고 갈 거야! 개자식아! 어떻게 자기 엄마를 감옥에 10년이나 방치할 수 있어? 넌 패륜아야!”반호영의 욕설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그는 모두가 미웠고 생모가 미웠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생모를 많이 그리워하는 것이 말투에서 느껴졌다.그건 증오일까? 아니면 사랑일까?아마 반호영 자신도 분간할 수 없었을 것이다.“넌 엄마 사랑도 받고 아버지 사랑도 받고 모든 걸 가졌어. F그룹까지 네 손에 장악했잖아. 그런데 나는?”“난 부모님 사랑도 받지 못했고 남의 집에서 눈치 보며 자랐어.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부소경, 이 개자식아! 너 같은 걸 개자식이라고 하는 거야!”잠자코 패악을 듣고만 있던 부소경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반호영,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허튼소리 하지 마!”부소경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가성섬에 가기 전에는 나도 네 존재를 몰랐어. 어머니는 감옥에 있을 때 이미 암투병 중이셨어. 남은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난 그때 부씨 가문 다른 형제들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신세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어머니가 아무한테도 네 존재를 알리지 않은 건 아마 널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거야. 셋이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잖아.”“반호영, 그런 마음 이해하겠어?”부소경은 가슴이 아팠다.그때 그는 입지가 단단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그걸 고려해서 가성섬에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어머니는 그가 F그룹을 장악한 뒤에야 출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두 달을 더 살고 돌아가셨다.그때 어머니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무도 모른다.막내아들이 남성에서 피 터지는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가성섬에서 섬주의 아들로 살아가기를 바랐을 것이다.반씨 성을 가진 양부모는 반호영을 좋
아이는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어딘가에서 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다.처음에 유리는 안방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고 안방으로 갔다.그런데 안방에서는 엄마 혼자 자고 있었다.아이는 조심스럽게 엄마를 지나쳐 베란다로 왔고 그곳에서 집을 등지고 통화 중인 아빠를 보았다.아빠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고 다가온 것이다.신유리는 아빠의 통화상대가 궁금해서 아빠를 불렀다.부소경은 잠옷차림에 맨발로 등 뒤에 서 있는 딸을 보고 얼른 딸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아기,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들어가서 자.”“유리! 유리야?”수화기 너머로 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반호영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신유리도 그 소리를 들었다.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물었다.“호영 삼촌이야?”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반호영은 다급히 소리쳤다.“개자식아! 빨리 유리 바꿔줘! 당장 바꿔!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부소경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런 협박을 들어본 적 없었다.이 집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신세희마저 이런 식으로 그를 협박한 적은 없었다.부소경은 수화기에 대고 욕설을 퍼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그는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해 충동을 참았다.그는 수화기를 유리의 귓가에 가져가며 부드럽게 말했다.“유리야, 이분은 네 삼촌이야. 아빠 동생.”말을 마친 부소경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살면서 모든 걸 이뤘고 막대한 부를 가졌지만 지금처럼 욕을 먹고도 반박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유리가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호영 삼촌, 삼촌 맞아?”새벽 세 시. 아이가 잠들 시간이었지만 그 앳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반호영은 분노가 전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반호영은 갑자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원래 작은 방 입구에 앉아 있었는데 유리의 소리를 듣고 몸을 웅크리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한참 울던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
떠나기 전에 그가 2억을 주고 나오기는 했지만 그 돈으로 언제까지 생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삼촌, 걱정하지 마. 명선 언니가 그러는데 언니 열심히 공부하고 있대. 나중에 대학 졸업하면 돈 벌어서 삼촌 보살피겠대. 그러니까 호영 삼촌도 건강 잘 챙기고 이제 나쁜 일하지 마.”신유리는 어른처럼 반호영을 달래주었다.반호영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유리 말이면 들어야지.”“삼촌, 유리 졸려. 삼촌도 이제 자. 알겠지?”신유리의 말에 반호영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유리야. 아이는 잘 자야 키도 크고 그러는 거지. 어서 자.”“잘자, 호영 삼촌. 좋은 꿈 꿔.”아이는 산뜻한 얼굴로 반호영에게 작별인사를 했다.“그래.”신유리는 아빠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작은 소리로 아빠에게 당부했다.“호영 삼촌한테 너무 무섭게 하지 마. 호영 삼촌은 좋은 사람이야.”부소경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다가 아이가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여보세요.”반호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가 잠깐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감금되었던 최여진이 자취를 감추었다.어디로 갔을까?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반호영, 무슨 일 있어?”부소경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는 만취 상태인 반호영이 혹시라도 안 좋은 생각이라도 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호영아, 호영아!”그는 다급히 반호영을 불렀다.그러자 반호영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다 너 때문이잖아! 그년이 도망갔어! 도망갔다고!”부소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누가 도망갔다는 거야?”“그 망할 여자!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저지르고 다닌 여자가 도망갔다고!”반호영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사실 그는 최여진을 산 채로 굶겨 죽일 생각이었는데 도망가 버린 것이다.‘운 좋은 줄 알아! 이 망할 여자야!’“부소경, 내 말 명심해! 신세희랑 유리 잘 보살펴! 안 그러면 정말 죽여버릴 테니까!”말
부소경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놀랍지도 않은 내용이었다.구경민은 그런 친구를 힐끗 보고는 정색하며 물었다.“넌 알고 있었어?”“그 여자 우리 아버지랑 네 둘째 삼촌 도움받아서 반호영이 있는 곳에 보내졌잖아. 그리고 반호영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했지. 그런데 반호영은 그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화가 나서 좀 때렸다고 하더라고.”부소경은 덤덤하게 대꾸했다.“그 여자는 맞아도 싸지! 다시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다시 내 눈에 보이면 죽여 버릴 거야!”구경민이 차갑게 말했다.지금의 그는 옛정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매번 그는 최여진에게 기회를 주고 용서해 주었다.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도 잔인하게 대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최여진은 그 뒤로 너무 잔혹한 짓을 저질렀다.동부까지 가서 고윤희를 피 말려 죽일 생각을 하다니!한진수를 죽이고 겨우 마음 붙이고 잘 살아가려던 고윤희에게서 희망을 앗아갔다.이렇게 악독한 여자를 살려 둘 필요가 있을까?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일 때문에 나 찾아온 거야?”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침에 전화하고 싶었는데 잘 자고 있는 임산부 깨울까 봐 전화 안 했지. 그래서 회사로 찾아온 거야.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여자 반호영 때문에 지금쯤 꼴이 말이 아닐 거야.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미친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말했다.구경민은 뭔가 수심이 깊어 보이는 친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무슨 고민 있어?”부소경은 최여진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데 반호영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그가 친구에게 생각을 털어놓으려는데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방문자는 서시언이었다. 그는 요즘 F그룹과 손을 잡고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이곳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었다.게다가 그의 여자친구인 최가희도 여기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가끔은 매일이다시피 이
서시언은 눈치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었다. 그도 현재는 한 회사의 대표로 부임했지만 부소경과 구경민이 아주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자리를 피해준 것이다.부소경의 사무실을 나온 서시언은 바로 최가희의 사무실로 왔다.그런데 최가희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서시언을 본 다른 동료들이 장난을 걸어왔다.“우리 잘생긴 서 대표님 오셨네요.”“대표님, 선물 없어요?”“선물이 부담되면 사탕 같은 것도 괜찮아요. 가희는 우리 부서에서 일을 가장 열심히 하고 외모도 가장 예쁜 보물 같은 존재니까요. 그런 인재를 홀랑 꼬셔 버리시다니! ”서시언은 웃으며 가방에서 수입산 초콜렛을 꺼내 부서 여직원들에게 주었다.어린 여직원들은 잔뜩 흥분해서 환호를 질렀다.“와!”“보기만 해도 군침 돌아요!”“가희 씨가 부럽네요.”“젊고 잘생기시고 돈도 많으시고, 그리고 착하고 성격까지 좋으시니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세상에 있을까 싶네요.”서시언은 여직원들의 칭찬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어색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그런데 이때, 최가희가 자리로 돌아왔다.무슨 영문인지 그녀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눈도 빨갛게 부어 있었다.그녀를 본 서시언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가희야 왜 그래? 혹시… 울었어?”최가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대표님 만나러 왔어요? 일은 잘 해결했어요?”서시언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점심 시간이 다 돼가는데 가자. 가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왜 오늘 기분이 안 좋은지 얘기해 보자.”그러자 최가희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를 바라보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요. 오늘은 오빠 좋아하는 곳으로 가요.”그렇게 두 사람은 회사를 나섰다.그들은 F그룹 맞은편에 있는 한식당으로 갔다. 한정식 세트를 주문한 서시언은 메뉴가 준비되는 사이, 그녀에게 타이르듯 말했다.“살 빠진 것 좀 봐. 앞으로 다이어트 같은 거 하지 마. 이상한 시리얼 같은 것도 먹지 말고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