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문옥이 신유리와 신세희를 살갑게 대하는 건 모두 이유가 있었다.왜냐하면 진문옥은 이미 반호영에게서 최여진이 임신한 게 그의 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반호영은 씩씩거리면서 진문옥에게 말했다.“난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야! 나한테 있어 신세희보다 좋은 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이 세상에서 신유리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야!”그때 진문옥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랬다. 결국 반호영과 부소경은 쌍둥이 형제였으니 반호영이 신유리를 예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리하여 진문옥에게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지금 그녀는 인내심을 가지고 신유리에게 말하고 있다.“유리야, 네가 어떻게 삼촌을 미워할 수 있어? 삼촌이 널 딸처럼 예뻐하는데, 그거 알아?”“싫어!”신유리는 더 화를 냈다.그녀는 원래 반호영 삼촌을 매우 좋아했다.하지만 할머니의 말을 들은 신유리는 바로 반호영 삼촌과 할머니가 한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이 배신자!미워!신유리는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을 흘렸다.아침에 아이는 본가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부모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기분을 망치게 된 거다.흥!다음에는 절대 오지 않을 거야!신유리는 씩씩거리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집에서 나왔고 진문옥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날 밤 진문옥은 반호영에게 전화를 했다.“호영아, 네가 유리를 딸처럼 예뻐하지만 유리는 널 좋아하지 않아. 유리가 나에게 널 싫어한다고 말했어. 호영아, 그래도 자신만의 가정을 이뤄야 해. 큰엄마도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수화기 너머 반호영은 혼자 우울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그는 취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유리 본인이...... 당신한테 말한 거야?”진문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랬다.“유리는 네 딸이 아니라 네 형님의 딸이잖아. 유리는 앞으로 F그룹을 이어받을 계승자야, 하지만 너는 다르잖아. 호영아, 넌 F 그룹에 아무런 지분도 없고 계
방에 있던 최여진은 이 소리를 듣고 부들부들 떨면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반호영은 그녀를 윤간할 정도로 정신에 이상이 있진 않았다.하지만 남자 한 무리를 찾아 그녀를 쓸모없는 년이라고 비웃게 했다.비웃은 후 방문을 잠그고 가끔 2, 3일 동안 밥을 주지 않았다.너무 허기가 진 최여진은 울면서 반호영에게 사정했다.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시키는 건 다하겠으니 제발 먹을 것과 마실 걸 달라고 했다.그럴 때에만 반호영은 진짜 음침한 모습을 드러냈다.“이년아! 넌 도대체 얼마나 더러운 년이야? 정말 자존심이 먼지만큼도 없구나.”“내가 아무리 개 같은 놈이라고 해도 여자를 강간한 적은 없어. 사람을 찾아 널 윤간할 가능성은 더 없고!”“네가 더러운 년이라 몇 끼를 굶었다고 벌써 견디지 못하는구나! 넌 도대체 어떤 인간인 거야!”“구경민 그 병신 새끼가 널 10년 동안 짝사랑했다고?”“너처럼 불량한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녀? 함부로 몸을 굴리고 다니다가 임신하더니 내 아이라고 모함을 해? 내가 바보처럼 보여?”“넌 신세희와 비교할 자격조차 없어!”“그런데 무슨 악독한 심보로 그녀를 해치려는 거야!”“신세희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일주일 내내 먹지 않고 마시지 않아도 사정하지 않았을 거야. 알아?”“역겨운 년!”“더러운 년!”“뻔뻔한 인간!”“네가 얼마나 역겨운 인간인지 알아?”반호영은 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매번 머리채가 잡힌 최여진은 바닥에서 한참 동안 끌려다녔다.아스팔트 길은 아니지만 흙길이기 때문에 돌멩이가 많았다. 최여진은 돌멩이에 살갗이 찢겨나갈 때마다 온몸이 찌릿찌릿 아팠다.반호영은 여전히 그녀에게 죽지 않을 만큼의 밥과 물만 줬다.최여진은 정말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그녀가 서울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버지는 전화를 받은 후 매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는 아무 방법도 없다.”최여진이 몇 번이나 전화를 하자 아버지는 이렇게 말
구자현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여진아. 우린 가장 친한 친구잖아. 내가 널 도와줘야지.”잠시 후, 구자현은 핸드폰 번호를 최여진에게 전송했다.번호를 받은 최여진은 눈물을 흘렸다.사실 자신이 구자현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예전의 최여진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구경민이니 서울 여자들 중에서는 자신이 가장 잘나간다고 생각했다. 구자현이 구씨 가문 딸이기는 해도 자신이 더 우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최여진은 자신이 구자현을 노예로 부린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실제로 그녀는 기회만 생기면 구자현을 비웃고 자존심을 긁었다.그런데 아무 연고도 없는 해외로 도주하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구자현은 사실 최여진을 친구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구자현은 수요가 없을 때는 절대 최여진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뭔가 최여진에게 기대하는 게 있었기에 다른 여자가 남자친구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빨리 돌아오라고 연락했던 것이다.그리고 그 이유도 간단했다. 구자현의 아버지인 구성훈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결국 최여진은 부소경, 구경민 연합을 흔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다.아마 주변 사람들은 이미 구경민과 고윤희가 열애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구자현이 그걸 몰랐을 리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최여진에게 돌아와서 한 남자를 두고 싸우라고 지시했다.결국 최여진은 참패를 당했다.이제 그녀는 껍데기만 멀쩡할 뿐, 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그런데도 구자현은 여전히 최여진에게 고윤희와 구경민, 그리고 부소경 부부를 흔들라고 지시하고 있었다.반호영에 의해 작은 방에 감금당하면서 최여진은 구자현의 진짜 목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이용당하기 정말 싫지만 현재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구자현뿐인 게 현실이었다.만약 구자현의 부탁을 거절한다면 평생 복수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그래서 최여진은 모멸감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기회가 찾아왔다.그날 반호영은
부소경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와 반호영은 고작 두 번 만났다. 첫 만남에 반호영은 그를 피해 도망가 버렸고 나중에 만났을 때는 동생인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이었고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부소경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다.“말해! 왜 말을 안해? 말을 하라고! 이 개 같은 자식아!”반호영은 미친듯이 분노를 표출했다.“네가 정말 피도 눈물도 모르는 괴물이라는 거 알아. 남성에서는 대통령보다 더 대단한 존재지. 너 성격 안 좋은 것도 알아. 네 말 한마디면 네 부하들이 나를 짓밟으러 오겠지. 마음대로 해! 그냥 나를 죽이라고!”부소경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말해! 이 개자식아!”반호영은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형제인데 그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부소경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다 들어줄 테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반호영은 미친듯이 욕설을 퍼부었다.“넌 겁쟁이야! 비겁한 자식이라고! 네가 그렇게 잘났어? 그 여자가 너한테 잘해주니까 좋아?”“그래! 어렸을 때부터 넌 사랑받고 자랐겠지! 그 여자가 널 위해 부씨 가문에서 온갖 수모를 다 참았다면서?”“널 위해 평생 결혼도 안하고 해외로 도망다니면서 홀로 너를 키웠다면서?”“왜 너만 행복한 거지? 왜 그 여자는 너만 사랑한 거야? 난 어쩌라고?”“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말을 마친 반호영은 술병을 가져다가 병나발을 불었다. 독한 술이 들어가자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이미 통증에 무감각해진 상태였다. 그는 혀가 꼬인 발음으로 미친듯이 울분을 퍼부었다.“내 삶이 어땠는지 알아? 모두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았어! 매일 밥만 먹여주고 고용인들이 보살펴 주기는 했지만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내 엄마라는 사람은 나만 보면 울더라?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욕을 하기 시작했어!”“난 그걸 이해할 수 없었어. 난 위의 형들보다
“부소경, 난 너희가 정말 미워!”“네가 죽었으면 좋겠고! 그 여자도 정말 증오스러워! 모두가 미워 죽겠어!”“그래도 가장 미운 사람은 너야!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보는 순간 죽여버릴 테니까! 널 죽여서 그 여자 무덤으로 끌고 갈 거야! 개자식아! 어떻게 자기 엄마를 감옥에 10년이나 방치할 수 있어? 넌 패륜아야!”반호영의 욕설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다.그는 모두가 미웠고 생모가 미웠다.하지만 그러면서도 생모를 많이 그리워하는 것이 말투에서 느껴졌다.그건 증오일까? 아니면 사랑일까?아마 반호영 자신도 분간할 수 없었을 것이다.“넌 엄마 사랑도 받고 아버지 사랑도 받고 모든 걸 가졌어. F그룹까지 네 손에 장악했잖아. 그런데 나는?”“난 부모님 사랑도 받지 못했고 남의 집에서 눈치 보며 자랐어. 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부소경, 이 개자식아! 너 같은 걸 개자식이라고 하는 거야!”잠자코 패악을 듣고만 있던 부소경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반호영,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허튼소리 하지 마!”부소경은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가성섬에 가기 전에는 나도 네 존재를 몰랐어. 어머니는 감옥에 있을 때 이미 암투병 중이셨어. 남은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난 그때 부씨 가문 다른 형제들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신세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어머니가 아무한테도 네 존재를 알리지 않은 건 아마 널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거야. 셋이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잖아.”“반호영, 그런 마음 이해하겠어?”부소경은 가슴이 아팠다.그때 그는 입지가 단단하지 않았다. 어머니도 그걸 고려해서 가성섬에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어머니는 그가 F그룹을 장악한 뒤에야 출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작 두 달을 더 살고 돌아가셨다.그때 어머니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무도 모른다.막내아들이 남성에서 피 터지는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가성섬에서 섬주의 아들로 살아가기를 바랐을 것이다.반씨 성을 가진 양부모는 반호영을 좋
아이는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어딘가에서 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다.처음에 유리는 안방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고 안방으로 갔다.그런데 안방에서는 엄마 혼자 자고 있었다.아이는 조심스럽게 엄마를 지나쳐 베란다로 왔고 그곳에서 집을 등지고 통화 중인 아빠를 보았다.아빠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고 다가온 것이다.신유리는 아빠의 통화상대가 궁금해서 아빠를 불렀다.부소경은 잠옷차림에 맨발로 등 뒤에 서 있는 딸을 보고 얼른 딸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아기,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들어가서 자.”“유리! 유리야?”수화기 너머로 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반호영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신유리도 그 소리를 들었다.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물었다.“호영 삼촌이야?”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반호영은 다급히 소리쳤다.“개자식아! 빨리 유리 바꿔줘! 당장 바꿔!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부소경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런 협박을 들어본 적 없었다.이 집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신세희마저 이런 식으로 그를 협박한 적은 없었다.부소경은 수화기에 대고 욕설을 퍼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그는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해 충동을 참았다.그는 수화기를 유리의 귓가에 가져가며 부드럽게 말했다.“유리야, 이분은 네 삼촌이야. 아빠 동생.”말을 마친 부소경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살면서 모든 걸 이뤘고 막대한 부를 가졌지만 지금처럼 욕을 먹고도 반박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유리가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호영 삼촌, 삼촌 맞아?”새벽 세 시. 아이가 잠들 시간이었지만 그 앳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반호영은 분노가 전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반호영은 갑자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그는 원래 작은 방 입구에 앉아 있었는데 유리의 소리를 듣고 몸을 웅크리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한참 울던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
떠나기 전에 그가 2억을 주고 나오기는 했지만 그 돈으로 언제까지 생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삼촌, 걱정하지 마. 명선 언니가 그러는데 언니 열심히 공부하고 있대. 나중에 대학 졸업하면 돈 벌어서 삼촌 보살피겠대. 그러니까 호영 삼촌도 건강 잘 챙기고 이제 나쁜 일하지 마.”신유리는 어른처럼 반호영을 달래주었다.반호영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유리 말이면 들어야지.”“삼촌, 유리 졸려. 삼촌도 이제 자. 알겠지?”신유리의 말에 반호영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 유리야. 아이는 잘 자야 키도 크고 그러는 거지. 어서 자.”“잘자, 호영 삼촌. 좋은 꿈 꿔.”아이는 산뜻한 얼굴로 반호영에게 작별인사를 했다.“그래.”신유리는 아빠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작은 소리로 아빠에게 당부했다.“호영 삼촌한테 너무 무섭게 하지 마. 호영 삼촌은 좋은 사람이야.”부소경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보다가 아이가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여보세요.”반호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가 잠깐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감금되었던 최여진이 자취를 감추었다.어디로 갔을까?그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반호영, 무슨 일 있어?”부소경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는 만취 상태인 반호영이 혹시라도 안 좋은 생각이라도 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호영아, 호영아!”그는 다급히 반호영을 불렀다.그러자 반호영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다 너 때문이잖아! 그년이 도망갔어! 도망갔다고!”부소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누가 도망갔다는 거야?”“그 망할 여자!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저지르고 다닌 여자가 도망갔다고!”반호영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사실 그는 최여진을 산 채로 굶겨 죽일 생각이었는데 도망가 버린 것이다.‘운 좋은 줄 알아! 이 망할 여자야!’“부소경, 내 말 명심해! 신세희랑 유리 잘 보살펴! 안 그러면 정말 죽여버릴 테니까!”말
부소경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크게 놀랍지도 않은 내용이었다.구경민은 그런 친구를 힐끗 보고는 정색하며 물었다.“넌 알고 있었어?”“그 여자 우리 아버지랑 네 둘째 삼촌 도움받아서 반호영이 있는 곳에 보내졌잖아. 그리고 반호영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했지. 그런데 반호영은 그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확신했어. 그래서 화가 나서 좀 때렸다고 하더라고.”부소경은 덤덤하게 대꾸했다.“그 여자는 맞아도 싸지! 다시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다시 내 눈에 보이면 죽여 버릴 거야!”구경민이 차갑게 말했다.지금의 그는 옛정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매번 그는 최여진에게 기회를 주고 용서해 주었다. 그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도 잔인하게 대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최여진은 그 뒤로 너무 잔혹한 짓을 저질렀다.동부까지 가서 고윤희를 피 말려 죽일 생각을 하다니!한진수를 죽이고 겨우 마음 붙이고 잘 살아가려던 고윤희에게서 희망을 앗아갔다.이렇게 악독한 여자를 살려 둘 필요가 있을까?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일 때문에 나 찾아온 거야?”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침에 전화하고 싶었는데 잘 자고 있는 임산부 깨울까 봐 전화 안 했지. 그래서 회사로 찾아온 거야.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 여자 반호영 때문에 지금쯤 꼴이 말이 아닐 거야.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미친 여자가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말했다.구경민은 뭔가 수심이 깊어 보이는 친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무슨 고민 있어?”부소경은 최여진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데 반호영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그가 친구에게 생각을 털어놓으려는데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방문자는 서시언이었다. 그는 요즘 F그룹과 손을 잡고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이곳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었다.게다가 그의 여자친구인 최가희도 여기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가끔은 매일이다시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