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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4화

아이는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가 어딘가에서 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다.

처음에 유리는 안방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고 안방으로 갔다.

그런데 안방에서는 엄마 혼자 자고 있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엄마를 지나쳐 베란다로 왔고 그곳에서 집을 등지고 통화 중인 아빠를 보았다.

아빠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고 다가온 것이다.

신유리는 아빠의 통화상대가 궁금해서 아빠를 불렀다.

부소경은 잠옷차림에 맨발로 등 뒤에 서 있는 딸을 보고 얼른 딸을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아기,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들어가서 자.”

“유리! 유리야?”

수화기 너머로 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반호영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

신유리도 그 소리를 들었다.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물었다.

“호영 삼촌이야?”

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반호영은 다급히 소리쳤다.

“개자식아! 빨리 유리 바꿔줘! 당장 바꿔!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

부소경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런 협박을 들어본 적 없었다.

이 집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신세희마저 이런 식으로 그를 협박한 적은 없었다.

부소경은 수화기에 대고 욕설을 퍼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그는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해 충동을 참았다.

그는 수화기를 유리의 귓가에 가져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유리야, 이분은 네 삼촌이야. 아빠 동생.”

말을 마친 부소경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살면서 모든 걸 이뤘고 막대한 부를 가졌지만 지금처럼 욕을 먹고도 반박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유리가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호영 삼촌, 삼촌 맞아?”

새벽 세 시. 아이가 잠들 시간이었지만 그 앳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반호영은 분노가 전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반호영은 갑자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원래 작은 방 입구에 앉아 있었는데 유리의 소리를 듣고 몸을 웅크리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 울던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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