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민이 고개를 돌리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노인은 허리도 펴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손에 동전 그릇을 들고 있었다.“어르신, 어쩐 일로….”구경민은 이 노인이 한진수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나이가 훨씬 더 많았다.게다가 이 노인은 한진수 어머니보다 행색이 더 초라했다.이 노인은 누굴까?노인은 흐릿한 눈으로 구경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울에서 왔지? 권력 좀 있는 사람인가 봐?”“난 그냥 길거리 동냥하는 노친네야. 죽음도 두렵지 않을 나이라고! 도대체 이집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야?”“저렇게 착한 사람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 당신들이 권력을 믿고 억지를 부리는 거야!”노인은 온갖 비난을 퍼붓더니 다시 가버렸다.그녀는 동전그릇을 손에 들고 걸어가며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그 아줌마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주고. 며느리도 참 예쁘고 싹싹했지. 남은 반찬이 있으면 데워서 챙겨주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노인은 울먹이며 가던 길을 갔다.구경민은 이번에 동부 지구로 오면서 저번보다 더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할 수 없었다. 지난 번에 고윤희에게 접근할 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고윤희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녀가 자신을 피해 도망가지 않기만을 바랐다.그래서 노인이 멀리 가버렸지만 구경민은 노인을 쫓아가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차에서 생각에 잠겼다.식당 밖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밤이 되어 서야 다른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식당 사장 부부는 아주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배웅했다. 손님들이 다 나가고 구경민은 주광수와 함께 그쪽으로 다가갔다.“식사하러 오셨어요?”부부가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있는 거 아무거나 주세요.”구경민이 말했다.“어서 들어오세요.”이 시간에 손님이 또 있다는 건 아주
“어이구, 사장님. 안녕하세요.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사장님의 기준을 맞추겠습니다. 혹시 앞으로 좋은 위치의 가게가 나오면 저한테…”상대방이 미끼를 물자 구경민은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보름 전에 우리가 왔던 가게는 맞은편의 분식집 같은데…”그러자 주광수가 얼른 그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맞은편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그래…”한참 후, 구경민은 다시 음식점 사장님을 쳐다보고 물었다.“비빔국수 하나 주세요.”“아…”구경민은 고윤희와 한진수가 개업한 가게에서 음식을 맛보지 못했지만, 그 가게에 비빔국수가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비빔국수는 고윤희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함께 지낼 때, 고윤희는 구경민에게 자주 음식을 만들어줬다.비빔국수에 갖가지 야채를 넣고, 땅콩가루로 맛을 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상큼하고 맛이 좋았다.계란은 항상 반숙으로 만들어 줘 고윤희가 비빔국수를 만드는 날에는 구경민은 국수를 두 그릇씩 먹었다.그리고 고윤희는 구경민이 먹기 좋게 국수를 조금씩 그의 입에 떠 넣어 주기도 했다.고윤희의 손맛에 길들어진 그는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의 음식이라도 쉽게 먹지 못했다.집으로 돌아간 후, 구경민은 밥을 많이 먹게 된 것은 고윤희의 잘못이라며 음식이 소화될 때까지 고윤희를 괴롭혔다.두 사람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린 구경민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고윤희와 함께 했던 행동과 말들, 모두 추억이 되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비빔국수는 맞은편 가게의 특색 메뉴였죠. 비싸지만 맛이 좋아 단골손님이 모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소문 들어보셨어요?”주광수는 바로 흥미진진한 얼굴로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무슨 소문이에요? 저희도 재미나는 이야기 좀 들어나 봅시다.”그러자 음식점 사장님은 바로 신명 나게 떠들어댔다.“가게를 운영하던 여자가 옛날에 몸을 팔았던 여자였나 봐요. 정부인이 이곳 영지의 지주 첩을 찾아와 맞은편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구경민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구?”“대표님, 제 목소리도 벌써 잊으신 거예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저를 칭찬하셨다고 했어요.”신민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사모님?”“네,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가 좋으시다고 사모님께서 저한테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대표님이 첫사랑과 결혼하려고 사모님을 십 년이 넘게 기다렸다고 했어요.”“대표님은 사모님 외에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과심이 없으시잖아요.”“얼마 전, 제가 대표님을 오해했어요. 저는 대표님이 고윤희를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저도 이제야 대표님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고윤희 그 몹쓸 년이 대표님한테 추파를 던졌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지금 이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구경민은 당장이라도 고윤희의 행방을 묻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신민지를 몰아붙이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아직 고윤희의 생사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민지가 고윤희를 잡고 있다면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윤희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신민지, 지금 어디야?”신민지는 바로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네? 대표님, 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신다는 말이에요? 지금 저랑 농담하시는 거죠…”그는 얼마 전, 최여진을 폭행했을 때, 신민지가 있는 주소를 물어보지 않은 사실을 자책했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신민지가 고윤희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그러자 구경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너를 만나고 싶어.”“대, 대표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모르겠어?”구경민은 귀찮은 듯한 말투로 반문했다.전화기 너머 신민지는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구경민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는 그녀다.최여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된 그녀는 그녀의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목숨이 없어지는 것을 목격했다.신민지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저는 단 한순간도 주제넘는 생각을
“내가 너한테 갈게.”신민지는 현재 60살이 넘는 남자의 첩으로 지내고 있다. 구경민이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을 남자한테 들킬까 두려운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바로 거절했다.“왜? 내가 못 가는 곳이야? 아니면 다른 남자라도 숨겨놓았어?”“남자를 숨겨 놓았어도 괜찮아.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죽이면 되니까.”“아니에요. 그런 일 없어요. 지금 바로 주소를 알려드릴게요.”그의 말에 신민지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구경민과 비교하면 지금 그의 남편은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이번 기회에 구경민의 마음에 들면, 앞으로 그녀의 생활에 꽃 길만 열리게 된다.구경민의 정부인이 아닌, 첩이라도 상관없다.구경민의 마음을 잡는 건 개인의 능력이다. 신민지는 오늘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구경민은 차가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하! 하늘이 그녀에게 준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구경민의 몸과 마음을 잡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신민지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대표님, 제가 지금 있는 구역은 바로 해변 도시인 백해 시입니다.”백해 시.구경민은 익숙한 도시의 이름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그곳으로 직접 파견을 간 적 있기 때문이다.위치를 알고 난 후, 구경민의 마음은 더욱 세게 요동쳤다.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여자…”그는 아직 고윤희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만약 고윤희가 죽었다면 그는 바로 신민지를 고문할 것이다.그는 신민지의 입에서 고윤희의 생사를 들을 용기마저 없어 휴대폰을 주광수에게 건넸다.휴대폰을 건네받은 주광수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신민지의 목소리를 들었다.“누구 말씀이세요? 고윤희요?”주광수는 최대한 구경민의 목소리를 따라 했다.“응.”신민지는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고윤희에 대해 늘어놓았다.“그 미친년이 아주 자기 주제도 모르고, 대표님의 파트너인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와 함께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이건 대표님을 배신한
고윤희가 아직 살아있다는 말에 구경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도 번졌다.고윤희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살아 있는지, 다른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고윤희가 잘 살아있는거면 충분했다.그녀가 받은 상처는 구경민이 앞으로 천천히 위로해 주면 된다.아이를 유산했거나 앞으로 임신을 하지 못하여도 상관없다. 신세희와 부소경의 아이들을 자신들의 아이라 생각하고 지켜보면 된다.심지어 고윤희가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도 고윤희를 휠체어에 앉혀 결혼식을 올려도 상관없었다.그저 고윤희가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구경민은 주광수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고윤희를 살려둬서 내 앞으로 데려와.” “대표님, 그러니까 대표님의 손으로 직접 그 여자를 죽이겠다는 말이에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지금 당장 운전을 해서 고윤희가 있는 곳으로 가도 꼬박 하루가 걸린다.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운전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에 구경민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윤희가 지금 다른 사람의 손에 납치되어 있다.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고윤희가 위험하게 된다.구경민은 조금 화난 것 같은 말투로 반문했다.“아직도 모르겠어?”“대표님, 민지는 대표님의 말이 너무 어려워요…”구경민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멍청한 년! 앞으로 내 생각은 네가 알 필요 없어! 너는 그냥 내 욕구만 해결해 주면 돼. 그리고 고윤희는 잘 모셔 놔.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할 테니까.”신민지는 휴대폰을 손에 꽉 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대표님 알겠어요. 사모님도 저한테 미리 언질 했어요. 저 여자가 대표님을 배신했다고. 꼭 목숨이 붙어있게 만들게요.”구경민은 간신히 화를 참고 말했다.“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네, 대표님. 민지 깨끗하게 씻고 기다릴게요. 대표님한테 진정한 여자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신민지는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
구경민이 그녀를 연예계에 발도 못 붙이게 했을 때, 다른 동료의 시기와 질투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백해 시에서 두 번째로 세력이 강한 주대규의 첩이 되었다.65세인 주대규는 신민지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고 이곳에서 도망치려고 노력했다.그녀는 고윤희를 백해 시 지하세력의 일인자인 하유권에게 선물해 주려고 했다.하유권은 어렸을 때 가난한 가문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한 사람이다.하유권이 40살이 되던 해, 큰돈을 벌어들인 그에게 드디어 결혼을 할 자격이 주어졌다.40년이 되도록 하유권은 아직 여자의 손도 제대로 잡아 보지 못한 숙맥이었다.그가 40살에 얻은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남자가 대도시로 상경하고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 여자친구를 차버렸다.하유권의 아내는 임신 8개월 때 가족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유산을 했었다.24살인 여자가 40살의 하유권과 결혼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임신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유권은 아내가 유산 경험이 있어 임신이 되지 않는다며 손찌검도 마다하지 않았다.하유권의 재산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는 밖에 있는 여자들과 눈이 맞아 집에 있는 아내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도망을 쳤다. 전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아 전 남자친구가 사는 지역으로 도망가 그의 정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유권과 아무리 잠자리를 가져도 생기지 않았던 아이가 또 생기고 말았다.그는 바로 어린 아내를 잡아 와 만삭인 몸으로 매일 그의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매일 다른 방법으로 아내를 괴롭힌 그의 손길에 태아는 결국 그녀의 몸속에서 죽게 되었고, 어린 아내도 정신이 미쳐 죽고 말았다.하유권은 그 후, 임신한 여자들만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다.더 정확하게는 임신한 여자를 괴롭히는 취미.20년 동안 그가 괴롭힌 임산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기억하지 못한다.하유권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며 임산부들을 찾기
고윤희를 가두어 놓은 방의 문을 열자 주대규가 고윤희의 얼굴을 만지며 희롱했다.반바지만 입은 그는 고윤희를 보며 침을 삼켰다.“하, 임산부가 이렇게 맛있게 생겨도 돼?”“하얀 피부에서 꿀이 떨어지겠어. 예쁘게 생긴 것도 모자라 임신한 여자 몸매가 죽여주네. 구첩이 보다 쓸만하겠어. 아이만 낳으면 바로 구첩의 자리에 너를 앉힐게. 아주 내 마음에 쏙 드는 여자야.”주대규가 말하는 구첩은 신민지를 가리킨다. 구첩은 그의 수많은 첩들 중 신민지가 아홉 번째 첩이라는 말이다.임신한 몸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고윤희가 이 방에 갇힌지 3일째 되는 날이다.처음 이곳에 납치되었을 때, 고윤희는 죽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하지만 신민지가 그녀에게 밥을 가져다주며 짧은 영상을 찍었다.“너의 어머니도 지금 밥을 먹고 있어. 만약 네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너의 어머니부터 죽여버릴 거야.”“너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먹지 않아도 돼.”신민지가 한진수의 어머니 말만 하면 고윤희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말 잘 들을게.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 잘 챙겨줘. 제발…”고윤희는 바로 무릎을 꿇고 신민지를 향해 애원했다.“그래, 그러니까 열심히 먹어.”신민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 고윤희를 내려다보았다.“우리… 남편 시체는 어떻게 됐어?”“남편?”“아~ 그 약쟁이?”“그 사람 약쟁이 아니야!”고윤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이 내 남편을 죽였잖아! 처음부터 우리 가족을 살려 둘 생각은 없었던 거 맞지?”신민지는 최여진이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임신했어도 머리는 똑똑하네?”고윤희는 절망스러움에 머리를 숙였다.“구경민이야?”“그럼!”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신민지가 고윤희를 내려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창녀, 너는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너는 그저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도구일 뿐이야.”“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했어? 구경민 대표가 사모님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아?
고윤희는 절망스러운 눈빛으로 신민지를 쳐다보았고 신민지는 여전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고윤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차라리 우리 어머니와 함께 죽여줘.”“안돼!”신민지는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너를 살려두라는 것도 구경민 대표의 지시야.”그러자 고윤희는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너희들이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직접 죽으면 되겠네. 단식도 하고 나한테 손을 대면 바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 거야. 내 두 손을 묶어 놓으면 밧줄로 내 혈관을 끊겠어. 절대 절대 이대로는 살지 않겠어!”“하하하!”“고윤희, 너 아직도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는 거 잊었어?”“내가 너희 어머니를 왜 납치한 것 같아? 내가 직접 모시려고?”“당연히 네가 따라올 거라는 걸 알고 납치했지.”고윤희는 바로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어머니… 어디 계셔?”신민지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앞으로 매일 네가 밥 먹는 영상을 촬영할 거야. 네가 밥을 잘 먹으면 너희 어머니도 살 수 있고, 네가 반항하면 너희 어머니는 바로 죽을 테니까.”“하지만 너희 어머니가 죽기 전에 제대로 즐겨봐야 하지 않겠어?”“안… 안돼! 제발 우리 어머니한테 아무 짓도 하지 마.”고윤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그녀는 이제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망가졌다. 아무 사람한테 무릎을 꿇을 수 있고, 어머니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이 세상에 어머니는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기 때문이다.고윤희는 3개월 전에 최여진의 손에 죽었어야 한다. 만약 그때 죽었다면 한진수와 그의 어머니도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하지만, 한지수와 그의 어머니는 그녀를 구한 대가로 죽음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만약 한진수의 어머니까지 죽게 만들면, 고윤희는 하늘나라에 간 한진수를 볼 자격마저 없게 된다.“우리 어머니만 잘 보살펴줘. 그러면 너희들이 시키는 대로 할게.”신민지는 이제 완전히 고윤희를 손안에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