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거 다 놀고 갑자기 제가 생각나서 찾아온 여자예요. 10년이 지난 뒤에 찾아와서 안주인 행세를 하는 여자라고요! 그런 여자를 계속 기다려야 했나요?”“만약 그 여자가 이번에 돌아오지 않고 20년 뒤에나 찾아왔으면요? 평생 결혼도 안 하고 그 여자만 기다렸어야 하나요?”조용히 말을 듣고 있던 부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최씨 가문이랑 우리 가문은 예전부터 친한 사이잖아! 가정부 하나 때문에 여진이를 버린다면….”“친한 사이요?”구경민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친해서 그 여자가 저를 10년이나 방치했데요?”“친한 사이라서 제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도록 괴롭혀도 되나요?”“뭐라고 했어?”“아버지는 고윤희를 고작 가정부라고 생각하시지만 윤희도 이제 우리 가문 사람이 되기 싫대요. 동부 지구에서 이미 다른 남자랑 살고 있다고요.”“그 여자가 감히 너를 두고?”구경민의 부친은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구경민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냥 평범하게 평온한 삶을 살고 싶대요! 평온한 삶이요! 그런데 그렇게 소박한 소원이 아버지 친구 딸 때문에 부서졌어요!”“아버지가 그토록 두둔하는 최여진은 그런 여자라고요! 윤희는 이제 저한테 돌아오지 않으려고 해요. 저에게 매달리지도 않아요. 그런데 최여진은 고윤희를 죽이려고 한다고요!”부친은 너무 기가 막혀서 입도 다물지 못했다.“몸은… 좀 어떠세요?”구경민은 화제를 돌렸다.그는 조바심이 났다.아버지의 병 때문에 바로 떠날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때마침 의사가 검사 결과를 들고 병실을 찾았다.“상태가 어떤가요?”구경민이 물었다.의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르신 상황은 계속 안정적이었어요. 요즘 화를 내는 일이 많아서 심장판막에 염증이 좀 생겼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앞으로 잘 쉬고 식단에 신경 쓰면 괜찮아질 거예요.”구경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괜찮은 거네요.”의사가 나간 뒤, 그는 정색하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구경민이 고개를 돌리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노인은 허리도 펴지 못하는 상태였는데 손에 동전 그릇을 들고 있었다.“어르신, 어쩐 일로….”구경민은 이 노인이 한진수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나이가 훨씬 더 많았다.게다가 이 노인은 한진수 어머니보다 행색이 더 초라했다.이 노인은 누굴까?노인은 흐릿한 눈으로 구경민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울에서 왔지? 권력 좀 있는 사람인가 봐?”“난 그냥 길거리 동냥하는 노친네야. 죽음도 두렵지 않을 나이라고! 도대체 이집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히는 거야?”“저렇게 착한 사람들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아. 당신들이 권력을 믿고 억지를 부리는 거야!”노인은 온갖 비난을 퍼붓더니 다시 가버렸다.그녀는 동전그릇을 손에 들고 걸어가며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그 아줌마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주고. 며느리도 참 예쁘고 싹싹했지. 남은 반찬이 있으면 데워서 챙겨주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노인은 울먹이며 가던 길을 갔다.구경민은 이번에 동부 지구로 오면서 저번보다 더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할 수 없었다. 지난 번에 고윤희에게 접근할 때보다 더 조심스러웠다.고윤희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녀가 자신을 피해 도망가지 않기만을 바랐다.그래서 노인이 멀리 가버렸지만 구경민은 노인을 쫓아가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차에서 생각에 잠겼다.식당 밖에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밤이 되어 서야 다른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식당 사장 부부는 아주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배웅했다. 손님들이 다 나가고 구경민은 주광수와 함께 그쪽으로 다가갔다.“식사하러 오셨어요?”부부가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있는 거 아무거나 주세요.”구경민이 말했다.“어서 들어오세요.”이 시간에 손님이 또 있다는 건 아주
“어이구, 사장님. 안녕하세요.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저희가 어떻게든 사장님의 기준을 맞추겠습니다. 혹시 앞으로 좋은 위치의 가게가 나오면 저한테…”상대방이 미끼를 물자 구경민은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보름 전에 우리가 왔던 가게는 맞은편의 분식집 같은데…”그러자 주광수가 얼른 그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맞은편 가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그래…”한참 후, 구경민은 다시 음식점 사장님을 쳐다보고 물었다.“비빔국수 하나 주세요.”“아…”구경민은 고윤희와 한진수가 개업한 가게에서 음식을 맛보지 못했지만, 그 가게에 비빔국수가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비빔국수는 고윤희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함께 지낼 때, 고윤희는 구경민에게 자주 음식을 만들어줬다.비빔국수에 갖가지 야채를 넣고, 땅콩가루로 맛을 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상큼하고 맛이 좋았다.계란은 항상 반숙으로 만들어 줘 고윤희가 비빔국수를 만드는 날에는 구경민은 국수를 두 그릇씩 먹었다.그리고 고윤희는 구경민이 먹기 좋게 국수를 조금씩 그의 입에 떠 넣어 주기도 했다.고윤희의 손맛에 길들어진 그는 아무리 비싼 레스토랑의 음식이라도 쉽게 먹지 못했다.집으로 돌아간 후, 구경민은 밥을 많이 먹게 된 것은 고윤희의 잘못이라며 음식이 소화될 때까지 고윤희를 괴롭혔다.두 사람의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린 구경민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고윤희와 함께 했던 행동과 말들, 모두 추억이 되어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비빔국수는 맞은편 가게의 특색 메뉴였죠. 비싸지만 맛이 좋아 단골손님이 모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소문 들어보셨어요?”주광수는 바로 흥미진진한 얼굴로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무슨 소문이에요? 저희도 재미나는 이야기 좀 들어나 봅시다.”그러자 음식점 사장님은 바로 신명 나게 떠들어댔다.“가게를 운영하던 여자가 옛날에 몸을 팔았던 여자였나 봐요. 정부인이 이곳 영지의 지주 첩을 찾아와 맞은편
낯선 여자의 목소리에 구경민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구?”“대표님, 제 목소리도 벌써 잊으신 거예요?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저를 칭찬하셨다고 했어요.”신민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사모님?”“네, 대표님과 사모님 사이가 좋으시다고 사모님께서 저한테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대표님이 첫사랑과 결혼하려고 사모님을 십 년이 넘게 기다렸다고 했어요.”“대표님은 사모님 외에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과심이 없으시잖아요.”“얼마 전, 제가 대표님을 오해했어요. 저는 대표님이 고윤희를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저도 이제야 대표님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고윤희 그 몹쓸 년이 대표님한테 추파를 던졌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지금 이 상황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구경민은 당장이라도 고윤희의 행방을 묻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신민지를 몰아붙이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아직 고윤희의 생사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민지가 고윤희를 잡고 있다면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고윤희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신민지, 지금 어디야?”신민지는 바로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네? 대표님, 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신다는 말이에요? 지금 저랑 농담하시는 거죠…”그는 얼마 전, 최여진을 폭행했을 때, 신민지가 있는 주소를 물어보지 않은 사실을 자책했다.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신민지가 고윤희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그러자 구경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너를 만나고 싶어.”“대, 대표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모르겠어?”구경민은 귀찮은 듯한 말투로 반문했다.전화기 너머 신민지는 자리에 얼어붙었다.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구경민의 말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는 그녀다.최여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게 된 그녀는 그녀의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목숨이 없어지는 것을 목격했다.신민지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대표님, 저는 단 한순간도 주제넘는 생각을
“내가 너한테 갈게.”신민지는 현재 60살이 넘는 남자의 첩으로 지내고 있다. 구경민이 그녀를 찾으러 온 것을 남자한테 들킬까 두려운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바로 거절했다.“왜? 내가 못 가는 곳이야? 아니면 다른 남자라도 숨겨놓았어?”“남자를 숨겨 놓았어도 괜찮아.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죽이면 되니까.”“아니에요. 그런 일 없어요. 지금 바로 주소를 알려드릴게요.”그의 말에 신민지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구경민과 비교하면 지금 그의 남편은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이번 기회에 구경민의 마음에 들면, 앞으로 그녀의 생활에 꽃 길만 열리게 된다.구경민의 정부인이 아닌, 첩이라도 상관없다.구경민의 마음을 잡는 건 개인의 능력이다. 신민지는 오늘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구경민은 차가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하! 하늘이 그녀에게 준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구경민의 몸과 마음을 잡아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신민지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대표님, 제가 지금 있는 구역은 바로 해변 도시인 백해 시입니다.”백해 시.구경민은 익숙한 도시의 이름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그곳으로 직접 파견을 간 적 있기 때문이다.위치를 알고 난 후, 구경민의 마음은 더욱 세게 요동쳤다.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여자…”그는 아직 고윤희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만약 고윤희가 죽었다면 그는 바로 신민지를 고문할 것이다.그는 신민지의 입에서 고윤희의 생사를 들을 용기마저 없어 휴대폰을 주광수에게 건넸다.휴대폰을 건네받은 주광수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신민지의 목소리를 들었다.“누구 말씀이세요? 고윤희요?”주광수는 최대한 구경민의 목소리를 따라 했다.“응.”신민지는 입에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고윤희에 대해 늘어놓았다.“그 미친년이 아주 자기 주제도 모르고, 대표님의 파트너인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와 함께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이건 대표님을 배신한
고윤희가 아직 살아있다는 말에 구경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도 번졌다.고윤희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살아 있는지, 다른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는지 물어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고윤희가 잘 살아있는거면 충분했다.그녀가 받은 상처는 구경민이 앞으로 천천히 위로해 주면 된다.아이를 유산했거나 앞으로 임신을 하지 못하여도 상관없다. 신세희와 부소경의 아이들을 자신들의 아이라 생각하고 지켜보면 된다.심지어 고윤희가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도 고윤희를 휠체어에 앉혀 결혼식을 올려도 상관없었다.그저 고윤희가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구경민은 주광수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고윤희를 살려둬서 내 앞으로 데려와.” “대표님, 그러니까 대표님의 손으로 직접 그 여자를 죽이겠다는 말이에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지금 당장 운전을 해서 고윤희가 있는 곳으로 가도 꼬박 하루가 걸린다.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운전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생각에 구경민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윤희가 지금 다른 사람의 손에 납치되어 있다.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고윤희가 위험하게 된다.구경민은 조금 화난 것 같은 말투로 반문했다.“아직도 모르겠어?”“대표님, 민지는 대표님의 말이 너무 어려워요…”구경민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멍청한 년! 앞으로 내 생각은 네가 알 필요 없어! 너는 그냥 내 욕구만 해결해 주면 돼. 그리고 고윤희는 잘 모셔 놔. 내가 직접 가서 해결할 테니까.”신민지는 휴대폰을 손에 꽉 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네. 대표님 알겠어요. 사모님도 저한테 미리 언질 했어요. 저 여자가 대표님을 배신했다고. 꼭 목숨이 붙어있게 만들게요.”구경민은 간신히 화를 참고 말했다.“내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네, 대표님. 민지 깨끗하게 씻고 기다릴게요. 대표님한테 진정한 여자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신민지는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
구경민이 그녀를 연예계에 발도 못 붙이게 했을 때, 다른 동료의 시기와 질투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백해 시에서 두 번째로 세력이 강한 주대규의 첩이 되었다.65세인 주대규는 신민지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기회를 엿보고 이곳에서 도망치려고 노력했다.그녀는 고윤희를 백해 시 지하세력의 일인자인 하유권에게 선물해 주려고 했다.하유권은 어렸을 때 가난한 가문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한 사람이다.하유권이 40살이 되던 해, 큰돈을 벌어들인 그에게 드디어 결혼을 할 자격이 주어졌다.40년이 되도록 하유권은 아직 여자의 손도 제대로 잡아 보지 못한 숙맥이었다.그가 40살에 얻은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남자가 대도시로 상경하고 다른 여자친구를 만나 여자친구를 차버렸다.하유권의 아내는 임신 8개월 때 가족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유산을 했었다.24살인 여자가 40살의 하유권과 결혼을 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임신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유권은 아내가 유산 경험이 있어 임신이 되지 않는다며 손찌검도 마다하지 않았다.하유권의 재산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는 밖에 있는 여자들과 눈이 맞아 집에 있는 아내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도망을 쳤다. 전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아 전 남자친구가 사는 지역으로 도망가 그의 정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유권과 아무리 잠자리를 가져도 생기지 않았던 아이가 또 생기고 말았다.그는 바로 어린 아내를 잡아 와 만삭인 몸으로 매일 그의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매일 다른 방법으로 아내를 괴롭힌 그의 손길에 태아는 결국 그녀의 몸속에서 죽게 되었고, 어린 아내도 정신이 미쳐 죽고 말았다.하유권은 그 후, 임신한 여자들만 좋아하는 취향을 가졌다.더 정확하게는 임신한 여자를 괴롭히는 취미.20년 동안 그가 괴롭힌 임산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기억하지 못한다.하유권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며 임산부들을 찾기
고윤희를 가두어 놓은 방의 문을 열자 주대규가 고윤희의 얼굴을 만지며 희롱했다.반바지만 입은 그는 고윤희를 보며 침을 삼켰다.“하, 임산부가 이렇게 맛있게 생겨도 돼?”“하얀 피부에서 꿀이 떨어지겠어. 예쁘게 생긴 것도 모자라 임신한 여자 몸매가 죽여주네. 구첩이 보다 쓸만하겠어. 아이만 낳으면 바로 구첩의 자리에 너를 앉힐게. 아주 내 마음에 쏙 드는 여자야.”주대규가 말하는 구첩은 신민지를 가리킨다. 구첩은 그의 수많은 첩들 중 신민지가 아홉 번째 첩이라는 말이다.임신한 몸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고윤희가 이 방에 갇힌지 3일째 되는 날이다.처음 이곳에 납치되었을 때, 고윤희는 죽고싶은 마음이 간절했다.하지만 신민지가 그녀에게 밥을 가져다주며 짧은 영상을 찍었다.“너의 어머니도 지금 밥을 먹고 있어. 만약 네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너의 어머니부터 죽여버릴 거야.”“너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먹지 않아도 돼.”신민지가 한진수의 어머니 말만 하면 고윤희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말 잘 들을게.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 잘 챙겨줘. 제발…”고윤희는 바로 무릎을 꿇고 신민지를 향해 애원했다.“그래, 그러니까 열심히 먹어.”신민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 고윤희를 내려다보았다.“우리… 남편 시체는 어떻게 됐어?”“남편?”“아~ 그 약쟁이?”“그 사람 약쟁이 아니야!”고윤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이 내 남편을 죽였잖아! 처음부터 우리 가족을 살려 둘 생각은 없었던 거 맞지?”신민지는 최여진이 했던 행동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임신했어도 머리는 똑똑하네?”고윤희는 절망스러움에 머리를 숙였다.“구경민이야?”“그럼!”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신민지가 고윤희를 내려다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창녀, 너는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너는 그저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도구일 뿐이야.”“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했어? 구경민 대표가 사모님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