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절대 미뤄서는 안 된다.미루면 미룰수록 고통만 커지는 법.매도 한 번에 맞는게 나았다.스스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당장 해결해야했다.그녀는 그제야 반호영이 생각났다.그동안, 반호영이 한 짓을 신세희와 부소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오늘, 그 현장을 직접 보니 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반호영은 진심으로 모든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다.그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슬프기도 하면서 분노하는 감정.오늘, 반호영이 제때에 나타나 다행이다. 아니면 신세희는 오늘 그 남자에게 어떤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그러면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어쩌면 반호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그러나 반호영은 어디로 떠났을까?떠나기 전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말을 하더니... 설마 자살?신세희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아픔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자신의 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차는 느리지만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신세희는 머리가 복잡해질수록 마음을 더 많이 가라앉혔다.뒷자리에 아이도 있으니 절대 난폭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유치원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이 걸렸다.집에 도착하려고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이번에도 부소경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아야 했다. 부소경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자신의 무능함을 나무라며 전화를 꺼냈다.'신세희, 대체 이런 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발신자를 확인한 신세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조의찬에게서 전화가 왔다.오늘 진짜 무슨날이야?조의찬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을 부성웅이 알데 되면 또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오늘 밤이 지나면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신세희는 블루투스로 전화를 연결했다."네. 몸은 좀 괜찮으세요?"전화를 받은 조의찬은 웃으며 말했다."세희 씨,
신세희의 반문에 조의찬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세희 씨... 아니에요? 소경 형도 아닐 거 같은데… 형이 보낸거라면 엄비서님이나 저를 통해서 전하라 했을텐데 말이죠."신세희는 장담할 수 있었다. 2억은 절대 부소경이 송금한 것이 아니다.한 시간 전, 반호영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조카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그러나 반호영의 조카는 신유리 한 명뿐이다.그래...신세희는 그제야 눈치챘다.반호영... 반...반명선... 반...반명선은 반호춘의 딸... 그러니까 반호영의 조카?신세희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소경 씨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 누군지 알 것 같아요."조의찬은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혹시... 반호영 씨?""반호영이 남성에서 삼촌과 숙모를 괴롭히고 떠날 땐 세희 씨를 괴롭히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건 들었어요.""의찬 씨,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조의찬은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세희 씨! 반호영이 대체 남성에 왜 왔을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알아요. 반호영은 당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죠. 그쵸?""의찬 씨랑 상관없는 일이에요!""그래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죠. 그치만 세희 씨랑은 상관있잖아요. 반호영이 당신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면 저한테 말해요. 그 자식 당장이라도 죽이러 갈테니까요.""반호영이 무섭다고요? 내가 더 무서워요! 전 이미 한번 죽은 목숨이에요!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내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일거예요!"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세상에 가질 수 없는 사랑이야말로 영원한 사랑인 것 같았다.만약, 조의찬이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그녀가 조의찬을 구해서 둘이 함께했더라면 지금의 조의찬도 그녀를 계속 사랑했을까?아니다.그녀가 조의찬을 구하고 그의 사랑을 받아줬다면, 7년이 지난 지금 감정은 사라졌을 것이다.두 사람이 헤어져도 조의찬은 여전히 잘 나갔을 것이고 그녀는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왔을 테다.이것이 바로 평등할 수 없는 감정이다.저 사람들은 부자이고 나는 가난뱅
그녀의 말에 조의찬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세희 씨.. 당신 왜 그래요?""아니에요. 끊을게요."전화가 끊긴 후, 조의찬은 신세희의 말을 한참이나 생각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부소경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가 너무 무서웠다. 조천 그룹은 F 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부소경은 최근 들어 많이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조의찬은 그런 부소경도 무서웠다. 부소경이 어떤 행동을 해도 조의찬은 그의 행동이 친밀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그러기 때문에 함부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조의찬은 한참을 고민하고 직접을 운전해 번화가로 향했다.반명선은 신세희와 부소경과 함께 남성에 온 이후,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그러나, 가성 섬에서 공부를 조금도 하지 않은 반명선은 성적이 바닥을 쳤다. 모두가 그녀를 포기했으나 반명선은 열심히 공부에 힘썼다.공부뿐만 아니라, 17살의 여자아이는 꽤 독립적이었다.조의천은 그녀에게 매달 용돈을 보냈지만 반명선은 그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17살의 소녀는 매일 같이 번화가에서 물건을 팔았다.여러 가지 작은 물품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진열한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었다.학원이 끝나면 반명선은 머리를 질끈 묶고, 물품들을 정리하고 연습지 문제를 풀며 알바를 했다.그 맞은편 거리에서 반호영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런 소녀를 관찰했다.17살의 소녀는 사람들 무리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심지어 그렇게 예쁘장한 얼굴도 아니었다.17살에 다른 아이들은 늘씬한 몸매에 하얀 피부를 가졌지만 반명선은 작은 키에 뚱뚱한 몸매, 그리고 넓적 코를 가졌다.못생긴 얼굴이지만 소녀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바닥에 주저앉아 공부를 하는 소녀의 모습은 참으로 예뻤다.손님이 다가오면 소녀는 책을 곁에 놓고 열심히 제품 소개를 했다.반호영은 중얼중얼 거렸다."그래, 날 닮아서 사업 쪽으로 머리는 타고났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재주가 있는 걸 알았으면 조금 가르쳐 줄걸 그
반호영은 반명선의 부름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조의찬의 가슴을 짓밟으며 말했다."명선이한테서 멀리 떨어져! 아니면 내가 널 여기서 죽일 거니까!"그리고 조의찬의 다친 부위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반호영은 사람을 때리는 행동에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그녀의 발길질에 조의찬은 당장이라도 상처가 다시 터질 것 같았다"삼촌!"반명선은 조의찬을 보호하며 소리를 질렀다.그의 발이 공중에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반명선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삼촌, 요즘 사람들이 가성 섬에서 반호영이 남성에 왔다고 수군거리는 걸 안믿었는데 진짜 삼촌이에요?""비켜! 네가 왜 이 남자 편을 들고있어!"반호영은 당장이라도 반명선을 치우고 조의찬을 죽이고 싶었다."너 진짜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반명선을 울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삼촌! 의찬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동안 저한테 몹쓸 짓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방금도 저한테 감기 걸리지 않았냐며 걱정해 줬어요. 제가 남성에서 지내는 동안, 모두 의찬 씨가 저를 도와줬어요. 매달 저한테 용돈도 주고 있고요. 그러니까 삼촌..."그는 땅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내 조카 말이 사실이야?"조의찬은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는 반호영과 똑같은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반호영! 내가 명선이를 껴안은 건 너를 유인하기 위함이야!"두 사람은 한참 동안 눈 싸움을 했다.반호영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조의찬은 주먹을 그의 얼굴에 내리꽂았다.그러나 반호영은 가볍게 조의찬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조의찬의 팔을 잡고 다시 땅에 내던졌다."감히 나한테 도전장을 내밀어? 죽고 싶어? 난 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라고.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반호영이 아니야!"반호영은 바로 조의찬의 얼굴에 주먹을 다시 날렸다. 조의찬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삼촌! 그만해! 제발 그만! 때리지 마요!"반명선은 그의 뒤에서 옷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명선이 너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생각나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다.반호영도 조의찬의 무자비한 공격에 잠깐 당황했는지 가만히 맞고 있었다.뒤에 있던 반명선이 울며 소리쳤다.“조의찬 씨, 우리 삼촌 때리지 마세요!”“삼촌, 삼촌 제발요. 의찬 씨는 정말 저한테 잘해요. 저한테 미안할 짓을 한 적도 없어요. 그러니까 삼촌 이제 그만해요.”하지만 서로 뒤엉켜 있는 남자들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젠장! 쥐새끼 같은 놈! 당장 이거 안 놔? 죽여 버릴 거야!”“반호영 네가 남자야? 갈 곳이 없어지니까 남성에 와서 세희 씨를 귀찮게 해? 네가 세희 씨를 사랑한다고? 그게 사랑이야? 그 여자가 얼마나 힘겨운 시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기나 해? 세희 씨 그냥 내버려 둬! 그 여자의 행복을 방해하지 말라고!”“내가 언제 방해했어! 이거 놔!”쾅!반호영의 반격에 조의찬은 뒤로 물러서다가 벽에 부딪쳤다.“윽!”조의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반명선은 다급히 달려가서 조의찬을 부축하며 말했다.“삼촌, 이러다 이 사람 죽어요! 저 이 사람 사랑해요! 첫사랑이란 말이에요! 비록 나이가 저보다 많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요.”반호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조카의 간절한 얼굴을 보며 들었던 다리를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의찬 씨가 어떻게 세희 씨와 유리를 구하는지 봤어요. 저는 정 많은 남자가 좋아요. 가성섬은 정말 싫었어요.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세희 씨처럼 혼자 이겨내고 싶어요. 대학에 갈 거고 의학을 전공할 거예요.”“조의찬 씨는 저를 도와 검정고시 학원을 찾아줬죠. 비록 이런 곳에서 품팔이 장사를 해서 버는 돈이 얼마 되지는 않아도 의찬 씨는 항상 저를 기다렸다가 기숙사까지 데려다줬어요. 저도 제가 못생긴 거 알아요. 이런 저한테 그 사람이 무슨 나쁜 마음을 먹었겠어요?”“저한테 무례한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저를 못생겼다고 무시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웃을 때 천사 같다고 위로해줬죠.”“의찬 씨가 그랬어요. 각자
“하숙민 아주머니가 잠든 곳이 궁금한 거야?”반호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여전히 차갑고 쓸쓸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그 사람 살아 있을 때 많이 괴로워했어?”“혹시 그 사람 사진 가지고 있어?”“그 사람은 어떻게 생겼어? 예뻐?”“감옥에 갔을 때 같은 방에 있었다고 들었어. 2년 옥살이 할 때 잔병치레가 많은 그 사람을 네가 돌봐줬다면서?”신세희는 사실 오늘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엄마의 집에서 신유리를 재우려는데 신유리는 극구 집에 가고 싶다면서 떼를 썼다. 그리고 자꾸만 아빠를 찾아댔다.“아빠는? 아빠는 왜 유리 데리러 안 와?”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신세희의 가슴은 아파왔다.복잡하고 기나긴 하루였다.그런데 하필 이럴 때 반호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반호영의 질문은 그녀의 아픈 곳을 자꾸만 건드렸다.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반호영, 당신 그냥 출국해. 부소경 씨가 당신을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 사실 잡고 싶었으면 진작 잡았어.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건 지금 땅 속에 묻힌 그분 때문일 거야. 당신과 부소경 씨는….”신세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두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혈육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어.”반호영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나랑 그 인간이?”“한쪽은 성이 부씨이고 나는 반씨인데?”신세희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그 사람 묻힌 곳이 어디야?”반호영이 또 물었다.“아주머니는 평생 힘들게 사셨어. 사는 게 고통이었지. 당신을 가성섬에 버려두고 온 것도 사실은 그냥 당신을 살리고 싶었던 거야.”“신세희,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거야? 내가 그 사람 무덤이라도 파헤칠까 봐 그래?”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사실 지금의 반호영은 거의 미쳐 있었고 그가 하숙민의 무덤에 가서 무슨 짓을 할지 보장할 수 없었다.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부성웅 그 인간한테도 손을 안 댔어. 그런데 내가 그 사람 무덤 찾아가서 무슨 짓을 할 것 같아? 그냥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꼬맹이 아빠가 보고 싶었어?”“응. 엄마는 아빠 안 보고 싶어? 엄마는 아빠 팔베개 없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자잖아.”신유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신세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미소를 지었다.“우리 꼬맹이가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당연하지!”“하지만 오늘은 외할머니 생신이잖아. 아무리 아빠가 보고 싶어도 외할머니 곁에 있어 드리고 싶어.”신세희가 말했다.“오늘 외할머니 생신이었어?”아이의 질문에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외할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셨잖아. 여기 오기 전까지는 길거리 생활도 오래 했고. 제대로 생일 축하도 못 받으셨지. 그래서 우리가 오늘 여기 있으면 외할머니도 행복해 하실 거야.”“아쉽지만 아빠는 오늘 야근이 있어서 못 오셔. 유리가 그래도 집에 가고 싶다면 엄마는 유리를 집에 데려가고 다시 돌아와서 외할머니 옆에서 잘 거야.”그러자 아이는 엄마의 품을 파고들었다.“아니! 집에 혼자 있는 건 싫어. 외할머니 옆에서 잘 거야. 그런데 왜 생신인데 생일케익도 준비 안 했어?”“그건 유리가 어려서 몰라서 그래. 여자는 나이가 드는 거 티내기 싫어하거든. 외할머니도 마찬가지야!”“그렇구나. 알겠어!”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외할머니랑 같이 잘 거지?”신세희가 물었다.“당연하지! 외할머니는 유리를 가장 예뻐하시잖아! 외할머니가 동화책 읽어주시면 좋겠어!”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엄마를 바라보았다. 서진희는 능숙하게 신유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신유리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엄마.”신세희는 약간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서진희에게 말했다.“오늘만 유리 좀 부탁할게. 부소경 씨랑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힘든 걸 알지만 이겨내야지 어떡하겠어. 그러니까 엄마, 나한테 용기를 줘.”서진희는 그런 딸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했다.“불쌍한 우리 딸… 잘 얘기해 봐. 그냥 오해일 수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였다.신세희는 마치 전장에 나온 것 같은 비장함도 느껴졌다. 물론 지는 건 자신이겠지만 져도 나약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허리를 곧게 세웠다.남자는 아내를 바라보며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재밌네.’“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그가 물었다.“우리….”신세희는 길게 심호흡하고는 쓰게 웃었다.“어쨌든 문밖에서 나눌 대화는 아닌 것 같네요. 당신이 꼭 밖에서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죠.”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여태 기다렸어. 전화해도 안 받길래.”“안 올라갈 거예요?”부소경은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신세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어깨가 여느 때보다 차가웠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걸쳐주었다.신세희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잠시 움찔하다가 가만히 있었다.어차피 조금 있으면 진실이 드러날 텐데 집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도발할 필요는 없었다.신세희는 계속 침착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다.침착해야 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어.그리고 남자는 그녀가 자신을 뿌리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그는 더 바짝 그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신세희는 뿌리치고 싶어도 그의 힘을 당해낼 자신이 없었다.부소경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신유리가 없는 커다란 거실은 여느 때보다 더 적막해 보였다.남자는 신세희를 소파로 데려다가 앉혔다.그리고 자신은 그녀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그는 다리를 쭉 뻗고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신세희, 오늘 무슨 일 있었어?”그가 물었다.신세희는 조용히 부소경을 응시했다.자신을 향해 쭉 뻗은 그의 다리가 보였다.너무 가깝고 애매한 거리였다.그녀에게는 불리한 자세였다.평소의 그녀라면 그의 품에 부드럽게 안기며 애교를 부렸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침착해야 해.그녀는 등을 곧게 세우고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소경 씨, 그 여자는 나보다 젊고 학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