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의 주변은 조용했다. 마치 사무실에서 통화를 하는 것 처럼."신세희, 어디야?"그녀는 로봇처럼 감정없이 대답했다."유리 유치원이요.""나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유리 데리고 먼저 집에 있어. 나 기다리지 말고 밥 먹어.""네."신세희는 힘껏 괜찮은 척 울음을 참았다.그러나 부소경은 그녀의 이상한 목소리를 알아차렸다."너... 무슨 일 있어?"신세희는 감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네."그리고 바로 설명을 붙였다."집에 와서 얘기해요. 저 먼저 끊어요. 운전 중이라."말을 마친 신세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은 그녀는 다급하게 시동을 걸지 않고 그저 차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뒷자리에 앉은 유리는 오늘따라 이상한 엄마의 행동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늘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쉽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핸들에 기댄 신세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오전에 고소정의 전화를 받고 그녀의 말에 속아 호텔로 향했다.고소정의 야비한 수법, 정말 대단했다.호텔에 도착하니 고소정과 고가령, 그리고 부성웅이 호텔에서 그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신세희는 고소정과 고가령의 눈엣가시였다.그녀들은 일부러 남자를 섭외해 바람피우는 장면은 연출했다.그러나 그것도 모두 반호영에게 들켰다. 신세희는 그 남자가 고소정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똑같은 수법을 구자현도 함께 사용했다.그저, 구자현의 수법이 너무 올드했을 뿐이다.고소정은 구자현보다 머리가 똑똑한 것 같았다.고소정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왔다. 부성웅도 그녀에게 홀렸으니, 부소경도 홀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신세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소경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소정은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부소경!우리가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어.우리 두 사람의 사랑 유통기한이 고작 1년인거야.신세희 교도소를 갔다오고도 민정연과 구자현. 그리고 임서아 같은 여자들을 물리쳤다.그런데도 학력
오늘,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한다.절대 미뤄서는 안 된다.미루면 미룰수록 고통만 커지는 법.매도 한 번에 맞는게 나았다.스스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당장 해결해야했다.그녀는 그제야 반호영이 생각났다.그동안, 반호영이 한 짓을 신세희와 부소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오늘, 그 현장을 직접 보니 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반호영은 진심으로 모든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다.그 감정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슬프기도 하면서 분노하는 감정.오늘, 반호영이 제때에 나타나 다행이다. 아니면 신세희는 오늘 그 남자에게 어떤 꼴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그러면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어쩌면 반호영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그러나 반호영은 어디로 떠났을까?떠나기 전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말을 하더니... 설마 자살?신세희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아픔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자신의 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차는 느리지만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신세희는 머리가 복잡해질수록 마음을 더 많이 가라앉혔다.뒷자리에 아이도 있으니 절대 난폭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유치원에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가량이 걸렸다.집에 도착하려고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이번에도 부소경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아야 했다. 부소경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자신의 무능함을 나무라며 전화를 꺼냈다.'신세희, 대체 이런 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발신자를 확인한 신세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조의찬에게서 전화가 왔다.오늘 진짜 무슨날이야?조의찬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을 부성웅이 알데 되면 또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고 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오늘 밤이 지나면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신세희는 블루투스로 전화를 연결했다."네. 몸은 좀 괜찮으세요?"전화를 받은 조의찬은 웃으며 말했다."세희 씨,
신세희의 반문에 조의찬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세희 씨... 아니에요? 소경 형도 아닐 거 같은데… 형이 보낸거라면 엄비서님이나 저를 통해서 전하라 했을텐데 말이죠."신세희는 장담할 수 있었다. 2억은 절대 부소경이 송금한 것이 아니다.한 시간 전, 반호영이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조카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그러나 반호영의 조카는 신유리 한 명뿐이다.그래...신세희는 그제야 눈치챘다.반호영... 반...반명선... 반...반명선은 반호춘의 딸... 그러니까 반호영의 조카?신세희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소경 씨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 누군지 알 것 같아요."조의찬은 조금 망설이다 말했다."혹시... 반호영 씨?""반호영이 남성에서 삼촌과 숙모를 괴롭히고 떠날 땐 세희 씨를 괴롭히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건 들었어요.""의찬 씨,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조의찬은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세희 씨! 반호영이 대체 남성에 왜 왔을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 알아요. 반호영은 당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죠. 그쵸?""의찬 씨랑 상관없는 일이에요!""그래요, 저랑 상관없는 일이죠. 그치만 세희 씨랑은 상관있잖아요. 반호영이 당신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면 저한테 말해요. 그 자식 당장이라도 죽이러 갈테니까요.""반호영이 무섭다고요? 내가 더 무서워요! 전 이미 한번 죽은 목숨이에요!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은 내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일거예요!"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세상에 가질 수 없는 사랑이야말로 영원한 사랑인 것 같았다.만약, 조의찬이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그녀가 조의찬을 구해서 둘이 함께했더라면 지금의 조의찬도 그녀를 계속 사랑했을까?아니다.그녀가 조의찬을 구하고 그의 사랑을 받아줬다면, 7년이 지난 지금 감정은 사라졌을 것이다.두 사람이 헤어져도 조의찬은 여전히 잘 나갔을 것이고 그녀는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왔을 테다.이것이 바로 평등할 수 없는 감정이다.저 사람들은 부자이고 나는 가난뱅
그녀의 말에 조의찬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세희 씨.. 당신 왜 그래요?""아니에요. 끊을게요."전화가 끊긴 후, 조의찬은 신세희의 말을 한참이나 생각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부소경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가 너무 무서웠다. 조천 그룹은 F 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부소경은 최근 들어 많이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조의찬은 그런 부소경도 무서웠다. 부소경이 어떤 행동을 해도 조의찬은 그의 행동이 친밀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그러기 때문에 함부로 부소경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조의찬은 한참을 고민하고 직접을 운전해 번화가로 향했다.반명선은 신세희와 부소경과 함께 남성에 온 이후,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그러나, 가성 섬에서 공부를 조금도 하지 않은 반명선은 성적이 바닥을 쳤다. 모두가 그녀를 포기했으나 반명선은 열심히 공부에 힘썼다.공부뿐만 아니라, 17살의 여자아이는 꽤 독립적이었다.조의천은 그녀에게 매달 용돈을 보냈지만 반명선은 그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17살의 소녀는 매일 같이 번화가에서 물건을 팔았다.여러 가지 작은 물품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진열한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이었다.학원이 끝나면 반명선은 머리를 질끈 묶고, 물품들을 정리하고 연습지 문제를 풀며 알바를 했다.그 맞은편 거리에서 반호영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그런 소녀를 관찰했다.17살의 소녀는 사람들 무리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심지어 그렇게 예쁘장한 얼굴도 아니었다.17살에 다른 아이들은 늘씬한 몸매에 하얀 피부를 가졌지만 반명선은 작은 키에 뚱뚱한 몸매, 그리고 넓적 코를 가졌다.못생긴 얼굴이지만 소녀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바닥에 주저앉아 공부를 하는 소녀의 모습은 참으로 예뻤다.손님이 다가오면 소녀는 책을 곁에 놓고 열심히 제품 소개를 했다.반호영은 중얼중얼 거렸다."그래, 날 닮아서 사업 쪽으로 머리는 타고났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재주가 있는 걸 알았으면 조금 가르쳐 줄걸 그
반호영은 반명선의 부름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조의찬의 가슴을 짓밟으며 말했다."명선이한테서 멀리 떨어져! 아니면 내가 널 여기서 죽일 거니까!"그리고 조의찬의 다친 부위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반호영은 사람을 때리는 행동에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그녀의 발길질에 조의찬은 당장이라도 상처가 다시 터질 것 같았다"삼촌!"반명선은 조의찬을 보호하며 소리를 질렀다.그의 발이 공중에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반명선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삼촌, 요즘 사람들이 가성 섬에서 반호영이 남성에 왔다고 수군거리는 걸 안믿었는데 진짜 삼촌이에요?""비켜! 네가 왜 이 남자 편을 들고있어!"반호영은 당장이라도 반명선을 치우고 조의찬을 죽이고 싶었다."너 진짜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반명선을 울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삼촌! 의찬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동안 저한테 몹쓸 짓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방금도 저한테 감기 걸리지 않았냐며 걱정해 줬어요. 제가 남성에서 지내는 동안, 모두 의찬 씨가 저를 도와줬어요. 매달 저한테 용돈도 주고 있고요. 그러니까 삼촌..."그는 땅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내 조카 말이 사실이야?"조의찬은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는 반호영과 똑같은 시선으로 그를 쏘아보았다."반호영! 내가 명선이를 껴안은 건 너를 유인하기 위함이야!"두 사람은 한참 동안 눈 싸움을 했다.반호영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조의찬은 주먹을 그의 얼굴에 내리꽂았다.그러나 반호영은 가볍게 조의찬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조의찬의 팔을 잡고 다시 땅에 내던졌다."감히 나한테 도전장을 내밀어? 죽고 싶어? 난 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라고.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반호영이 아니야!"반호영은 바로 조의찬의 얼굴에 주먹을 다시 날렸다. 조의찬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삼촌! 그만해! 제발 그만! 때리지 마요!"반명선은 그의 뒤에서 옷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명선이 너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생각나는 대로 주먹을 휘둘렀다.반호영도 조의찬의 무자비한 공격에 잠깐 당황했는지 가만히 맞고 있었다.뒤에 있던 반명선이 울며 소리쳤다.“조의찬 씨, 우리 삼촌 때리지 마세요!”“삼촌, 삼촌 제발요. 의찬 씨는 정말 저한테 잘해요. 저한테 미안할 짓을 한 적도 없어요. 그러니까 삼촌 이제 그만해요.”하지만 서로 뒤엉켜 있는 남자들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젠장! 쥐새끼 같은 놈! 당장 이거 안 놔? 죽여 버릴 거야!”“반호영 네가 남자야? 갈 곳이 없어지니까 남성에 와서 세희 씨를 귀찮게 해? 네가 세희 씨를 사랑한다고? 그게 사랑이야? 그 여자가 얼마나 힘겨운 시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는지 알기나 해? 세희 씨 그냥 내버려 둬! 그 여자의 행복을 방해하지 말라고!”“내가 언제 방해했어! 이거 놔!”쾅!반호영의 반격에 조의찬은 뒤로 물러서다가 벽에 부딪쳤다.“윽!”조의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반명선은 다급히 달려가서 조의찬을 부축하며 말했다.“삼촌, 이러다 이 사람 죽어요! 저 이 사람 사랑해요! 첫사랑이란 말이에요! 비록 나이가 저보다 많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요.”반호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는 조카의 간절한 얼굴을 보며 들었던 다리를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의찬 씨가 어떻게 세희 씨와 유리를 구하는지 봤어요. 저는 정 많은 남자가 좋아요. 가성섬은 정말 싫었어요.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세희 씨처럼 혼자 이겨내고 싶어요. 대학에 갈 거고 의학을 전공할 거예요.”“조의찬 씨는 저를 도와 검정고시 학원을 찾아줬죠. 비록 이런 곳에서 품팔이 장사를 해서 버는 돈이 얼마 되지는 않아도 의찬 씨는 항상 저를 기다렸다가 기숙사까지 데려다줬어요. 저도 제가 못생긴 거 알아요. 이런 저한테 그 사람이 무슨 나쁜 마음을 먹었겠어요?”“저한테 무례한 짓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저를 못생겼다고 무시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웃을 때 천사 같다고 위로해줬죠.”“의찬 씨가 그랬어요. 각자
“하숙민 아주머니가 잠든 곳이 궁금한 거야?”반호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여전히 차갑고 쓸쓸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그 사람 살아 있을 때 많이 괴로워했어?”“혹시 그 사람 사진 가지고 있어?”“그 사람은 어떻게 생겼어? 예뻐?”“감옥에 갔을 때 같은 방에 있었다고 들었어. 2년 옥살이 할 때 잔병치레가 많은 그 사람을 네가 돌봐줬다면서?”신세희는 사실 오늘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엄마의 집에서 신유리를 재우려는데 신유리는 극구 집에 가고 싶다면서 떼를 썼다. 그리고 자꾸만 아빠를 찾아댔다.“아빠는? 아빠는 왜 유리 데리러 안 와?”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신세희의 가슴은 아파왔다.복잡하고 기나긴 하루였다.그런데 하필 이럴 때 반호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반호영의 질문은 그녀의 아픈 곳을 자꾸만 건드렸다.그녀가 울먹이며 말했다.“반호영, 당신 그냥 출국해. 부소경 씨가 당신을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거야. 사실 잡고 싶었으면 진작 잡았어. 계속 망설이고 있었던 건 지금 땅 속에 묻힌 그분 때문일 거야. 당신과 부소경 씨는….”신세희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두 사람은 세상에 둘도 없는 혈육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어.”반호영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나랑 그 인간이?”“한쪽은 성이 부씨이고 나는 반씨인데?”신세희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그 사람 묻힌 곳이 어디야?”반호영이 또 물었다.“아주머니는 평생 힘들게 사셨어. 사는 게 고통이었지. 당신을 가성섬에 버려두고 온 것도 사실은 그냥 당신을 살리고 싶었던 거야.”“신세희,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거야? 내가 그 사람 무덤이라도 파헤칠까 봐 그래?”신세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사실 지금의 반호영은 거의 미쳐 있었고 그가 하숙민의 무덤에 가서 무슨 짓을 할지 보장할 수 없었다.반호영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부성웅 그 인간한테도 손을 안 댔어. 그런데 내가 그 사람 무덤 찾아가서 무슨 짓을 할 것 같아? 그냥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꼬맹이 아빠가 보고 싶었어?”“응. 엄마는 아빠 안 보고 싶어? 엄마는 아빠 팔베개 없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자잖아.”신유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신세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미소를 지었다.“우리 꼬맹이가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당연하지!”“하지만 오늘은 외할머니 생신이잖아. 아무리 아빠가 보고 싶어도 외할머니 곁에 있어 드리고 싶어.”신세희가 말했다.“오늘 외할머니 생신이었어?”아이의 질문에 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외할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셨잖아. 여기 오기 전까지는 길거리 생활도 오래 했고. 제대로 생일 축하도 못 받으셨지. 그래서 우리가 오늘 여기 있으면 외할머니도 행복해 하실 거야.”“아쉽지만 아빠는 오늘 야근이 있어서 못 오셔. 유리가 그래도 집에 가고 싶다면 엄마는 유리를 집에 데려가고 다시 돌아와서 외할머니 옆에서 잘 거야.”그러자 아이는 엄마의 품을 파고들었다.“아니! 집에 혼자 있는 건 싫어. 외할머니 옆에서 잘 거야. 그런데 왜 생신인데 생일케익도 준비 안 했어?”“그건 유리가 어려서 몰라서 그래. 여자는 나이가 드는 거 티내기 싫어하거든. 외할머니도 마찬가지야!”“그렇구나. 알겠어!”신유리가 웃으며 말했다.“외할머니랑 같이 잘 거지?”신세희가 물었다.“당연하지! 외할머니는 유리를 가장 예뻐하시잖아! 외할머니가 동화책 읽어주시면 좋겠어!”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엄마를 바라보았다. 서진희는 능숙하게 신유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신유리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엄마.”신세희는 약간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서진희에게 말했다.“오늘만 유리 좀 부탁할게. 부소경 씨랑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힘든 걸 알지만 이겨내야지 어떡하겠어. 그러니까 엄마, 나한테 용기를 줘.”서진희는 그런 딸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말했다.“불쌍한 우리 딸… 잘 얘기해 봐. 그냥 오해일 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