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누군가에게 이용을 당했고 당신과 부적절한 행위를 했죠. 그게 어떻게 잘 맞아떨어져서 당신은 목숨을 구했고요.”“사실 시작부터 잘못된 것 같아요.”“나중에는… 나중에는 당신도 알잖아요. 당신은 줄곧 나를 싫어했어요.”“난 감옥 생활을 했었고 돈도 없고 당신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밑바닥 인생이겠죠. 나 같은 여자랑 당신 같이 피라미드 최상층에 있는 남자는 어울리지 않아요.”“그때는 내가 어리석었어요. 그냥 내 아이한테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었거든요.”“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생각부터 잘못되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두려웠어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삶이 너무 버거웠었고 기댈 곳을 찾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난 6년이나 도망 다녔어요.”“6년 뒤에 당신에게 잡혀서 여기까지 왔죠.”“한때는 당신도 나를 사랑했었다고 생각해요.”“당신은 내가 당신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게 싫었겠죠. 나한테는 당신 아이가 있으니까요.”“당신과 1년을 같이 살면서 당신이 나한테 보여줬던 애정도 진심이라고 생각해요.”“하지만 당신은 남성에서 왕과도 같은 존재잖아요. 돈, 권력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남자가 어떻게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겠어요?”“그래서 당신을 이해하기로 했어요.”“하지만 난 내 남자의 사랑을 누구와 나누고 싶지 않아요.”“남자의 냉대를 받으며 체념한 듯이 살고 싶지도 않고 내 남자가 새로운 애인이랑 붙어먹는 것도 감당할 수 없어요.”“당신과 같이 살면서 알게 된 것도 많아요. 당신은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지만 아주 매정한 사람은 아니에요.”“그래서 앞으로 내 미래가 보여요. 당신은 나를 이 집에서 내쫓지는 않겠죠. 나는 당신이 주는 생활비나 받으며 애를 돌보고 당신과 새 애인이 뜨겁게 열애하는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어요.”“내가 반항하거나 당신 새 애인에게 불리한 짓을 한다면 처참한 결과를 맞게 되겠죠.”“얌전히 입 다물고 모른 척하고 있어야 평온한 삶을 살 수 있겠죠. 아닌
부소경은 말없이 자신의 아내를 빤히 바라보았다.독기가 잔뜩 서린 그녀의 눈빛이 여느 때보다 더 차가웠다.그녀는 여전히 유리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았다.7년 전,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과 임서아의 결혼식 현장에 난입했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그때의 그녀는 목숨까지 내놓을 기세로 덤벼들었다.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목숨 따위는 개나 주라는 듯이 덤비고 있었다.하지만 목적은 그때와 정반대였다.처음에 봤던 그녀는 그에게 결혼을 요구했고 지금의 그녀는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그녀는 울지도 않았고 움츠러들지도 않았다.남은 건 독기뿐이었다.부소경은 자신의 아내가 6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비록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였지만 달랐다.6년 전의 그녀는 상처 입은 작은 동물 같았다.침착하려고 애쓰지만 어디 기댈 곳 하나 없이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다. 세상은 모두 그녀를 손가락질하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눈길에 반항하기에는 너무도 작아 보였다. 그때의 그녀는 조금만 손을 내밀어 주면 쉽게 마음을 내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지금의 그녀는 강해졌고 더 이상 누군가의 연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너무 강해져서 그에게까지 험악한 표정으로 딸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남자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나한테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 많이 컸네?”신세희도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이건 본능이죠.”부소경은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뭐?”“어차피 새 애인은 당신만 원하면 애를 몇 명이라도 낳아줄 수 있을 거예요.”“하지만 나는 달라요. 나한테는 유리뿐이죠.”“그리고 유리가 당신 옆에 있으면 거슬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유리는 당신에게 줄 수 없어요. 유리는 나랑 같이 있어야 해요.”“어차피 당신은 유리와 함께한 시간이 고작 1년이잖아요.”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그러니까 유리도 데려가고 유리가 가진 지분도 가져
“그래서 나는 내 외할머니나 엄마, 그리고 내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다 비슷한 처지라면 내 아이라도 그 불행을 겪지 않게 해야죠.”“내 엄마가 어렸을 때처럼 분명 아빠가 존재하는데 아빠의 어떤 도움도 못 받는 그런 경우는 피해야죠.”“부소경 씨, 내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아버지로써 응당 져야 할 책임을 지세요.”“당신은 매일 억대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죠.”“그러니 그 수입의 10분의 1은 유리에게 줘요.”“그리고 유리가 가진 지분도 회수해 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평온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그에게 어떤 미련도 남지 않은 듯한 눈빛이었다.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남성의 왕도 아니고 F그룹 대표도 아닌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부소경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6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의 관심을 받겠다고 애 쓰는 여자들이 얼마나 될까?셀 수는 있을까?어떻게든 그의 침대에 기어오르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여자도 적지 않았다.그 여자들은 마치 불나방 같기도 했다.예를 들면 고소정 같은 여자들.그에게 접근하기 위해 해외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만들었으나 F그룹 직원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했다.하지만 고소정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시 기어올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 어떤가?그는 그녀의 남편이었다.그리고 그녀는 합법적으로 그의 옆에서 그와 매일 같이 숨 쉬고 살아가는 여자. 당연히 그의 집에서 생활하고 회사로 찾아와서 다른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휘두르고도 성이 차지 않아 그의 넥타이를 가위로 잘라 버린 여자.그런 여자가 그의 앞에서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심지어 슬퍼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부소경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내가 싫다고 하면?”그는 겉으로는 전혀 동요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신세희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부소경 씨, 당신처럼 잔인한 남자한테 솔직히 많은
신세희는 주먹으로 남자의 어깨를 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빨리 내려놔요! 우리 내일이면 이혼할 거라고요! 내일부터는 부부가 아니라고요! 빨리 내려줘요!”“부소경 씨! 내 자존심을 짓밟지 말아요! 차라리 나가 죽으라고 해요! 지금 내려놓으면 나가서 죽을게요!”“부소경! 그냥 고소정 찾아가! 당신 새 애인이잖아! 그 애인 찾아가라고! 그 여자가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예쁘잖아! 학력도 나보다 낫고! 나는 고작 고졸에 전과자일 뿐인데!”“내 몸에서 손 떼라고! 이거 놔! 당신 더러워!”“역겨워! 이거 놔!”“새 애인 찾아가라니까!”“난 전과자고 하찮고 별볼일 없는 여자잖아! 그러니까 내 몸에서 손 떼! 꺼지라고!”신세희는 울며 부소경의 얼굴을 할퀴고 손톱으로 그의 가슴을 마구 긁어댔다.셔츠를 입고 있는데도 그의 매끈한 피부에서 핏자국이 생겨났다.셔츠까지 벗고 있었더라면 그를 갈가리 찢어 죽일 기세였다!‘전에도 이렇게 남편한테 폭력적인 여자였지!’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남자는 그럴수록 더 그를 꽉 껴안을 뿐이었다.그는 침실 문을 발로 차서 열고 그녀를 침대에 던졌다.그가 올라오기도 전에 신세희는 발길질을 해댔다.“부소경! 당신은 정말 나쁜 놈이야! 오늘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나가 죽을 거야! 나쁜 자식! 죽어 버려!”“당장 꺼져! 평생 당신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 꺼지라고!”그녀는 미친 듯이 울고 소리질렀다.손과 발은 쉴새없이 무언가를 집어 뜯고 다리로 걷어찼다.긴 손톱으로 부소경의 온몸에 생채기를 냈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힘으로 부소경을 이길 수는 없었다.1분도 지나지 않아 부소경은 손으로 그녀의 양 손목을 잡고 그녀의 배 위에 올라탔다.“신세희! 잘 들어!”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넌 내가 힘들게 잡아온 포로야! 평생 살아도 내 옆에서 살고 죽어도 내 옆에서 죽어야 해! 잡혀온 전과자 주제에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신세희는 더 구슬피 울며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했다.그래서 더 악을 쓰고 그에게 저주를 퍼붓고 속으로는 약해지지 말라고 자신에게 경고했다.신세희, 넌 이제 아무것도 없잖아! 그 사람이 새 애인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직접 봤잖아! 그러니까 약해지지 마!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자신에게 되뇌었다.하지만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녀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사실 신세희는 자신이 더 미웠다.온 힘을 다 써서 버둥거렸기에 기진맥진한 그녀는 힘없이 침대에 축 늘어졌다.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아직도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있었다.그는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까 했던 말이 다 거짓말이었네?”신세희는 울고 난리를 치느라 쉬어버린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부소경 씨!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을게요. 유리도요! 그냥 나를 죽여요!”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담담한 목소리였다.마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 얘기를 하는 것 같은 표정.“부소경 씨, 난 정말 보잘것없는 여자예요. 이제 이 세상에서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가 없어요. 내가 더럽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냥 나를 죽여요. 유리도 필요없어요. 유리 당신에게 줄게요. 난 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를 죽여버릴 거예요.”“나 자신이 너무 하찮고 역겹게 느껴져요. 정말이지….”“살고 싶지 않아요.”차갑고 처량한 목소리.신세희는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처음부터 계속 거부만 했으면 아마 조금은 나아졌을까?그러면 그에게 억지로 당한 거라고 그가 나쁜 놈이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그녀는 결국 그에게 호응해 주었고 여기 오기까지 다졌던 수많은 결심들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그래서 신세희는 살기가 싫어졌다.그녀는 부소경을 등진 채, 상처 입은 동물처럼 몸을 잔뜩 웅크렸다.그리고 반쯤 넋이 나간 목소리로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그냥 나를 죽여요.”이 모습을 지켜본 부소경은 가슴이 쓰라렸다.“신세희, 고집 그만
신세희는 깊은 절망과 함께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이미 그에게 져버렸다.그와의 심리전도 져버렸고 몸싸움에서도 패배했다.오후 내내 그와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속으로 시물레이션했던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자존심이 처참하게 뭉개진 느낌이었다.신세희, 6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게 뭐야?6년 전에는 그래도 임신한 몸으로 도망이라도 쳤었지.지금은 엄마와 아이가 다 저 사람 손에 있으니 어딜 도망쳐?그리고 너도 그렇게 도망치고 싶지 않잖아?사실은 자존심 굽히면서까지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은 게 네 본심이잖아.신세희, 넌 타락했어!더럽고 비굴해!신세희는 눈물을 흘리며 부소경에게 말했다.“알았어요, 부 대표님. 난 당신이 많은 인력을 동원해서 잡아온 죄인에 불과하죠. 당신의 장난감. 당신이 기분 좋을 때 난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이고 기분 나쁘면 그냥 붙잡혀 온 죄인일 뿐이잖아요.”“당신이 날 걸레 취급해도 난 당신을 벗어날 수 없겠죠. 알겠다고요. 얌전히 당신 옆에서 개처럼 살게요.”“앞으로는 말 잘 듣는 개가 될게요. 그러니까 내 딸과 내 엄마를 괴롭히지 마세요.”여자의 말은 부소경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자신을 개에 비유하지 마! 절대!”“알았어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요.”“잠이나 자!”“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얌전히 자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알겠어?”“네.”“팔베개나 베고 얌전히 자!”남자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온순한 고양이처럼 그의 품에 안겨 얌전히 눈을 감았다.그런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자!”그가 다시 명령했고 그녀는 눈을 감았다.너무 피곤했던 탓일까.사실 오전에 고가령 모녀와 한바탕 소란이 있었고 점심에 부소경과 고소정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뒤에 무너져 내렸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그녀가 억지로 약한 티를 안 냈을 뿐이다.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머리가 터질 것 같은 상태
이런 생각이 들자 남자는 당장 여자를 깨워서 따지고 싶었다.누가 더 잘못했는지!하지만 울다가 지쳐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조용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았다.눈가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여전히 처절하고 단호한 표정.죽더라도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움.그에게 꺼지라고 욕까지 했다.남자는 웃음이 나왔다.남성에서 그에게 이런 식으로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나 할까?아마 없을 것이다.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그룹 원로급 임원들조차 그의 눈치를 보았고 부성웅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신세희였다.미친 듯이 그에게 고함을 지르고 주먹질을 하고 깨물고 할퀴면서 이혼하자고 소리치던 모습!아마 남성에서 같은 짓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런데도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자고 있다.울고 때리고 욕을 하다가 지쳐 잠든 여자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지쳐서 잠든 그녀의 입가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거실로 나왔다.부소경은 핸드폰을 꺼내 서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진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잔뜩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장모님, 저예요.”부소경이 말했다.서진희는 한참 지난 뒤에야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자네… 세희랑….”“우리 아무 일 없어요, 장모님.”부소경은 단호하게 서진희의 말을 잘랐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신세희랑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같이할 거예요. 어느 누구도 우리 가정을 흔들지 못할 겁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유리는 오늘만 잘 부탁드릴게요.”“그래. 알았네.”“장모님도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부소경이 위로하듯 말했다.“그래. 그래야지.”전화를 끊은 뒤, 부소경은 침실로 돌아와 신세희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그날 밤, 신세희는 달게 푹 잤다.반면 부소경은 팔이 저리고 아팠지만 그녀를 깨우기 싫어서
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씩씩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소경!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어제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부소경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일로 전화했냐고요.”“어제 회사로 찾아갔었는데 회사 안으로 안 들여보내지 뭐야!”“그래서 무슨 일인데요!”“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부성웅이 물었다.하지만 부소경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냥 오늘이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말다툼을 한 날이라는 것만 알았다.1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그녀가 그렇게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만약 이 날에 이름을 단다면 ‘신세희가 미쳐 날뛴 날’이라고 명명했을 것이다.부소경이 말이 없자 부성웅이 말했다.“저번 주에 너랑 신세희가 나랑 약속했잖아. 오늘은 본가에 와서 파티에 참석하기로!”부소경은 그제야 그 날이 떠올랐다.고소정이 서준명의 명함을 들고 그의 사무실로 찾아온 날이자 회사에서 망신당한 날, 그리고 신세희가 가위로 그의 넥타이를 싹둑 잘랐던 그 날이었다.그날 신세희는 유리를 데리고 본가의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했었던 것 같았다.아마 그의 부친은 파티라는 명목으로 고가령 모녀를 초대할 게 뻔했다.부성웅이 또 말했다.“부소경! 침묵으로 내 질문을 피하지 마! 어제 내가 불쑥 찾아간 건 좀 너무했지만 내가 회사까지 찾아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잖아! 그런데 어제 너는 자리에 없었지!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파티에서 신세희가 했던 더러운 짓을 까발리게 하지 마!”“그래요? 신세희가 무슨 더러운 짓을 했는데요?”부소경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 신세희를 힐끗 바라보았다.그의 아내는 어제 그 난리를 치고 다시 잠에 들었다.신세희가 그를 향해 성질을 부리고 온갖 욕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웃음이 나왔다. 물론 저 사랑스러운 여자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이 세상에 너뿐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이 세상에 나를 나쁜 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고.그런데 나한테 꺼지라고?다른 여자가 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