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령은 고개를 홱 돌리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보지 마세요. 너무 못생겼죠….”“아니, 전혀… 보고 있자니 미치겠어!”부성웅이 말했다.고가령은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고 부성웅을 빤히 바라보았다.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부성웅은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그리고 뻔한 일이 펼쳐졌다.두 시간 뒤, 누군가가 방 문을 노크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옷을 입은 상태였다.고가령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가서 문을 열었다. 밖에는 고소정이 서 있었다.“엄마.”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엄마에게 말했다.“아저씨도 여기 계셨네요?”부성웅은 고소정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소정이구나. 요즘 일은 좀 어때? 잘 되고 있어?”그러자 고소정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아저씨, 엄마랑 제가 귀국한 게 잘못된 결정이었을까요? 그냥 돌아가고 싶어요.”부성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야? 왜? 일이 잘 안 풀려? 하지만 네 엄마 가족들이 다 국내에 있잖아. 네 작은할아버지도 있고 나도 있잖아. 우린 다 네 엄마의 가족이야. 그런데 어딜 돌아간다는 거야?”그러자 고소정이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는 귀국하자마자 어떤 아줌마한테 물매를 맞았어요. 정말 복수하고 싶고 그 여자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싶어요! 하지만 아저씨, 저에게도 딸이 있어요. 딸을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싫어요.”“그냥 제가 할 일만 하며 살고 싶었어요. 사실 저한테는 꽤 괜찮은 직장이죠. 월급이 무려 500만원이니까요.”“하지만 제 상사가 저한테 무조건 F그룹에서 투자를 받아오라고 했어요. 그 투자건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저는 회사를 나가야 할지도 몰라요. 비록… 작은할아버지 집에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모든 걸 지원해 주고 계시지만 기생충처럼 살기는 싫어요.”고소정은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자존심은 살아 있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그 말을 듣고 있던 부성웅이 말했다
부소경은 담담한 시선으로 고소정을 응시했다.뒤에 있던 엄선우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거기! 죽고 싶어?”안 그래도 요즘 몸이 간질간질하다고 투덜대던 참이었다! 그 상사에 그 직원이라고 그 역시 여자를 때리는데 죄책감이 없었다.상사가 한 마디만 하면 이 여자를 강물에 던져버릴 수도 있었다.엄선우가 앞으로 다가서는데 부소경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고소정은 간절하고도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의 경호원은 저를 죽이고 싶어하네요.”“주제넘게 우리 사모님 자리를 탐내지 않았으면 내가 그러겠어? 너 같은 거 때리는 거 나도 찝찝하다고!”엄선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소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저 같이 하찮고 더러운 사람한테 손대기 싫겠죠.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도 제가 더럽다고 생각해요.”엄선우는 순간 당황해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소정은 처연한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저한테도 변명할 기회를 주시요. 제 변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제가 쓰레기처럼 느껴지신다면 제가 알아서 죽을게요. 경호원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잖아요.”“대표님을 자극하려는 게 아니에요.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저도 잘 알아요. 심기가 불편하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요.”“상대가 누구든 대표님의 심기를 거스르면 손짓 하나로 요단강을 건넌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 제 말을 제발 끝까지 들어주시고 제 목숨을 거둬갈지 결정해 주세요.”그 말을 들은 엄선우는 적잖이 충격 받았다.그는 당황한 눈빛으로 부소경과 고소정을 번갈아 보았다.부소경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말해.”고소정은 비굴한 말투로 계속해서 말했다.“사촌오빠의 명함으로 예약도 하지 않고 회사에 찾아온 건 제 잘못이 맞아요. 하지만 제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저도 그날 어쩔 수 없이 대표님을 찾아간 거였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해외에서 자랐어요. 엄마는 저에게 그래도 모국어를 잊으면 안 된다면서 한국어를 가르쳤죠. 저는 어
“그렇다고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 회사를 포기할까요?”“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요”“상사한테 제 상황을 설명하니까 잠재 고객 리스트를 저한테 주더군요.”“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어요. 여러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었는데 그 리스트에 유독 F그룹만 없더라고요. 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기업인데 말이죠.”“저는 제 상사에게 이 사실에 대해 질문했고 상사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F그룹과의 계약을 따낸다면 보너스로 2억을 주겠다고요.”“2억이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 알아요? 저는 당연히 하겠다고 했죠.”“F그룹과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요. 대표님이 제 사촌오빠의 지인이라고요.”“이미 큰소리까지 친 마당에 오빠를 찾아갔는데 저를 안 도와주더라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 유혹적인 제안이었고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제 엄마가 노후를 보내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고 제 아이가 잘 자라려면 또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내 가족을 위해 내 몸 같은 거 던져도 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고소정은 말끝을 흐리며 처량한 미소를 지었다.“처음부터 제 잘못이죠. 제가 경솔했어요. 그런 못된 생각은 하는 게 아니었어요.”“그리고 그 멍청한 짓에 대한 대가도 받았죠. 상사가 맡긴 일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서 회사에서 쫓겨날 뻔했어요. 하지만 제 상사는 그래도 정이 많은 분이라서 진짜 쫓아내지는 않았죠. 대신 별볼일 없는 지방 사무직으로 강등되었고 급여도 반토막이 났어요.”“제가 가야 할 곳은 이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시골 공단인데 거기서 일을 더 배우고 다시 오라더라고요.”“제가 그 제안을 거절하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고요. 그렇게 되면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게 되겠죠.”“오늘은 그냥 사과하러 찾아왔어요. 제 사과를 받아주신다면 저는 내일부터 이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시골 공단으로 출근해야 해요. 물론 지금도 제가 역겹다고 생각된다면 지금 당장….”고소정은 굳은 결심을 다진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제가 제
엄선우와 고소정은 멍하니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회사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빠른 시일 내에 계약서를 내 앞에 가져와.”처음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고소정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부소경은 이미 먼 곳까지 걸어간 뒤였다.엄선우는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고소정을 쏘아보다가 말했다.“그만하고 얼른 꺼져!”고소정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넋을 잃은 사이, 엄선우는 재빨리 부소경을 따라잡았다.홀로 남은 고소정의 표정이 서서히 차갑게 굳었다.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표독스럽게 중얼거렸다.“엄선우! 딱 기다려! 언젠가 내가 그 집 안주인이 되면 내 손으로 목을 따주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차로 돌아가서 시동을 걸었다.그리고 흥겨운 음악도 틀었다.그녀를 태운 시끄러운 차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운전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참 운전하던 고소정은 핸드폰을 꺼내 고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아저씨 말이 맞았어! 부소경 그 사람은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해지는 사람이야! 오늘 계획은 성공이야!”고소정은 차 창을 내리고 성공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부소경의 말투로 보아 조금은 자신에게 마음을 연 것이 분명했다.‘부소경? 언젠가는 신세희의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말 거야!’엄선희? 신세희? 민정아?다 같이 덤벼도 두렵지 않았다.어려서부터 영어와 모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뉴욕 명문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따낸 그녀에 비하면 하찮은 존재들이었다.신세희?그녀는 그냥 전과자였다.게다가 그녀의 엄마는 작은할아버지의 하룻밤 실수로 태어난 존재였고 그들은 한 번도 서씨 가문의 인정을 받은 적 없었다.자신은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신세희보다 출신부터 월등하게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가령 역시 기쁨을 금치 못했지만 이내 흥분을 가라앉혔다.“소정아, 부소경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진 거 맞아?”“당연하지, 엄마. 나한테 계약서 준비해서 다
고소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제는 엄마가 성공했으니까 오늘밤 너도 성공할지 모르지! 그렇게 되면 겹경사 아니니?”고가령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그러더니 또 한숨을 내쉬었다.“고상은 이 짐덩이는 어떻게 처리하지?”고소정이 말했다.“엄마, 걔는 아직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 해. 부소경은 나를 남의 애까지 품어주는 착한 엄마로 알고 있다고!”“걔는 너 같은 엄마 만나서 참 좋겠다!”“하지만 이건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바로 보육원에 보내버려! 고아 새끼 길러줄 돈은 없다고!”“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고소정이 말했다.“상은이 얘기는 그만하고 지금 시급한 건 부소경을 빨리 네 남자로 만드는 거야! 가능하면 오늘밤 만나자고 해.”고가령이 재촉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소정이 다급히 말했다.“엄마! 일단 끊어봐. 부… 부 대표한테서 연락이 왔어.”세상에!고가령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고소정은 다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사실 진작 부소경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했지만 줄곧 핑계가 없어 먼저 연락하지 못했을 뿐이다.그런데 엄마와 통화하는 중에 발신자에 부소경이 찍힌 것이다.고소정은 급히 목청을 가다듬었다.“여… 여보세요. 소경 씨, 아… 아니 부 대표님 무슨 일로….”“계약서 가져올 때 회사 공식 인장과 서 대표 친필 사인 잊지 마.”부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대… 대표님, 저희 회사에 와서 고찰할 생각은 없으세요? 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리시다니… 회사 공식 인장과 대표님 사인만 있으면 되나요?”“그래서 싫어?”부소경이 물었다.“아… 아니요!”고소정은 다소곳하게 말했다.“너무 좋죠! 저희 대표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부 대표님.”여기까지 말한 고소정은 엄마가 조금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고소정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었다.20대의 어린 여자가 50대가 넘은 엄마처럼 겁없이 달려들 수는 없었다.오늘 당장 부소경과 뜨거운 밤을 보내라는 엄마
서도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고소정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소정은 말실수를 깨닫고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젠장! 너무 흥분해서 실수해 버렸어!’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서시언의 눈치를 살폈다.그도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신세희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과거에 신세희와 서시언의 관계 때문에 한때 그녀를 증오한 적도 있었다.서시언이 신세희를 데리고 도주하면서 그룹에도 많은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서도영은 몇 번이나 부소경을 찾아가서 자신과 서시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서시언의 행동은 자신고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언젠가 서시언을 만나게 된다면 그는 주저 없이 서시언을 죽일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서도영이 자신과 상관없다고 해명해도 부소경은 여전히 그의 회사에 좋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서울에 있는 장인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회사도 부소경의 수중으로 들어갔을지 모른다.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서울에 있는 그의 장인마저 부소경의 눈치를 보는 상황.최근 서도영이 깨달은 게 있다면 그룹이 살아 남으려면 절대 부소경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차라리 부소경의 개가 될까 생각했을 때도 있지만 부소경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나중에 부소경이 지방에서 신세희를 잡아온 것을 보고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신세희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고 처제인 구자현이 신세희를 공격하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그렇게 하면 부소경의 호감을 얻을 줄 알았다.그런데 그 부소경이 신세희를 끔찍이 사랑할 줄은 몰랐다.신세희!그 여자 때문에 서씨 그룹은 망해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뒤로 서도영은 신세희에 대한 증오를 포기하기로 했다.아무리 미워도 자신의 사촌동생만 미워하기로 결심했다.고소정의 입에서 신세희를 죽이고 싶다는 말이 나왔을 때, 사실 서도영은 기뻤다.하지만 기쁜 건 기쁜 거고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 같아서 걱정도 앞섰다.서도영이 차갑게 말했다.“고소정 씨! 간덩이가 크게
고소정이 대놓고 물었다.“솔직히 말해요! 신세희 밉죠?”서도영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당연히 미웠다.안 미울 리 없었다.“말 안 해도 다 알아요. 당신은 그 여자가 증오스러울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왜 그 말을 입밖으로 못 내는데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알아요?”사실 고소정도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아직 부소경과 뜨거운 밤을 보내지 못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손도 잡지 못했다.그런데 왜 남 앞에서 신세희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지껄였을까?혹시라도 부소경이나 신세희의 귀에 들어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지구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하지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냥 내지른 고소정의 말에 오히려 서도영이 겁을 먹었다.그는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래서 신세희를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은 있어?”“뭐… 뭐라고 했어요?”“그 여자 죽여버릴 방법이 있냐고!”서도영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하!”고소정은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한바탕 웃은 뒤, 그녀가 말했다.“부소경 손에서 이렇게 큰 계약건을 따낼 정도면 당연히 그 여자를 죽여버릴 방법도 있죠. 서 대표님, 대표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돼요. 그냥 내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거죠. 그거면 신세희를 죽일 수 있어요.”사실 고소정은 부성웅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그는 부소경이 강한 자에게는 강하지만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리고 신세희가 남자문제가 지저분한 여자라고 말했다.부성웅이 신세희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 사실로 만들면 된다.그렇게 되면 부성웅도 자신을 예쁘게 생각하고 엄마와의 결혼을 서두를지도 모른다.부소경도 신세희에게서 완전히 뒤돌아설 것이다.‘이거야!’신세희를 남자문제 지저분하고 남편을 두고 바람이나 피우는 파렴치한 여자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어떤 무대가 필요하지?”서도영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니까 지방에 있는 공단 있죠. 대표님은 그냥 실패작이라고 한 그 프로젝트요.
부소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낯설지만 어딘가 섬뜩하고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그건 서준명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랐고 서시언의 굵직한 목소리도 아니었으며 조의찬의 재벌2세 특유의 우월감 가득한 목소리도 아니었다.그리고 반호영의 어딘가 처절하고 애절한 목소리도 아니었다.부소경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역겨운 목소리를 듣고 있던 부소경이 다시 차분해졌다.그는 말없이 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신세희에게 눈길을 돌렸다.“왜 그래요?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표정이 굳었어요?”신세희는 갈비를 뜯으면서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신세희가 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물었다.“세희야, 나 기억 안 나?”수화기 너머로 느끼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구멍을 파고들었다.“욱!”신세희는 순식간에 헛구역질이 나왔다.입에서 조금 전 씹던 고기가 튀어나오자 신세희가 정색해서 물었다.“당신 누구야? 난 당신 몰라!”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방탕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전해졌다.“그래, 알았어. 통화하기 불편하지? 그럼 끊을게.”그리고 순식간에 전화가 끊어졌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부소경의 눈치를 살폈다.“소경 씨… 그게….”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부소경의 옆에 앉아 있던 신유리마저 의아한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엄마! 아빠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아빠 두고 이상한 행동 하면….”아이는 말하면서 슬금슬금 도망쳤다.신세희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할 건데?”“내 아빠에게서 엄마를 도둑질해 가려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줄 거야!”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직 아빠랑 같이 지낸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예전에는 엄마밖에 모르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아빠를 더 따르기 시작했다.신세희는 자신이 양심에 거리끼는 짓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정말 부소경을 속이고 밖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다녔으면 딸의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