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빠, 세희 씨 바꾸래.”엄선희가 말했다.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네, 선우 씨. 무슨 일이시죠?”엄선우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아무한테도 저한테 연락이 왔다는 걸 알리면 안 돼요! 절대 알리면 안 돼요!”그는 몹시 긴장한 말투였다.가슴이 철렁한 신세희가 다급히 물었다.“선우 씨, 무슨 일 있어요?”엄선우는 한참 말이 없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사모님. 사실… 별일 아니에요. 오늘 좀 심심한데 회사 앞을 지나가다가 선희한테 연락한지 오래된 것 같아서 전화해 봤어요.”엄선우와 엄선희가 사이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리고 엄선우가 자신을 지극히 믿고 충성한다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엄선우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엄선우가 말했다.“사모님, 고소정 그 여자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예요.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엄선우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건 신세희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신세희 본인도 고소정을 엄청 신경 쓰고 있었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고소정이 사람 물어뜯는 개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 여자뿐이 아니고 그 엄마도 같은 족속이죠.”“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리 사람을 잘 무는 개라도 나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요!”그 말을 들은 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사모님, 필요하면 언제든 저 불러요. 제가 사모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전부 제거할게요!”“고마워요, 선우 씨.”신세희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오후에 부소경에게 전화해서 엄선우 월급 좀 올려주라고 부탁하려다가 오후에 너무 바빠서 깜빡 잊고 있었다.그녀는 저녁에 부소경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낼 생각이었다.그런데 저녁에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엄선우가 괜히 전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엄선우는 엄청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전화했을 수도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낯선 남자의 전화는 분명 고소정과 연관
남자가 이렇게 나오면 신세희는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체력이나 힘적으로도 딸리기 때문에 아예 반항을 포기할 때도 있었다.하지만 오늘따라 남자는 더 거칠게 그녀를 다루었다. 마치 벌을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정말 화가 난 건가?놀란 신세희는 애교를 부리거나 그만하자는 말을 하지도 못 했다.조용히 그가 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려줄 수밖에 없었다.두 시간이 지난 뒤, 그녀는 남자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이제 화 풀어요. 앞으로 꼭 명심할게요. 거리에서 당신보다 더 잘생긴 남자가 쳐다봐도 그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을게요.”“내가 그 사람 쳐다보면 눈알을 뽑아버려도 좋아요.”“소경 씨… 그 전화 정말 누군지 몰라요. 내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느낌적으로는 고소정이 뭔가 꾸미는 것 같은데… 아마 내 느낌이 맞을 거예요.”“자!”신세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팔베개 해주고 안아줘요!”남자는 말없이 팔을 내주고 아내를 품에 안았다.신세희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그녀는 남자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이제 화 풀 거죠?”“나 정말 억울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 풀어요!”그녀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시크하게 물었다.“잠이 안 와? 안 힘들어? 아프지도 않아? 한 번만 더할까?”“아… 아니요! 잘못했어요.”“얌전히 잠이나 자!”“네, 여보!”신세희는 그 뒤로 얌전히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사실 그녀에게도 오늘은 피곤한 하루였다.회사에서 업무가 바빠서 야근까지 했고 남자와 뜨거운 사랑까지 나눴으니 온몸이 나른했다. 눈을 감으니 잠기가 막 몰려오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신세희는 깊은 잠에 빠졌다.그녀의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남자의 목을 팔로 감았고 한쪽 다리가 남자의 허리에 올라갔다. 그리고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남자의 손을 잡았다.부소경은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녀의
엄선우가 물었다.“우리 공주님, 아빠 엄마는 어디 계셔?”사랑스러운 아이는 어른들처럼 한숨을 내쉬었다.엄선우가 웃으며 물었다.“어린 녀석이 왜 한숨을 쉬고 그래?”신유리가 말했다.“아저씨가 몰라서 그래. 예전에는 우리 아빠 옆에 여자가 들러붙으면 엄마 때문에 내가 많이 속상할 것 같았거든? 그리고 어떻게든 그 여자를 쫓아내려고 했을 거야.”“그런데 엄마 옆에 남자가 생기면 기분이 좋았어.”“아빠의 천적은 딸이라더니!”엄선우의 표정을 본 신유리는 시큰둥하게 말을 계속했다.“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 우리 아빠는 여자가 다가오면 나랑 엄마가 달려들기 전에 그 여자를 없애버릴 거거든.”“그래서 아빠는 걱정하지 않아. 그런데 요즘은 아빠가 점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우리 공주님이 드디어 아빠한테 측은지심이 생긴 거야? 그 말 네 아빠가 들었으면 분명 기뻐하실 거야.”사실 부소경이 주변에 없을 때, 엄선우는 아이와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었다.신유리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그러니까 지금은 엄마를 좋아하는 남자가 나타나면 아빠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아빠의 편에 서기로 마음먹은 거야?”엄선우가 물었다.“당연하지! 내가 아빠 딸이니까!”말을 마친 아이는 또 한숨을 쉬었다.엄선우는 아이가 참 민감하고 정이 많다고 생각했다.조금만 더 있으면 저 예쁜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그는 다급히 아이를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너희 부모님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 아무리 옆에 누군가가 나타나도 두 분을 흔들지는 못할 거야!”“진짜?”신유리가 고개를 갸웃했다.“확실해!”그리고 이때, 신세희와 부소경이 같이 밖으로 나왔다.신세희는 엄선우를 보자 어제 통화했던 내용이 떠올랐다.사실 왜 전화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엄선우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부소경에게 말했다.“대표님, 오늘 늦잠을 주무셨네요? 전화할까 하다가 쉬는데 방해할까 봐 안 했어요. 그런데 오전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계약서가 있어서….”엄선우는
신세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고소정이 담담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딸이랑 네 딸이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내 오빠가 네 오빠잖아. 그리고 연락처에 비밀번호 걸어둔 것도 아닌데 임서아랑 구자현이 아는 걸 내가 모르겠어? 참, 남성에서 잘나가는 남자들도 네 번호 많이 알던데?”“네 연락처를 알아내는 건 쓰레기통에서 음식물 쓰레기 찾는 것보다 쉽단 말이야.”신세희가 담담하게 물었다.“고소정,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했어? 뭔가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그러자 고소정이 능청스럽게 말했다.“아니? 난 뭐 준비한 게 없어. 난 진심 하나만으로 부성웅 아저씨 호감도 샀는걸? 이 정도로 만족해.”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말이야 사람이 정말 깨끗하다면 누가 뭘 준비한다고 더러워지는 건 아니잖아?”신세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아. 내 짐작이 맞다면 지금 우리 남편 회사에 있겠네? 그리고 내가 회사까지 쳐들어가기를 바랄 테고. 내가 달려가서 네 머리채를 잡을 것을 기대하고 있지?”아주 침착한 목소리였고 고소정도 마찬가지였다.“신세희, 네가 그렇게 나올 줄은 알았어. 내가 너처럼 멍청한 줄 알아? 저 번에 네 남편 회사에 무작정 찾아갔다가 창피만 당한 건 내 실수야. 방법이 틀렸는데 내가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할 것 같아?”신세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이 여자가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고소정의 모친 고가령은 젊었을 때, 남성에서 꽤 알아주는 셀럽이었다. 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서씨 가문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가장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다.나중에는 해외로 떠났지만 그들이 해외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소정이 해외 명문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라는 학위를 따낸 것만으로 그녀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신세희는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지금 어디라고?”“나? 나한테 묻는 거야? 네 남편한테 묻
게다가 부소경이 지금 회사라면 이 말을 무척 황당하게 생각할 것이다.그날 점심, 신세희는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었다.점심 같이 먹자고 찾아온 엄선희와 민정아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세희 씨, 무슨 일이야? 얼굴색이 안 좋아. 열이 나는 거 아니야?”민정아가 그녀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선희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래, 세희 씨? 무슨 일 있어?”신세희는 약간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이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낸 지도 꽤 오래됐지만 처음으로 두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엄선희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신세희는 고개를 흔들고는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 뒤, 핸드백을 들고 일어섰다.“점심은 둘이 먹어. 나는 일이 좀 있어서 나갔다 올게.”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엄선희와 민정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지하주차장으로 내려온 신세희는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의 차를 찾았다. 사실 신세희는 평소에 스스로 운전해서 회사에 오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그녀가 게을러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차피 남편과 같이 차를 타고 오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오늘은 그가 이례적으로 그녀에게 혼자 운전해서 가라고 했다.신세희는 점점 깊은 불안감을 느꼈다.가는 길, 그녀는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20분 뒤, 그녀는 고소정이 말한 호텔 앞에 도착했다.참으로 화려한 호텔이었다.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신세희는 한참이나 차에 가만히 앉아 생각했다.차에서 내리고 로비로 들어갔다고 해도 이렇게 넓은 곳에서 무슨 수로 고소정을 찾지?점점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결심을 굳힌 신세희는 선글라스를 끼고 야구모자를 쓴 뒤, 로비를 향해 걸어갔다.“손님, 어떻게 안내해 드릴까요?”호텔 직원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신세희는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혹시 여기…
그녀는 다급히 뒤돌아서서 자신을 껴안은 남자를 쏘아보았다.몇 년 전 유행하던 정장에 약간 날라리 같은 헤어스타일,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보였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가 조금 나왔다.과거에 시골에 살 때 본 적 있는 부류였다.그 남자도 그 지방 부자라고 들었는데 힘 좀 있다고 비매너 짓을 일삼았다.사실 그렇게 부자는 아니었다. 집에 부동산 좀 있다고 들었는데 자산가치가 200억 정도 된다고 부자 소리를 들었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장 잘난 놈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아마 그녀의 짐작이 맞다면 둘은 같은 부류였다.게다가 하는 짓이 아주 느끼했고 눈빛도 늑대를 닮았다.신세희는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다.“당신 누구야! 내가 여기 올지는 어떻게 알았어?”신세희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부소경은 여기 없었다.고소정이 정성 들여 판 함정이었다.아니나 다를까 남자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 이러기 있어? 네가 날 여기로 불렀잖아. 그런데 나한테 누구냐고? 혹시 가족을 만나서 불편한 거라면 지금 가면 되잖아.”“아니다. 그냥 내가 방을 잡고 기다릴 테니 늦게라도 올래?”말을 마친 남자는 그 냄새 나는 입술을 신세희의 볼에 가져다댔다.신세희는 화가 나서 기절할 것 같았다.그녀는 다리를 들어 남자의 구두를 짓밟았고 남자는 고통에 신음하며 그녀를 놓아주었다.신세희는 손을 들어 남자의 귀뺨을 때렸다.“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허튼수작 부리지 마! 이상한 짓 하면 당장 죽여버릴 테니까!”공공장소였기에 그녀는 너무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의도치 않게 누군가가 이 장면을 포착하고 인터넷에 올리기라도 하면 그녀는 또 네티즌에게 물매를 맞아야 할 판이었다.호텔 로비에서 그녀가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을 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보수적인 방법뿐이었다.그녀에게 귀뺨을 맞은 남자는 약간 움찔하더니 말했다.“지금 나랑 만나는 게 불편하면 먼저 가볼게!”말을 마
하지만...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오늘 고씨 모녀와 이곳에서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신세희도 남자와 함께 이곳에 있었다.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수가!순간, 부성웅은 너무 화가 치밀어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신세희! 이 년이... 저 남자 키로 봐선 매일 집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그 남자가 아니야! 이 년이 밖에서 대체 남자를 몇 명이나 부리고 다니는 거야!”다행인 것은 고급 호텔이라 구경꾼들은 그리 많이 모여들지 않았다.그러나, 부성웅의 말 한마디로 사람들은 신세희에 대한 큰 오해를 살 수 있었다.그녀는 부성웅과 고가령, 그리고 고소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고가령과 고소정은 신세희를 비웃고 있었다.그때, 고소정은 깜짝 놀란 표정을 하며 말했다.“신세희... 부 대표님이 너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시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어? 그리고 준명 오빠도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많이 했는데... 네가 이런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가령도 말을 보탰다. “세희야, 그래도 우린 친척이라 할 수 있는데, 너 이미 결혼도 한 여자가 하물며 부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는 사람이 왜 자기 가문의 체면을 깎는 행동을 하고 다녀?”두 모녀는 아주 쿵작이 잘 맞았다.신세희는 어떻게든 화를 참으려고 애를 썼고,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문 나머지 피가 났다.잠시 후,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고가령 씨,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그녀의 말에 고가령은 깜짝 놀랐다.신세희는 고가령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더욱 세게 쏘아붙였다.“아니면, 혹시 저의 시어머니라도 되는 것 같으세요? 뭐 우리 시아버님과 결혼이라도 하시게요?”“너!”신세희가 사실을 들춘 것 같은 느낌에 고가령은 몸을 흠칫 떨었다.신세희는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고가령 씨, 경고할게요. 부씨 가문에 시어머니는 이미 있어요. 비록 저의 남편을 직접 낳으신 분은 아니지만, 저희 아버님과
신세희는 너무 화가 났다. 그녀는 밖에 있는 남자가 그녀를 구할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녀가 말했다.“아버님! 저한테 이럴 이유 없습니다!”“나는 너의 아버님이 아니야! 네가 우리 아들과 이혼하면, 우린 남이야! 너 같은 사람이랑 나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년이 감히 나를 무시해? 나는 오늘 나의 결백함을 증명하고, 너를 소경이한테 일러서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거야!”“거기! 이 여자 잘 지키고 있어!”“하지만... 회장님...”“지키라면 지켜!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져!”부성웅의 말에 보안요원들은 바로 신세희의 두 팔을 꽉 움켜쥐었다.그리고 익숙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신세희는 부성웅이 부소경에게 전화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예상을 빗나갔다.“문옥아, 쇼핑 다 했어? 다했으면 1층 로비로 내려와. 내가 세희 이 년이 바람 피우는 현장을 잡았어!”그의 말에 신세희는 깜짝 놀랐다.이 자리는 분명 부성웅과 고가령이 바람을 피우는 현장이다.고가령이 부성웅에게 애교를 부리는 목소리를 신세희는 똑똑히 들었다.그러나 지금 진문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잡으러 오라는 것은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다.대체 무슨 상황이지?진문옥이 근처에 있단 말인가?신세희는 생각하면 할수록 고가령과 고소정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신세희는 두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고가령은 신세희를 비웃으며 바라보았고, 고소정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아니, 정확하게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의 암호인 것 마냥 신호음이 3번 울리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조금 전 신세희의 허리를 감싸 안은 사람이었다.남자는 고소정이 귀국한 후 처음 알고 지낸 사람이다.남자의 이름은 고신걸. 고소정과 같은 성을 가진 남자는 처음 만난 고소정에게 자신을 열심히 어필했다.고신걸은 먼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서씨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