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담담한 시선으로 고소정을 응시했다.뒤에 있던 엄선우가 짜증스럽게 소리쳤다.“거기! 죽고 싶어?”안 그래도 요즘 몸이 간질간질하다고 투덜대던 참이었다! 그 상사에 그 직원이라고 그 역시 여자를 때리는데 죄책감이 없었다.상사가 한 마디만 하면 이 여자를 강물에 던져버릴 수도 있었다.엄선우가 앞으로 다가서는데 부소경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고소정은 간절하고도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의 경호원은 저를 죽이고 싶어하네요.”“주제넘게 우리 사모님 자리를 탐내지 않았으면 내가 그러겠어? 너 같은 거 때리는 거 나도 찝찝하다고!”엄선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소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저 같이 하찮고 더러운 사람한테 손대기 싫겠죠.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도 제가 더럽다고 생각해요.”엄선우는 순간 당황해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고소정은 처연한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저한테도 변명할 기회를 주시요. 제 변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제가 쓰레기처럼 느껴지신다면 제가 알아서 죽을게요. 경호원의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되잖아요.”“대표님을 자극하려는 게 아니에요. 대표님이 어떤 분인지 저도 잘 알아요. 심기가 불편하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요.”“상대가 누구든 대표님의 심기를 거스르면 손짓 하나로 요단강을 건넌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니 제 말을 제발 끝까지 들어주시고 제 목숨을 거둬갈지 결정해 주세요.”그 말을 들은 엄선우는 적잖이 충격 받았다.그는 당황한 눈빛으로 부소경과 고소정을 번갈아 보았다.부소경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말해.”고소정은 비굴한 말투로 계속해서 말했다.“사촌오빠의 명함으로 예약도 하지 않고 회사에 찾아온 건 제 잘못이 맞아요. 하지만 제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저도 그날 어쩔 수 없이 대표님을 찾아간 거였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해외에서 자랐어요. 엄마는 저에게 그래도 모국어를 잊으면 안 된다면서 한국어를 가르쳤죠. 저는 어
“그렇다고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 회사를 포기할까요?”“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요”“상사한테 제 상황을 설명하니까 잠재 고객 리스트를 저한테 주더군요.”“그런데 문제가 좀 있었어요. 여러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었는데 그 리스트에 유독 F그룹만 없더라고요. 남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기업인데 말이죠.”“저는 제 상사에게 이 사실에 대해 질문했고 상사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F그룹과의 계약을 따낸다면 보너스로 2억을 주겠다고요.”“2억이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 알아요? 저는 당연히 하겠다고 했죠.”“F그룹과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어요. 대표님이 제 사촌오빠의 지인이라고요.”“이미 큰소리까지 친 마당에 오빠를 찾아갔는데 저를 안 도와주더라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 유혹적인 제안이었고 포기할 수 없었어요. 제 엄마가 노후를 보내려고 해도 돈이 필요하고 제 아이가 잘 자라려면 또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내 가족을 위해 내 몸 같은 거 던져도 된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고소정은 말끝을 흐리며 처량한 미소를 지었다.“처음부터 제 잘못이죠. 제가 경솔했어요. 그런 못된 생각은 하는 게 아니었어요.”“그리고 그 멍청한 짓에 대한 대가도 받았죠. 상사가 맡긴 일을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서 회사에서 쫓겨날 뻔했어요. 하지만 제 상사는 그래도 정이 많은 분이라서 진짜 쫓아내지는 않았죠. 대신 별볼일 없는 지방 사무직으로 강등되었고 급여도 반토막이 났어요.”“제가 가야 할 곳은 이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시골 공단인데 거기서 일을 더 배우고 다시 오라더라고요.”“제가 그 제안을 거절하면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고요. 그렇게 되면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게 되겠죠.”“오늘은 그냥 사과하러 찾아왔어요. 제 사과를 받아주신다면 저는 내일부터 이곳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시골 공단으로 출근해야 해요. 물론 지금도 제가 역겹다고 생각된다면 지금 당장….”고소정은 굳은 결심을 다진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제가 제
엄선우와 고소정은 멍하니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은 회사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빠른 시일 내에 계약서를 내 앞에 가져와.”처음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고소정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부소경은 이미 먼 곳까지 걸어간 뒤였다.엄선우는 잔뜩 경계 어린 눈빛으로 고소정을 쏘아보다가 말했다.“그만하고 얼른 꺼져!”고소정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넋을 잃은 사이, 엄선우는 재빨리 부소경을 따라잡았다.홀로 남은 고소정의 표정이 서서히 차갑게 굳었다.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표독스럽게 중얼거렸다.“엄선우! 딱 기다려! 언젠가 내가 그 집 안주인이 되면 내 손으로 목을 따주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차로 돌아가서 시동을 걸었다.그리고 흥겨운 음악도 틀었다.그녀를 태운 시끄러운 차가 옆을 지나갈 때마다 다른 운전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참 운전하던 고소정은 핸드폰을 꺼내 고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아저씨 말이 맞았어! 부소경 그 사람은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해지는 사람이야! 오늘 계획은 성공이야!”고소정은 차 창을 내리고 성공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부소경의 말투로 보아 조금은 자신에게 마음을 연 것이 분명했다.‘부소경? 언젠가는 신세희의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말 거야!’엄선희? 신세희? 민정아?다 같이 덤벼도 두렵지 않았다.어려서부터 영어와 모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뉴욕 명문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따낸 그녀에 비하면 하찮은 존재들이었다.신세희?그녀는 그냥 전과자였다.게다가 그녀의 엄마는 작은할아버지의 하룻밤 실수로 태어난 존재였고 그들은 한 번도 서씨 가문의 인정을 받은 적 없었다.자신은 그런 환경에서 태어난 신세희보다 출신부터 월등하게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고가령 역시 기쁨을 금치 못했지만 이내 흥분을 가라앉혔다.“소정아, 부소경의 태도가 확실히 달라진 거 맞아?”“당연하지, 엄마. 나한테 계약서 준비해서 다
고소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제는 엄마가 성공했으니까 오늘밤 너도 성공할지 모르지! 그렇게 되면 겹경사 아니니?”고가령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그러더니 또 한숨을 내쉬었다.“고상은 이 짐덩이는 어떻게 처리하지?”고소정이 말했다.“엄마, 걔는 아직 우리가 데리고 있어야 해. 부소경은 나를 남의 애까지 품어주는 착한 엄마로 알고 있다고!”“걔는 너 같은 엄마 만나서 참 좋겠다!”“하지만 이건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바로 보육원에 보내버려! 고아 새끼 길러줄 돈은 없다고!”“나도 그렇게 생각해, 엄마.”고소정이 말했다.“상은이 얘기는 그만하고 지금 시급한 건 부소경을 빨리 네 남자로 만드는 거야! 가능하면 오늘밤 만나자고 해.”고가령이 재촉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고소정이 다급히 말했다.“엄마! 일단 끊어봐. 부… 부 대표한테서 연락이 왔어.”세상에!고가령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고소정은 다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사실 진작 부소경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했지만 줄곧 핑계가 없어 먼저 연락하지 못했을 뿐이다.그런데 엄마와 통화하는 중에 발신자에 부소경이 찍힌 것이다.고소정은 급히 목청을 가다듬었다.“여… 여보세요. 소경 씨, 아… 아니 부 대표님 무슨 일로….”“계약서 가져올 때 회사 공식 인장과 서 대표 친필 사인 잊지 마.”부소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대… 대표님, 저희 회사에 와서 고찰할 생각은 없으세요? 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리시다니… 회사 공식 인장과 대표님 사인만 있으면 되나요?”“그래서 싫어?”부소경이 물었다.“아… 아니요!”고소정은 다소곳하게 말했다.“너무 좋죠! 저희 대표님도 기뻐하실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부 대표님.”여기까지 말한 고소정은 엄마가 조금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고소정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었다.20대의 어린 여자가 50대가 넘은 엄마처럼 겁없이 달려들 수는 없었다.오늘 당장 부소경과 뜨거운 밤을 보내라는 엄마
서도영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었다.“고소정 씨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소정은 말실수를 깨닫고 다급히 입을 틀어막았다.‘젠장! 너무 흥분해서 실수해 버렸어!’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서시언의 눈치를 살폈다.그도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신세희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과거에 신세희와 서시언의 관계 때문에 한때 그녀를 증오한 적도 있었다.서시언이 신세희를 데리고 도주하면서 그룹에도 많은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서도영은 몇 번이나 부소경을 찾아가서 자신과 서시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 서시언의 행동은 자신고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언젠가 서시언을 만나게 된다면 그는 주저 없이 서시언을 죽일 것이다.하지만 아무리 서도영이 자신과 상관없다고 해명해도 부소경은 여전히 그의 회사에 좋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서울에 있는 장인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회사도 부소경의 수중으로 들어갔을지 모른다.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서울에 있는 그의 장인마저 부소경의 눈치를 보는 상황.최근 서도영이 깨달은 게 있다면 그룹이 살아 남으려면 절대 부소경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차라리 부소경의 개가 될까 생각했을 때도 있지만 부소경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나중에 부소경이 지방에서 신세희를 잡아온 것을 보고 자신에게도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신세희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고 처제인 구자현이 신세희를 공격하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그렇게 하면 부소경의 호감을 얻을 줄 알았다.그런데 그 부소경이 신세희를 끔찍이 사랑할 줄은 몰랐다.신세희!그 여자 때문에 서씨 그룹은 망해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뒤로 서도영은 신세희에 대한 증오를 포기하기로 했다.아무리 미워도 자신의 사촌동생만 미워하기로 결심했다.고소정의 입에서 신세희를 죽이고 싶다는 말이 나왔을 때, 사실 서도영은 기뻤다.하지만 기쁜 건 기쁜 거고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 같아서 걱정도 앞섰다.서도영이 차갑게 말했다.“고소정 씨! 간덩이가 크게
고소정이 대놓고 물었다.“솔직히 말해요! 신세희 밉죠?”서도영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당연히 미웠다.안 미울 리 없었다.“말 안 해도 다 알아요. 당신은 그 여자가 증오스러울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왜 그 말을 입밖으로 못 내는데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알아요?”사실 고소정도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아직 부소경과 뜨거운 밤을 보내지 못했다.아니 그게 아니라 손도 잡지 못했다.그런데 왜 남 앞에서 신세희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지껄였을까?혹시라도 부소경이나 신세희의 귀에 들어가면 쥐도 새도 모르게 지구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하지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냥 내지른 고소정의 말에 오히려 서도영이 겁을 먹었다.그는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그래서 신세희를 어떻게 제거할지 계획은 있어?”“뭐… 뭐라고 했어요?”“그 여자 죽여버릴 방법이 있냐고!”서도영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하!”고소정은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한바탕 웃은 뒤, 그녀가 말했다.“부소경 손에서 이렇게 큰 계약건을 따낼 정도면 당연히 그 여자를 죽여버릴 방법도 있죠. 서 대표님, 대표님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돼요. 그냥 내가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거죠. 그거면 신세희를 죽일 수 있어요.”사실 고소정은 부성웅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그는 부소경이 강한 자에게는 강하지만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그리고 신세희가 남자문제가 지저분한 여자라고 말했다.부성웅이 신세희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 사실로 만들면 된다.그렇게 되면 부성웅도 자신을 예쁘게 생각하고 엄마와의 결혼을 서두를지도 모른다.부소경도 신세희에게서 완전히 뒤돌아설 것이다.‘이거야!’신세희를 남자문제 지저분하고 남편을 두고 바람이나 피우는 파렴치한 여자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어떤 무대가 필요하지?”서도영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니까 지방에 있는 공단 있죠. 대표님은 그냥 실패작이라고 한 그 프로젝트요.
부소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낯설지만 어딘가 섬뜩하고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그건 서준명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랐고 서시언의 굵직한 목소리도 아니었으며 조의찬의 재벌2세 특유의 우월감 가득한 목소리도 아니었다.그리고 반호영의 어딘가 처절하고 애절한 목소리도 아니었다.부소경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역겨운 목소리를 듣고 있던 부소경이 다시 차분해졌다.그는 말없이 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신세희에게 눈길을 돌렸다.“왜 그래요?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표정이 굳었어요?”신세희는 갈비를 뜯으면서 웃으며 그에게 다가와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신세희가 고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 물었다.“세희야, 나 기억 안 나?”수화기 너머로 느끼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구멍을 파고들었다.“욱!”신세희는 순식간에 헛구역질이 나왔다.입에서 조금 전 씹던 고기가 튀어나오자 신세희가 정색해서 물었다.“당신 누구야? 난 당신 몰라!”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방탕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전해졌다.“그래, 알았어. 통화하기 불편하지? 그럼 끊을게.”그리고 순식간에 전화가 끊어졌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부소경의 눈치를 살폈다.“소경 씨… 그게….”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부소경의 옆에 앉아 있던 신유리마저 의아한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엄마! 아빠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 아빠 두고 이상한 행동 하면….”아이는 말하면서 슬금슬금 도망쳤다.신세희가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할 건데?”“내 아빠에게서 엄마를 도둑질해 가려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줄 거야!”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직 아빠랑 같이 지낸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예전에는 엄마밖에 모르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아빠를 더 따르기 시작했다.신세희는 자신이 양심에 거리끼는 짓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정말 부소경을 속이고 밖에서 이상한 짓을 하고 다녔으면 딸의
“우리 오빠, 세희 씨 바꾸래.”엄선희가 말했다.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네, 선우 씨. 무슨 일이시죠?”엄선우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어렵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아무한테도 저한테 연락이 왔다는 걸 알리면 안 돼요! 절대 알리면 안 돼요!”그는 몹시 긴장한 말투였다.가슴이 철렁한 신세희가 다급히 물었다.“선우 씨, 무슨 일 있어요?”엄선우는 한참 말이 없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사모님. 사실… 별일 아니에요. 오늘 좀 심심한데 회사 앞을 지나가다가 선희한테 연락한지 오래된 것 같아서 전화해 봤어요.”엄선우와 엄선희가 사이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리고 엄선우가 자신을 지극히 믿고 충성한다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엄선우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엄선우가 말했다.“사모님, 고소정 그 여자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 같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예요.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엄선우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건 신세희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신세희 본인도 고소정을 엄청 신경 쓰고 있었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고소정이 사람 물어뜯는 개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 여자뿐이 아니고 그 엄마도 같은 족속이죠.”“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리 사람을 잘 무는 개라도 나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요!”그 말을 들은 엄선우가 웃음을 터뜨렸다.“사모님, 필요하면 언제든 저 불러요. 제가 사모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전부 제거할게요!”“고마워요, 선우 씨.”신세희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오후에 부소경에게 전화해서 엄선우 월급 좀 올려주라고 부탁하려다가 오후에 너무 바빠서 깜빡 잊고 있었다.그녀는 저녁에 부소경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낼 생각이었다.그런데 저녁에 이런 일을 겪고 보니 엄선우가 괜히 전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분명 엄선우는 엄청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전화했을 수도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낯선 남자의 전화는 분명 고소정과 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