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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아니, 아직이요."

구경민의 목소리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어제 오후 신세희가 고윤희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를 받은 후 구경민은 위치추적을 하여 식사도 하지 않은 채 현지의 작은 현성으로 운전해 갔다. 그곳은 외떨어진 작은 산간 지역이었다. 밤새도록 차를 운전해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그가 보낸 사람들로 하여 물 샐틈없이 에워싸있었다. 특히 위치 추적된 병원은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갈 틈 없이 말이다. 구경민의 명령으로 아무도 감히 이 병원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했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부하가 보고했다.

"그래, 수고했다."

구경민은 말을 마치고는 병원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꼬박 두 시간을 찾아보았지만, 그는 고윤희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병력을 뒤져보다가 고윤희가 어제 먼저 내과에 다녀갔다가, 산부인과를 방문 한 것을 알게 되었다.

산부인과!

구경민은 머리가 뜨거워 났다. 고윤희가 산부인과에 다녀간 건 꼭 아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구경민은 내색하지 않고 고윤희를 진찰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었다.

"불쌍한 여자이기도 하죠. 나이도 적지 않은데, 임신을 이미 여러 번이나 했지만 정작 아이는 지키지 못했으니..."

의사는 못내 아쉬워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의사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이미 아이를 여러 번 지웠기 때문에 몸이 쇠약해져서 더는 지우면 큰일나요. 또 한번 지웠다간 영영 임신을 못할수도 있어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의사는 고개를 들어 다급하게 묻는 구경민을 바라보았다.

"제가 남편입니다!"

구경민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말투는 성실했고 그의 표정도 사납지 않아서 의사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구경민이 남편이라는 말에 화를 냈다.

"당신이 남편이라고요? 정말 나쁘네요! 환자분이 건강이 좋지 않은 건 모두 당신 때문입니다. 아이를 원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임신시키고 또 지우게 한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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