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뒤돌아볼 필요도 없이 자기 남편이 뒤따라온 걸 알 수 있었다. 남편는 점점 더 질투가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두 어린 소년들마저도 질투하고 있다."너희들 어서 학교로 돌아가.""안에 계시는 아주머니께서 우리 보고 여기서 점심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희들 당장 학교로 돌아가!""저기, 형, 우리… 저기 안에 계신 아주머니랑 약속했어요. 오늘 집에 오시는 손님들 앞에서 비보잉을 하기로요.""난 보잉이 좋아요!"신유리가 웃으며 말하면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아빠, 두 오빠보고 가지 말라고 해, 오빠들한테 비보잉 배우고 싶어.""…."그는 두 소년뿐만 아니라 신세희한테도 성질을 부리는 중이다. 하지만 유독 딸한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아빠… "신유리가 부소경의 손을 흔들었다. 두 학생도 거리낌 없이 신유리에게 눈을 껌벅였다.두 학생들 눈에는 부소경의 위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뒤에 있는 엄선우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말 겁 없는 애들이구나.'부소경은 여전히 싫어하는 기색이긴 했지만 한결 누그러든 어조로 두 소년을 바라보았다."기억해! 오직 유리하고만 노는 거야! 오늘 여기 있는 사람 중 너희 둘과 유리만 스무 살 미만의 어린애들이니까!"그러자 두 학생은 곧바로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알겠어요! 아저씨!"부소경이 또 말했다."밭에 더는 가지 마, 밭이 다 못쓰게 되었어!"두 소년은 억울한 듯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차갑고 사나운 기색이 어리자 그들은 깜짝 놀라 재빠르게 밭에서 빠져나와 유리랑 놀러 갔다."오빠, 비보잉 가르쳐줘.""비보잉하려면 우선 먼저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어야 해, 오늘 입은 치마는 안돼.""그러면 어떡해?""오늘은 내가 우선 기본동작부터 가르쳐주고, 너한테 내 춤을 보여줄게, 어때?"그러자 신유리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좋아. 좋아, 나한테도 같이 놀아 줄 오빠가 생겼어
"…."신세희는 한동안이나 자기 남편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경민의 그 전화로 인해 더없이 우울해졌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녀는 자기가 그래도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의 남자는 구경민이 아니다. 만약 부소경이라면 절대로 6, 7년 동안 함께 한 여자더러 아이를 지우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쫓아내지도 않았을 것이다."소경 씨."신세희가 불렀다."응?""사랑해요!"그녀는 예고도 없이 그에게 장난스레 말했다."…."그는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신세희가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언제나 즐겁게 지냈었다. 부소경은 안색이 부자연스럽게 변하더니 어색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들어가서 어서 만두나 빚어! 이래서 점심은 언제 먹을 수 있겠어?"그는 말을 마치자 곧장 집안으로 향했다."…."그녀는 방금 부소경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천하의 부소경도 얼굴이 빨개지고 어색해할 때가 있다니?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으면서 부소경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멀리 큰 나무 아래, 그 차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다. 차 안의 어르신은 끊임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전원 농가의 작은 마당에서는 웃음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안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 이 말괄량이야, 어릴 때부터 밥을 지어 먹으며 자랐다는 게 어쩜 이렇게도 못생긴 만두를 빚을 수가 있어?""어릴 때부터 밥을 해 먹었다지만 모두 거칠게 만든 음식들뿐이야. 우리 집에서 언제 이렇게 신경 썼다고, 우리 집에서 만든 만두는 다 주먹만 했어!""네가 왜 말괄량이인지 이제야 알겠어.""왜?""너 많이 먹으니까!""하하!"밖에서도 집안과 마찬가지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소년은 신유리를 데리고 보기엔 규칙이 없어 보이지만 매우 공들인 비보잉을 추고 있다. 신유리가 일부러 두 오
서 씨 어르신은 만두를 들고 있는 서진희를 보면서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진희야…"이 순간, 서진희는 만두 접시를 내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갑게 물었다."어떻게 오신 거예요?"어르신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더듬거렸다."그게… 밖에서 오랫동안 너희들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너희들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저 차 안에서 보고만 있었어, 너희들이 화낼까 봐, 난… 이미 여길 떠나려고 했어….""그러면 왜 떠나지 않으셨는데요?" "…."그는 딸에게 감히 대꾸도 하지 못했다. 떠나려는 순간, 한번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싶은 마음에 차에서 내린 어르신이었다."말씀하세요! 왜 돌아오셨는지!"서진희가 분노에 차서 소리 질렀다. 그녀의 고함에 집안에서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놀라서 달려 나왔다. 어르신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신세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신유리!"신세희의 고함에 신유리가 곧바로 조심스럽게 밖에서 들어왔다."어…엄마?""누가 이 사람을 들여보냈어? 너 마당에서 놀고 있었잖아!"신세희는 심유리를 꾸짖었다. 신유리는 눈을 흘기면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이 늙은이도, 참! 오빠들이랑 노는 틈을 타서 몰래 들어온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그는 확실히 신유리가 노는 틈을 타 몰래 들어왔다. 신유리가 아주 엉터리로 춤을 추면서도 자기가 가장 잘 춘다고 떠들어댔을 때, 어르신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말 좋구나! 예전에는 왜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까?'그 순간, 어르신은 더 이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틈을 타 빠른 걸음으로 문 앞에 도착했다. 정말 공교롭게도 가장 먼저 자기 친딸인 서진희와 마주친 것이다. 서진희는 억지로 웃으며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야, 유리를 탓하지 마, 겨우 여섯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어떻게 어른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겠니?"이런 말 한마디에 어르신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무
“진희… 진희야, 아빠가… 정말 그 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런 행복은 정말 얼마 만인지….”“당장 꺼져!”서진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씨 어르신은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이때 서준명이 굳은 표정으로 밖에 나왔다. 서씨 어르신을 본 그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설마 저 미행하셨어요?”서씨 어르신은 이곳을 모르는데 서진희가 여기 산다는 걸 알았을 리 만무했다.서씨 어르신도 미안한 얼굴로 잘못을 인정했다.“그래… 내가 너 미행했어. 너 고모를 만난 뒤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졌어. 병원에서 나를 보살필 때도 말도 별로 없고. 네 엄마, 아빠도 네 고모 일로 죄책감에 빠져서 매일 한숨만 쉬잖아. 우리 집에서 웃음이 사라졌어. 유리 같은 아이가 내 주변에서 깔깔 웃으며 뛰어다녔으면 얼마나 좋을까….”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선희는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 생각했다.‘그건 자기가 자초한 거잖아?’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서준명은 잔뜩 미안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할아버지 모시고 돌아갈게요.”서준명은 서진희를 돌아보며 다시 사과했다.“고모, 정말 미안해요.”그러자 서진희의 화도 점차 사그라들었다.“괜찮아, 준명아. 할아버지 모시고 돌아가.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 말라고 해. 평생 가족으로 인정할 생각 없으니까. 왜 다른 사람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서준명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고모. 지금 바로 떠날게요.”그렇게 한때는 전국에 위상을 떨쳤던 서씨 어르신은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게 쫓겨났다.서준명이 떠나고 서씨 어르신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신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 준명 삼촌은 여기 없지만 유리가 춤 보여줄게!”아이의 한마디에 축 가라앉은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넓은 정원에서 먹는 집밥은 조금 소란이
부소경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장모님.”서진희는 부소경과 신세희를 구석으로 부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세희야, 부 서방. 유리도 이제 다섯 살인데 둘째 생각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셋째도 낳지.”부소경과 신세희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엄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엄마가 이런 말도 못해? 예전에는 너희 앞에 나타날 생각이 없었어. 내가 너희 생활을 방해하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너희가 엄마한테 너무 큰 행복을 줬잖아. 그래서 엄마가 아직 건강할 때 육아도 좀 도와주고 싶어. 세희 너랑은 행복한 시절을 보낸 날이 거의 없잖아. 엄마로서 너한테 뭐 해준 것도 없고. 그래도 아빠한테 보내면 대학도 가고 남부럽지 않게 살 줄 알았는데 전보다 더 불행할 줄은 몰랐어.”신세희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엄마, 나한테 상처 준 사람은 그 인간이야. 엄마는 나한테 충분한 사랑을 줬어.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그분이야 말로 내 아버지야. 나는 신세희야, 임세희가 아니라고.”잠시 숨을 고른 신세희가 말을 이었다.“엄마, 난 아이를 또 낳고 싶지는 않아. 엄마 고생하는 것도 싫고. 엄마가 손주 보고 싶으면 남성으로 올라 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엄마. 난 엄마가 남은 생을 좀 풍요롭게 보냈으면 좋겠어. 엄마는 좀 편하게 살아야 해. 엄마는 예술적으로 재능도 있고 현명하잖아. 군인 가문의 귀한 딸로 태어나서 여태 누리지 못하고 살았잖아. 그러니까 엄마, 엄마 이제 겨우 50이야. 앞으로 충분히 엄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어.”신세희는 진심으로 엄마의 행복을 빌었다.그녀와 서진희는 둘 다 불행을 겪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점도 있었다.그녀의 엄마는 태어난 순간부터 아버지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아이에게 애정을 주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신세희는 자신이 엄마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불행한 어린 시절이 잠깐 있었지만 새아버지와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세희 씨, 왜 그래? 무슨 고민 있어? 어제 아줌마네 집에서 쉰 게 부족했어?”점심 때가 되자 민정아는 신세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첫술을 뜨던 엄선희도 고개를 들고 물었다.“세희 씨, 혹시 그 영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윤희 언니 걱정돼서 그래. 언니는 뭐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서. 나도 임신한 몸으로 거리를 방황한 적 있어서 잘 알아. 너무 힘들었어. 다행히 내 옆에는 서시언 오빠가 있었잖아. 하지만 윤희 언니 옆에는 아무도 없어.”비슷한 불행을 경험했기에 신세희는 다른 사람보다 더 고윤희를 걱정했다.두 친구도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신세희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됐어. 지금 우리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우리 삶에 충실하자. 도움이 필요해지면 나한테 또 전화하겠지.”하지만 두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윤희 언니 성격에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아니야. 두 사람은 아이를 임신한 적 없어서 몰라. 임신한 여자는 자기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돼 있어.”신세희는 굳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고윤희가 어려움에 쓰러지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 남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윤희는 줄곧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신유리가 그녀에게 인형을 선물하고 예쁜 짓을 하는 것을 봤을 때, 그때부터 고윤희는 아이를 더욱 원하게 되었다.그녀는 구경민과의 아이를 원했다.그가 평생 자신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는 없었다.결혼식, 반지, 혼인신고가 없어도 상관없었다.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옆에서 평생 사는 것만으로도 고윤희는 만족했을 것이다.그런데 한 달 전에 그 꿈은 처참히 부서졌다.고윤희는 자신의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풍요로운 삶을 산 대가로 지금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며칠 전까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비록 고윤희도 다시 구경민과 잘해 볼 생각을 접었고 한때 꿈꾸던 삶
‘나를 잡으러 온 거겠지.’고윤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담담하면서도 애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수 씨, 그 사람이에요.”한진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틀 전, 고윤희와 한진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택시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던 날, 운전하던 택시기사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상대는 택시기사의 처남이었다.“지금 뭐 해? 아직 시내에 있지? 서울에서 젊은 권력자가 왔다고 하던데? 구… 뭐라고 했었나? 엄청 대단한 사람인데 지금 근처를 이 잡듯이 쑤시고 다닌대. 안 그래도 내 동생 지금 임신 중이라 예민한데 장거리 손님은 안 받는 게 좋겠어.”그 말을 들은 택시기사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진수에게 돈을 돌려주며 말했다.“미… 미안해요. 돈은 돌려드릴게요. 집에 빨리 돌아가야겠어요. 더 늦었다가는 검문 때문에 집에 가기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집에 보살핌이 필요한 아내가 있어요.”택시기사의 처남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용을 다 들었던 그녀였다.그녀는 약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처남이 조금 전에 무슨 검문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택시기사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우리 같은 평민들이야 뭘 알겠어요. 젊고 권력도 빵빵한 사람이 서울에서 와서 근처 도로를 막고 검문을 한다고 하네요. 내가 보기에는 누구 좀 찾는 것 같은데… 범죄자일 수도 있겠죠.”말을 마친 택시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한진수와 고윤희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조금 걷다가 지나가는 차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거 타고 가요. 돈은 안 받을게요. 정말 급해서 그래요.”말을 마친 남자는 얼른 내리라고 그들을 재촉했다.한진수는 병약한 어머니와 임신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고윤희를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잠시 후, 고민을 멈춘 그가 말했다.“윤희 씨, 일단 여기서 두 시간 정도만 더 기다려 보고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내가 어머니랑 윤희 씨를 번갈아 업고 천천히 시내로 가요. 시내 근처에 가면 차가 있겠죠.”한진수는 이럴 때일수록
“그런 말하지 말아요. 일단 빨리 걸어서 마을에 도착하고 다시 얘기해요.”“진수 씨, 내 말 들어봐요.”고윤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진수에게 말했다.“일단 산으로 다시 올라가는 게 어때요? 깊은 산속일수록 좋아요.”한진수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안 돼요, 윤희 씨. 윤희 씨는 잘 먹어야 하는데 산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잖아요.”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남성에 있을 때도 산에서 생활했잖아요. 공기도 좋고 야생 열매도 있고 꿩도 있잖아요. 낮에 근처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한진수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어머니가 있는 곳까지 걸어간 두 사람은 어머니의 의견을 물었다. 어머니도 고윤희의 의견에 동의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산속으로 숨어들었다.하지만 과일도 많고 나무도 많던 남성의 산과 달리 이곳의 산은 길도 험하고 황폐했다.다행히 그들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잠시 머무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한진수는 밖에서 나무와 마른 풀을 구해서 어머니와 고윤희를 위해 누울 곳을 마련했다.모든 일을 마친 뒤, 한진수는 다시 밖으로 나와 근처를 돌아다녔다.하지만 근처를 샅샅이 뒤져도 먹을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나이든 어머니와 임신한 여자는 그대로 굶을 수밖에 없었다.여차여차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한진수는 혹시나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산을 내려갔다.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해서 전방에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차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고 그들은 근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놀란 한진수는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아온 한진수를 보자 고윤희는 지나가던 차량을 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진수 씨, 차 발견했어요?”“밖에 사람들이 왔는데 산을 수색하려나 봐요.”“뭐… 뭐라고요?”“무슨 일을 하는 자들인지는 모르는데 산을 수색하려는 것 같아요.”한진수가 또 말했다.“진수 씨, 빨리 숨을 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