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 스무 살도 채 안 되어 보이는 두 소년은 여전히 작은 정원에 남아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방금 최여진을 쫓아낼 때도 이 두 소년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들어와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게 하지 않은게 미안한 신세희는 두 소년 곁으로 다가갔다."어린 친구들, 안녕?"말하면서 그녀의 마음도 아까보다 조금 상쾌해졌다."누난 우리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많다고 그래요? 기껏해야 서너 살 정도?"그중 한 명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어린 소년이 이렇게 자신을 칭찬하자 신세희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신세희는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나도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구나. 칭찬에 이렇게 약하다니... 소년의 칭찬이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말 놓아도 되지? 내가 나이는 많지 않지만 벌써 애 엄마야. 이미 여섯 살 되는 애도 있어. 내 아이가 너희들을 오빠라고 부를 나이니 난 아줌마지. 내가 농사일은 너희들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어디 내가 구덩이 파는 걸 도와줄까?""누나, 정말 구덩이를 팔 줄 아는 거예요?"두 소년은 신세희를 존경의 눈길로 바라보았다."자세히 말해봐, 네들이 왜 우리 엄마 채소밭에 와서 일하고 있는지, 엄마가 너희들을 고용한 거니?" "아니에요, 누나, 우리 둘은 정말 농대 학생이에요. 대학 졸업한 후에 땅 수백 평을 도급 맡아 유기농 농사를 하고 싶어요.""우리만의 브랜드, 유기농 식품 브랜드를 만들어 보려고요."다른 한 소년이 신이 나서 덧붙였다."앞으로 우리의 유기농 식품 농장이 성공적으로 건설되면 우리는 그 농장에 우리만의 댄스 룸을 지어 핫한 춤을 출거에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한테 영향 주지 않을테고...."두 소년은 매우 흥분해서 말했다. 신세희는 그들의 얼굴에 가득 찬 희망, 갈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 물정에 어둡고 고생도 해보지 않은 두 아이이다. 그들은 세속에 물들지 않았고 권력의 힘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아까 최여진을 조롱할 때 그 정도로 멋지게 행동하지
"하지만 가뭄 때나 특별히 무덥고 폭염이 심한 날에는, 마른 모종에 물을 주지 말아야 해. 모종이 단번에 죽을 수도 있어."신세희는 구덩이를 파면서 두 소년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면서도 진지했다. 자랑이 아닌, 그냥 땅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사람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자세였다.두 소년은 또다시 신세희에게 감복하였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마음속으로 이런 여자야말로 진짜로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생각했다."누나, 어쩜 땅을 그렇게 잘 알아요? 마치… "소년은 흠모의 눈길로 바라보며 부끄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농사꾼같이?"신세희가 웃으며 물었다."누나가 어떻게 농사꾼일 수 있겠어요?"소년은 멋쩍게 웃었다."맞아, 농사꾼.""…….""난 어릴 때 산에서 태어났는데 아빠는 절름발이셨고 몸도 별로 안 좋으셔서 엄마 혼자서 농사일하셨어. 그래서 대여섯 살쯤 될 때부터 엄마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웠거든. 엄마가 구덩이를 파시면 나는 뒤에서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으며 말이야..."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열 살이 되서는 스스로 구덩이를 팔 수 있게 되었지. 난 낫을 쓸 줄도 알아. 그땐 낫으로 밀을 베었었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찐빵도 손수 만들어 먹었거든."두 소년은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뿐 아니라 멀지 않은 곳 큰 나무 밑에 숨어 있는 서 씨 어르신도 마찬가지였다. 신세희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용한 이곳에선 아주 멀리까지 전해져갔다. 차 안에 앉아 있던 어르신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이렇게 오랫동안 난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왜 난 항상 이 아이를 상류사회의 종양이라고 생각하였던 걸까? 이렇게 본분을 잘 지고 너무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고 착실하게 사는 애를... 네댓살 살부터 엄마를 도와 농사일을 하고 열 살쯤부터는 스스로 밀을 베어 찐빵도 만들고 한 애를... 난 어찌하여 저 착한 애가 그렇게나 눈에 거슬려 여태껏 악담만 퍼부어왔는지... '신세희가 두 소년에게 열심
신세희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뒤돌아볼 필요도 없이 자기 남편이 뒤따라온 걸 알 수 있었다. 남편는 점점 더 질투가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두 어린 소년들마저도 질투하고 있다."너희들 어서 학교로 돌아가.""안에 계시는 아주머니께서 우리 보고 여기서 점심 먹고 가라고 하셨어요."”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희들 당장 학교로 돌아가!""저기, 형, 우리… 저기 안에 계신 아주머니랑 약속했어요. 오늘 집에 오시는 손님들 앞에서 비보잉을 하기로요.""난 보잉이 좋아요!"신유리가 웃으며 말하면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아빠, 두 오빠보고 가지 말라고 해, 오빠들한테 비보잉 배우고 싶어.""…."그는 두 소년뿐만 아니라 신세희한테도 성질을 부리는 중이다. 하지만 유독 딸한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아빠… "신유리가 부소경의 손을 흔들었다. 두 학생도 거리낌 없이 신유리에게 눈을 껌벅였다.두 학생들 눈에는 부소경의 위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뒤에 있는 엄선우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말 겁 없는 애들이구나.'부소경은 여전히 싫어하는 기색이긴 했지만 한결 누그러든 어조로 두 소년을 바라보았다."기억해! 오직 유리하고만 노는 거야! 오늘 여기 있는 사람 중 너희 둘과 유리만 스무 살 미만의 어린애들이니까!"그러자 두 학생은 곧바로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알겠어요! 아저씨!"부소경이 또 말했다."밭에 더는 가지 마, 밭이 다 못쓰게 되었어!"두 소년은 억울한 듯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에 차갑고 사나운 기색이 어리자 그들은 깜짝 놀라 재빠르게 밭에서 빠져나와 유리랑 놀러 갔다."오빠, 비보잉 가르쳐줘.""비보잉하려면 우선 먼저 힙합 스타일의 옷을 입어야 해, 오늘 입은 치마는 안돼.""그러면 어떡해?""오늘은 내가 우선 기본동작부터 가르쳐주고, 너한테 내 춤을 보여줄게, 어때?"그러자 신유리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좋아. 좋아, 나한테도 같이 놀아 줄 오빠가 생겼어
"…."신세희는 한동안이나 자기 남편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경민의 그 전화로 인해 더없이 우울해졌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그녀는 자기가 그래도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의 남자는 구경민이 아니다. 만약 부소경이라면 절대로 6, 7년 동안 함께 한 여자더러 아이를 지우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쫓아내지도 않았을 것이다."소경 씨."신세희가 불렀다."응?""사랑해요!"그녀는 예고도 없이 그에게 장난스레 말했다."…."그는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신세희가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언제나 즐겁게 지냈었다. 부소경은 안색이 부자연스럽게 변하더니 어색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들어가서 어서 만두나 빚어! 이래서 점심은 언제 먹을 수 있겠어?"그는 말을 마치자 곧장 집안으로 향했다."…."그녀는 방금 부소경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천하의 부소경도 얼굴이 빨개지고 어색해할 때가 있다니?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으면서 부소경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멀리 큰 나무 아래, 그 차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다. 차 안의 어르신은 끊임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전원 농가의 작은 마당에서는 웃음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안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 이 말괄량이야, 어릴 때부터 밥을 지어 먹으며 자랐다는 게 어쩜 이렇게도 못생긴 만두를 빚을 수가 있어?""어릴 때부터 밥을 해 먹었다지만 모두 거칠게 만든 음식들뿐이야. 우리 집에서 언제 이렇게 신경 썼다고, 우리 집에서 만든 만두는 다 주먹만 했어!""네가 왜 말괄량이인지 이제야 알겠어.""왜?""너 많이 먹으니까!""하하!"밖에서도 집안과 마찬가지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두 소년은 신유리를 데리고 보기엔 규칙이 없어 보이지만 매우 공들인 비보잉을 추고 있다. 신유리가 일부러 두 오
서 씨 어르신은 만두를 들고 있는 서진희를 보면서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진희야…"이 순간, 서진희는 만두 접시를 내던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차갑게 물었다."어떻게 오신 거예요?"어르신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더듬거렸다."그게… 밖에서 오랫동안 너희들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너희들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저 차 안에서 보고만 있었어, 너희들이 화낼까 봐, 난… 이미 여길 떠나려고 했어….""그러면 왜 떠나지 않으셨는데요?" "…."그는 딸에게 감히 대꾸도 하지 못했다. 떠나려는 순간, 한번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싶은 마음에 차에서 내린 어르신이었다."말씀하세요! 왜 돌아오셨는지!"서진희가 분노에 차서 소리 질렀다. 그녀의 고함에 집안에서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놀라서 달려 나왔다. 어르신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신세희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신유리!"신세희의 고함에 신유리가 곧바로 조심스럽게 밖에서 들어왔다."어…엄마?""누가 이 사람을 들여보냈어? 너 마당에서 놀고 있었잖아!"신세희는 심유리를 꾸짖었다. 신유리는 눈을 흘기면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이 늙은이도, 참! 오빠들이랑 노는 틈을 타서 몰래 들어온 거야? 부끄럽지도 않아?""…."그는 확실히 신유리가 노는 틈을 타 몰래 들어왔다. 신유리가 아주 엉터리로 춤을 추면서도 자기가 가장 잘 춘다고 떠들어댔을 때, 어르신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정말 좋구나! 예전에는 왜 이런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까?'그 순간, 어르신은 더 이상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틈을 타 빠른 걸음으로 문 앞에 도착했다. 정말 공교롭게도 가장 먼저 자기 친딸인 서진희와 마주친 것이다. 서진희는 억지로 웃으며 신세희에게 말했다. "세희야, 유리를 탓하지 마, 겨우 여섯 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어떻게 어른들의 복잡한 마음을 알겠니?"이런 말 한마디에 어르신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무
“진희… 진희야, 아빠가… 정말 그 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런 행복은 정말 얼마 만인지….”“당장 꺼져!”서진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씨 어르신은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이때 서준명이 굳은 표정으로 밖에 나왔다. 서씨 어르신을 본 그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설마 저 미행하셨어요?”서씨 어르신은 이곳을 모르는데 서진희가 여기 산다는 걸 알았을 리 만무했다.서씨 어르신도 미안한 얼굴로 잘못을 인정했다.“그래… 내가 너 미행했어. 너 고모를 만난 뒤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졌어. 병원에서 나를 보살필 때도 말도 별로 없고. 네 엄마, 아빠도 네 고모 일로 죄책감에 빠져서 매일 한숨만 쉬잖아. 우리 집에서 웃음이 사라졌어. 유리 같은 아이가 내 주변에서 깔깔 웃으며 뛰어다녔으면 얼마나 좋을까….”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선희는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 생각했다.‘그건 자기가 자초한 거잖아?’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서준명은 잔뜩 미안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할아버지 모시고 돌아갈게요.”서준명은 서진희를 돌아보며 다시 사과했다.“고모, 정말 미안해요.”그러자 서진희의 화도 점차 사그라들었다.“괜찮아, 준명아. 할아버지 모시고 돌아가.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 말라고 해. 평생 가족으로 인정할 생각 없으니까. 왜 다른 사람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서준명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고모. 지금 바로 떠날게요.”그렇게 한때는 전국에 위상을 떨쳤던 서씨 어르신은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게 쫓겨났다.서준명이 떠나고 서씨 어르신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신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 준명 삼촌은 여기 없지만 유리가 춤 보여줄게!”아이의 한마디에 축 가라앉은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넓은 정원에서 먹는 집밥은 조금 소란이
부소경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장모님.”서진희는 부소경과 신세희를 구석으로 부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세희야, 부 서방. 유리도 이제 다섯 살인데 둘째 생각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셋째도 낳지.”부소경과 신세희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엄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엄마가 이런 말도 못해? 예전에는 너희 앞에 나타날 생각이 없었어. 내가 너희 생활을 방해하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너희가 엄마한테 너무 큰 행복을 줬잖아. 그래서 엄마가 아직 건강할 때 육아도 좀 도와주고 싶어. 세희 너랑은 행복한 시절을 보낸 날이 거의 없잖아. 엄마로서 너한테 뭐 해준 것도 없고. 그래도 아빠한테 보내면 대학도 가고 남부럽지 않게 살 줄 알았는데 전보다 더 불행할 줄은 몰랐어.”신세희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엄마, 나한테 상처 준 사람은 그 인간이야. 엄마는 나한테 충분한 사랑을 줬어.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그분이야 말로 내 아버지야. 나는 신세희야, 임세희가 아니라고.”잠시 숨을 고른 신세희가 말을 이었다.“엄마, 난 아이를 또 낳고 싶지는 않아. 엄마 고생하는 것도 싫고. 엄마가 손주 보고 싶으면 남성으로 올라 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엄마. 난 엄마가 남은 생을 좀 풍요롭게 보냈으면 좋겠어. 엄마는 좀 편하게 살아야 해. 엄마는 예술적으로 재능도 있고 현명하잖아. 군인 가문의 귀한 딸로 태어나서 여태 누리지 못하고 살았잖아. 그러니까 엄마, 엄마 이제 겨우 50이야. 앞으로 충분히 엄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어.”신세희는 진심으로 엄마의 행복을 빌었다.그녀와 서진희는 둘 다 불행을 겪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점도 있었다.그녀의 엄마는 태어난 순간부터 아버지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아이에게 애정을 주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신세희는 자신이 엄마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불행한 어린 시절이 잠깐 있었지만 새아버지와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세희 씨, 왜 그래? 무슨 고민 있어? 어제 아줌마네 집에서 쉰 게 부족했어?”점심 때가 되자 민정아는 신세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첫술을 뜨던 엄선희도 고개를 들고 물었다.“세희 씨, 혹시 그 영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윤희 언니 걱정돼서 그래. 언니는 뭐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서. 나도 임신한 몸으로 거리를 방황한 적 있어서 잘 알아. 너무 힘들었어. 다행히 내 옆에는 서시언 오빠가 있었잖아. 하지만 윤희 언니 옆에는 아무도 없어.”비슷한 불행을 경험했기에 신세희는 다른 사람보다 더 고윤희를 걱정했다.두 친구도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신세희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됐어. 지금 우리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우리 삶에 충실하자. 도움이 필요해지면 나한테 또 전화하겠지.”하지만 두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윤희 언니 성격에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아니야. 두 사람은 아이를 임신한 적 없어서 몰라. 임신한 여자는 자기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돼 있어.”신세희는 굳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고윤희가 어려움에 쓰러지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 남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윤희는 줄곧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신유리가 그녀에게 인형을 선물하고 예쁜 짓을 하는 것을 봤을 때, 그때부터 고윤희는 아이를 더욱 원하게 되었다.그녀는 구경민과의 아이를 원했다.그가 평생 자신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는 없었다.결혼식, 반지, 혼인신고가 없어도 상관없었다.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옆에서 평생 사는 것만으로도 고윤희는 만족했을 것이다.그런데 한 달 전에 그 꿈은 처참히 부서졌다.고윤희는 자신의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풍요로운 삶을 산 대가로 지금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며칠 전까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비록 고윤희도 다시 구경민과 잘해 볼 생각을 접었고 한때 꿈꾸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