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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주형인은 차를 몰고 도망가는 내내 끊임없이 하예진을 나쁜 년이라고 욕하면서 그의 서현주는 하예진과 달리 온화하고 이해심이 많다고 곱씹었다. 그는 이혼한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지금 세를 들어 사는 집 아래에 도착하자 익숙한 차 한 대가 보였는데 주형인은 머리가 아파 났다.

그 차는 누나의 차였다. 누나가 또 찾아온 것이다.

짜증이 나서 머리를 긁적였지만,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와 서현주가 직업을 잃은 것은 전태윤이 손을 쓴 것이 분명하다.

‘누나와 형부가 직업을 잃은 것도 전태윤 때문이 아닐까?'

진짜 그런 거라면 주형인이 누나네 부부를 힘들게 한 셈이다.

가까이 다가간 주형인의 귀에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현주는 주형인과 함께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들 부부는 함께 회사를 떠났지만, 돌아오는 도중 주형인은 그녀를 먼저 차에서 내리게 하면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 혼자 바람을 쐬러 가고 싶다고 하면서.

똑같이 기분이 별로였던 서현주는 이해한다는 듯 택시를 타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주형인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을 뿐이 아니라 수입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되니 욕이 저절로 나왔다.

셋방으로 돌아온 후 형님이 임정한을 데리고 온 것을 보고 담담하게 인사를 하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엉망진창으로 된 방을 보았다. 그녀의 화장품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립스틱도 부러져 있었으며 화장대에는 각종 스킨케어가 가득 발라져 있었다.

그리고 벽, 바닥, 이불에도 립스틱이 가득 발라져 빨갛게 물들어져 있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어머니!”

서현주가 소리를 지르자, 김은희는 얼른 다가와 물었다.

“왜 그래?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면서 말이야. 나 아직 그 정도로 귀 멀지 않았어.”

“어머니, 제 방 좀 보세요. 정한이가 이렇게 만든 거죠? 몇 번이나 말했어요? 정한이는 장난이 너무 심해 걔가 오면 저와 형인 씨 방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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