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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주형인은 오래전부터 뚱뚱해서 추한 하예진에게 관심이 없어졌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몇십 킬로를 감량해 예전보다 훨씬 예뻐진 그녀를 보며 말을 다시 삼켰다.

살이 찌기 전의 하예진은 매우 아름다웠고 모든 면에서 서현주 못지않았다.

“현주는 조금 민감해서 그래. 우리는 아무래도 부부였고... 우리가 연락이 오가면 현주가 오해하고 의심하기 마련이야. 당신이 이해해.”

만약 하예진이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면...

두 여자가 자신을 두고 다투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의 마음속은 은근히 기뻐 났다.

비록 상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하예진은 오래전부터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주형인은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비록 그가 먼저 그녀를 배신했지만, 그녀가 그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자, 그는 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이혼 후 자신과 서현주의 생활이 점점 더 행복해지기를 바랐고, 하예진은 비참하고 순탄치 않은 생활을 보내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하예진이 자신보다 더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예진아, 난 지금 일자리를 잃었어. 전태윤이 손을 쓴 탓에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아, 아니, 구할 수 없을 거야. 어쨌든 우린 몇 년 동안 부부생활을 해왔고 우리 사이에 우빈이도 있는데... 날 좀 도와주면 안 될까? ”

“...”

“이 가게에 투자하는 데 얼마를 썼어? 몇백만? 기껏해야 몇천만 정도일 거야. 우리가 이혼할 때, 내가 당신에게 나눠준 돈은 2억을 넘는데 그 나머지 돈, 먼저 나에게 빌려줘 봐. 나와 현주는 지금 결혼식 날짜를 고르고 있는데, 날짜를 고르고 나면 결혼식을 올려야 해, 모든 것이 다 돈이 필요한데 지금 내 손에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

“...”

“그러니 돈 좀 빌려줘. 이제 새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면 바로 갚을게. 우빈이를 봐서라도 꼭 갚을 테니 걱정하지 마.”

하예진은 몸을 돌려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물 한 통을 받아오더니 그 물통을 주형인 앞에 놓고 말했다.

“허리를 굽혀 물속 좀 봐봐.”

“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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