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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전태윤은 문득 계급 차이의 실질을 깨달았다.

만약 하예정이 출근하지 않으면 그녀는 곧 이혼 전의 하예진처럼 살아갈 것이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전태윤에게 손 내밀어야 하고 줄지 말지는 그의 기분에 달려있다. 이건 마치 은덕을 베푸는 셈이다. 어쩌면 전태윤은 돈 줄 때 그녀가 벌지도 못하면서 써대기만 한다고 푸념할지도 모른다.

하예정이 만약 전태윤의 엄마처럼 재벌 가문에서 태어나 재벌가로 시집갔다면 출근하지 않아도 넉넉한 혼수가 뒷받침해주어 수익을 얻게 하고 시종일관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게 해준다.

전태윤의 엄마가 시집갈 때 전태윤의 아빠도 전씨 일가의 도련님이었다. 전태윤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제 딸이 시댁에서 괴롭힘을 당할까 봐 혼수를 어마어마하게 준비했는데 집, 차, 상가, 작은 회사 등등 없는 게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혼수로 딸아이에게 줬던 작은 회사는 몇십 년이 지난 후 전태윤의 엄마가 진작 대기업으로 성장시켜 연 수입이 백억을 넘는다.

전태윤은 드디어 깨달았다. 하예정이 원하는 독립이 무엇인지, 그에게 적응하고 그의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한 게 대체 무슨 뜻인지 드디어 알 것 같았다.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알아서 내 몸 잘 챙길 테니까 태윤 씨도 건강 챙겨요.”

전태윤은 그녀의 이런 미소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다.

그는 하예정의 웃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저도 몰래 손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뜨거운 눈길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예정아, 너의 미소가 햇살처럼 내 맘을 비춰서 차가웠던 내 가슴을 녹이고 있어.”

엘리베이터 안에 아무도 없었다. 그는 거침없이 팔을 벌려 그녀와 우빈을 품에 끌어안았다. 우빈은 중간에 끼여 머리가 전태윤의 가슴에 짓눌렸다. 전태윤은 재빨리 그녀의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

입술이 닿은 순간 전태윤은 저도 몰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지만 더 깊게 빠져들기도 전에 우빈이가 분위기를 깼다.

아이는 부부 사이에 끼여 너무 불편한 나머지 마구 몸부림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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