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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옷을 갈아입은 후 엄마의 감시하에 그는 생강차를 마셨는데 너무 매워서 미간을 확 구겼다.

“엄마, 생강을 왜 이렇게 많이 넣었어요. 매워 죽겠네.”

“너희 할머니가 생강 많이 넣어서 체내의 한기를 빼라고 했어. 생강차 마시기 싫으면 앞으로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던가.”

전태윤이 그릇을 내려놓았다.

“엄마, 난 진짜 마음 식히려고 그랬어요. 일부러 어리석은 짓을 한 게 아니라고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서 지금은 충분히 진정했지? 어서 할머니 찾아가서 얘기 나눠. 할머니야말로 제일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장본인이셔. 네 할머니만 아니었어도 넌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거야.”

장소민은 시어머니에게 불만이 조금 남아있었다.

전태윤은 매우 훌륭해서 장가 못 갈 걱정이 없는데 어르신이 한사코 그더러 자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과 결혼하라고 다그쳤다.

애초에 다들 감격에 겨워 하예정에게 정중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일절 거절했다.

그 뒤로 어르신과 하예정이 사이좋게 지냈고 하예정은 어르신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소민은 사석에서 남편에게 구시렁대기도 했다. 하예정이 혹시 할머니의 신분을 알고 더 많은 것을 탐내느라 그들이 주는 거액의 보상금을 거절한 게 아닐까?

장소민의 남편은 일단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보다 보니 하예정이 어느덧 그의 며느리가 되었다.

하예정은 할머니의 정체를 아예 몰랐고 전태윤과 혼인 신고할 때도 그가 전씨 그룹 대표라는 걸 몰랐다. 장소민은 나중에 이 일들을 알게 됐다. 만약 몰랐다면 그녀는 진짜 하예정이 가식녀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는 부부가 서로를 깍듯하게 대하고 비록 한방에서 지내도 교류가 아주 드물며 잘 때 역시 따로 잔다고 했다. 심지어 전태윤은 계약서를 작성하여 하예정에게 서명하라고 했다.

계약서 내용이 무엇인지 장소민은 몰랐다.

하지만 제 아들은 절대 스스로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 계약서는 분명 하예정에 관한 단속 사항이 더 많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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