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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전태윤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

“진정하게 혼자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은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윤아, 네가 예정이를 친정에 가 머물 수 있도록 손을 놓아준 게 할미는 매우 기쁘구나. 예전처럼 예정이를 강제로 붙잡아 두지 않고 자유를 줄줄 안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

전태윤의 안색은 여전히 침울했다.

“할미는 이틀 후에 다시 예정이를 찾아가련다. 널 위해 사정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도 예정에게 사과해야겠어, 그 애를 가장 먼저 속인 사람이 이 할미잖아.”

전태윤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두 사람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할머니 생각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전태윤이 되물었다.

할머니는 웃으며 손을 뻗어 전태윤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그만 참지 못하고 그의 머리를 쿡쿡 찔렀다.

“네 머리로 한번 천천히 생각하고 깨달아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이해하고, 신뢰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포용하여야 하는 거야. 네 엄마는 나와 네 할아버지에 대해 불평하였다. 모든 걸 가르쳐줬으면서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우리가 그걸 깨달았을 때, 넌 이미 어른이 되었지... 네 할아버지는 저세상으로 떠나갈 때까지도 널 걱정했다.”

“...”

“네 혼사가 걱정되었던 거지. 넌 성격이 냉담하고 차가워 소년 시절에 널 사모하는 여자애가 그렇게 많았어도 말 걸기도 싫어했지. 어른이 된 후엔, 매일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며 3미터 이내에 가족 이외의 젊은 여성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고... 네 할아버지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그땐 이미 병으로 더 이상 너를 돌볼 힘이 없어 떠나기 전에 이 할미한테 부탁한거야.”

“...”

“사실 할미도 그때 예정이를 알게 된 후 너희 둘 몰래 사주팔자를 가지고 가 부부의 인연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다 인연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너와 예정이를 결혼시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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