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어요.”주우빈은 하예정의 목을 껴안고 얼굴에 여러 번 뽀뽀했는데, 하예정은 우빈이가 귀여워 미칠 지경이었다.“언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나는 진작에 저녁 다 차렸는데.”하예정은 조카를 껴안고 언니에게 물었다.“인테리어 기사님이 일을 늦게 끝내 이제야 돌아온 거야. 언니가 돌아와서 너한테 밥을 해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미 밥을 다 차려놓았을 줄이야.”“언니, 난 그냥 마음에 상처만 입었을 뿐이지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언니가 밥해주는 게 어딨어?”하예진은 다가와 동생이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그것은 비녀였다.“네가 기분 나빠서 그런지 그림도 잘 안됐네, 일단 그리지 마.”하예정은 동생을 도와 화판을 치웠다.“나가서 신선한 공기라도 마시지 그랬어?”“움직이기 싫어서 하루 종일 잤어.”“내일은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봐. 매일 집에만 있으면 기분만 더 나빠져.”“내일은 가게에 갈 거야. 설 전에 들어온 주문을 처리해야겠어...”학생들은 다음 주 월요일에야 개학한다.오늘은 금요일이니 그녀는 주말 이틀을 틈타서 가게에서 밀린 일들을 처리할 행각이었다.뭔가 할 일이 있어 주의를 분산시키면 전태윤이 그녀를 속인 일이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생각하지 않으면 화도 나지 않을 것이고, 화가 안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그래, 알았어.”하예정은 동생이 가게로 나가는 것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방금 아래층에서 주형인을 만났는데, 일부러 나를 찾으와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데리고 시내로 들어왔다고 알려줬어.”그러자 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렸다.“여기 와서 뭐 하려고? 태윤 씨 신분을 알고 돈을 떼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그들처럼 뻔뻔한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도 남지.”그 사람들은 얼굴이 두껍고 뻔뻔하기 짝이 없어, 아무리 어이없는 일이라도 하고 남을 것이다.“그들이 생각한다고 될 일이야? 능력이 있으면 태윤 씨를 직접 찾아가라고 해!”하예정은 고향 친척들과 관계가 몹시 나쁘다.“정말 제부를 찾아갈지
하예정이 문을 열자마자 한 손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그녀는 재빠르게 그 손을 잡았다.‘서현주?'서현주는 문을 열러 온 사람이 하예진인 줄 알고 문을 열자마자 뺨을 때릴 생각이었는데 하예정일 줄은 미처 몰랐다. 하예정은 몸싸움에 능하다고 할 수 있어 주먹질도 할 줄 알고 반응도 빨라 피할 수 있었다.“어...?”“무슨 일로 온 거야?”서현주는 하예정을 빤히 바라봤다.하예정은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바로 그녀를 뒤로 밀어서 몇 걸음 물러서게 했다.“하예진은? 하예진보고 나오라 해. 감이 내 남편한테 꼬리 쳐?”퇴근 후 주형인은 그녀를 내버려두고 서둘러 회사를 떠났다.서현주는 하씨 집안 사람들이 회사에 주형인을 찾아왔을 때 그를 보고 손녀사위, 제부라고 부르는 것이 화가 났다.‘오빠와 하예진은 이미 이혼했는데도 그쪽에선 오빠를 제부라고 부르다니, 설마 재혼을 원하는 건 아니겠지? 시댁 사람들도, 하씨 집안의 사람들도 다 그러길 원하는 거야? 날 뭐로 보고!'그녀는 몰래 주형인을 미행하다가 그가 하예진을 찾아간 것을 발견했고, 그가 멀리 떠나간 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하예정은 비꼬며 말했다.“당신 남편은 우리 언니가 버린 남자야. 우리 언니가 눈이 먼 것도 아니고 다시 버린 남자한테 꼬리를 치겠어? 혹시 우리 언니한테서 빼앗아 간 인간쓰레기가 너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거야?”“네 언니는 오빠랑 이미 이혼했잖아. 나와 오빠는 어제 혼인신고를 했고, 이제 우리는 부부야. 네 언니는 이젠 오빠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몰래 만나는 건 무슨 뜻이야? 네 언니, 나한테 복수하려고 일부러 다이어트하여 오빠를 다시 유혹하려는 건 아니겠지?”“어머,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우리 언니가 그렇게 할만 한 가치는 조금도 없어. 너는 모든 사람이 너처럼 남이 버린 남자를 보물처럼 여기는 줄 알아? 주형인이 먼저 바람을 피운 건 따로 치고, 설사 그 인간쓰레기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해도 이혼한
서현주도 자기가 한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주형인은 늘 집에 돌아가 하예진의 살찐 모습을 보기만 해도 역겹다고 말하곤 했다.이혼 후 주형인은 되려 계속 하예진을 찾아가고 있고 하예진도 계속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이혼 당시와 비교하면 하예진은 불과 두 달 만에 십여 킬로의 살을 빼버렸다. 지금의 하예진은 모델에 비하면 당연히 뚱뚱한 편이지만 일반인과 비교하면 단지 살이 좀 더 풍만하게 찐 정도이다.서현주는 주형인이 하예진을 찾아가는 이유가 하예진이 살이 빠져 이혼할 때보다 훨씬 더 예뻐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이때 하예진이 다가왔다.서현주는 하예진을 보고 화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하예진, 난 네가 돈 많은 이모가 있든, 전씨 집안의 큰 도련님을 제부로 두었든 두렵지 않아. 네가 감히 내 남편에게 꼬리 친다면 난 널 어떻게든 찢어버릴 거야.”하예진은 서현주가 한 말에 웃음이 나왔다.“너 혹시 다른 사람의 남편을 빼앗고 나니 의심병이 생긴 거 아니야? 다른 사람이 네 남편을 빼앗아 갈까 봐 불안해? 너처럼 눈먼 사람이나 그런 인간쓰레기를 좋아하는 거지, 난 아니야. 난 감정에 결벽증이 있어서 말이야. 내가 버린 남자를 다른 사람이 주워 사용하면 난 그게 더러워서 더 이상 원하지 않거든. 뭐 어쨌든, 주형인을 주워간 너에게 감사할 따름이야. 그 덕에 순조롭게 이혼해서 내가 원하는 재산을 얻을 수 있었어. 설사 그 자식이 나랑 재혼하길 원한대도, 내가 너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거절할 거라고 약속할게.”서현주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야, 오빠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데.”“네 말대로라면 넌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하예진의 한마디에 서현주는 말문이 막혔다.그녀는 그와 진짜 부부가 되고 나서야 결혼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아무 관계 없었던 두 집안의 일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주형인은 그녀를 위해 요리를 배웠고, 시어머니가 그녀
“못 믿겠다면 돌아가서 네 남편한테 물어봐. 우리 언니한테 따지러 오지 말고. 네 남편이 우리 언니를 찾아온 거지, 우리 언니가 네 남편을 찾아간 게 아니잖아? 잘 생각해 봐.”하예정은 참지 못하고 서현주에게 한마디 했다.“그래,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돌아가서 네 남편의 다리를 분질러버려. 그러면 네 곁에 있을 수밖에 없을 거야.”“하예진, 너 이사 가. 시어머니 모르게 멀리 이사가. 그러면 오빠도 다시는 널 찾지 못할 거야.”서현주는 하예진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지금 그녀가 가장 질투하는 사람은 얼굴도 자기보다 예쁘지 않고, 젊지도 않지만, 뜻밖에도 전씨 집안의 큰 도련님과 결혼하게 된 하예정이다.‘팔자가 너무 좋은 거 아니야? 전씨 집안의 도련님은 하예정의 뭘 보고 결혼했는지 도통 모르겠네.’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서현주뿐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하예정이 어떻게 전 대표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으로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하예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하예정은 화가 나서 반박했다.“왜 우리 언니가 이사 가야 하는 건데? 가도 네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주형인이 우리 언니를 찾아올까 봐 두렵다며? 그럼, 너희들이 멀리 이사 가서 관성을 떠나면 되잖아? 그러면 주형인도 찾아오지 못할 거고. 그리고 서현주, 내가 하나 알려줄게. 자기 남자를 단속 못 하고 밖의 유혹이 너무 크다고 탓하지 마. 이건 너 같은 제삼자들이 본처한테 가장 하기 좋아하는 말이잖아? 알아들었으면 어서 꺼져, 널 보면 소금을 뿌리고 싶어지니까.”하예정은 힘껏 문을 닫고는 하예진에게 말했다.“언니, 그 인간쓰레기랑 이혼하길 잘했어. 안 그러면 이런 눈먼 여자들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 마음만 썩혔겠어.”“우리도 서현주에게 화낼 필요 없어. 우리가 화낼수록 서현주는 내가 아직 주형인에게 마음이 남아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면 승자의 우월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더 거들먹거릴지 몰라.”하예진은 이제 평온한 마음으로 이 쓰레기 같은
하예정은 영상통화를 끊었다.‘...우빈이도 못 보게 하네. 계속 우빈이랑 장난 칠 걸 그랬어. 적어도 예정이가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말이야.'하예진은 하예정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예정을 집에 데려온 후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동생이 얘기하고 싶을 때 말할 거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아들의 작은 얼굴에 밥알이 가득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 하예진은 웃으며 아들의 얼굴에 붙은 밥알을 떼주었다.식사 후 하예정은 나갈 준비를 하였다.“어디 가?”하예진은 설거지하면서 물었다.“속이 좀 복잡하고 답답해서 나가 찬 바람이나 쐬려고. 언니 스쿠터 타고 갔다 올게.”“너무 멀리 가지는 마. 배터리 다 나가면 밀고 와야 해. 옷 많이 입고, 스쿠터 타면 바람이 차가우니.”“알았어.”“심효진을 찾아가 술을 마시지는 말고. 태윤 씨가 널 너무 걱정하길래 나도 태윤 씨랑 약속했어, 너 술 못 마시게 하고 차도 운전 못 하게 하겠다고.”전태윤 그 사기꾼을 생각만 하면 하예정은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를 머릿속에서 쫓아낼 수 없었고, 무슨 일을 하든 항상 그가 생각났다.하예정은 불만이 가득해서 말했다.“언니, 언니 친동생은 나인데 왜 남을 도와 날 돌봐주고 있는 거야?”“누구를 돕는 게 아니라, 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거야. 넌 기분이 좋지 않으면 차를 아주 날것처럼 운전하잖아. 그럼 사고가 나기 쉬워. 술을 마실 때도 주량이 좋지 않아 두 잔도 채 못 마시며 술에 취해서는 다음날 일어나 또 머리 아프다 그러고.”“이모, 나도 갈래요.”주우빈은 이모가 바람 쐬러 간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와 하예정의 다리를 껴안고 따라가겠다고 졸라댔다.하예정은 조카를 안아 들고 어린이용 스쿠터 좌석 의자를 가져오면서 하예진에게 말했다.“언니, 우빈이를 데리고 나가서 두 바퀴 돌고 올게.”“조심해, 우빈이에게 모자 씌우고. 외투에 모자가 달려있을 거야.”“알았어.”하예정은 조카를 데리고 나갔다.그러나 스쿠터를 밀
하예정은 주우빈을 데리고 근처를 두 바퀴 돌다가 결국 인근 대형 슈퍼에 가서 많은 간식과 우유 한 상자를 샀고 둘은 짐을 가득 싣고 돌아왔다.하예정은 하예진이 세 들어 사는 건물 입구에 차를 세우고는 본능적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는데 전태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안심되는 한편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우빈아, 먼저 내려와 있어. 이모가 차를 세워놓고 올게. ”1층에는 공용차고가 있어 이곳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들에게 차를 세울 자리를 마련해주었다.하예정은 먼저 조카를 스쿠터에서 안아 내린 후 마트에서 산 간식과 우유 상자를 주우빈 옆의 바닥에 놓았다.주우빈은 이 모든 것이 이모가 자신에게 사준 것으로 생각하며 바로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한 손은 간식 위에 놓고, 다른 한 손은 우유 상자 위에 올려놓았는데 자신의 물건을 지키려는 모습이 역력했다.“우빈아.”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우빈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전태윤을 발견하고는 곧 일어나 기쁜 목소리로 불렀다.“이모부.”그리고 그는 두 팔을 벌려 전태윤에게 안아달라고 했다.하예정이 스쿠터를 몰고 차고로 들어가자마자 전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는데 전태윤이 주우빈을 안아 드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잠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순간 스쿠터로 옆에 세워져 있는 여성용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넘어뜨렸고, 자신도 스쿠터와 함께 그쪽으로 넘어졌다.“예정아!”전태윤은 하예정을 부르며 바로 주우빈을 땅에 내려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차고 안으로 뛰어들었다.“예정아,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어디 봐봐.”전태윤은 하예정을 일으켜 세우고 얼른 그녀의 몸에 다친 곳은 있는지 확인했다.“전 대표님, 관심해줘서 고마워요.”하예정은 전태윤의 손을 밀치고는 차를 일으키러 가려 했다.전태윤은 그녀의 거리감으로 가득 찬 호칭과 담담한 표정을 보며 마음이 아파 났다.“예정아.”하예정이 자기를 쳐다보자, 전태윤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그게... 내가 차를 일으
전태윤은 아쉬운 표정으로 시선을 하예정에게서 떼고 묵묵히 처형을 따라갔다.하예정은 종이 위에 사과의 말과 자신의 이름, 그리고 휴대폰 번호를 남겼고, 그 밑에 내일 연락하면 수리비를 배상할 것이라 적고는 메모지를 붙여놓았다.이 모든 것을 다 하고 차고에서 나온 그녀는 언니와 조카만 보이고 전태윤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물었다.“언니, 태윤 씨는 ?”“네가 산 물건이 좀 많다고 하니 자진해서 물건을 위층으로 가져갔어.”하예정은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좀 돌고 온다더니 결국엔 마트에 갔구나. 너하고 우빈이가 같이 마트에 가면 항상 마트를 통째로 들어오지 못해 한스러워하더라.”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여동생과 위층으로 올라갔다.“기분이 안 좋을 때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는 것 같아.”하예진이 웃음을 터뜨렸다.“너희 둘 먹보라고 할 땐 인정하지 않더니.”두 자매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전태윤이 현관문을 활짝 열고 집 앞에서 두 자매를 기다리고 있었다.“처형, 물건 다 놔뒀어요.”전태윤은 하예진에게 말했지만, 시선은 하예정에게로 향했다.“수고 많았어요.”“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요, 바로 달려올게요.”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힘든 일 없어요. 추운데 여기 서 있지 말고 들어가서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돌아가세요.”전태윤이 하예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그저 주우빈을 안고 방으로 들어가는 언니의 뒤를 따라 가면서 전태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선 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한참 후, 하예정은 주방에서 더운물이 담긴 유리컵을 들고 나오더니 재빨리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손이 너무 뜨거웠다. “언니, 내일 가게에 나가야 하니 먼저 방에 들어가서 쉴게.”그녀는 전태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이 방문을 닫자, 하예진이 목석같이 서 있는 전태윤을 불렀다.“제부, 예정이가 더운물을
‘예정이가 컵이 이렇게 뜨거운데도 깨뜨리지 않고 가져온 것은 나보고 더운물을 마시고 몸을 녹이라는 뜻이 아닐까?’그녀는 화가 나서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입으로 떠들었지만, 사소한 행동에서 오히려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를 그렇게 미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이렇게 생각하니 전태윤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주우빈의 작은 몸이 앞으로 기울자, 전태윤은 그가 그 뜨거운 컵을 엎지를까 봐 급히 컵을 옆으로 옮겼다.주우빈은 간식이 가득 담긴 가방을 열고 싶었다.전태윤은 주우빈이 가방을 여는 것을 도왔다.“고마워요, 이모부.”주우빈은 가방에서 감자칩 한 봉지를 꺼내 전태윤에게 주었다.“이모부, 드셔보세요, 이모가 맛있다고 했어요.”이모는 감자칩은 애들이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하면서 거의 사주지 않았다.그런데 이모는 왜 자주 드셔도 되는 걸까?전태윤이 감자칩을 건네받자, 주우빈은 또 몇 가지 간식을 꺼내 전태윤에게 주고는 그의 허벅지에서 내려 힘겹게 간식이 든 가방을 끌고 가며 말했다.“이건 우빈이 거예요.”하예진이 웃으며 아들의 가방을 들어주었다.“가방보다도 가벼운 녀석이 욕심은. 일단 여기 놔둬. 한꺼번에 다 먹어버리면 밥 먹기 싫어질 거야. 오늘 저녁은 안되고 내일은 조금 먹을 수 있어.”그러고는 전태윤에게 말했다.“우빈이는 간식에 집착이 심해서, 어쩌다 가끔 자기 걸 친구들한테 나눠주기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어른들에게 주려 하지 않아요.”전태윤이 주우빈 앞에서 하루 종일 엄숙한 표정을 지었지만, 주우빈은 그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노동명과는 여러 번 만났지만, 주우빈은 그를 볼 때마다 두려워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정말 알 수 없다.전태윤은 주우빈이 나눠준 간식을 주우빈한테 도로 주었다.“우빈아, 이모부는 간식을 싫어하니 너 다 가져.”주우빈은 즉시 그 몇 가지 간식을 집어 가방에 다시 넣었는데 그 작은 행동에 전태윤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즐거워 났다.주우빈이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나이가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