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이모와 유전자확인 검사를 하자마자 전태윤이 출장을 간 것은 그의 고귀한 신분이 들통날까 봐 이모와의 만남을 피한 것이었다!결혼 후 4개월 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얼굴빛이 점점 창백해졌다.심효진은 마우스를 잡은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예정아, 너 괜찮아?”하예정의 격렬한 반응에 놀란 그녀는 얼른 가서 하예정을 흔들었다.하예정은 꼭두각시처럼 가만히 앉아, 심효진이 자신을 어떻게 흔들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며, 전태윤의 확대된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다.맞아, 그 사람이야!매일 잠자리를 같이하는 사람인데, 잘못 볼 리가 없다.점점 신뢰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남편이 자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속이고 있는 큰 사기꾼이라니!“예정아, 나 놀라지 마, 말 좀 해봐, 너 이러니 너무 무서워! 나... 예진 언니한테 전화할 거야.”심효진은 절친의 반응 없는 모습을 보며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당황한 심효진은 하예진의 연락처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주소록을 샅샅이 뒤졌지만, 한참 후에야 그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종잇장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하예정의 반응은 너무 무서웠다.해예진은 자기의 가게에 있었다.“효진아, 무슨 일이야? 예정이한테 점심때 밥 먹으러 안 간다고 전해줘.”그녀는 여동생이 점심을 같이하자는 줄 알았다.“예진 언니, 지금 어디예요? 빨리 와줘요, 예정이가 이상해요!”심효진의 말을 들은 하예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재빨리 아들을 안고 가게를 뛰쳐나가 지나가는 차를 불러세웠다.운전하던 노동명은 차를 급히 세웠다.그가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하예진은 이미 주우빈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기사님, 어서 빨리 관성 중학교로 가요!”노동명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 가게 문도 안 닫고...”“노 대표님?”해예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또 당신이에요?”어떻게 매번 노동
노동명은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 그녀 대신 키를 가지고 나온 후 가게 문을 잠갔다.차에 돌아온 후 노동명은 차를 운전하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 안절부절못하고 얼굴빛도 창백해있고...”“효진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예정이한테 일이 생겼대요.”하예진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예정인 오늘 가게에 청소하러 돌아간 거였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지? 혹시 책장이 넘어져 깔리기라도 한 건가? 책장 안에는 책들이 많아 꽤 무거울 텐데...’하예진은 감히 생각할 엄두가 안 났다.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봐, 혹시라도 어디 잘못된 건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그녀에게는 부모도 없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여동생밖에 없는데 여동생마저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하예진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 모습을 보고 노동명은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진 씨,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하예정은 절친의 와이프라 노동명도 못내 걱정되었다.“몰라요. 효진이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저 예정이에게 일이 생겼다고만 했어요. 효진이가 저렇게 당황한 걸 보면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빨리 다시 효진 씨에게 전화해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요, 울지만 말고. 무슨 일인지 아직 파악도 못 했잖아요. 만약 예진 씨가 상상했던 것처럼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괜히 운 거잖아요!”“참지 못하겠어요... 전에도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에서 불러내며 마을에서 전화가 왔는데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급히 집에 도착하니 우리 부모님은 이미 모두 돌아가셨어요, 또 그때처럼 이런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요...”하예진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매우 두려워했다. 혹시라도 나쁜 소식을 들을까봐...“헛생각 말고 먼저 한번 물어나 봐요.”노동명도 하예진 자매가 11년 전에 부모님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정은 당시 겨우 10살인지라 아마도 그리 기억에 남지 않았을 거지만 하예진은 그때 이미 15살이었고 곧 고
심효진은 바로 대답했다.“바로 그 사람이에요!”“전 대표가 기자의 인터뷰를 하는 걸 봤는데 결혼 생활에 대한 인터뷰였어요. 예정이도 그 인터뷰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멍한 표정으로 그저 서 있기만 하는 거예요. 내가 예정이를 흔들어도 보고, 때려도 보고, 부르기도 했는데 여전히 반응 없는 모습이라 너무 놀라서 예진 언니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어요.”하예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제부가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니...‘설마?’그녀는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도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옷차림도 평범했고, 차도 평범한 차였고, 그녀가 생각했던 재벌 가문의 호화로운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은 수양이 매우 좋았다.“바로 갈게. 예정이에게 물 한 잔 따라줘 봐. 만약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찬물을 뿌려봐 봐. 그럼, 정신 차릴 수 있을거야.”“... 그러다가 예정이가 감기에 걸리면 어찌하려고요?”그 순간, 하예진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해졌다.“그렇게 해야 예정이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거야. 아니면 계속 멍하니 앉아있기만 할거잖아.”그녀는 지금 하예정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소리 내 우는 쪽이 나을 것이다.‘제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예정이를 속였다니!’심효진은 여전히 멍해 있는 친구를 보며 입을 열었다.“예진 언니, 그냥 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래, 지금 가는 길이야.”“예진 언니, 먼저 다른 방법을 써서 예정이가 정신을 차리도록 해볼게요.”심효진은 이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다시 하예정을 잡고 흔들었다.“예정아, 예정아, 정신 좀 차려봐, 날 놀라게 하지 마!”하예정은 여전히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그녀의 몸은 심효진이 흔드는 그 힘에 따라 움직였다. 만약 흔들지 않으면 그녀는 또다시 나무토막처럼 그곳에 앉아 멍하니 컴퓨터 화면의 전태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심효진은 그녀의 얼굴을 꼬집어 보기도 하고 귀를 잡아당겨 보기도 했지
하예정과 심효진은 모두 서점을 떠났고, 하예진은 노동명의 차를 타고 서둘러 관성 중학교로 갔다.아직 개학도 하지 않은 관성 중학교는 조용했다. 학교 앞에 있는 가게들은 모두 문이 닫혀 있었고, 하예정의 서점도 문이 닫혀 있었다.“왜 문이 닫혀있지?”하예진이 차에서 내려 가게 문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그저 전씨 그룹에 가서 전태윤에게 그가 과연 갑부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는 휴대전화 소리도 듣지 못한 듯 언니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하예진은 할 수 없이 심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스쿠터를 타고 하예정을 따라가던 심효진은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며칠 전에 충전한 스쿠터 배터리가 거의 다 바닥난 것이다.전화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은 심효진은 스쿠터를 길가에 세우고 전화를 받았다.“예진 언니, 예정이가 전씨 그룹에 전태윤을 찾으러 갔어요. 지금 예정의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돼요. 스쿠터를 타고 예정이의 차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 스쿠터도 배터리가 거의 다 바닥났고요.”심효진은 자신이 스쿠터를 타고 출근한 것을 후회했다.‘차를 몰고 왔을 걸 그랬어.’“알았어, 지금 바로 전씨 그룹으로 갈게.”동생이 전씨 그룹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하예진은 바로 몸을 돌려 차에 돌아갔지만, 노동명이 전화하는 것을 보고는 재촉하려던 것을 잠시 참아야만 했다.노동명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그는 하예진을 차에 태우고 왔기에 자연히 하예진과 심효진의 통화를 듣게 되었고, 전태윤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심효진의 말을 들어보니 전태윤이 먼저 신분을 노출한 것이었다.노동명이 보기에 전태윤은 하예정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미리 그녀에게 자신의 신분을 고백해야 했지만, 그는 그녀를 잃을까 봐 줄곧 고백하지 못했다.노동명은 전태윤이 하예정과의 감정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
그러나 휴대전화를 꺼내던 그는 단념했다.이건 자신이 결정할 일이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며, 어떻게 되든 끝까지 가야 할 것이었다.하예정은 화를 낼게 분명하다.그가 해야 할 일은 사과하고 설명하는 것뿐이고, 모두 그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 할머니의 도움을 기대할 일이 아니었다.사실 하예정을 속인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가족들 모두 하예정을 속이고 있었다...아마 할머니가 도와주신대도 화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예 할머니마저 원망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신분을 숨긴 사람은 할머니였기 때문이다.하예정이 전태윤에 관한 인터뷰를 본 이상,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봤을 것이다.보통 사람들은 기껏해야 전씨 도련님과 결혼하고 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하예정을 부러워하고 질투할 뿐이다.재미있는 것은 하씨 집안과 주씨 집안의 반응이었다.가장 먼저 인터뷰를 본 건 하지문이었다. 그는 전태윤의 얼굴을 보자마자 휴대전화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설마? 설마? 그 천한 년이 그렇게 운이 좋다고?”하지문은 이미 그의 두 사촌 여동생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하예진 자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이름조차 부르지 않고 ‘천한 년’이라고 불렀다.만약 전태윤이 그가 자기 사랑하는 와이프를 천한 년이라 부르는 것을 듣는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고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다. 마음속 깊이 총애하고 사랑하는 와이프를 하지문이 감히 욕하다니, 그야말로 죽으려고 작정하는 것이었다.하씨 집안에 되돌아갈 복수는 이 정도뿐만이 아닐것이다. 그의 장인이 남긴 재산도 장차 와이프를 도와 돌려받을 것이다.하씨 집안의 그 쓰레기들에게 조금이라도 재산을 남겨주지 않을 것이다.“지문아, 뭔 소리를 하는거니?”하윤재는 아들이 놀라 혼잣말하는 것을 보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는 다가와 허리를 굽혀 아들의 휴대전화를 주워 들며 안타까워했다.“이 휴대전화는 2백만 원짜리인데 깨진 화면을 고칠 수 있겠어? 아니면 새것으로 바꿀 거야? 새것으로 바꾸려면 또 돈이 드는데... 너 지금 일도 없는데,
두 노인은 또 설을 쇨 돈을 달라고 들볶아 댔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두 노인은 이미 자신들의 저축을 다 써버렸고, 저축이 없으니 불안해져 그들에게서 돈을 받아 노후 자금으로 저축하려 했다.하지문이 입을 열었다.“아빠, 하예정의 남편이 바로 갑부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전 대표야! 갑부, 알지? 우리 관성의 갑부가 억만장자인 거.”이 말을 듣고 하윤재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아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하예정의 남편이 갑부인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라고?억만장자?그럼, 돈이 엄청 많을 게 아니야?’“지문아, 그게 사실이야?”“정말이라니까, TV에 나와 인터뷰까지 했어. 우리는 모두 그를 본 적이 있잖아. 기자가 그를 전 대표라고 불렀으니 그 사람인 게 틀림없어.”하윤재는 즉시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당장 네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가야겠다. 그 두 노인의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가 생각났어. 하예정의 남편이 그렇게 돈이 많다니, 재산이 얼마나 된댔지? 억만이랬나? 하예정더러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돈을 보내라고 해봐,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돈만 해도 노후 자금으로는 넉넉할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돈을 될수록 많이 달라고 해봐, 이제 돌아가시면 그 돈들은 다 우리가 나눠 가지게 되는 거야. 우리 자신에게 돈을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잖아.”하윤재의 머릿속에는 조카가 억만장자의 집안과 결혼했으니, 자신들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착각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예정 자매에게 원수와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하윤재는 서둘러 자기 부모님을 찾으러 갔다.전태윤의 인터뷰를 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하예정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전태윤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그녀가 차를 너무 빨리 몬 탓에 길가에서 다른 사람의 차와 접촉 사고까지 났다. 다행히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하예정이 차에서 내려 지갑 안에 있는 몇십만 원의 현금을 모두 쥐여 주었더니, 상대방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
“태윤 씨가 회사에 없다고요? 오늘 돌아온 거 아니에요?”하예정은 믿지 않았다.그가 회사에 오지 않았다면 어디로 간 걸까?하예정은 전태윤이 인터뷰를 하던 호화로운 사무실 배경을 떠올렸다.그녀는 여러 번 전 씨 회사에 왔었지만, 전태윤은 매번 그녀를 자기의 진짜 사무실로 데려가지 않았고 자기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칸막이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그녀를 속였다.전이진의 사무실에 부이사 사무실이라고 적혀 있던 생각도 났다.그들 일가는 모두 짜고 그녀를 속인 거다!전태윤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속히웠다는 생각이 든 하예정의 얼굴색은 몹시 어두웠다.“하예정 씨, 전 대표님께선 아직 회사로 돌아오시지 않았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직접 전화라도 드려보시겠어요?” 프런트가 하예정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 급하게 뛰어오느라 목이 마른 하예정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그럼, 소 이사님은 계시죠? 제가 뵙겠다고 전해주세요.”‘뭐, 소 의사한테 빌붙어야 회사에서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누굴 속이려고? 분명 이사님이 태윤 씨한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을 건데!’소정남이 전 대표의 가장 유력한 조력자라면 바로 전태윤의 조력자가 아닌가, 그는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전태윤의 기혼 사실을 알고 있는 거다.두 명의 프런트는 눈길을 주고 받으며 하예정이 지금 찾아온 목적을 짐작했다.“제가 대신하여 소 이사님께 여쭤볼게요, 지금 이사님께서 시간이 있으신지 .”한 프런트는 즉시 소정남의 비서한테 내선 전화를 걸었고, 다른 프런트는 하예정에게 전태윤한테 전화하라고 제안했다.그녀의 핸드폰이 계속 울렸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을 마음이 없었다. 나중에 울리지 않자, 그녀는 아마 배터리가 다 된 거로 생각했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충전하기도 전에 그녀는 전태윤이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엄청난 분노에 휩싸인 그녀가 서점을 뛰쳐나가, 미친 듯이 차를 몰고 회사에 왔지만, 전태윤이 회사에 없다는 대답뿐이다.전태윤을 만나지 못하더
방금 심효진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오던 도중 스쿠터의 배터리가 다 닳아서 그걸 끌고 되돌아가기도, 앞으로 계속하여 가기도 너무 멀어, 소정남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심효진이 소정남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가 그에게 데리러 오라고 한 것은, 주로 소정남과 함께 친구를 위로하고 싶어서였다.그렇지 않으면 동생을 불러 그를 데리러 오라고 했지! 소정남더러 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소정남은 심효진을 데리러 가려던 계획을 접고 하예정에게 자리를 권했다.“무얼 마실래요?”“필요 없어요, 몇 마디만 물을게요. 태윤 씨가 갑부 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 맞죠? 당신의 직속 상사이고요?”소정남은 잠자코 있다가 물었다.“인터뷰를 보신 건가요?”“네, 그래요. 여태껏 저를 속이다니! 전 그 사람이 태윤 씨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소정남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묵묵히 마음속으로 전태윤을 대신하여 기도했다.전태윤의 이번 결혼 위기는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꼴 좋다, 누가 신분을 속이라고 했어?’소정남은 갑자기 자신이 일찍이 심효진에게 자기 신분을 알린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힘들게 구애하고 있지만 적어도 전태윤처럼 결혼 위기에 직면할 필요는 없다.까딱하면 하예정이 정말 전태윤과 이혼할지도 모른다.이 두 사람은 절대 갈라지면 안 된다.소정남은 전태윤을 잘 알고 있다. 전태윤은 원래 천성적으로 매정하고 쌀쌀맞은 사람이라, 그가 사랑에 빠지리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 했다. 그는 자기의 마음을 움직인 하예정을 제외하고는 평생 다른 여인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운 전태윤은 지금까지 속여오다가 오늘에서야 사실을 공개했다.공개조차도 그는 하예정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대중에게 먼저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만약 심효진이 전태윤의 신분에 의심을 품지 않았더라면 하예정은 아마도 제일 마지막에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하예정이 전태윤을 떠나면 그는 미쳐버릴 것이다, 그가 미쳐버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