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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여보, 내일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당신 이러다가 우리 딸 깬다고요.”

심미란은 남편이 더는 문을 걷어차지 못 하게 말렸다.

“진우가 기분이 나빠서 방에서 술을 좀 마신 것 같아요. 애가 취해서 문 두드리는 소리도 못 듣잖아요.”

김진우는 요즘 방에서 만취할 정도로 술 마시기가 일쑤였다. 그의 방엔 작은 바가 있는데 아빠가 평소 아끼는 술을 전부 제 방으로 옮겨왔다.

우울한 기분을 술로 달래고 다음 날 회사에서 넋이 나간 채로 있다 보니 최근에 업무상에 실수가 남발한다.

김종헌은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아내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방에 돌아간 후 심미란이 물었다.

“여보, 전 대표가 우리한테 예정이가 아내라고 말했는데 우리가 대신 비밀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직 예정이랑 본인의 관계를 대외적으로 완전히 공개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녀의 조카는 하예정과 절친이지만 전태윤의 진짜 신분을 모른다.

김종헌은 방안의 소파에 앉아 한참 침묵한 후 대답했다.

“예정이랑 전 대표가 비밀 결혼했다고 했잖아. 전 대표가 아직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우리가 알고 있어도 일단 외부에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 괜히 또 우릴 찾아와 번거롭게 할지도 모르잖아. 그럼 그렇지, 전씨 그룹에서 다짜고짜 협력을 중단할 리가 없는데. 내가 전씨 그룹과 협력하려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공들였다고. 협력을 성사한 후에도 늘 방심하지 않았어. 우리 제품에 차질이 생길까 봐 일말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단 말이야. 가끔 연회에서 전 대표를 마주쳐도 일부러 찾아가 아부하지 않았어. 심기를 건드릴 일은 더더욱 없었고. 전 대표가 차갑고 냉정한 분이어도 아무 이유 없이 우릴 난처하게 굴진 않아. 이치에 맞게 행동하시거든. 모든 게 진우 때문이었어. 그 자식 진작 예정이를 좋아했지? 예정이가 초고속 결혼하기 전에는 고백할 생각도 없다가 결혼하고 나니 고백하고 집착해?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라고?”

“어휴.”

심미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무슨 소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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