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가서 씻어요. 아침 다 차려놨으니 씻고 나와서 밥 먹고 출발해요. 거리가 멀다면서요, 우리 일찍 출발해요.”“뽀뽀해줘.”“왜 내가 해줘야 해요? 태윤 씨가 해주면 안 돼요?”전태윤은 웃으며 그녀를 돌려세우고 머리를 살짝 숙여 그녀의 빨간 입술을 탐했다.다만 하예정이 작은 손으로 그의 입술을 가로막았다.“씻고 나와서 뽀뽀해요.”하예정은 말하면서 그를 밀쳐내고는 뒤돌아서서 캐리어 지퍼를 잠갔다.전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아내에게 더럽다고 미움을 받았다.“씻을 때 수염도 깎아요. 볼 찌를라.”하예정은 캐리어를 끌고 문밖을 나섰다.그녀는 꽃에 물을 주고 반려동물 세 마리까지 전부 챙겼다.반려동물들도 잠시 후 언니네 집으로 보내서 며칠 동안 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여보, 나 왔어.”전태윤은 다 씻고 수염도 깔끔하게 깎은 후 방에 돌아와 사랑하는 아내를 불렀다.“얼른 와, 내가 뽀뽀하게.”하예정은 주방에서 다 만든 음식을 들고 나왔다.전태윤은 그녀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녀는 치킨 두 마리가 담긴 그릇을 전태윤에게 건넸다. 전태윤은 그릇을 건네받고 재빨리 그녀 볼에 입 맞추고 나서야 흡족한 듯 식탁 앞에 마주 앉았다.“오늘은 웬일로 치킨?”하예정이 자리에 앉으며 가볍게 웃었다.“어젯밤에 누가 나한테 밥 사주는 꿈을 꿨거든요. 꿈에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밤새 먹다가 나중에 닭다리 두 개가 남아서 태윤 씨한테 먹이려고 포장하고 싶었는데 도통 잡히질 않는 거예요. 깨고 보니 꿈이더라고요. 그래도 태윤 씨한테 치킨 먹이고 싶어서 사 왔어요.”전태윤은 실소를 터트렸다.‘먹보가 따로 없다니까. 꿈에서조차 먹을 생각이잖아.’“난 닭날개를 좋아해서 저 두 개는 내 거예요. 여보, 일회용 장갑 줄래요? 장갑 끼고 먹으면 손 안 더럽혀서 편해요.”전태윤이 미소를 지었다.“네, 당신 남편께서 달갑게 서비스해드릴게요.”그는 하예정을 도와 일회용 장갑을 가져왔다.“어젯밤엔 대체 어디 갔다 왔어요? 나 처음엔 악몽 꾸고 잠에서 깼는데
하예정은 치킨을 먹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태윤 씨한테 뭐 하나만 숨겨도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버럭 화내더니 정작 태윤 씨 좀 봐봐요. 소 이사님이 술 마시러 가자고 불러도 나한테 숨기고, 그래서 악몽까지 꾼 거잖아요.”전태윤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다 내 잘못이야. 다음에 소 이사가 또 불러내면 그땐 같이 가. 네가 대신 내 술을 막아주면 그 사람들도 뭐라 하지 못할 거야.”“그럼 다들 태윤 씨가 아내를 무서워하는 팔불출이라고 생각하겠죠.”“그러라고 하지 뭐. 자기들은 솔로라서 팔불출이 되고 싶어도 자격 없으면서.”하예정은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그녀는 남편이 건강을 해치는 일만 안 하면 더 간섭하지 않는다.배불리 먹은 후 하예정은 다시 한번 짐 정리를 체크하며 빠트린 게 없는지 확인한 후에야 문밖을 나섰다.그들은 우선 반려동물 세 마리와 차 키까지 하예진에게 갖다 주었다.하예진은 동생 부부를 보더니 그제야 준비했던 용돈을 건넸다.전태윤은 직접 운전하여 아내와 함께 본가로 설 쇠러 갔다.전씨 고택은 조상들이 남겨주신 거라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고 진작 전해 들었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보니 그녀는 여전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건 조선 시대에서도 잘 산다는 대갓집 기준의 으리으리한 집이었다.고층 건물 없이 오로지 옛스러운 인테리어로 되어있었고 담장도 매우 높게 쌓아 올렸다. 사방에 CCTV를 설치해 안전 시스템이 매우 철저하게 되어있었다.저택 안에는 정자와 누각이 있었고 굽이굽이 오솔길을 따라가면 가산과 연못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택 안에 들어온 순간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여 조선 시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태윤 씨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엄연한 도련님이었을 거예요.”전태윤은 아내와 함께 자가의 옛 저택을 거닐며 익숙한 환경을 감상했다. 그는 하예정의 말에 저도 몰래 웃음이 새어 나왔다.“내가 만약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널 만나지 못했을 거야.”그는 지금도 엄연한 도련님이다.전태윤을 협조하기 위해 전
“난 이젠 늙어서 하루하루 시간을 때울 뿐이야. 내가 죽기 전에 저 아이들 장가갈 순 있겠지?”할머니는 관성을 돌아다니며 남은 손자들에게 마땅한 신붓감을 골라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고른 신붓감을 손자들에게 알린 후 손자들이 알아서 적극 구애하면 되니까.할머니의 미션을 완성하지 못하는 손자는 8월 말에 있을 할머니의 생신 잔치에 참석할 자격이 없다.“할머니는 꼭 만수무강하실 거예요.”“나도 그러길 바라. 증손녀가 태어나는 걸 지켜봐야지 않겠어?”증손녀라는 말에 할머니는 하예정의 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하예정은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볼 거 없어요, 할머니. 오늘 생리 왔어요.”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전태윤이 그토록 노력했지만 아직 할머니께 증손녀를 안겨주지 못했다.전이진을 비롯한 몇몇 형제들은 바로 도시에 돌아갔고 전태윤과 하예정도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은 정월 초엿새에 집으로 돌아가서 남은 휴가를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알차게 보냈다. 전태윤은 매일 하예정과 함께 놀러 다녔는데 더는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싶었다.하여 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여행지에서 그를 우연히 마주쳤다.그리고 베일에 싸인 전 대표의 아내도 보았는데 미인이 따로 없었다. 다들 그녀가 눈에 익었지만 이름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았다.사람들은 감히 전태윤 부부에게 다가가 인사하지 못하고 몰래 사진을 찍었다.전태윤은 하예정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두 눈에서 꿀 떨어질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습들을 아름다운 사진으로 휴대폰에 저장했다.전태윤이 널리 알리지 않아도 그들이 알아서 소식을 퍼뜨렸고 전씨 그룹 대표님이 아내를 엄청 아낀다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유쾌한 휴가가 끝나고 다들 각자 회사 혹은 학교로 복귀했다. 긴 휴가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곧바로 발런타인데이를 맞이했다.하예정은 명절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관성중학교가 곧 개학한다는 생각으로 차 있었다. 그녀와 심효진은 아침 일찍 가게에 돌아가 깨끗이 청소하고 물건을
전태윤이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이에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니나 다를까 아내에게 푹 빠진 전씨 그룹 도련님은 사모님의 이름만 물었어도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전태윤은 최근에 아내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닐 때 이토록 자상한 표정을 지었었다. 평소에 그는 차갑고 카리스마가 넘쳐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다.사랑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거였구나. 그토록 차갑고 냉정한 남자도 자상하고 애틋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니.“아내는 재벌가 출신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전씨 일가의 사모님이 되었으니 명문가의 부인으로 거듭난 건 사실이죠. 이름은 하예정이고 올해 나이 26살이에요. 사실 아직 생일이 안 지나서 26살이라고 하는 것도 나이 들어 보이네요.”기자들은 감탄을 연발했다.‘맙소사, 전씨 그룹 사모님 얘기에 그토록 말을 아끼던 대표님이 이렇게 수다스러워진 거야? 잠깐! 하예정?’“대표님, 혹시 사모님 성함이 하예정이라고 하셨습니까?”방금 질문했던 여자 기자가 놀란 표정으로 전태윤에게 되물었다.전태윤은 그녀를 보더니 순간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하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내 아내가 하예정인 게 뭐가 잘못됐나요?”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전태윤의 입을 거치니 무엇보다 날카롭게 귀에 박혔다. 질문했던 여자 기자는 저도 몰래 목을 움츠렸다.다만 기자들도 수많은 사람을 접했으니 전태윤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비록 늘 차가운 모습이지만 교양이 있어 누군가를 욕하거나 내쫓지 않는다. 방금 질문했던 여자 기자는 다시 용기 내어 말을 이었다.“사모님 성함이 하예정인 건 아무 문제 없지만 이 이름이 너무 귀에 익네요. 아, 생각났어요. 바로 작년 10월에 불효 손녀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 하예정 씨 맞죠?”여자 기자는 하예정의 신분을 떠올린 후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마치 하에정에게 무한한 기삿거리가 숨겨져 있어 끊임없이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았다.“제 아내는 불효 손녀가 아닙니다. 아내의 고향 식구들이 사악한 마음을 품고 아내와 처형을 집
“네, 아주 행복합니다.”전태윤의 굳은 표정이 또다시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며 입꼬리가 저도 몰래 귀에 걸렸다.독감에 걸렸을 때 하예정이 밤새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그를 챙겨주었다. 비록 매일 한약을 마시라고 다그쳤지만, 역겨워서 토할 지경으로 마셨지만 아내가 그를 향한 사랑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행복과 달콤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대표님, 사모님과 초고속결혼을 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전태윤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맞아요. 혼인신고 하기 전까지 아내를 본 적도 없었어요. 다만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긴 했죠. 아내가 제 할머니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거든요.”“대표님은 어르신을 위해 아내분과 결혼하셨습니까?”“맞아요, 할머니 때문에 아내와 초고속결혼을 했어요. 다만 이젠 할머니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끝까지 견지하지 않았다면 저는 예정이를 놓쳤을 겁니다.”“정말 의외네요, 대표님.”전태윤 같은 남자도 초고속결혼을 하다니, 다들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바로 이 때문에 전태윤은 혼인 신고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기혼 사실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하예정을 지극히 보호해주었다.그랬던 그가 오늘 기자들의 인터뷰를 허락한 것은...기혼 사실을 공개하려는 걸까?몇몇 기자들이 문득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들이 전태윤을 대신하여 그의 기혼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무한 영광이니까!“대표님은 초고속결혼 초기에 오늘날 아내에게 푹 빠진 팔불출이 될 거라는 예상을 해보신 적 있나요?”전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전혀요. 미래의 일을 누가 예상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저는 그런 능력 없어요. 여기 만약 예지력을 가진 분이 계신다면 저희 부부가 첫애를 딸 낳을지 아들 낳을지 예측해주실 수 있을까요?”기자들이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사모님께서 혹시 임신하셨나요?”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렇게 되겠죠. 저는 귀여운 딸아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뭇사람들은 흥분했던 마음이 확 가
“대표님은 왜 액세서리를 30세트 선물하셨나요? 무슨 의미라도 담긴 겁니까?”전태윤이 본능적으로 대답했다.“별 뜻 없어요. 한 달에 30일이니 우리 예정이한테 액세서리를 30세트 선물해서 매일 다른 스타일로 치장해주고 싶었어요. 그뿐입니다.”뭇사람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대표님이 플렉스 하셨네요!”다들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남자 기자마저 하예정이 부럽고 질투 났다.그들은 전태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걸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안 그러면 전태윤에게 비교당해 여자친구조차 찾기 힘들 테니까. 전태윤은 그야말로 사치의 끝판왕이었다.“대표님, 사모님은 이경혜 씨의 외조카이신데 정작 대표님은 성기현 대표님과 사이가 안 좋으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모님을 위해서 성씨 그룹과 잘 지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성씨 그룹 성소현 씨가 공개적으로 대표님께 고백했고 대표님을 엄청 좋아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젠 성소현 씨와 하예정 씨가 사촌지간이 되었네요. 이 일은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까?”전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사석에서 우린 친척 사이지만 업계에서는 서로 양보 없어요. 다들 제 실력으로 자리를 지켜내야죠. 성소현 씨가 저에게 호감을 가졌던 건 알고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건 오직 제 아내 하예정 한 명뿐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미 약속했어요. 평생 둘이서 영원히 함께하기로 맹세했거든요.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성소현 씨를 마주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기자가 또 물었다.“대표님은 아직 성씨 일가를 방문한 적이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이모님 온 가족이 설 연휴에 여행을 떠나셨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제가 텅 빈 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기자는 말문이 막혔다.전태윤이 차분하고 조리 밝게 인터뷰를 이어갔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궁금증을 내려놓지 못했다. 성씨 일가에서 전태윤이 하예정 남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일까?소문에 의하면 성소현과 하예정 사이가 엄청 좋고 둘은 서로 사촌지간인 걸 확인하기 전부
“이상한가요? 우리 형제들은 모두 요리할 줄 알거든요, 특히 여섯째의 요리 솜씨는 관성 호텔의 셰프보다 더 뛰어나죠.”여기자들은 부러운 눈길로 말했다.“사모님은 정말 행복하시겠네요.”“나는 내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집 예정이는 나한테 아주 잘해주거든요. 요리도 아주 맛있게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요리하곤 해요.”여기자들은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부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이 젊은 부부는 비록 지금 카메라 앞에 함께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태윤의 표정에서 만으로도 그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결혼 생활의 세세한 일들을 더 물어본 뒤 기자들은 이 인터뷰를 끝내기로 했다.“참, 내 와이프는 조용하고 평범한 생활을 보내길 바라고 있으니,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요, 시간을 짜내 인터뷰를 받을게요.”“전 대표님, 저희는 절대 대표님의 허락 없이 사모님을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기껏해야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뿐이지, 하예정의 앞을 가로막으며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전태윤은 경호팀을 불러 기자들을 배웅했고, 기자들이 떠난 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남은 전화를 받자마자 전태윤을 나무란다.“너 도대체 연차를 끝낸 거야 만 거야? 일을 시작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회사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이 회사가 대체 네 회사야 내 회사야?”연차가 끝나고 회사 일을 시작하자마자 소정남은 바빠서 쩔쩔맸다.예전에 전태윤이 있을 때는 그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지만, 전태윤이 회사로 돌아가지 않자, 무슨 일이든 소정남 스스로 주인 노릇을 하며 처리해야 했으니, 불평을 할 수밖에...분명 전 씨의 회사인데, 소 씨인 소정남이 죽어라 일하고 있다.오늘은 밸런타인데이여서, 그는 저녁에 일찍 퇴근하여 심효진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밥을 사주고 싶었다.이미 꽃집에 전화를 걸어 꽃다발도 주문했다.“나 방금 기자들과 인터뷰했어.”“어떤 인터뷰?”전태윤은 이 인터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소정남은 요즘 심효진과 사귀기 위해
전태윤은 어이없는 표정이었다.“정남아, 난 네가 나에게 격려와 지지를 줬으면 좋겠어! 예정이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안해.”“알았어, 지지해! 난 널 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지해! 네가 무엇을 하든, 난 널 영원히 지지할 거야! 태윤아, 나는 항상 너의 가장 충실한 추종자야! 그러니 힘내, 하늘이 무너져도 키가 큰 너는 그 구멍으로 솟아날 수 있을 거야! 솟아 못나면 산산조각이 나면 되지 뭐.”“...”“하지만 계속 숨겼다가 어느 날 예정 씨가 무심코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도 널 차버리고 이혼할지도 몰라. 몰아치는 폭풍우에 맞는 것보다 스스로 폭풍우를 맞이하는 게 덜 당황하지 않겠어? 만약 예정 씨가 화가 나 널 대꾸하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 둘이 짝지어서 살면 되겠네, 하하! 나도 너희 둘이 알콩달콩한 모습을 매일 지켜보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그럼 같이 열심히 와이프 쫓아다니면 될것이다.“...나는 이 전화를 걸지 말았어야 했어. 너 아주 신나 하고 있네? 아예 의자 가져다 놓고, 주전부리를 먹으면서 연극을 보지 그래?”“역시 나를 아는 사람은 태윤이 너뿐이야!”소정남은 자기가 가십거리를 보기 위해서라는 것을 대범하게 인정했다.“태윤아, 어찌 되었든 간에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하예정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넌 다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거야. 그건 그렇고, 오늘 밸런타인데이인데, 낭만을 모르는 너한테 내가 제안 하나 할게, 와이프한테 꽃다발을 선물하는 걸 잊지 마!..”“이미 돈으로 접은 장미 9,999송이 준비했어, 곧 가게에서 배송할 거야. 그리고 각각 디자인이 다른 보석 장신구도 30세트 준비했고, 별장 하나랑 새 차도 선물로 준비했어. 이 정도 선물이면 충분할까? 내가 뭐 더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 아 맞다, 명품백도 30개 정도 사줘야겠어, 한 달 동안 매일 다른 백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말이야. 옷도 수십 벌 더 사고, 스킨케어랑 화장품도 사야 할 것 같아. 아휴, 네가 말하지 않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