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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하예정이 아침을 다 차렸지만 전태윤은 여전히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을 한참 바라보다가 손 내밀어 그의 콧구멍에 살짝 갖다 대고 이마도 짚어보았다. 전태윤은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숨도 잘 쉬고 있었다.

“설마 오늘 아침에 돌아온 거 아니야? 왜 이렇게 깨질 않아?”

하예정은 구시렁댔지만 그를 깨우지 않았다. 그녀는 부부의 옷을 정리하며 그가 깨나길 기다렸다. 이따가 아침 먹고 곧바로 출발하면 된다.

“띠리링...”

하예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

“제부랑 이미 출발했어?”

“아니, 태윤 씨 아직 자고 있어. 이따가 깨나서 아침 먹고 출발하려고. 무슨 일이야 언니?”

하예진이 대답했다.

“그럼 집에서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 너희 부부한테 설 용돈 준비했는데 까먹고 못 줬네.”

“괜찮아 언니, 밖에 비 오고 바람 불어서 엄청 추워. 차도 없고 숙희 아주머니도 없는데 우빈이 데리고 나왔다가 애가 감기 걸리면 어떡해? 진짜 주고 싶으면 설날 아침에 나랑 태윤 씨 언니한테 전화해서 설 인사할 때, 그때 주면 돼. 그냥 인사 치레잖아.”

관성에서 설을 쇨 때 용돈 주는 건 한해의 좋은 시작을 의미한다. 액수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서 보통 2천 원에서 4천 원 사이로 돈 봉투에 담아 준다. 가까운 사이여도 2만 원에서 4만 원 정도로 준다. 관성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대부분 이 금액으로 주고 있다. 세뱃돈 액수는 늘 그렇듯 많은 편이 아니다.

하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래 그럼.”

“언니, 진짜 우리랑 함께 안 갈 거야?”

“응, 난 우빈이랑 함께 보내면 돼. 이젠 대가족을 위해 음식을 차릴 필요도 없고 시중들 필요가 없어서 얼마나 홀가분한지 몰라. 토스트 가게도 개업하지 않아서 이참에 우빈이 데리고 관성에서 실컷 놀아야겠어.”

주형인에게 시집간 이후로 그녀는 거의 여행 가본 적이 없다.

매일 남편과 아들 주변을 맴돌고 명절 때에는 남편을 따라 시댁에 가서 시댁 식구들의 하루 세끼를 차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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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박미경
예쁘고 현명하고 당당해서좋아요 혜정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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