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주 행복합니다.”전태윤의 굳은 표정이 또다시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며 입꼬리가 저도 몰래 귀에 걸렸다.독감에 걸렸을 때 하예정이 밤새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그를 챙겨주었다. 비록 매일 한약을 마시라고 다그쳤지만, 역겨워서 토할 지경으로 마셨지만 아내가 그를 향한 사랑만큼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행복과 달콤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대표님, 사모님과 초고속결혼을 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전태윤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네, 맞아요. 혼인신고 하기 전까지 아내를 본 적도 없었어요. 다만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긴 했죠. 아내가 제 할머니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거든요.”“대표님은 어르신을 위해 아내분과 결혼하셨습니까?”“맞아요, 할머니 때문에 아내와 초고속결혼을 했어요. 다만 이젠 할머니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끝까지 견지하지 않았다면 저는 예정이를 놓쳤을 겁니다.”“정말 의외네요, 대표님.”전태윤 같은 남자도 초고속결혼을 하다니, 다들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바로 이 때문에 전태윤은 혼인 신고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기혼 사실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하예정을 지극히 보호해주었다.그랬던 그가 오늘 기자들의 인터뷰를 허락한 것은...기혼 사실을 공개하려는 걸까?몇몇 기자들이 문득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들이 전태윤을 대신하여 그의 기혼 사실을 알리는 것은 무한 영광이니까!“대표님은 초고속결혼 초기에 오늘날 아내에게 푹 빠진 팔불출이 될 거라는 예상을 해보신 적 있나요?”전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전혀요. 미래의 일을 누가 예상할 수 있겠어요? 아무튼 저는 그런 능력 없어요. 여기 만약 예지력을 가진 분이 계신다면 저희 부부가 첫애를 딸 낳을지 아들 낳을지 예측해주실 수 있을까요?”기자들이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사모님께서 혹시 임신하셨나요?”전태윤이 웃으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렇게 되겠죠. 저는 귀여운 딸아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뭇사람들은 흥분했던 마음이 확 가
“대표님은 왜 액세서리를 30세트 선물하셨나요? 무슨 의미라도 담긴 겁니까?”전태윤이 본능적으로 대답했다.“별 뜻 없어요. 한 달에 30일이니 우리 예정이한테 액세서리를 30세트 선물해서 매일 다른 스타일로 치장해주고 싶었어요. 그뿐입니다.”뭇사람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대표님이 플렉스 하셨네요!”다들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남자 기자마저 하예정이 부럽고 질투 났다.그들은 전태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걸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안 그러면 전태윤에게 비교당해 여자친구조차 찾기 힘들 테니까. 전태윤은 그야말로 사치의 끝판왕이었다.“대표님, 사모님은 이경혜 씨의 외조카이신데 정작 대표님은 성기현 대표님과 사이가 안 좋으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모님을 위해서 성씨 그룹과 잘 지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성씨 그룹 성소현 씨가 공개적으로 대표님께 고백했고 대표님을 엄청 좋아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이젠 성소현 씨와 하예정 씨가 사촌지간이 되었네요. 이 일은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입니까?”전태윤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사석에서 우린 친척 사이지만 업계에서는 서로 양보 없어요. 다들 제 실력으로 자리를 지켜내야죠. 성소현 씨가 저에게 호감을 가졌던 건 알고 있지만 제가 사랑하는 건 오직 제 아내 하예정 한 명뿐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미 약속했어요. 평생 둘이서 영원히 함께하기로 맹세했거든요.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성소현 씨를 마주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기자가 또 물었다.“대표님은 아직 성씨 일가를 방문한 적이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이모님 온 가족이 설 연휴에 여행을 떠나셨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제가 텅 빈 별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기자는 말문이 막혔다.전태윤이 차분하고 조리 밝게 인터뷰를 이어갔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궁금증을 내려놓지 못했다. 성씨 일가에서 전태윤이 하예정 남편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일까?소문에 의하면 성소현과 하예정 사이가 엄청 좋고 둘은 서로 사촌지간인 걸 확인하기 전부
“이상한가요? 우리 형제들은 모두 요리할 줄 알거든요, 특히 여섯째의 요리 솜씨는 관성 호텔의 셰프보다 더 뛰어나죠.”여기자들은 부러운 눈길로 말했다.“사모님은 정말 행복하시겠네요.”“나는 내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집 예정이는 나한테 아주 잘해주거든요. 요리도 아주 맛있게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요리하곤 해요.”여기자들은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부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이 젊은 부부는 비록 지금 카메라 앞에 함께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태윤의 표정에서 만으로도 그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결혼 생활의 세세한 일들을 더 물어본 뒤 기자들은 이 인터뷰를 끝내기로 했다.“참, 내 와이프는 조용하고 평범한 생활을 보내길 바라고 있으니,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요, 시간을 짜내 인터뷰를 받을게요.”“전 대표님, 저희는 절대 대표님의 허락 없이 사모님을 방해하지 않을 겁니다.”기껏해야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뿐이지, 하예정의 앞을 가로막으며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다.전태윤은 경호팀을 불러 기자들을 배웅했고, 기자들이 떠난 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남은 전화를 받자마자 전태윤을 나무란다.“너 도대체 연차를 끝낸 거야 만 거야? 일을 시작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회사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이 회사가 대체 네 회사야 내 회사야?”연차가 끝나고 회사 일을 시작하자마자 소정남은 바빠서 쩔쩔맸다.예전에 전태윤이 있을 때는 그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지만, 전태윤이 회사로 돌아가지 않자, 무슨 일이든 소정남 스스로 주인 노릇을 하며 처리해야 했으니, 불평을 할 수밖에...분명 전 씨의 회사인데, 소 씨인 소정남이 죽어라 일하고 있다.오늘은 밸런타인데이여서, 그는 저녁에 일찍 퇴근하여 심효진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밥을 사주고 싶었다.이미 꽃집에 전화를 걸어 꽃다발도 주문했다.“나 방금 기자들과 인터뷰했어.”“어떤 인터뷰?”전태윤은 이 인터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소정남은 요즘 심효진과 사귀기 위해
전태윤은 어이없는 표정이었다.“정남아, 난 네가 나에게 격려와 지지를 줬으면 좋겠어! 예정이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안해.”“알았어, 지지해! 난 널 전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지해! 네가 무엇을 하든, 난 널 영원히 지지할 거야! 태윤아, 나는 항상 너의 가장 충실한 추종자야! 그러니 힘내, 하늘이 무너져도 키가 큰 너는 그 구멍으로 솟아날 수 있을 거야! 솟아 못나면 산산조각이 나면 되지 뭐.”“...”“하지만 계속 숨겼다가 어느 날 예정 씨가 무심코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히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도 널 차버리고 이혼할지도 몰라. 몰아치는 폭풍우에 맞는 것보다 스스로 폭풍우를 맞이하는 게 덜 당황하지 않겠어? 만약 예정 씨가 화가 나 널 대꾸하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 둘이 짝지어서 살면 되겠네, 하하! 나도 너희 둘이 알콩달콩한 모습을 매일 지켜보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그럼 같이 열심히 와이프 쫓아다니면 될것이다.“...나는 이 전화를 걸지 말았어야 했어. 너 아주 신나 하고 있네? 아예 의자 가져다 놓고, 주전부리를 먹으면서 연극을 보지 그래?”“역시 나를 아는 사람은 태윤이 너뿐이야!”소정남은 자기가 가십거리를 보기 위해서라는 것을 대범하게 인정했다.“태윤아, 어찌 되었든 간에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하예정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넌 다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거야. 그건 그렇고, 오늘 밸런타인데이인데, 낭만을 모르는 너한테 내가 제안 하나 할게, 와이프한테 꽃다발을 선물하는 걸 잊지 마!..”“이미 돈으로 접은 장미 9,999송이 준비했어, 곧 가게에서 배송할 거야. 그리고 각각 디자인이 다른 보석 장신구도 30세트 준비했고, 별장 하나랑 새 차도 선물로 준비했어. 이 정도 선물이면 충분할까? 내가 뭐 더 준비해야 할 게 있을까? 아 맞다, 명품백도 30개 정도 사줘야겠어, 한 달 동안 매일 다른 백을 들고 다닐 수 있게 말이야. 옷도 수십 벌 더 사고, 스킨케어랑 화장품도 사야 할 것 같아. 아휴, 네가 말하지 않았더라
어쨌든 하루 이틀은 기다려야 한다.그래서 개학하기 전에 학생들이 새 학기에 써야 할 학습 자료를 다 챙겨 받아야 할 것이다.각 학년 학생이 어떤 학습 자료를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서점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들을 배달받을 수 있다.심효진은 걸레를 제자리에 놓으며 말했다.“어젯밤에 이미 물어봤어, 리스트도 다 작성해 놨고 말이야. 내 가방 안에 있으니, 꺼내서 한번 훑어봐봐. 그리고 다시 서점에 전화하여 요 며칠 빨리 보내달라고 해.”보통 개학 하루 이틀 전이나 개학 당일 학생들은 선생님이 지정했거나 사라고 조언한 학습자료를 구입하는데, 이때는 서점이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하예정은 이미 언니와 숙희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여 개학 당일 가게에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하예진의 토스트 가게는 이미 인테리어 회사에 연락하여 가격을 협상했고 정월 대보름 이후에 착공할 예정이었다.학생이 개학하면 정월 대보름 전에 하예진은 동생을 며칠 도와줄 수 있다.“그래 어디 봐봐.”하예정은 카운터 앞으로 돌아와 앉았고, 심효진의 가방에서 그녀가 작성한 리스트를 찾아 꺼낸 후, 컴퓨터를 켜고 이 리스트에 적힌 책 이름들을 컴퓨터에 입력하려고 했다.심효진도 가까이 다가왔다.그녀는 의자를 하나 끌고 와서 하예정의 옆에 앉아 그녀가 컴퓨터를 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컴퓨터가 켜지니 하예정은 습관적으로 뮤직부터 틀었고, 즐겨 듣는 「보고싶다」를 선곡했다.“또 이 노래야, 너 이 노래 엄청나게 좋아하네.”“응, 한번은 태윤 씨의 차를 탔는데, 그때 차에 틀었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거든, 정말 듣기 좋았어.”“참, 네 남편은 오늘 아무 서프라이즈도 없었어? ”심효진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응? 갑자기 무슨 서프라이즈야? 오늘이 무슨 날인데?”“달력을 보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 수 있을 거야.”“그냥 14일이잖아, 뭐가 특별해?”하예정은 말하다가 갑자기 눈치채고 웃었다.“아, 밸런타인데이? 난 명절에 민감하지 않아. 우리 부부가 잘 지내면 하루하루가 밸런타인데이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지금 심효진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람인데, 그녀는 그 사모님이 대단한 테크닉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전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했다.최근에 그녀는 전 대표의 불타는 결혼생활에 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그녀는 소정남더러 그 사모님에게 자신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소정남은 전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자 전 대표가 결혼한 사실을 제일 처음 알게 된 사람이기도 하다.그러니 분명 전 씨 사모님과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소정남은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는 전 대표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먼저 사모님의 정체를 폭로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의 거절은 심효진을 며칠 동안이나 우울하게 했다.소정남은 지금 그녀에게 구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요구를 거절한 것을 보면, 전 대표가 자기 부인을 얼마나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모처럼 그에 관한 뉴스가 떴으니, 어떻게든 들어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봐야 했다.“뭐가 볼 게 있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에 관한 이야기일 거야.”하예정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왜 그렇게 열심히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누구인지 알려 하는 거야? 그 사모님이 누구든지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그 정체를 안다 해도 만나지 못할 사람인데...”한번 만나기도 어려운 사모님한테 남편을 다스리는 테크닉을 배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그리고 또 자신과 전태윤의 달콤한 감정 관계를 떠올리며 굳이 전 씨 사모님에게 테크닉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전태윤은 그녀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그 신비한 사모님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저번에 성소현이 나랑 전화 통화할 때도, 그 사모님을 아는 사람이 없냐고 물었었어.”심효진은 하예정과 자리를 바꿔 앉았다.하예정은 관심이 없는 것 같지만, 그녀는 흥미가 가득했다.“그래? 나랑은 이런 얘기한 적도 없었어.”성소현은 설을 쇠러 여행을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심효진은 뉴스를 클릭하며
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이모와 유전자확인 검사를 하자마자 전태윤이 출장을 간 것은 그의 고귀한 신분이 들통날까 봐 이모와의 만남을 피한 것이었다!결혼 후 4개월 동안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얼굴빛이 점점 창백해졌다.심효진은 마우스를 잡은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예정아, 너 괜찮아?”하예정의 격렬한 반응에 놀란 그녀는 얼른 가서 하예정을 흔들었다.하예정은 꼭두각시처럼 가만히 앉아, 심효진이 자신을 어떻게 흔들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 화면만 멍하니 바라보며, 전태윤의 확대된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다.맞아, 그 사람이야!매일 잠자리를 같이하는 사람인데, 잘못 볼 리가 없다.점점 신뢰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남편이 자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속이고 있는 큰 사기꾼이라니!“예정아, 나 놀라지 마, 말 좀 해봐, 너 이러니 너무 무서워! 나... 예진 언니한테 전화할 거야.”심효진은 절친의 반응 없는 모습을 보며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당황한 심효진은 하예진의 연락처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주소록을 샅샅이 뒤졌지만, 한참 후에야 그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다.종잇장처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하예정의 반응은 너무 무서웠다.해예진은 자기의 가게에 있었다.“효진아, 무슨 일이야? 예정이한테 점심때 밥 먹으러 안 간다고 전해줘.”그녀는 여동생이 점심을 같이하자는 줄 알았다.“예진 언니, 지금 어디예요? 빨리 와줘요, 예정이가 이상해요!”심효진의 말을 들은 하예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재빨리 아들을 안고 가게를 뛰쳐나가 지나가는 차를 불러세웠다.운전하던 노동명은 차를 급히 세웠다.그가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하예진은 이미 주우빈을 안고 차에 올라탔다.“기사님, 어서 빨리 관성 중학교로 가요!”노동명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 가게 문도 안 닫고...”“노 대표님?”해예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또 당신이에요?”어떻게 매번 노동
노동명은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 그녀 대신 키를 가지고 나온 후 가게 문을 잠갔다.차에 돌아온 후 노동명은 차를 운전하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 안절부절못하고 얼굴빛도 창백해있고...”“효진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예정이한테 일이 생겼대요.”하예진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예정인 오늘 가게에 청소하러 돌아간 거였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거지? 혹시 책장이 넘어져 깔리기라도 한 건가? 책장 안에는 책들이 많아 꽤 무거울 텐데...’하예진은 감히 생각할 엄두가 안 났다. 동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봐, 혹시라도 어디 잘못된 건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그녀에게는 부모도 없고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여동생밖에 없는데 여동생마저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하예진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 모습을 보고 노동명은 걱정되는 듯 물었다.“예진 씨,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하예정은 절친의 와이프라 노동명도 못내 걱정되었다.“몰라요. 효진이가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저 예정이에게 일이 생겼다고만 했어요. 효진이가 저렇게 당황한 걸 보면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빨리 다시 효진 씨에게 전화해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요, 울지만 말고. 무슨 일인지 아직 파악도 못 했잖아요. 만약 예진 씨가 상상했던 것처럼 심각한 일이 아니라면 괜히 운 거잖아요!”“참지 못하겠어요... 전에도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에서 불러내며 마을에서 전화가 왔는데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급히 집에 도착하니 우리 부모님은 이미 모두 돌아가셨어요, 또 그때처럼 이런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요...”하예진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걸려 온 전화를 매우 두려워했다. 혹시라도 나쁜 소식을 들을까봐...“헛생각 말고 먼저 한번 물어나 봐요.”노동명도 하예진 자매가 11년 전에 부모님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예정은 당시 겨우 10살인지라 아마도 그리 기억에 남지 않았을 거지만 하예진은 그때 이미 15살이었고 곧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