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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전태윤이 덤덤하게 물었다.

“난 이젠 그 여자가 기억도 안 나.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도 않았잖아.”

“기억 안 난다고요?”

“내가 기억해야 해? 좋아하지도 않는데 뭣 하러 그래? 내가 기억했다가 너 질투하면 어떡해? 너야말로 나랑 평생 함께할 사람이야. 난 너만 기억하면 돼. 다른 여자들은 내게 스치는 인연일 뿐이야. 눈앞에서 지나가도 얼굴조차 기억할 수 없어.”

전태윤은 여색에 관심이 없고 한없이 매정할 따름이다.

이번 생에 하예정 말고는 좋아하는 여자가 더 없다.

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

“나 화 안 내고 질투 안 하니까 경계할 필요 없어요.”

“진짜 경계한 거 아니고 전부 진심이야. 가족 말고 가슴에 새겨둔 자가 너 하나뿐이라니까. 다른 사람은 아예 신경도 안 써.”

“우리 그럼 퉁 쳐요. 김진우가 날 짝사랑한대도, 태윤 씨를 짝사랑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전태윤은 김진우가 성소현보다 박력이 없어 쿨하게 내려놓지 못한다고 말하려 했으나 결국 입가에 맴도는 그 한마디를 삼켜버렸다.

김진우는 아직 어려서 사랑을 너무 중히 여기는 듯싶다.

게다가 하예정을 수년간 짝사랑해왔기에 단시간에 내려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부는 서로 손을 맞잡고 거리를 산책했다. 하예정의 말처럼 지금의 거리는 전처럼 북적거리지 않았고 차량과 인파가 훨씬 줄어들었다.

그들 부부를 제외하고도 거리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들 한적한 틈을 타 식후 산책을 했다.

부부는 산책하며 얘기를 나눴다. 별의별 얘기를 다 나누었지만 대부분 하예정이 말하고 전태윤은 옆에서 들어주었다.

둘은 한 시간 가까이 산책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전태윤은 하예정이 샤워하는 사이에 발코니에 숨어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전태윤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분부했다.

“정남아, 김 대표한테 연락해서 관성 호텔에서 기다리라고 해. 내가 밤늦게 나갈 테니 할 얘기가 있다고 전해.”

“설 후에 보기로 한 거 아니야?”

소정남이 물었다.

전태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또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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