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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아직은 너무 멀쩡해서 두 잔 더 마셔도 안 취해.”

“그만 마셔. 그냥 두어 잔 정도 마시러 왔잖아. 많이 마시면 몸 상해.”

하예정이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심효진은 잠깐 침묵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동생에게 하예정을 잘 지켜보라고 했다.

잠시 후 심효진은 펜과 종이 몇 장, 그리고 술 한잔을 들고 돌아왔다.

“이 잔만 마시고 그만 마셔. 그림이나 그리게 종이 몇 장 가져왔어.”

“누나, 예정이 누나 취했는데 그림 그릴 수 있어?”

하예정은 자신이 멀쩡하다고 얘기했지만 사실은 이미 취한 상태였다.

심효진은 남동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펜과 종이를 하예정에게 건넸다. 펜과 종이를 받아든 하예정은 술도 마시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먼저 새알 하나를 그렸다.

심서준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쳐다보았다.

취하고 나서 새알을 그리는 것쯤은 쉬웠다. 그도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예정은 새알 하나를 그린 후 계속하여 호수를 그렸다. 호수 면에 특별히 동그라미를 많이 그렸는데 호수 바닥까지 동그라미가 가득했다. 마지막에는 호수 앞의 빈자리에 사람과 개를 그렸다.

그 모습에 심서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나, 예정이 누나 술만 마시면 그림 그리기 좋아해?”

심효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욕하고 싶지만 욕이 안 나올 때 펜과 종이를 주면 그림으로 풀거든. 한참 그리고 나면 기분이 풀려.”

심서준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정말 별난 사람이 다 있어.’

심효진이 하예정을 이해하길래 망정이지, 그라면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예정은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인물을 그렸다. 심효진은 굳이 가까이 가서 보지 않아도 전태윤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심서준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하예정의 그림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전태윤의 상반신을 그린 하예정은 빤히 살펴보다가 심장 쪽에 심장 하나를 그렸다. 하지만 너무도 작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새 술잔을 들고 마시며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이번에 드디어 비슷하게 그린 것 같다.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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