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민이 듣다못해 한마디 쏘아붙였다.“당신 눈에는 아들 단점밖에 안 보이나 봐요.”전태윤은 전씨 집안 맏아들의 적손이며 시부모 밑에서 자랐다.그 당시 장소민도 처음으로 엄마 신분으로 되었기에 아기를 잘 돌볼 줄 몰랐다. 그때 시부모가 손자를 대신 돌봐주겠다고 했고 장소민도 흔쾌히 승낙했다.남편도 전씨 그룹을 막 이어받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매우 바삐 돌아쳤고 장소민도 자주 남편 따라 식사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시부모가 장남을 직접 키우는 것도 장남을 전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우기 위함이었다.시부모 밑에서 자란 장남은 시부모님과 감정이 깊어졌기에 시부모님 말씀을 제일 잘 들었다.그 뒤로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장남을 돌볼 사람은 시어머니뿐이었다.하여 장남도 엄마인 장소민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다행히 시부모님은 매우 훌륭한 어른들이신지라 전태윤뿐만 아니라 다른 손자들도 잘 키우고 있었다.그 말인즉 장소민과 그녀의 동서들도 모두 자식을 시부모께 맡기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딸보다 귀엽지는 않은 건 사실이잖아.”장소민이 남편에게 원망했다.“딸을 낳아보셨어요? 딸이 귀여운 건 어떻게 알았대요? 당신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아들밖에 낳지 못했잖아요. 제가 여기로 시집와서 아이를 세 명이나 낳으면서까지도 딸을 낳지 못했는걸요.”“얼마나 딸을 낳고 싶던지. 예쁜 치마도 그렇게 많이 샀는데 결국 다 남에게 선물 주고 말았잖아요.”전현림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넷째를 낳으면 딸을 낳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걸.”“또 아들이면요?”전현림은 결국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전씨 집안은 이미 몇 대째 딸을 낳아본 적 없었다.“손녀를 바라는 수밖에.”장소민은 한숨을 쉬며 사진첩을 닫아버렸다.“언제 손자 손녀를 안아볼지 희망이 안 보이네요. 예정이가 집에 있다면 제가 이런 말이나 할 수 있겠어요? 하도 집에 없으니까 망정이지.”“태윤이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을 때 저는 태윤이가 결혼하기를 바랐는데
전현림 부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진 리조트에서 지낼 때 예정이가 토했거든요. 정 의사가 맥을 짚어주셨는데 임신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빨리 예정이를 데리고 와서 쉬게 하려고요.”“정말? 잘됐어! 너무 잘됐어!”장소민은 너무 기쁜 나머지 남편을 부둥켜안고 웃으며 말했다.“여보, 저 할머니로 되었는걸요.”전현림도 무척 즐거웠다.그리고 장소민은 바로 남편을 밀치고 하예정을 부축해 내리려던 전태윤을 옆으로 밀더니 조심스럽게 하예정을 부축했다.하예정은 너무 쑥스러웠다.“어머니, 저 진짜 괜찮아요. 안 피곤해요. 하나도 안 피곤해요.”하예정은 단지 비행기에서부터 졸려서 자고 싶었을 뿐이었다.전태윤이 하예정이 피곤해한다고 기어코 하예정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다.그 행동을 본 사람들이 하예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놀랐다.지금 시어머니는 전태윤보다 더 조심스럽게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금방 임신했기에 태아가 불안정할 거야. 게다가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먼 곳에서 왔으니 피곤할 거야. 어머니가 부축해줄게. 아니, 태윤아! 네가 안고 들어가.”장소민은 기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하예정을 부축하고 싶었지만 아들이 며느리를 안고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더니 곁으로 밀려났던 아들을 다시 잡아당기면서 아들에게 말했다.“태윤아, 네가 예정이를 안고 들어가.”전태윤은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어머니에게 밀려 멍하니 서 있던 전태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다.그러다가 반응도 채 하지 못한 채 다시 어머니에 의해 끌려왔다.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전태윤일 것이다.하지만 장소민이 더 기뻐하는 표정이었다.10분 후.“예정아, 물 좀 마셔.”“예정아, 과일 먹어.”“예정아, 국물 좀 마셔.”“예정아...”궁지로 몰려 소파에 기대게 된 하예정은 시댁 어르신에게 둘러싸여 물 먹으라, 과일과 과자를 먹으라, 국물을 먹으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잔소
하예정이 임신했다고 했다!전태윤의 말뜻을 그제야 소화한 하예진은 너무 기뻐서 소리까지 질렀다.이경혜가 우빈이 보고 싶다고 하길래 하예진은 지금 아들을 데리고 성씨 가문으로 왔고 지금은 거실에 앉아있었다.하예진은 하교한 우빈이를 데리고 바로 성씨 가문으로 와있었다. 오늘 성씨 가문에서 저녁을 먹고 여기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내일 직접 유치원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제부로부터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될 줄이야!“무슨 일이야?”하예진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이경혜 부부와 유청하, 심지어 우빈이마저 하예진을 쳐다보았다.“좋은 소식이에요!”하예진은 웃으면서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좋은 소식이에요! 예정이가 임신했대요. 방금 제부에게서 전화 왔거든요.”하예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이경혜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성기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경혜는 아들의 전화를 받으며 하예진에게 물었다.“확실한 거야?”“확실해요. 전 대표 말로는 정 선생님께서 예정 씨에게 맥을 짚어주셨대요. 정 선생님도 신의의 제자라 의술이 대단하거든요. 작은 신의로 불린대요. 이런 임신 같은 건 쉽게 보아낼 수 있다고 해요. 확실해요.”성기현은 어머니가 하예진에게 물어보시는 줄도 모르고 기뻐하며 대답했다.이경혜는 함박웃음 지으며 아들에게 물었다.“넌 어떻게 알게 됐어?”“전 대표가 저에게 전화 왔어요. 어머니께 알려드리라고요. 전 대표가 지금 너무 기뻐서 어머니 전화번호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저한테 전화했어요.”이경혜가 계속해서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네 번호는 기억하나 보다.”성기현이 대답했다.“저와 전 대표는 오래도록 앙숙으로 지낸 사이라 서로의 전화번호를 오래전부터 기억하고 있었거든요.”“엄마, 이건 정말 천하의 가장 기쁜 소식인걸요. 이젠 예정이가 임신할 수 있을지 걱정 안 해도 돼요. 전태윤 부부 모두 건강해요. 다만 배 속의 아이와 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을 뿐인 거죠. 이젠 이렇게 임신 됐으니 얼마나 좋아요.”성기현은 어머니가 하
“우빈아, 앞으로 이모 배 속의 아기가 여동생이라고 말해야 해.”하예진은 아들에게 가르쳤다.우빈는 큰 눈을 반짝이며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왜 여동생이라고 해야 해요?”우빈이는 본능적으로 남동생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여동생을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너도 예전에 이모한테 여동생 낳아달라고 자주 얘기했었잖아.”우빈이도 이내 입을 열었다.“용정이도 여동생 있는데 저도 여동생이 좋아요. 그럼 제가 이모께 말씀드릴게요. 남동생이 아닌 여동생을 낳아야 한다고요.”“남녀를 막론하고 다 좋은 거지 뭐.”이경혜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하예정은 이제 겨우 첫 아이이기 때문에 여자를 낳든 남자를 낳든 다 좋은 거지 뭐. 아이가 건강하다면야 다 좋지. 예진아, 우리 지금 바로 보양식을 좀 사서 서원 리조트로 예정이 보러 가자.”“엄마, 예정 아가씨가 남편이랑 A시의 예진 리조트에 간다고 하지지 않았어요? 옆집 준하 씨도 이미 그곳에 도착했을걸요. 소현 씨도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했고요.”“준하 씨 조카들이 오늘 태어난 지 백일째라 두 집안에서 모두 쌍둥이에게 백일잔치를 열어주겠다고 했거든요.”유청하는 시어머니를 일깨워주었다.“참! 맞아. 그럼 예정이가 돌아오면 그때 가자.”전태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이 아빠가 되었다는 것만 사람들에게 알렸을 뿐 하예정을 데리고 관성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알리지 못했다.모두는 전태윤 부부가 아직도 예진 리조트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집사가 집 밖에서 들어왔다.“어르신. 사모님. 밖에 이윤미 씨께서 오셨는데 사모님을 뵙고 싶다고 하세요.”그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춰버렸다.이윤미가 강성 이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던가!하예진은 고개를 돌려 이경혜를 바라보았다.이경혜가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예진아, 네가 나가서 누가 왔는지 대신 좀 봐줘. 이윤미 말고는 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지난주 이경혜는 하예진과 함께 강성에 가서 이씨 가문의 옛일을 조사했다.일주일 동안 이
“안녕하세요. 저는 하예진이라고 해요.”하예진은 먼저 오른손을 내밀었다.이윤미가 선글라스에 검은색 마스크를 썼지만 하예진은 여전히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이윤미가 자신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까지 닮았다.하예진이라는 말에 이윤미는 오른손을 뻗어 하예진과 악수를 한 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이윤미라고 해요.”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이윤미 씨.”하예진은 아들에게 인사드리라고 알려주었다.이윤미는 우빈이를 보더니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너무 멋지게 생겼네요. 아들이에요?”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우빈이라고 해요.”“우빈아, 안녕!”우빈이는 앳된 목소리로 인사했다.“윤미 이모. 안녕하세요. 윤미 이모, 왜 우리 엄마와 많이 닮으신거죠?”이윤미가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엄마랑 인연이 있어서 닮은 거야. 이모가 우빈이랑도 비슷한걸.”“저는 우리 엄마 닮았고 이모가 우리 엄마를 닮았으니 저와 좀 닮았겠네요.”이윤미는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총명하다고 칭찬했다.이윤미는 몸을 일으키면서 하예진에게 말을 건넸다.“실례지만 사모님께서 집에 계신가요?”“네, 집안에 계세요. 저 따라오세요.”하예진은 손바닥을 내밀어 이윤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이윤미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으로 들어서자 이윤미는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이경혜를 보았다.“이모, 윤미 씨께서 오셨어요.”하예진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이윤미는 이경혜 앞으로 다가서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이윤미예요. 갑자기 찾아뵙게 되어 실례될지 모르겠어요.”이경혜는 고개를 들어 이윤미를 훑어보았다.이경혜는 강성에서 멀리에서만 이윤미를 몇 번 보았을 뿐 가까이서 만나 본 적은 없었다.이윤미는 하예진과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다.“윤미 씨, 앉으세요.”이경혜는 이윤미에게 앉으라고 표했고 하예진은 이윤미에게 소
이경혜는 이윤미를 이전에 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첫 만남인 것처럼 말을 꺼냈다.이윤미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오늘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저는 강성 이씨 가문의 큰딸이에요. 1년 전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이전에 이씨 가문에 있던 그 딸은 친딸이 아니었어요. 저도 이씨 가문의 과거 역사를 조금 전해 들었어요.”“사모님도 이씨 성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제 마음속 의문의 답을 찾으려고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어요.”이경혜는 말을 하지 않고 이윤미가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과 DNA 검사를 통해 저의 의심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어요.”만약 이경혜가 이윤미 이모의 딸이라면 이윤미는 분명 이경혜와 사촌 자매일 것이다. 두 사람이 DNA 검사를 하게 되면 혈연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이경혜는 이윤미가 DNA 검사하러 이곳에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와 저의 엄마도 DNA 검사를 했기 때문에 저한테도 검사 기록이 남아있거든요. 사모님께서도 저와 DNA 검사를 하시고 그 두 기록을 비교해보면 사모님이 저와 한 가문의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이윤미와 이경혜가 DNA 검사를 하면 분명 답이 나올 것이다. 거기에 이 가주의 DNA 검사 기록으로 수치를 비교해 본다면 같은 혈육일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또한 이경혜와 이 가주가 자매 사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이경혜는 가만히 이윤미를 지켜보다가 그제야 이윤미에게 물었다.“윤미 씨, 식구들 몰래 여기로 왔죠? 윤미 씨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이 결정이 당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아시는 거죠?”이윤미가 스스로 찾아와 DNA 검사 제안한다면 이경혜는 물론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하지만 이윤미는 결국 이씨 가문 가주의 친딸이고 앞으로도 이씨 가문의 주인으로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윤미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앞으로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빼앗기게
“제 마음을 의심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단지 사모님과 같은 혈육을 가졌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이윤미는 이경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친어머니에 대한 루머만으로도 이윤미와 이경혜는 적대적인 관계를 이룰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이윤미가 이경혜에게 DNA 검사를 요청했으니 이경혜가 그녀를 의심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생각했다.“그 루머가 사실이라면 어떻게 처리할 건가요?”이경혜가 불쑥 물어보았다.이윤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고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겨우 1년밖에 안 되었지만 이윤미는 결국 이 가주의 친딸이었다.이윤미가 같은 혈육을 가진 엄마를 해치는 것은 결코 해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반나절 후 이윤미가 말을 이었다.“증거가 있으시면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돼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사모님과 적대적 관계를 이루지 않는 것뿐이에요. 저의 어머니가 벌을 받는다 해도 저는 사모님을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이윤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경혜와 적이 되지 않는 것뿐이다. 이경혜가 어머니를 감옥에 보내려고 해도 막지 않을 것이란 의미였다.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윤미는 자신의 어머니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직접 친어머니를 감옥으로 보내게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지만 윤미 씨가 어머니께 자수하라고 설득할 수는 있다고 봐요.”이윤미는 멈칫하더니 또 말을 이었다.“소문이 사실이라면 제가 어머니께 자수하시라고 설득할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수하는 것을 싫어하신다면 제가 제 손에 있는 모든 증거를 사모님께 넘겨드릴 테니 어떻게 처리할지 사모님께서 결정하시면 돼요.”“소문대로 이 가주는 매우 악랄하고 무자비한 사람인데. 이렇게 악독한 사람 밑에서 윤미 씨처럼 사리 밝은 딸이 태어날 수 있다니, 놀랍네요.”이윤미는 쓴 웃음 지으면서 자신을 비웃었다.“아마도 제가 친어머니 곁에서 자라지 않은 탓일 거에요. 저는 다만 진실을 찾고 싶을 뿐 제 것이 아닌 것에 대해 욕심내지 않으려고요. 이씨
이 가주의 아들은 남편의 성을 따라야 했고 이씨 그룹을 이어받을 수 없지만 결국 이윤미의 형제들이었고 여전히 이 가주의 친아들이었다. 이 가주도 아들이 이렇게 가문에서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수그러드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그러나 가주로서 주인의 권력 계승을 지켜야 했으며 다른 사람들이 가주와 맞서 싸우지 않도록 보호해야 했다.이 가주가 키운 늑대들은 이 가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이윤미는 세 형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그들도 이윤미를 여동생으로 여기지 않았다.형제들과 형수님들 눈에는 이윤정만이 그들의 여동생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이윤정과 연합하여 이윤미에게 걸림돌을 만들어주고 함정에 빠뜨리고 온갖 계략으로 그녀를 모함했다.이윤미는 형제들과 형수님들을 해결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 형제들과 형수님들에게 여전히 어느 정도 권력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이윤미가 가주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어느 정도 노력을 거쳐 쫓아내야 했다.이윤미가 만약 이씨 그룹을 이어받을 필요 없다면 그녀는 분명 아무런 걱정도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그녀는 이 상황에 관에 다소 피하고 싶은 심리상태를 보였다.이경혜는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빼앗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이윤미에게 알려주었다. 이경혜의 현재 신분과 지위로 보면 이씨 그룹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이씨 그룹은 강성의 몇몇 대가문 중에서도 이미 서열 꼴찌로 된 셈이라 시간이 지남에 따려 그 세력도 점점 쇠퇴해지고 있다.만약 이윤미가 이씨 가문을 잘 이끌지 못한다면 아마 이씨 그룹은 곧 강성 상류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경혜의 동생이자 하예진 자매의 어머니는 세상 떠난 지 10여 년이나 되였으니 고려할 필요는 없었다. 하예진 자매 중 하예정은 지금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되었기에 강성으로 달려가 이씨 그룹을 이어받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하예진도 요즘 요식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이경혜의 친딸인 성소현은 속셈이 많은 사람이 아니기에 아마도 이씨 그룹을 이어받지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
전현림이 황급히 말했다.“엄마, 이따가 소민이랑 쇼핑하러 갈게요. 우리 여보가 좋아하는 무엇이든 살 거예요. 소민이가 행복하기만 되니까요.”전씨 할머니는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할아버지가 될 사람인데 먼저 자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해.”“엄마, 저는 항상 태윤이와 창빈의 본보기거든요.”“두 사람 다 부엌에 가서 막내를 도와 얼른 밥해.”“엄마, 밥 드세요! 창빈이가 진작에 다 준비했어요!”전현림은 자랑스러운 듯 소리쳤다.전씨 할머니는 전태윤을 곁눈질했다.전현림은 멋쩍게 웃더니 전태윤에게 눈빛을 보냈다. 전현림 부자는 그제야 모두 주방으로 향했다.두 남자를 떼어낸 할머니는 표정을 바꾸어 웃으며 장소민과 하예정에게 말했다.“좀 이따가 우리 셋이 함께 쇼핑하러 나가자. 나도 오랜만에 쇼핑하지 못했는데 우리 증손녀에게 옷 몇 벌 사줘야겠다.”장소민도 맞장구쳤다.“맞아요. 우리 치마 몇 벌 더 사 와요.”하예정도 바로 말을 이었다.“할머니, 어머님. 아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꼭 딸이라고 장담 못 해요.”전씨 할머니와 장소민은 동시에 하예정을 쳐다보았다.하예정은 바로 수그러들었다.“네. 가요. 가요.”어르신들께 환상을 드리는 것도 나을듯싶다.아기가 태어나 환상이 깨지는 순간 하예정을 탓할 수는 없으니까.하예정은 늘 아들을 낳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전씨 가문에서 몇 대째 딸이 태어나지 못했는데, 과연 하예정이 정말 운 좋게 첫 아이로 딸을 낳을 수 있을까!우빈도 그녀의 배 속에 있는 동생이 남동생이라고 했다.“참, 우빈은?”전씨 할머니는 그제야 우빈이 녀석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왠지 집으로 돌아온 뒤로 뭐가 빠졌다고 생각되었는데. 우빈이가 없네.”“동명이가 데려갔어?”하예정이 대답했다.“우빈이가 할머니께서 이제야 자신이 생각난다는 사실을 알면 울어버릴걸요? 할머니께서 늘 우빈을 가장 사랑한다고 하셨는데 돌아오신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생각나셨잖아요.”“주말이라 우빈은 동명 오빠를 따라 강성으로
“우리 형제들은 전부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셨는데 할머니께서 저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교육 성과를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겠네요.”전씨 할머니는 아무 말도 잇지 못하셨다. 그녀의 보배로운 장손은 말주변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이는 확실히 전부 할머니의 업적이었다. 전씨 할머니가 전태윤에게 하예정이라는 손자며느리와 결혼시켜주었기 때문이다.하예정의 웃음은 멈춘 적 없었다.전씨 할머니가 전태윤과 말다툼할 때마다 하예정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고 있었다.“예정아, 우리 태윤이와 말하지 말자. 종일 굳은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다니, 너니까 태윤이와 함께 할 수 있지, 다른 여자들은 아마 멀리 쩍 피했을 거야. 애들도 밤에 태윤이를 보면 무서워서 울어버릴걸.”전태윤의 얼굴은 온통 잿빛으로 변해버렸다.“아니에요. 저는 태윤 씨가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전혀 무섭지 않거든요. 저에게 엄청 부드럽고 다정하게 자상하게 대해줘요. 저는 마음에 무척 드는걸요.”전태윤은 또 이내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역시 아내밖에 없네.”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쯧쯧... 싱글들이 너희들을 보면 얼마나 괴롭겠어.”“우리가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싫으세요?”전태윤이 되물었다.전씨 할머니는 너무 행복한 웃음 지으며 말을 이었다.“좋지. 너무 좋지. 네가 예정이와 결혼하니 내가 너무 기뻐. 아이고, 누가 처음에 절대로 예정이를 사랑할 리가 없다고, 절대로 아내로 삼지 않겠다고 맹세했는지 몰라...”전태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할머니를 나무랐다.“할머니, 옛날 일은 좀 끄집어내지 마세요.”하예정은 으쓱하며 말을 꺼냈다.“제 남자는 절대로 제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해요.”“난 너의 그 패기가 너무 좋아!”그렇게 두 여자는 서로 마주 보며 웃으며 전태윤을 뒤로한 채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전태윤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전씨 할머니는 정말 개구쟁이다.또한,
“눈이 보고 싶으면, 아기가 태어난 후에 가서 눈을 구경시켜 줄게.”“네.”부부는 장거리 여행을 거의 하지 않았다.다들 너무 바빴다.전태윤 부부의 차가 막 별장에 들어가 주차되었을 때 전씨 할머니도 돌아왔다.전태윤은 차에서 내려 전씨 할머니의 차로 향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차에서 내리자 할머니께 말을 건넸다.“할머니, 우리를 잊으신 건 아니네요. 예정이가 임신해서 돌봐주러 오시겠다고 하셨으면서 집에 자주 안 오시고. 자꾸 어디로 도망가시는 거예요? 어느 집 어르신이 할머니처럼 말을 안 들어요? 나이가 드셔서도 여기저기 뛰어다니시고. 전화를 걸어도 몇 마디 못 하고 짜증스럽게 끊어버리시잖아요.”전씨 할머니는 손자의 불만에도 화를 내지 않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뛰어다니는 게 좋다고 생각되지 않아? 내 건강이 좋다는 의미잖아. 내가 만약 침대에서 꿈쩍도 못 하고 누워만 있다면 너희들이 더 골치 아플걸.”“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우리 할머니는 그러실 리가 없거든요.”하예정이 말했다.전태윤도 엄숙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는 할머니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손자며느리가 다가오자 전씨 할머니는 즉시 표정을 바꾸어 억울하고 두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하예정의 뒤로 숨어서 전태윤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뒤로 숨어 주눅이 드는척했다.“예정아, 태윤이가 조금 전에 잘 욕했어. 자꾸 옛 친구들과 놀기만 하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내가 말을 안 듣는다고 자꾸 잔소리해.”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전씨 할머니는 또 연기의 달인으로 변신했다.하예정은 할머니의 연기에 맞춰주며 한편으로는 전씨 할머니를 보호하면서 전태윤을 나무랐다.“옛 친구들과 모여서 놀았을 뿐인데 왜 그래요? 나쁜 짓 한 것도 아닌데. 뭐라고 자꾸 하지 마세요.”그리고 돌아서면서 다시 전씨 할머니에게 말을 건넸다.“할머니, 밖에서 너무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나이도 점점 많아지시고 하니 안전에 유의하셔야죠. 그래야 우리도 시름 놓죠
전태윤은 마음이 아팠다.“관리하기 싫으면 상관하지 마. 내가 도와서 지켜보면 되니까. 예정아, 난 네가 평생 아무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어.”하예정의 손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여보, 당신을 볼 때마다 저는 할머니께 항상 감사드려요. 이렇게 훌륭한 당신과 결혼하게 해주셔서. 그리고 당신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려요. 저를 미워한 적도 없을뿐더러 제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한 적도 없어서. 태윤 씨가 나 힘들어하는 걸 가슴 아파 하는 것도 알아요. 저는 이미 당신과 결혼한 이상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제가 짊어질 짐은 전부 질 거예요. 피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을 거예요. 태윤 씨도 충분히 바쁠 텐데 제가 어찌 또 도와달라고 하겠어요.”하예정은 자신 있게 또 말했다.“모든 것을 잘 해낼 거예요. 제가 불평을 털어놓는 것도 아닌걸요. 알잖아요. 제가 사업에 관심이 엄청 많다는걸.”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품에 안고 부비부비한 뒤에야 그녀를 풀어주었다.“익숙해지면 나아질 거야. 우리 엄마도 봐봐. 수십 년 동안 관리해왔기 때문에 이미 익숙해져서 엘리트 직원들도 많이 배양하셨잖아. 지금은 장부만 잘 확인하면 그뿐이거든. 너도 이제 우리 가문에 들어왔으니 아기가 태어나면 장차 적응해서 너만의 심복을 키워 우리 엄마처럼 믿을만한 부하 직원에게 맡겨.”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어머님께 배울게요. 빨리 일 보세요. 일 끝나면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어요. 어머님께서 방금 메시지로 오늘 저녁에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셨어요. 창빈 도련님께서 직접 요리한다고 하셨는데.”전창빈은 곧 멀리 떠나야 했기에 그로 인해 싸운 부모님께 보상해드릴 겸 함께 식사하러 왔다.이번 주말에도 부모님을 잘 모시다가 월요일에 비행기를 타고 원림성의 A시로 날아가 선우씨 가문에 가정 요리사에 지원할 계획이다.멀리까지 가서 요리사로 되는데 전창빈은 선우민아가 그를 채용하지 않을까 봐 그녀에게 자신이 전씨 가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