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주의 아들은 남편의 성을 따라야 했고 이씨 그룹을 이어받을 수 없지만 결국 이윤미의 형제들이었고 여전히 이 가주의 친아들이었다. 이 가주도 아들이 이렇게 가문에서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수그러드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그러나 가주로서 주인의 권력 계승을 지켜야 했으며 다른 사람들이 가주와 맞서 싸우지 않도록 보호해야 했다.이 가주가 키운 늑대들은 이 가주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이윤미는 세 형제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그들도 이윤미를 여동생으로 여기지 않았다.형제들과 형수님들 눈에는 이윤정만이 그들의 여동생이라고 여겼다. 그들은 이윤정과 연합하여 이윤미에게 걸림돌을 만들어주고 함정에 빠뜨리고 온갖 계략으로 그녀를 모함했다.이윤미는 형제들과 형수님들을 해결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지금 형제들과 형수님들에게 여전히 어느 정도 권력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이윤미가 가주의 자리에 오른 후에도 어느 정도 노력을 거쳐 쫓아내야 했다.이윤미가 만약 이씨 그룹을 이어받을 필요 없다면 그녀는 분명 아무런 걱정도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그녀는 이 상황에 관에 다소 피하고 싶은 심리상태를 보였다.이경혜는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빼앗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이윤미에게 알려주었다. 이경혜의 현재 신분과 지위로 보면 이씨 그룹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이씨 그룹은 강성의 몇몇 대가문 중에서도 이미 서열 꼴찌로 된 셈이라 시간이 지남에 따려 그 세력도 점점 쇠퇴해지고 있다.만약 이윤미가 이씨 가문을 잘 이끌지 못한다면 아마 이씨 그룹은 곧 강성 상류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경혜의 동생이자 하예진 자매의 어머니는 세상 떠난 지 10여 년이나 되였으니 고려할 필요는 없었다. 하예진 자매 중 하예정은 지금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되었기에 강성으로 달려가 이씨 그룹을 이어받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하예진도 요즘 요식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고 이경혜의 친딸인 성소현은 속셈이 많은 사람이 아니기에 아마도 이씨 그룹을 이어받지
이윤미가 칼로 손가락을 살짝 베고 피 몇 방울을 떨어뜨린다면, 상처가 깊지 않으면 가족들이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윤미를 무시하는 태로도 보면 그녀가 손목을 그어 상처가 난다 해도 가족들은 분명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이경혜는 부드럽게 식사 요청 했다.“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우리 집으로 오시면 다 손님인데 여기서 식사하고 가세요.”“고마워요, 사모님. 바로 가야 해요. 오늘 밤 10시 전에 집에 도착해야 하거든요.”이경혜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럼 저도 더는 고집하지 않을게요.”그녀는 집사에게 작은 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뒤이어 집사에게 그 칼과 컵을 이윤미에게 드리라고 했다.이윤미는 칼을 들어 바로 자신의 손가락을 베었고 피가 흘러나올 때 컵으로 재빨리 받았다. 피가 몇 방울 흐른 뒤에야 이윤미는 비로소 손으로 그 상처를 꾹 눌렀다.이윤미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시 칼로 손을 베어내는 모습을 본 이경혜는 그녀가 분명 독한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이윤미는 현재 이씨 가문 사람 중 가치관이 가장 올바른 사람인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만약 이런 사람을 적으로 두고 싸우게 된다면 매우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하예진는 다가가서 지혈 패치를 가지고 오더니 포장을 뜯어 이윤미의 상처에 붙여주었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이윤미는 자신의 피가 담긴 컵을 이경혜 앞에 놓으며 이경혜에게 말을 건넸다.“사모님, 이 정도 피면 충분하겠죠?”“충분해요.”이경혜는 사람을 시켜 랩을 가져와 그 컵을 밀봉하라고 했다. 좀 있다가 이윤미와 함께 그 피를 가지고 검사하러 갈 계획이었다.“고마워요, 윤미 씨. ”이경혜는 공손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이윤미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제가 더 고맙죠. 사모님께서 저를 믿어주셨는데. 사모님, 제가 시간이 없으니 이만 먼저 가볼게요. 얼른 식사하세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꼭 식사 한번 대접해 드릴게요.”“예진아, 윤미 씨 좀 데려다줘.”시간이 촉박해
이경혜는 하예진이 이윤미를 배웅할 때 큰아들 성기현에게 전화를 걸었고 성기현이 전화를 받자 큰아들에게 부탁했다.“이윤미가 조금 전에 우리 집으로 왔어. 사람을 시켜 이윤미가 관성에서 떠난 뒤로 이윤미가 관성으로 왔던 흔적을 모두 지워줘.”성기현은 이유도 묻지 않은 채 바로 대답했다.“알겠어요.”“그리고 일찍 퇴근해. 와서 청하도 좀 돌보고.”“네.”이경혜는 전화를 끊었다.이윤미가 성씨 가문으로 방문한 사실과 성씨 가문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애물단지 하예정조차도 몰랐다.하예정은 지금 서원 리조트의 애물단지였다.저녁 9시가 되어서야 하예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전태윤은 드디어 아내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여보.”전태윤은 아내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 있었다.하예정이 임신한 사실을 안 후로 시댁 식구들은 하예정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전태윤의 어떠한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로 말이다.하예정 옆에 앉아있던 전태윤은 결국 열정스러운 시댁 어르신들에게 밀려 구석에 앉아있기만 했다.그렇게 몇 번 반복했고 전태윤은 어쩔수 없이 먼저 방에 들어가 애물단지 아내를 기다기만 했다.문 여는 소리를 듣자마자 전태윤은 바로 일어나 마중 나갔다.하예정이 들어오자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를 품에 끌어안았다.부드러운 향기가 전태윤의 품을 가득 채웠다. 전태윤은 아름다운 아내를 껴안으면서 감탄했다.“드디어 우리 마누라를 안게 되는군. 드디어 내 품으로 돌아왔어.”“당신이 임신한 것이 분명 나에게도 공이 있는데. 나를 한쪽으로 밀어버리는 거 있지.”전태윤의 말속에는 서러움이 묻어 있었다.하예정은 남편의 품에 안겨 하소연을 들으며 웃었다.“서러워하지 마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살핌받는 저도 너무 익숙하지 않아서 뛰쳐나오고 싶었는걸요. 그 열정이 너무 부담스러워요.”전태윤은 하예정을 안아 들고 침실로 들어가 그녀를 큰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허리를 굽혀 아내의 얼굴에 뽀뽀한 뒤 웃으면서 말을
“언니랑 이모들한테는 알려 드렸어요?”하예정은 시댁 식구들에게 둘러싸이는 바람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릴 시간이 없었다.하지만 남편이 자랑을 많이 할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소정남이 심효진이 임신한 소식을 받자마자 군데군데 자랑질하며 다닌 것에 대해 전태윤은 마음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먼저 결혼하고 그 뒤로 정이 생긴 케이스였다. 서로 존경하면서 선을 지키는 사이로부터 금실 좋은 부부로 되기까지, 하예정은 여전히 임신하지 못했다.그러나 소정남은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심효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전태윤이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처형과 성 대표에게는 이미 알려줬어. 하지만 이모 번호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서 성 대표에게 전화해서 알려줬어.”“이모한테서 전화 안 왔어?”전태윤은 이경혜가 알면 기뻐하면서 하예정에게 전화할 줄 알았다.“언니가 메시지로 제가 임신한 거 맞냐고 물어봤어요. 언니는 우리가 이미 돌아온 것을 모르시더라고요. 아직도 이모 댁에 계시나 봐요.”전태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맞다! 나도 너무 기뻐서 우리가 관성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미처 얘기 못 했으니 처형이 우리가 아직도 예진 리조트에 있다고 생각했나 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좋은 일인걸. 우리 먼저 몰래 이 기쁨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좋아!”“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선 안 돼. 아니면 또 우리 여보를 빼앗아 갈 테니까.”하예정은 그런 남편을 보며 농담했다.“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 얘기한 거 아니에요? 이젠 말하면 안 된다니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길 바라면서...”하예정이 결혼한 뒤로 계속 임신 하지 못했기에 관성의 기자들조차 하예정의 임신 소식을 주시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속으로는 답답했다.이번에 아내가 정말로 임신했으니 전태윤도 허리를 펴고 다닐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예정이 금방 임신한 터라 집안 어른들도 친한 지인끼리만 알려줄 뿐 임신 초기에 대외로 공개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만약 전태윤
하예정은 언니와 이모께 할머니께서 하신 제안을 조용히 물어보았지만 언니와 이모는 여전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3년 이상 임신 못 한다면, 부부의 건강문제가 확실히 아니라면 그때 가서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해보자고 결정했다.한 아이를 입양해 그 기운으로 임신하려고 말이다.그때 정겨울이 하예정이 임신했다고 말했으니 하예정의 그 기쁨을 누구 알아주리! 전태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어머님과 아버님께서 내일 제 계좌로 400억을 입금할 거라고 하셨어요.”하예정은 갑자기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저한테 주는 상이라고 하셨어요. 임신 후로도 몸매가 변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아기를 더 낳으라고 제안하셨고요.”“제가 전씨 가문의 큰 공신이라며 꼭 상을 줘야 한대요. 우리가 아기를 가지는 게 부부에게 있어서 가장 평범한 일 아니에요?”하예정을 말을 꺼내면서 매우 답답해 났다.시부모님이 직접 400억을 주신다고 하니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마치 장사하는 것처럼, 거래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하예정은 임신과 출산이 돈과는 상관없는 전태윤과의 사랑의 결정체이고 두 사람 생명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웃으면서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은 전태윤은 하예정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왔다.“이건 우리 명문가들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리 전씨 가문도 다른 큰 가문과 마찬가지도 아랫사람들이 임신하게 되면 어르신들이 저택 혹은 고급 차, 값비싼 액세서리, 심지어 자가용 비행기, 자가용 요트까지 선물하거든.”전태윤도 하예정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며칠 후면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기념일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위해 고급 차와 고급 저택, 그리고 개인 요트 한 척을 결혼기념일 선물로 주려 했다.하지만 지금 하예정이 임신했기에 전태윤은 몇 가지 선물을 더 추가해서 아내에게 주기로 했다.부모님께서는 아내에게 돈을 선물했고 전태윤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거액의 돈을 선물하려 했다.하지만 결혼한 뒤로 모든 재산을 두 사람이 함께 소유하고 있다 해도 독립적인 성격을
전태윤에게 시집간 지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막강한 재력의 가문 도련님인 줄도 알고 시댁 식구들도 재산이 매우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전태윤의 뜻에 따르고 그를 이뻐하는 것을 보며 부잣집도 일반적인 가정과는 다름없다고 느꼈다.하지만 이번에 임신한 후로 가문의 어르신들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을 보면서 진정한 부잣집이 어떠한지를 진정으로 실감하게 되었다!“태윤 씨.”전태윤은 또 고개를 숙여 아내의 이마에 뽀뽀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난 당신이 날 여보라고 부르는 게 너무 좋아.”“저 또 배고픈 것 같아요.”하예정이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남편을 쳐다보았다.저녁 식사 때 분명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지금 또 배가 고팠다.전태윤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내에게 물었다.“뭐 먹고 싶어? 내가 내려가서 해줄게.”“시원한 국수 먹고 싶어요. 오이와 국물을 듬뿍 넣어서.”전태윤이 멈칫했다.“집에 국수가 없을걸.”하예정은 바로 몸을 일으켜 반짝이는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지금 시내로 가요. 야시장에서 산책도 하고 야식도 먹어요.”전태윤이 시간을 보더니 말을 꺼냈다.“오늘 시내로 들어간다면 시내에서 묵어야 할지도 몰라.”“오늘 밤 발렌시아 아파트에 가서 자고 싶어요.”전태윤은 웃으며 그녀에게 뽀뽀했다.“우리 부인이 나와 같은 생각 하고 있었네. 그래. 당신 국수 먹고 싶다면 우리 같이 가서 먹자.”임산부는 갑자기 뭔가 먹고 싶을 때 즉시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소정남이 말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임신하게 되면 입맛도 변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뒤이어 두 사람 가족들이 깨날까 봐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갔고 또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어르신들은 하예정이 임신을 금방 했기 때문에 잘 쉬어야지 자꾸 뛰어다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은 집안 어르신들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국수 한 그릇 먹기 위해 시내로 들어간 사실이 발견된다면 어르
“임신했을 때도 사실 많이 움직여야 하는걸요. 매일 침대에 누워있으면 출산에 도움도 안 돼요.”전태윤은 승낙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내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고 의사에게 물어본 뒤 우리 논의해 보자. 하지만 힘든 일은 더는 하면 안 돼.”“제가 뭐 힘든 일을 할 게 있다고 그러세요.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농사짓는 것도 아닌데. 저의 작은 장사를 하는 거잖아요.”“기껏해야 걸어 다니는 횟수가 많을 뿐이죠. 제가 알아서 제 상태를 점검할게요. 제가 힘들다고 느끼면 반드시 쉴 테니까 걱정 마요.”“소 대표처럼 저를 아무것도 못 하게 하지 않으면 돼요.”전태윤은 소정남 대신 해명해주었다.“효진 씨도 지금 매일 서점에서 일하고 있잖아. 소정남이 일 안 시키는 것도 아니고.”“그럼 태윤 씨 뜻은 앞으로 저도 매일 서점에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세요?”“내가 당신을 알았을 때부터 당신이 서점을 운영하지 않았어?”하예정은 말문이 막혔다.“채소와 과일 장사는 관성에 있는 가게만 관리하도록 해.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소현 씨에게 맡기고. 소현 씨가 못 갈 때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당신과 함께 출장 갈 테니까.”“알았어요.”하예정이 동의했다.남편은 소정남보다 조 더 관대했다. 적어도 그녀가 회사 일을 처리하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소정남처럼 심효진이 서점을 지키는 것에만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부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내로 들어가는 거리가 매우 짧아 보였다.곧 시내로 들어갔다.전태윤은 하예정을 싣고 발렌시아 아파트 근처 아침 가게로 향했다. 하예정은 예전에 근처 시장에서 아침밥을 사 먹곤 했다.그러나 시간 문제로 인해 대부분 가게는 하예진의 하루 토스트 가게처럼 아침밥만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일찍 문을 닫아버렸다.결국 하예정은 다른 가게를 찾아 국수를 먹었다.전태윤은 먹지 않았다.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맞은편에 앉아 아내가 먹는 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아내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결
“나도. 다 좋아. 물론 딸을 낳으면 더 기쁘지만.”전태윤은 생글생글 웃으며 아내가 국물까지 모두 마셔버리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았다.말을 마친 전태윤은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하예정에게 딸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다시 아내에게 해석해 주었다.“당신이 꼭 딸을 낳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야.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어. 우리 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딸을 낳지 못했는걸.”“그들도 하지 못한 일을 당신이 꼭 해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하예정은 빙그레 웃었다.“전 괜찮아요. 당신 집안의 사람들도 저를 나무라지 않을 거예요. 그분들한테는 제가 낳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시니까요.”결혼한 지 1년이 되도록 임신하지 못했기에 사람들은 하예정이 임신 못 하는 줄 알고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며느리가 딸을 낳기를 바라던 데로부터 임신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기다리다 못해 이젠 아무런 욕심도 내지 않았다.이젠 며느리가 임신 했다는 것은 어린 부부가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어르신들은 기쁘기만 했다.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 이런 문제를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전태윤은 아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웃기만 했다.하예정이 그릇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자 전태윤이 물었다.“한 그릇 더 먹을래?”“아직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는데 시간이 늦어서 너무 배불리 먹으면 잠이 안 올 것 같아요. 내일 또 먹으러 와요. 이 가게 국수가 너무 맛있어요.”전태윤은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내일 내가 시원한 국수 한 그릇 끓여줄게.”“좋아요.”남편이 직접 요리 해주겠다는 소리에 하예정은 마다하지 않았다.국숫값을 결산한 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전태윤이 물었다.“밤바람 쐬러 갈래?”“내일 출근해야 해서 근처 한 바퀴 돌고 집에 가서 잘래요.”“내일 안 쉬어도 괜찮겠어?”전태윤이 아내에게 차 문을 열어주면서 말을 건넸다.“내일 우리 둘 다 출근 안
화분과 꽃들을 감상한 하예정은 소파에 다시 앉았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하예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언니, 동명 오빠가 우빈을 데리고 공항에 갔어요.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곧 전화를 걸어왔다.“언니. ”“나도 동명 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어. 두 사람 곧 공항에 도착할 거라고 했어. 좀 이따가 도착하면 함께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어.”금요일에 우빈은 일찍 하교했다. 관성에서 강성으로 날아가려면 몇 시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하예진은 조금만 더 기다려 노동명과 우빈과 함께 밥 먹을 수 있었다.“우빈이 아빠가 데리러 갔다고?”하예진이 하예정에게 물었다.“아침에 우빈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다가 주형인 씨를 만났어. 마침 손님을 근처로 데려다주다가 들렸다고 하더라고. 겸사겸사 유치원에 들러서 우빈이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는데 그때 우빈이가 이미 유치원에 들어갔거든.”그러나 하예정은 주형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난 형인 씨가 일부러 유치원으로 갔다고 느껴져. 방금 형인 씨가 우빈과 동명 오빠가 부자처럼 친해진 걸 보더니 질투하고 있는 것 같았어. 우빈을 데려가겠다고 하는 거 있지. 근데 우빈은 형인 씨에게 끌려갈까 봐 동명 오빠와 함께 강성으로 가겠다고 조르더라고. 내가 보기엔 우빈이는 이제 점점 주씨 집안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하예정은 비꼬며 말했다.주씨 집안은 유일한 손자 우빈을 매우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행동으로 보면 우빈에 대한 감정이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경우에 우빈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그러나 주형인은 우빈에게 진심이었다. 어쨌든 친부 자이니까.하지만 주형인은 먼저 바람을 피우고 이혼까지 했으며 바람난 상대와도 결혼까지 했다.그러나 지금 하예진과 노동명의 일을 알게 된 후로 마음이 불편해져서 하예진에게 다시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우빈 앞에서는 노동명의 온갖 험담을 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라 누가 그에게 잘해주는지 마음속으로 잘 알
“네. 우빈아, 안녕! 잘 다녀와.”“이모 안녕히 계세요.”우빈은 노동명에 의해 차에 올라타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주형인을 바라보며 입술을 약간 오므리다가 작별 인사했다.“아빠. 다녀올게요.”주형인은 웃으면 지었다.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경호원과 함께 곧바로 떠났다.여운별은 들통날까 봐 모두가 그녀를 주목하지 않는 틈을 타서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어린이를 데리러 온 부모님들은 픽업 카드를 선생님께 제출하기만 하면 어린이들은 곧 선생님의 안내로 나올 수 있었다.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그러나 그녀가 여기서 계속 기다리면 소위 시누이라는 존재를 데려오지 못하면 하예정의 의심을 받을 것이다.노동명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하예정은 자신의 차로 돌아와 차를 몰고 곧 유치원을 떠났다.주형인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친아들이 자신과 점점 멀어지는 것을 종종 느끼고 있다.때때로 그는 우빈의 양육권을 되돌려 받으려고 다시 소송을 제기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마련이니까.주경진 부부도 찬성했다.하지만 충동은 충동일 뿐, 방금 진정되었다.우빈의 양육권을 가져오면 우빈이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니까.주형인의 세계와 하예진의 지금 세계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우빈의 미래를 고려하여서라도 주형인은 아들의 양육권을 다시 쟁탈할 생각을 단념했다.우빈이 주형인과 친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그의 친자식이었다.앞으로 우빈에게 큰 능력이 생기면 주형인도 체면이 크게 설 것이다.하예정은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전씨 그룹으로 향했다.전태윤은 손님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고 회사에 없었다. 그러나 곧 돌아올 거라 하예정은 대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전태윤의 사무실은 예전보다 조금 변했다. 간식 캐비닛이 하나와 화분 몇 개가 늘었으며 인형도 몇 개 더 생겼다.화분은 부자 나무, 돈나무, 부귀 나무 등이 놓여있었다.물론 하예정이 그녀의 남편을 위해
그리고 주형인의 집에 가면 우빈은 늘 주경진이 자신을 보며 한숨만 내쉬는 장면을 봐야 했다.김은희는 우빈에게 집에 돌아가서 하예진과 주형인이 재혼하도록 설득하라고 가르치곤 했다.우빈은 아직 어려서 재혼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자 김은희는 아빠와 엄마가 다시 함께 살게 하는 거라고 자상하게 설명까지 해주었다.우빈은 스스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을 뿐 아빠와 살고 싶지 않다고 명백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는 주형인 집에 있으면 임정한이 늘 우빈의 장난감을 빼앗았다. 지금은 주경진 부부가 임정한의 편을 들지 않지만, 주서인은 여전히 우빈에게 그의 집에 돈과 장난감이 그토록 많은데 인색하게 임정한에게 놀게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 했다.어리석은 주서인은 심지어 돌려쓸 자금이 모자란다고 어린 우빈에게 돈을 가져다 달라고 설득했다!그러나 우빈은 그에게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그의 돈은 전부 하예진이 도맡아 저축해 주었다면서 말이다.주서인은 그 말을 듣더니 우빈에게 왜 그토록 어리석냐면서, 왜 자신이 돈을 손에 넣어두지 않느냐고 따졌다.하여 우빈은 점점 더 주서인을 싫어했다.주씨 집안은 더 이상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우빈이가 보고 싶을 때면 항상 하예진에게 우빈을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그들의 주씨 집안 사람이 직접 유치원 입구에서 우빈을 데리러 간 후 전화로 하예진에게 알리곤 했다.하예진의 동의 없이 우빈을 유치원에서 데려갈 수 없었다.하예진이 동의하지 않으면 친아버지인 주형인이 데리러 간다고 해도 우빈을 데려갈 수 없었다.누가 예전에 주씨 집안 사람더러 우빈을 따돌려 숨겨놓고 하예진이 아들을 못 보게 숨기라고 했는가!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특히 주서인과 김은희는 매우 못마땅했지만, 하예진 앞에서는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우빈은 똑똑한 아이인지라 주씨 집안의 사람들이 전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주형인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그와 함께 놀아주지 않는 한 주형인의 집에 가는 것을 꺼렸다.
우빈은 고개를 돌려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챙겼어. 걱정하지 마. 동명 아저씨가 시간 아끼려고 여기까지 마중 나온 거야. 가자! 너희 엄마가 강성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우빈은 기뻐하며 노동명에게 말을 건넸다.“아저씨, 그럼 우리 빨리 가요. 우리 엄마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요.”노동명은 녀석을 끌어안고 자신의 허벅지에 앉히며 말을 건넸다.“자, 그럼 지금 출발했다!”노동명은 경호원에게 앞으로 가라고 손짓했다.개인 비행기가 유치원 입구에 주차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노동명은 우빈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야 했다.“우빈이 안 배고파?”노동명이 묻고 있었다.“유치원에서 간식 좀 먹었어요.”점심 휴식시간이 지나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늘 간식을 제공한다.우빈은 먼 길을 떠날 것을 알고 간식을 많이 먹었던지라 녀석은 지금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노동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배고프면 차나 비행기 위에서 간식 좀 먹자. 우리 밥 먹지 말고 네 엄마를 만나면 함께 식사하자.”“네.”노동명은 우빈이가 배고플까 봐 다정하게 여러 쥬스와 간식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하예정도 두 사람을 위해 간식들을 준비해 왔다.그녀는 먼저 차에 가서 우빈의 작은 여행 가방을 꺼내 노동명의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예정 씨, 우빈이를 제 차에 태워요.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 힘들어요. 오다 다가 시간도 한참 걸릴텐데. 제가 우빈을 데리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우빈이 머리카락 한 올도 빠지지 않으리라고 맹세할 수 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저는 배웅하러 가지 않을게요. 우빈아, 도착해서 엄마 만나면 이모한테 문자 한 통 보내라고 전해줘. 그리고 이모도 많이 생각해야 해.”우빈은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이모, 그리고 이모부, 다른 이모들도 많이 생각할게요.”노동명은 농담하며 말을 건넸다.“우빈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다 생각할 수 있겠어?”모두가 빵 터졌다.우빈은 진지
“이모! 아저씨!”우빈이가 달려 나왔다.그는 멀리서 하예정과 노동명을 보자마자 바로 선생님의 손을 뿌리치고 작은 가방을 멘 채로 빠르게 달려왔다.선생님은 깜짝 놀라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아왔다.“우빈아, 너무 빨리 뛰지 마. 넘어져! 조심해야지.”하예정이 몇 발짝 앞으로 나가며 소리쳤다.눈 깜짝할 사이에 우빈은 하예정의 곁으로 달려갔다.하예정은 쪼그리고 앉아 그를 안아 주었다. 그러다가 곧 몸부림치며 내려왔다.“이모 뱃속에는 제 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지금 자라는 중이라 이모가 저를 안아 주면 제가 이 동생을 누를지도 몰라요.”우빈은 가끔 이모의 배를 만지면서 하예정 배속의 동생과 인사 나누기도 했다.심지어 배속의 동생에게 왜 여동생이 아니고 남동생이냐고 묻기까지 했다.안타깝게도 그 동생은 아직 그에게 답을 줄 수가 없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한 달 후, 동생에게 인사를 건네면 움직일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그때면 태아의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하예정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괜찮아. 우리 우빈이 전혀 무겁지 않은걸. 동생을 누르지 않을 거야.”임신해도 우빈이 정도는 거뜬하게 안을 수 있었다.다만 다들 우빈이가 함부로 움직여 실수로 그녀의 배를 다치게 할까 봐 안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우빈도 철이 든 아이였다.하예진이 그에게 다시는 하예정 품에 안기지 말라고 한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아까는 너무 기뻐서 참지 못하고 하예정에게 안긴 것이다. 하하!“아저씨.“우빈은 즐겁게 노동명의 앞으로 뛰어갔다.그는 자연스레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 두 손으로 노동명의 목을 껴안으며 달콤하게 소리쳤다.“아저씨, 보고 싶었어요.”“아저씨도 우리 우빈 너무 보고 싶었어.”노동명은 어린 녀석을 껴안으며 마음이 따스해졌다.“어제 아저씨를 못 봤더니 태윤 이모부가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 못 봤더니 일... 일...”우빈은 전태윤이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다.그 뒷부분의 구절이 기억나지 않았다.“하루 못 보니 일 년이나
하예정의 차는 노씨 그룹 입구에 멈춰 서서 노동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정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2분도 채 되지 않아 차를 타고 나왔다.“예정 씨.”노동명은 차창을 내리누르고는 웃으며 말했다.“우빈의 여행용 가방은 저에게 맡기면 돼요.”하예정이 대답했다.“어차피 저도 바래다 드려야 해요. 오빠, 우빈이 물건들도 전부 제 차에 있으니 먼저 우빈이 데리러 유치원에 가보세요. 유치원에서 곧 하학해요.”“네.”그러자 노동명이 물었다.“태윤이는 안 왔어요?”“너무 바빠서 얘기도 안 꺼냈어요.”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정말 바쁜 친구였다.하예정이 먼저 차를 몰았고 노동명의 차도 곧 뒤를 따랐다.그런데 유치원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여운별을 만나게 되었다.여운별은 매일 유치원 입구에서 하예정과 우연히 만날 기회를 잡고 있었다.“사모님, 또 조카 데리러 오신 거예요?”여운별은 입가에 우아한 웃음을 머금으며 걸어오는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과 함께 있는 노동명을 보는 여운별은 아름다운 눈을 반짝거렸다. 하예정이 가까이 오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노동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을 것이다.전태윤이 하예정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가 그의 좋은 형제와 함께 다니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네, 사모님도 시누이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네,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만 매일 제가 데려다줘야 하거든요. 내일 주말이니까 이틀 쉬어도 되겠네요. 참, 쉬지도 못하겠네요. 애가 자꾸 놀이터에 가겠다고 조를 테니까요.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집에서 쉬고는 계시지만 매일 수많은 사업을 해야 하거든요. 손님께 음식 대접도 해야 하고 고객과 함께 골프도 치러 가야 해서 너무 바쁘세요.”여운별은 거짓말을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했다.너무 잘해서 그런지 자신조차 사실 같다고 느껴졌다.마치 그녀가 정말로 용씨 사모님인 듯, 정말로 시누이와 시동생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우리 시누이도 시부모님과 함께 놀지 않고 매일 저에게 달라붙어서
여운초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아주 꿀이 떨어지네요.”하예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웃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꾸 새어 나왔다.그녀도 가볍게 답장을 보냈다.“운초 씨도 도련님 사랑 듬뿍 받으시잖아요.”둘은 마치 꿀단지에 잠긴 듯, 사랑의 달콤함에 흠뻑 젖어 있었다.여운초가 바빠 보였기에 하예정은 더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그녀가 천천히 제 차로 돌아와 막 차에 오르려는 찰나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주형인이 서 있었다.“처제.”주형인은 다가오며 그녀가 혼자인 것을 보고 물었다.“우빈이는 안에 데려다줬어?”“네. 우빈이 보고 싶으세요?”주형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손님 모시고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빈이 얼굴이나 볼까 해서 왔어. 아직 안 왔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찍일 줄이야.”“우빈이는 잘 지내요.”하예정은 전 형부에게 무심한 태도로 대꾸했다.주형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우빈이는 잘 지낼 거라 믿어. 네가 돌보고 있으니 나랑 너희 언니도 마음 놓고 있어. 우빈이한테 들었는데 너희 언니 출장 갔다며?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그건 왜요?”“아, 별일은 아니고 그냥 물어봤어.”잠시 침묵하던 주형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출장, 정말 오래 걸려?”“정확히는 몰라요.”“아, 그렇구나.”주형인의 얼굴엔 아쉬움이 스쳤다.하예정은 차갑게 말했다.“더 할 얘기 없으시면, 저 먼저 가볼게요.”“아, 그래.”주형인은 무언가 말하려다 끝내 삼켰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하예정이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그녀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는 천천히 발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주형인은 그때 이후로 다시 회사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젠 갈 곳도, 그를 받아줄 곳도 없었다.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관성시에서 그는 이미 유명했다. 나쁜 쪽으로 유명했다. 그 이름에 따라붙는 것은 조롱뿐이었다.사람들은 그를 두고 인과응보라며 혀를 찼다. 뿌린 대로 거
그래서 녀석의 짐은 미리 노동명에게 맡겨야 했다.하예정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우빈이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점점 멀어지자 하예정은 그제야 주차해 둔 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막 차에 오르는 용씨 가문 사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의 곁을 바짝 지키고 있었다.한 경호원이 공손히 차 문을 열어주며 예의를 갖췄다.용씨 가문 사모님은 살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고는 하예정을 발견하자 미소를 머금고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예의상 하예정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잠시 후 여운별을 태운 고급 승용차는 부드럽게 하예정의 시야에서 멀어졌다.하예정은 시선을 거두며 휴대폰을 꺼내 여운초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운초 씨, 용 사모님을 또 만났어요. 그나저나 동생분께서 찾아와 귀찮게 굴지는 않으셨나요?”여운초는 아직 집을 나서지 않은 상태였다. 오전에는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꽃집에 들를 틈이 없었다.회사에도 처리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통화로 해결할 업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어쨌든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저녁이 되면 남편과 함께 여유롭게 서원 리조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그렇게 또 주말이 다가왔다.주말에는 대체로 업무에서 손을 뗐다. 급한 일이 생기면 한동호가 대신 해결해 주곤 했다.꽃집도 믿음직한 직원들이 지키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주말을 남편과 함께 오롯이 둘만의 시간으로 채울 수 있었다.내일 밤은 시어머니와 함께 연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네, 괜찮아요. 곧 있다 올지도 모르겠네요.”여운초는 하예정에게 답장을 보냈다.“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제 눈에 너무 겹쳐 보이더라고요.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닮았는지…”“여운별은 지금 남자친구도 없고 경호원을 둘 형편도 안 돼요. 고급 승용차라니, 여운별이 타는 차는 제가 익히 알아요.”여운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다음에 용씨 가문 사모님을
하지만 하예정은 아직 용씨 가문 사모님과 여운별이 한자리에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녀가 여운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의혹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은 애초에 하예정을 기다리지 않았다.지금 두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어야 했다. 만약 그녀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너무 작위적으로 보였을 것이다.지나친 의도는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겼을 것이다.하예정이 그녀를 조사하고 있다고 용태호가 알려준 적이 있었다.물론, 아무리 뒤져도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여운별일 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여운별은 문득 가장 증오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마주했던 언니의 목소리, 그 익숙한 울림이. 하예정의 의심을 부추긴 것은 분명 여운초의 말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용태호는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하예정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었다.그녀가 찾아낼 수 있는 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허상일 뿐이었다.그러나 하예정이 심효진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은 우려할 만했다. 심효진은 소씨 가문의 며느리였고, 소씨 가문은 정보망이 촘촘하기로 유명했다.하예정이 누구를 조사하려면 소씨 가문의 손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하예정은 빈손이었다. 여운별이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운별은 마음 한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그리고 그 여유는 곧 그녀의 표정에 스며들어 하예정을 마주할 때면 그녀는 점점 더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마치 자신이 진짜 용씨 가문 사모님인 것처럼, 여운별이라는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말이다.용태호는 그녀한테 내일 밤에 있을 연회에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참석하라고 말했다. 용씨 가문 사모님의 신분으로 참석하라는 것이었다.그 연회에는 관성시 상류 사회의 귀부인들이 모일 터였다.전씨 가문의 명해은도 내일 밤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며 며느리인 여운초도 데려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