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난 서두르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 예정이가 마음이 급해서... 평소에는 바쁜 일에 매달려 아이 생각을 잊으려고 해요.”그는 하예정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힘들어하는 것도 안타까웠다.때때로 전태윤은 자신이 하예정을 이 부담 속으로 끌어들인 것 같아 자책하기도 했다.그와 그의 가족들은 아이를 재촉하지 않았지만 전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하예정은 압박감에 짓눌려 있었다.예준성은 전태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원하실지 모르겠지만... 신의 할아버지께서 오시면 두 분 같이 진맥을 한번 받아보는 건 어때요?”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부부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하지만 할아버지께 진맥을 받게 되면 오히려 하예정에게 또 다른 부담감을 줄까 봐 두려웠다.하예정은 최근에 자꾸 졸음을 느꼈다. 이는 너무 큰 부담감으로 인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태윤은 생각했다.예준성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아니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나중에 할아버지께 한번 보여드리고 싶을 때 연락해요.”다른 사람들에게는 신의를 만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예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왜냐하면 예씨 가문의 사모님 중 한 명이 신의의 유일한 제자이기 때문이다.신의는 정겨울의 스승이자 양부로 그녀를 어릴 때 길에서 데려와 키운 분이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말을 들었다.그러고 나서 그들은 사업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예지호와 예지연은 아직 아기였지만 유명한 부모님을 둔 덕에 아주 성대한 백일잔치를 치렀다.많은 손님들이 참석했으며 그들은 대부분 예진 그룹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래서 전태윤 부부처럼 많은 사람들이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몇 일 일찍 도착했다. 그 결과, 예진 리조트는 며칠 동안 굉장히 활기찬 분위기가 감돌았다.마침내 두 아이의 백일잔치 날이 되었다.하지만 잔치 당일, 하예정에게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하예정은 멍하니 서 있다가 말했다.“설마요? 음... 그러고 보니 연정 씨, 나... 이번 달에 생리가 아직 안 왔어요.”‘나 정말 임신한 건가?’“요즘 생리가 조금 불규칙해졌어요. 가끔 며칠씩 늦을 때도 있긴 한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어요. 평소에는 조금 늦더라도 결국엔 오니까요.”“분명 임신한 거예요.”모연정은 웃으며 말했다.“어떤 사람들은 임신 초기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거든요.”“예정 씨, 정말 축하해요!”하예정도 웃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아직 임신인지 아니면 그냥 뭔가 잘못 먹은 건지 모르잖아요. 너무 빨리 축하해주지 마요.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내 경험상, 그리고 직감상 확신하는데 예정 씨는 분명 임신한 거예요. 겨울 씨가 의사니까 겨울 씨한테 진맥을 받아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곧 모연정은 하예정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그러면서 도우미에게 정겨울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하예정은 모연정의 손에 이끌려 소파에 앉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괜찮은지 물었다.모연정은 웃으며 말했다.“예정 씨 임신한 것 같아요. 생리가 안 왔는데도 그동안 별생각이 없었대요. 참 대단한 거죠.”“정말요? 예정 씨, 축하해요!”아이 방에 모여 있던 다른 여성들도 이 소식을 듣고 하예정에게 축하를 전했다.하예정은 수줍게 대답했다.“아직 임신이 확실한 건 아니에요.”은서윤은 말했다.“아까 화장실로 달려간 거 토하러 간 거 맞죠? 생리가 안 왔다면서요. 게다가 토까지 했다면... 이건 임신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아요.”“겨울 씨 불렀으니까 맥 짚어보면 곧 결과를 알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은 웃었지만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었다.정말로 임신했는지 알 수 없었고 혹시나 기대만 하고 실망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도 그럴 것이 하예정은 오랫동안 아이를 바라왔으니 말이다.시댁 식구들은 하예정에게 아이를 재촉한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큰이
하예정은 말했다.“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아까 지연이를 안고 있을 때 지연이의 젖 냄새를 맡고 나서 속이 메스꺼워졌고 그래서 토했어요.”“근데 연정 씨랑 다른 분들이 말하길 이런 경우 대부분은 임신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지금 겨울 씨가 와서 진맥을 봐주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겨울 씨가 오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왔네요. 걱정하지 마요. 다른 이상은 없으니까.”비록 아직 임신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지만 전태윤은 이미 얼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하예정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분들은 모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야. 이분들이 임신이라고 하면 임신이 맞을 거야.”“겨울 씨는 어디 있어요? 정겨울 씨 왔나요?”전태윤은 일어서서 물었다.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정겨울을 데려오고 싶었다.아니, 정확히는 모셔오고 싶었다. 꼭 신을 모시듯이 정겨울을 모셔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정겨울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모연정은 웃으며 말했다.“전 대표님께서 너무 빨리 뛰어오셔서 겨울 씨가 따라잡지 못했어요.”은서윤 장난스럽게 말했다.“예정 씨가 토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표님께서 화살처럼 달려오셨잖아요. 겨울 씨는 그걸 보고 놀라서 아마 조금 늦었을 겁니다.”얼굴이 붉어진 채로 하예정은 지금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정말로 임신한 걸까? 그럼 마음의 짐이 좀 덜어지긴 할 텐데...’임신하게 되면 그동안 하예정에게 무거운 부담감을 주었던 것들을 이제는 털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왔어요. 무슨 일인가요?”정겨울이 방에 들어오면서 물었다.그녀의 남편 예준일도 아들을 안고 뒤따라 들어왔다.그 작은 울보는 지금 자고 있었지만 예준일은 아들을 내려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아마도 초보 아빠라서 그런지 아들이 품에서 잠들 때마다 침대에 내려놓으려 해도 번번이 실패했다.아이가 침대에 닿기만 하면 금세 깨어나서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정겨울도 가끔 아들을 잘 내려놓을 때가 있었지만 남편인 예준일처럼 실
전태윤은 급한 마음에 말했다.“사모님, 얼른 겨울 씨한테 우리 예정이 진맥 좀 봐달라고 하세요. 저 지금 정말 너무 걱정돼요.”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지만 전태윤은 그만큼 진지하고 긴장된 상황이었다.모연정은 웃으며 정겨울에게 말했다.“겨울 씨, 예정 씨 진맥 좀 봐줘요. 아까 토한 게 너무 심했는데 아마도 입덧인 것 같아요.”하예정은 전태윤의 그 절박한 모습 때문에 얼굴이 붉어졌다.지금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명망 있는 집안의 며느리들이었다.정겨울이 하예정의 맥을 짚는 동안 방안은 조용해졌다.전태윤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하예정도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무척 긴장된 상태였다.만약 이번이 단순한 착각이라면, 그녀는 크게 상처받을 것 같았다.잠시 후, 정겨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신 맞아요. 혹시 제 진맥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되시면 병원에 가서 한번 확인해보세요.”이 말을 듣고 하예정은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집에 가면 병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볼게요.”전태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100% 겨울 씨를 믿어요. 예정이는 분명 임신한 걸 겁니다! 하하, 내가 아빠가 되는구나!”전태윤은 기쁨에 찬 웃음을 터뜨리며 다음 순간 하예정을 꼭 껴안았다.“예정아, 우리 이제 부모가 되는 거야!”그녀가 드디어 임신했다는 사실에 전태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지난 1년 동안 하예정은 엄청난 압박을 견뎌왔고 전태윤은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전태윤이 아내를 위로하려고 애썼지만 하예정은 내면 깊숙이 여전히 무거운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다른 문제는 전태윤이 도와줄 수 있었지만, 임신에 관해서는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더 안타까웠다.다행히도 이제 하예정이 임신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전태윤은 무척 기뻤다.하예정은 그의 품에 안긴 채 웃고 있었지만 웃음 속에서 눈물이 흘렀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그녀는 그동안 엄청난 압박감을 느껴왔다.그녀는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가 부부에게 공간을 내어주었다.전태윤은 품 안에 있는 하예정을 꼭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나도 정말 기쁘고 너무 설레.”“태윤 씨...”“응.”“나...”하예정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고 전태윤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눈이 붉어진 것을 본 전태윤은 마음이 아파서 하예정의 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달래듯이 말했다.“울지 마. 네가 눈물을 흘리면 나도 마음이 아파. 무엇보다 임신 중이니까 감정을 너무 격하게 하지 마.”“알았어요. 그냥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래요. 이 지난 1년 동 안, 나 정말 큰 부담감을 느꼈거든요. 특히 효진이가 결혼하고 나서 바로 임신했을 때... 난 더 초조해졌어요.”전태윤은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해도 돼. 나도 다 알아. 미안해. 네가 이렇게 큰 부담감을 느낀 건 내 잘못이야.”결혼 후 반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태윤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아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그녀를 비난했다.사람들은 하예정이 부잣집에 시집갔어도 아이를 낳지 못하면 결국 전씨 가문에서 쫓겨날 거라고 수군댔다.전태윤은 이런 험담이 하예정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했다.하지만 하예정은 이미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사실 그녀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예정아, 이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가 되면 돼.”하예정은 전태윤의 말을 듣고 눈을 맞추며 잠시 바라보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다음 다시 그의 품에 기대어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혔다.전태윤은 하예정은 꼭 끌어안고 있었고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그때, 침대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연이가 깼나 봐요.”하예정은 전태윤을 살짝 밀치고 자리에
예지연은 정말로 사랑스럽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였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안은 후, 하예정은 예훈을 품에 안았다.그때 정겨울과 예준일도 방에 들어왔다.정겨울은 하예정의 품에서 자기 아들을 받아들고는 바로 예준일에게 건네며 말했다.“어서 당신 아들 좀 달래봐요. 울음소리가 엄청 크고 또 너무 자주 울어서... 울기 시작하면 집 전체가 흔들릴 것 같아요.”예훈은 아마 엄마의 말에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내가 울음소리가 그렇게 강력한가?’곧 예준일은 자기 아들을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하지만 예훈은 배가 고팠다. 아무리 아빠가 달래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예훈은 엄마인 정겨울의 품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임신 소식은 집안 사람들에게만 알려졌고 외부에는 전해지지 않았다.전태윤은 그녀가 사람 많은 잔치에서 이리저리 부딪힐까 봐 걱정이 되어 마음이 급해졌다.그래서 하예정을 곧바로 관성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다.하예정은 원래는 관성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전태윤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전태윤은 예준성과 모연정에게 미안해하며 말했다.“준성 씨, 예정이 아직 임신 초기라 쉬어야 해서 먼저 관성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시 만나죠. 관성에 오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예준성은 사정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하예정은 아쉬워하며 말했다.“연정 씨, 시간 되면 아이들이랑 함께 관성으로 놀러 와요.”“꼭 갈게요. 대표님이랑 예정 씨 결혼식 날짜도 곧 오죠? 그때 우리 부부도 꼭 가서 축하해줄게요.”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 날짜는 곧 다가오고 있었지만 하예정의 임신으로 인해 결혼식을 앞당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웨딩드레스는 이미 주문해 놓았지만 그때는 하예정이 임신했을 때가 아니었으니 나중에 가면 드레스의 치수가 작을 수 있었다.그래서 전태윤은 서둘러 하예정을 관성으로 데려가 그녀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하고 가족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자 했다.그러고 나서 이경혜와 하예진을
장소민이 듣다못해 한마디 쏘아붙였다.“당신 눈에는 아들 단점밖에 안 보이나 봐요.”전태윤은 전씨 집안 맏아들의 적손이며 시부모 밑에서 자랐다.그 당시 장소민도 처음으로 엄마 신분으로 되었기에 아기를 잘 돌볼 줄 몰랐다. 그때 시부모가 손자를 대신 돌봐주겠다고 했고 장소민도 흔쾌히 승낙했다.남편도 전씨 그룹을 막 이어받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매우 바삐 돌아쳤고 장소민도 자주 남편 따라 식사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시부모가 장남을 직접 키우는 것도 장남을 전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우기 위함이었다.시부모 밑에서 자란 장남은 시부모님과 감정이 깊어졌기에 시부모님 말씀을 제일 잘 들었다.그 뒤로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장남을 돌볼 사람은 시어머니뿐이었다.하여 장남도 엄마인 장소민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다행히 시부모님은 매우 훌륭한 어른들이신지라 전태윤뿐만 아니라 다른 손자들도 잘 키우고 있었다.그 말인즉 장소민과 그녀의 동서들도 모두 자식을 시부모께 맡기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딸보다 귀엽지는 않은 건 사실이잖아.”장소민이 남편에게 원망했다.“딸을 낳아보셨어요? 딸이 귀여운 건 어떻게 알았대요? 당신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아들밖에 낳지 못했잖아요. 제가 여기로 시집와서 아이를 세 명이나 낳으면서까지도 딸을 낳지 못했는걸요.”“얼마나 딸을 낳고 싶던지. 예쁜 치마도 그렇게 많이 샀는데 결국 다 남에게 선물 주고 말았잖아요.”전현림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넷째를 낳으면 딸을 낳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걸.”“또 아들이면요?”전현림은 결국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전씨 집안은 이미 몇 대째 딸을 낳아본 적 없었다.“손녀를 바라는 수밖에.”장소민은 한숨을 쉬며 사진첩을 닫아버렸다.“언제 손자 손녀를 안아볼지 희망이 안 보이네요. 예정이가 집에 있다면 제가 이런 말이나 할 수 있겠어요? 하도 집에 없으니까 망정이지.”“태윤이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을 때 저는 태윤이가 결혼하기를 바랐는데
전현림 부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진 리조트에서 지낼 때 예정이가 토했거든요. 정 의사가 맥을 짚어주셨는데 임신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빨리 예정이를 데리고 와서 쉬게 하려고요.”“정말? 잘됐어! 너무 잘됐어!”장소민은 너무 기쁜 나머지 남편을 부둥켜안고 웃으며 말했다.“여보, 저 할머니로 되었는걸요.”전현림도 무척 즐거웠다.그리고 장소민은 바로 남편을 밀치고 하예정을 부축해 내리려던 전태윤을 옆으로 밀더니 조심스럽게 하예정을 부축했다.하예정은 너무 쑥스러웠다.“어머니, 저 진짜 괜찮아요. 안 피곤해요. 하나도 안 피곤해요.”하예정은 단지 비행기에서부터 졸려서 자고 싶었을 뿐이었다.전태윤이 하예정이 피곤해한다고 기어코 하예정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다.그 행동을 본 사람들이 하예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놀랐다.지금 시어머니는 전태윤보다 더 조심스럽게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금방 임신했기에 태아가 불안정할 거야. 게다가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먼 곳에서 왔으니 피곤할 거야. 어머니가 부축해줄게. 아니, 태윤아! 네가 안고 들어가.”장소민은 기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하예정을 부축하고 싶었지만 아들이 며느리를 안고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더니 곁으로 밀려났던 아들을 다시 잡아당기면서 아들에게 말했다.“태윤아, 네가 예정이를 안고 들어가.”전태윤은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어머니에게 밀려 멍하니 서 있던 전태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다.그러다가 반응도 채 하지 못한 채 다시 어머니에 의해 끌려왔다.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전태윤일 것이다.하지만 장소민이 더 기뻐하는 표정이었다.10분 후.“예정아, 물 좀 마셔.”“예정아, 과일 먹어.”“예정아, 국물 좀 마셔.”“예정아...”궁지로 몰려 소파에 기대게 된 하예정은 시댁 어르신에게 둘러싸여 물 먹으라, 과일과 과자를 먹으라, 국물을 먹으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