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조용히 밖으로 나가 부부에게 공간을 내어주었다.전태윤은 품 안에 있는 하예정을 꼭 끌어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나도 정말 기쁘고 너무 설레.”“태윤 씨...”“응.”“나...”하예정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올렸고 전태윤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녀의 눈이 붉어진 것을 본 전태윤은 마음이 아파서 하예정의 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달래듯이 말했다.“울지 마. 네가 눈물을 흘리면 나도 마음이 아파. 무엇보다 임신 중이니까 감정을 너무 격하게 하지 마.”“알았어요. 그냥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래요. 이 지난 1년 동 안, 나 정말 큰 부담감을 느꼈거든요. 특히 효진이가 결혼하고 나서 바로 임신했을 때... 난 더 초조해졌어요.”전태윤은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해도 돼. 나도 다 알아. 미안해. 네가 이렇게 큰 부담감을 느낀 건 내 잘못이야.”결혼 후 반년이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배를 주목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태윤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아직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그녀를 비난했다.사람들은 하예정이 부잣집에 시집갔어도 아이를 낳지 못하면 결국 전씨 가문에서 쫓겨날 거라고 수군댔다.전태윤은 이런 험담이 하예정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했다.하지만 하예정은 이미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사실 그녀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예정아, 이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가 되면 돼.”하예정은 전태윤의 말을 듣고 눈을 맞추며 잠시 바라보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다음 다시 그의 품에 기대어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혔다.전태윤은 하예정은 꼭 끌어안고 있었고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그때, 침대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연이가 깼나 봐요.”하예정은 전태윤을 살짝 밀치고 자리에
예지연은 정말로 사랑스럽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였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안은 후, 하예정은 예훈을 품에 안았다.그때 정겨울과 예준일도 방에 들어왔다.정겨울은 하예정의 품에서 자기 아들을 받아들고는 바로 예준일에게 건네며 말했다.“어서 당신 아들 좀 달래봐요. 울음소리가 엄청 크고 또 너무 자주 울어서... 울기 시작하면 집 전체가 흔들릴 것 같아요.”예훈은 아마 엄마의 말에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내가 울음소리가 그렇게 강력한가?’곧 예준일은 자기 아들을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하지만 예훈은 배가 고팠다. 아무리 아빠가 달래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예훈은 엄마인 정겨울의 품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임신 소식은 집안 사람들에게만 알려졌고 외부에는 전해지지 않았다.전태윤은 그녀가 사람 많은 잔치에서 이리저리 부딪힐까 봐 걱정이 되어 마음이 급해졌다.그래서 하예정을 곧바로 관성으로 데려가기로 결심했다.하예정은 원래는 관성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전태윤의 설득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전태윤은 예준성과 모연정에게 미안해하며 말했다.“준성 씨, 예정이 아직 임신 초기라 쉬어야 해서 먼저 관성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다시 만나죠. 관성에 오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예준성은 사정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하예정은 아쉬워하며 말했다.“연정 씨, 시간 되면 아이들이랑 함께 관성으로 놀러 와요.”“꼭 갈게요. 대표님이랑 예정 씨 결혼식 날짜도 곧 오죠? 그때 우리 부부도 꼭 가서 축하해줄게요.”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 날짜는 곧 다가오고 있었지만 하예정의 임신으로 인해 결혼식을 앞당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웨딩드레스는 이미 주문해 놓았지만 그때는 하예정이 임신했을 때가 아니었으니 나중에 가면 드레스의 치수가 작을 수 있었다.그래서 전태윤은 서둘러 하예정을 관성으로 데려가 그녀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하고 가족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리고자 했다.그러고 나서 이경혜와 하예진을
장소민이 듣다못해 한마디 쏘아붙였다.“당신 눈에는 아들 단점밖에 안 보이나 봐요.”전태윤은 전씨 집안 맏아들의 적손이며 시부모 밑에서 자랐다.그 당시 장소민도 처음으로 엄마 신분으로 되었기에 아기를 잘 돌볼 줄 몰랐다. 그때 시부모가 손자를 대신 돌봐주겠다고 했고 장소민도 흔쾌히 승낙했다.남편도 전씨 그룹을 막 이어받은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매우 바삐 돌아쳤고 장소민도 자주 남편 따라 식사 자리에 참석해야 했다.시부모가 장남을 직접 키우는 것도 장남을 전씨 가문의 후계자로 키우기 위함이었다.시부모 밑에서 자란 장남은 시부모님과 감정이 깊어졌기에 시부모님 말씀을 제일 잘 들었다.그 뒤로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장남을 돌볼 사람은 시어머니뿐이었다.하여 장남도 엄마인 장소민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다행히 시부모님은 매우 훌륭한 어른들이신지라 전태윤뿐만 아니라 다른 손자들도 잘 키우고 있었다.그 말인즉 장소민과 그녀의 동서들도 모두 자식을 시부모께 맡기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였다.“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딸보다 귀엽지는 않은 건 사실이잖아.”장소민이 남편에게 원망했다.“딸을 낳아보셨어요? 딸이 귀여운 건 어떻게 알았대요? 당신 가문에서 수십 년 동안 아들밖에 낳지 못했잖아요. 제가 여기로 시집와서 아이를 세 명이나 낳으면서까지도 딸을 낳지 못했는걸요.”“얼마나 딸을 낳고 싶던지. 예쁜 치마도 그렇게 많이 샀는데 결국 다 남에게 선물 주고 말았잖아요.”전현림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넷째를 낳으면 딸을 낳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걸.”“또 아들이면요?”전현림은 결국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전씨 집안은 이미 몇 대째 딸을 낳아본 적 없었다.“손녀를 바라는 수밖에.”장소민은 한숨을 쉬며 사진첩을 닫아버렸다.“언제 손자 손녀를 안아볼지 희망이 안 보이네요. 예정이가 집에 있다면 제가 이런 말이나 할 수 있겠어요? 하도 집에 없으니까 망정이지.”“태윤이가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을 때 저는 태윤이가 결혼하기를 바랐는데
전현림 부부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진 리조트에서 지낼 때 예정이가 토했거든요. 정 의사가 맥을 짚어주셨는데 임신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빨리 예정이를 데리고 와서 쉬게 하려고요.”“정말? 잘됐어! 너무 잘됐어!”장소민은 너무 기쁜 나머지 남편을 부둥켜안고 웃으며 말했다.“여보, 저 할머니로 되었는걸요.”전현림도 무척 즐거웠다.그리고 장소민은 바로 남편을 밀치고 하예정을 부축해 내리려던 전태윤을 옆으로 밀더니 조심스럽게 하예정을 부축했다.하예정은 너무 쑥스러웠다.“어머니, 저 진짜 괜찮아요. 안 피곤해요. 하나도 안 피곤해요.”하예정은 단지 비행기에서부터 졸려서 자고 싶었을 뿐이었다.전태윤이 하예정이 피곤해한다고 기어코 하예정을 안고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다.그 행동을 본 사람들이 하예정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놀랐다.지금 시어머니는 전태윤보다 더 조심스럽게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금방 임신했기에 태아가 불안정할 거야. 게다가 몇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먼 곳에서 왔으니 피곤할 거야. 어머니가 부축해줄게. 아니, 태윤아! 네가 안고 들어가.”장소민은 기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하예정을 부축하고 싶었지만 아들이 며느리를 안고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그러더니 곁으로 밀려났던 아들을 다시 잡아당기면서 아들에게 말했다.“태윤아, 네가 예정이를 안고 들어가.”전태윤은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어머니에게 밀려 멍하니 서 있던 전태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몰랐다.그러다가 반응도 채 하지 못한 채 다시 어머니에 의해 끌려왔다.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전태윤일 것이다.하지만 장소민이 더 기뻐하는 표정이었다.10분 후.“예정아, 물 좀 마셔.”“예정아, 과일 먹어.”“예정아, 국물 좀 마셔.”“예정아...”궁지로 몰려 소파에 기대게 된 하예정은 시댁 어르신에게 둘러싸여 물 먹으라, 과일과 과자를 먹으라, 국물을 먹으라 하는 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잔소
하예정이 임신했다고 했다!전태윤의 말뜻을 그제야 소화한 하예진은 너무 기뻐서 소리까지 질렀다.이경혜가 우빈이 보고 싶다고 하길래 하예진은 지금 아들을 데리고 성씨 가문으로 왔고 지금은 거실에 앉아있었다.하예진은 하교한 우빈이를 데리고 바로 성씨 가문으로 와있었다. 오늘 성씨 가문에서 저녁을 먹고 여기서 하룻밤을 묵은 다음 내일 직접 유치원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제부로부터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될 줄이야!“무슨 일이야?”하예진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이경혜 부부와 유청하, 심지어 우빈이마저 하예진을 쳐다보았다.“좋은 소식이에요!”하예진은 웃으면서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좋은 소식이에요! 예정이가 임신했대요. 방금 제부에게서 전화 왔거든요.”하예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이경혜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성기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경혜는 아들의 전화를 받으며 하예진에게 물었다.“확실한 거야?”“확실해요. 전 대표 말로는 정 선생님께서 예정 씨에게 맥을 짚어주셨대요. 정 선생님도 신의의 제자라 의술이 대단하거든요. 작은 신의로 불린대요. 이런 임신 같은 건 쉽게 보아낼 수 있다고 해요. 확실해요.”성기현은 어머니가 하예진에게 물어보시는 줄도 모르고 기뻐하며 대답했다.이경혜는 함박웃음 지으며 아들에게 물었다.“넌 어떻게 알게 됐어?”“전 대표가 저에게 전화 왔어요. 어머니께 알려드리라고요. 전 대표가 지금 너무 기뻐서 어머니 전화번호가 기억이 안 난다면서 저한테 전화했어요.”이경혜가 계속해서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도 네 번호는 기억하나 보다.”성기현이 대답했다.“저와 전 대표는 오래도록 앙숙으로 지낸 사이라 서로의 전화번호를 오래전부터 기억하고 있었거든요.”“엄마, 이건 정말 천하의 가장 기쁜 소식인걸요. 이젠 예정이가 임신할 수 있을지 걱정 안 해도 돼요. 전태윤 부부 모두 건강해요. 다만 배 속의 아이와 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을 뿐인 거죠. 이젠 이렇게 임신 됐으니 얼마나 좋아요.”성기현은 어머니가 하
“우빈아, 앞으로 이모 배 속의 아기가 여동생이라고 말해야 해.”하예진은 아들에게 가르쳤다.우빈는 큰 눈을 반짝이며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왜 여동생이라고 해야 해요?”우빈이는 본능적으로 남동생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여동생을 갖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너도 예전에 이모한테 여동생 낳아달라고 자주 얘기했었잖아.”우빈이도 이내 입을 열었다.“용정이도 여동생 있는데 저도 여동생이 좋아요. 그럼 제가 이모께 말씀드릴게요. 남동생이 아닌 여동생을 낳아야 한다고요.”“남녀를 막론하고 다 좋은 거지 뭐.”이경혜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하예정은 이제 겨우 첫 아이이기 때문에 여자를 낳든 남자를 낳든 다 좋은 거지 뭐. 아이가 건강하다면야 다 좋지. 예진아, 우리 지금 바로 보양식을 좀 사서 서원 리조트로 예정이 보러 가자.”“엄마, 예정 아가씨가 남편이랑 A시의 예진 리조트에 간다고 하지지 않았어요? 옆집 준하 씨도 이미 그곳에 도착했을걸요. 소현 씨도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했고요.”“준하 씨 조카들이 오늘 태어난 지 백일째라 두 집안에서 모두 쌍둥이에게 백일잔치를 열어주겠다고 했거든요.”유청하는 시어머니를 일깨워주었다.“참! 맞아. 그럼 예정이가 돌아오면 그때 가자.”전태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이 아빠가 되었다는 것만 사람들에게 알렸을 뿐 하예정을 데리고 관성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알리지 못했다.모두는 전태윤 부부가 아직도 예진 리조트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집사가 집 밖에서 들어왔다.“어르신. 사모님. 밖에 이윤미 씨께서 오셨는데 사모님을 뵙고 싶다고 하세요.”그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멈춰버렸다.이윤미가 강성 이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던가!하예진은 고개를 돌려 이경혜를 바라보았다.이경혜가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예진아, 네가 나가서 누가 왔는지 대신 좀 봐줘. 이윤미 말고는 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지난주 이경혜는 하예진과 함께 강성에 가서 이씨 가문의 옛일을 조사했다.일주일 동안 이
“안녕하세요. 저는 하예진이라고 해요.”하예진은 먼저 오른손을 내밀었다.이윤미가 선글라스에 검은색 마스크를 썼지만 하예진은 여전히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이윤미가 자신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까지 닮았다.하예진이라는 말에 이윤미는 오른손을 뻗어 하예진과 악수를 한 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이윤미라고 해요.”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이윤미 씨.”하예진은 아들에게 인사드리라고 알려주었다.이윤미는 우빈이를 보더니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너무 멋지게 생겼네요. 아들이에요?”하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우빈이라고 해요.”“우빈아, 안녕!”우빈이는 앳된 목소리로 인사했다.“윤미 이모. 안녕하세요. 윤미 이모, 왜 우리 엄마와 많이 닮으신거죠?”이윤미가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엄마랑 인연이 있어서 닮은 거야. 이모가 우빈이랑도 비슷한걸.”“저는 우리 엄마 닮았고 이모가 우리 엄마를 닮았으니 저와 좀 닮았겠네요.”이윤미는 우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총명하다고 칭찬했다.이윤미는 몸을 일으키면서 하예진에게 말을 건넸다.“실례지만 사모님께서 집에 계신가요?”“네, 집안에 계세요. 저 따라오세요.”하예진은 손바닥을 내밀어 이윤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이윤미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집안으로 들어서자 이윤미는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는 이경혜를 보았다.“이모, 윤미 씨께서 오셨어요.”하예진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이윤미는 이경혜 앞으로 다가서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이윤미예요. 갑자기 찾아뵙게 되어 실례될지 모르겠어요.”이경혜는 고개를 들어 이윤미를 훑어보았다.이경혜는 강성에서 멀리에서만 이윤미를 몇 번 보았을 뿐 가까이서 만나 본 적은 없었다.이윤미는 하예진과 자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다.“윤미 씨, 앉으세요.”이경혜는 이윤미에게 앉으라고 표했고 하예진은 이윤미에게 소
이경혜는 이윤미를 이전에 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첫 만남인 것처럼 말을 꺼냈다.이윤미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오늘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저는 강성 이씨 가문의 큰딸이에요. 1년 전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이전에 이씨 가문에 있던 그 딸은 친딸이 아니었어요. 저도 이씨 가문의 과거 역사를 조금 전해 들었어요.”“사모님도 이씨 성이라고 들었는데 오늘 제 마음속 의문의 답을 찾으려고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어요.”이경혜는 말을 하지 않고 이윤미가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과 DNA 검사를 통해 저의 의심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어요.”만약 이경혜가 이윤미 이모의 딸이라면 이윤미는 분명 이경혜와 사촌 자매일 것이다. 두 사람이 DNA 검사를 하게 되면 혈연관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이경혜는 이윤미가 DNA 검사하러 이곳에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와 저의 엄마도 DNA 검사를 했기 때문에 저한테도 검사 기록이 남아있거든요. 사모님께서도 저와 DNA 검사를 하시고 그 두 기록을 비교해보면 사모님이 저와 한 가문의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이윤미와 이경혜가 DNA 검사를 하면 분명 답이 나올 것이다. 거기에 이 가주의 DNA 검사 기록으로 수치를 비교해 본다면 같은 혈육일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또한 이경혜와 이 가주가 자매 사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이경혜는 가만히 이윤미를 지켜보다가 그제야 이윤미에게 물었다.“윤미 씨, 식구들 몰래 여기로 왔죠? 윤미 씨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이 결정이 당신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아시는 거죠?”이윤미가 스스로 찾아와 DNA 검사 제안한다면 이경혜는 물론 기꺼이 협력할 것이다.하지만 이윤미는 결국 이씨 가문 가주의 친딸이고 앞으로도 이씨 가문의 주인으로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윤미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앞으로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빼앗기게
모두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소 대표님한테 매수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소 대표님은 정말 좋은 분이에요. 윤하에게 잘 어울려요.”코치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도 우리 윤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윤하가 주로 만나본 젊은 남자들이 우리 말고는 좋은 남자가 없어서 그래요. 게다가 사장님과 사모님도 얼마나 걱정하세요. 만약 소 대표님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소 대표님과 윤하가 잘 지내고 있거든요. 근데 우리 윤하가 왠지 소 대표님께 남녀 간의 정이 없다고 느껴져요. 윤하가 우리를 대한 것처럼 똑같이 소 대표님을 대하는 것 같아요.”정혁주는 코치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깊이 공감했다.도장에는 여성 후배들도 많지만 유독 정윤하가 정혁주를 무척 걱정시켰다.정윤하는 습관적으로 남자들과 형제 사이로 지냈기에 그들도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그들도 정윤하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상대방이 무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소개를 받을 남자들은 정윤하의 “명성”을 듣더니 심지어 몰래 도장에 가서 정윤하를 지켜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막강한 실력을 보더니 정윤하를 다스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결국 투항하게 되었고 다른 맞선남들과 마찬가지로 감히 나서지 못했다.이로 하여 뒷부분의 맥락은 그대로 뚝 끊기게 되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너희도 사실 소 대표님의 재력에 넘어간 거야. 나조차도 좋게 느껴지는데 너희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소 대표님의 재력이 정말 좋은 건 사실이야. 우리도 자기도 모르게 속아 넘어간 거지. 그런데 소 대표님은 꽤 좋은 사람이긴 해. 우리 윤하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너희들도 장난치고 있는 걸 알기에 나도 너희들 탓하지 않아. 우리 전부 윤하를 위해서 하는 소리잖아. 내가 소 대표님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그분이 안 좋은 사람이라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야.”“너희들의 말처럼 윤하 계집
“들어가요. 밖이 너무 추워요.”정윤하는 꽃다발과 보온도시락을 들고는 소지훈을 도장으로 가자고 말했다.소지훈은 그녀를 따라갔다.도장의 사람들은 정윤하가 꽃다발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두 사람이 썸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그 꼬맹이들조차 정윤하가 안고 있는 그 꽃다발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정윤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코치님, 이 꽃다발이 정말 아름다워요.”“코치님, 바비큐 드실래요? 우리 거의 다 먹었어요.”“코치님, 지훈 아저씨가 선물한 꽃이죠? 왜 코치님께 꽃을 주세요?”정윤하가 웃으며 대답했다.“많이 먹어. 다 먹어도 돼. 지훈 아저씨가 나에게 따로 준비해 줬거든. 너희 지훈 아저씨가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에 있는 꽃이 너무 예뻐서 나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선물해줬어. 어때? 예쁘지? 나도 이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좋아.”학생들은 꽃다발이 예쁘다고 연신 칭찬했다.정윤하의 사제들은 헤벌쭉한 정윤하를 보고는 또 여우처럼 웃고 있는 소지훈을 보더니 결국 모두 정혁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정혁주는 정윤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는 평소에 앉던 테이블에 앞에 앉아 바비큐를 먹으며 보이차도 곁들여 마셨다.“선배님.”몇몇 코치들이 정혁주에게 다가가더니 그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궁금한 듯 물었다.“소 대표님이 우리 윤하에게 고백한 거예요? 그런데 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정윤하의 표정을 보면 고백받은 것 같지 않았다.그녀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소 대표님이 꽃집을 지나다가 꽃집의 꽃이 예쁜 것을 보고 윤하에게 선물했다고 하던데, 이런 어설픈 이유도 윤하가 믿다니, 참! 저렇게 멍청한 꼴을 보니 사람들에게 팔려가도 돈을 세어줄 기세인데.”“윤하가 종일 우리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답고 털털해서 그래요. 소 대표님만큼 신중하지 못하잖아요. 소 대표님이 윤하에게 직접 고백하지 않는 한 윤하는 분명 별생각 하지 않을걸요.”“어휴, 윤하가 소개팅마다 실패하고 시집을 못 가는 데는 우리 책임도 있어요
정혁주는 아예 보이차 한 병씩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는 보이차를 나누어 주면서 소지훈은 학생들이 정윤하 앞에서 좋은 말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매번 큰돈을 퍼부었다.소지훈은 도장으로 올 때마다 도장의 사람들에게 맛 나는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또 각자의 몫도 전부 챙겨주었으며 심지어 다 먹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사 올 때도 있었다.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도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정윤하의 말대로 그녀의 수입으로 전체 도장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면 몇 번이나 사줄 수 있겠는가!정혁주는 도장의 여러 코치 중에서 수입이 가장 높지만, 소지훈처럼 돈이 많지 않았다.역시 대기업 대표답다!정혁주가 보이차를 나누어 줄 때 밖에 서 있는 두 바보를 유의하여 보며 마음속으로 소지훈은 아마 정윤하에게 첫눈에 반했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연성까지 머나먼 길을 달려서 왔을 것이다.소지훈은 지금 출장 중이지만 저녁에 약속도 없이 도장으로 온 것을 보면 아마 출장할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정씨 저택에 남아서 설을 쇠려고 하는 모양인데...정윤하를 노리고 온 것이 틀림없다.그리고 소지훈은 정윤하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에게서 작은 도움을 받았지만, 소지훈은 기어코 그녀가 자신의 은인이라고 외치며 다녔다.정혁주는 정윤하가 오지랖이 넓고 너무 빨리 움직여 소지훈을 도와주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지훈의 실력으로 그날 밤 그 건달들 정도는 아주 쉽게 때려눕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소지훈의 상대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렇게 정윤하는 소지훈의 생명의 은인으로 되었다.그리고 정윤하가 전태윤 부부의 연애사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본 소지훈은 천 리 길을 달려와 그녀를 데리고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했다.정씨 가문은 관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관성 전씨 가문의 명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몇 번만 뒤져봐도 관성 전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날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사실 시간은 아직 이르다. 다만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빨리 어두워질 뿐이다.정윤하의 수업도 마침 끝났다.“지훈 아저씨 오셨어.”한 학생이 소지훈의 차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고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밖으로 나오지 마. 바람이 많이 불어.”소지훈은 웃으면서 소리쳤지만, 학생들은 모두 뛰쳐나갔다.소지훈은 이내 사 온 간식 몇 봉지를 큰 학생들에게 건네고 포장된 바비큐는 조금 작은 학생들에게 건네주어 도장 안으로 들여보냈다.정윤하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면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소지훈을 보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아저씨가 오시기 전에는 제가 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이제 아저씨가 가장 인기가 많네요.”정혁주도 따라 나와 정윤하의 말을 이었다.“너무 인색한 거 아니야? 소 대표님처럼 시원스럽게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다들 다시 널 좋아하게 될걸.”“내가 인색한 게 아니라 월급이 쥐꼬리밖에 안 되는데 음식을 몇 번 정도 대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저씨는 회사의 대표잖아. 난 절대로 이 방면에서 아저씨와 다투지 않을 거야. 이런 일들은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잖아... 음? 눈이 오는 것 같아.”정혁주도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눈이 오는 것 같긴 하네. 근데 뭐가 이상해? 겨울이 되면 눈이 자주 올 텐데, 정상이잖아.”“형님, 얼른 오세요. 보이차 몇 상자 드릴게요. 바비큐를 사 왔는데 혹시라도 학생들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될까 봐 몇 상자 사 왔어요.”소지훈은 보이차 상자를 들면서 정혁주에게 자연스럽게 건넸다.정혁주는 차를 향해 다가갔고 조수석에 놓인 꽃다발을 보더니 눈이 번쩍 뜨였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소지훈이 그들 정씨 가문의 저택에 오래 머문 덕분으로 정씨 집안 가족들이 소지훈의 성격과 사람 됨됨이를 잘 알게 되었다.소지훈은 냉혹한 면과 부드러운 면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냉혹한 면을 정씨 가문의 가족들 앞에서 보여준 적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그들도
소지훈은 잠시 일을 멈추고 비서를 올려다보았다.비서가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저기 탁자 위에 올려 주세요.”“알겠습니다.”비서는 꽃다발을 안고 돌아서서 소파로 가더니 그 꽃다발을 탁자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몸을 곧게 펴고 소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소 대표님, 또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당분간 없어요.”“그럼, 일 보러 나가겠습니다.”비서는 소지훈이 머리를 숙이고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보더니 사무실에서 나왂다.소지훈은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꺼버린 뒤 휴대전화와 자동차 키를 챙겼다. 그의 정윤하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새로 차 한 대를 뽑았다.그는 다가가서 장미 꽃다발을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그가 이전에 성소현에게 아무렇게나 샀던 꽃다발보다 더 아름답다고 느꼈다.다음에 그는 직접 꽃을 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꽃 한 다발만 샀는데 부족하지 않을까?”소지훈은 소정남이 평소에 심효진에게 꽃다발과 액세서리를 자주 선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하지만 지금 정윤하에게 보석을 선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정윤하도 그런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소지훈은 별장과 차를 정윤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정윤하가 받아줘야 말이지...“먼저 시험해 보지 뭐.”소지훈은 혼자 중얼거렸다.먼저 꽃다발을 선물하여 정윤하의 반응을 보고 그녀가 기뻐하면 천천히 다른 선물을 주려 했다.천천히 다가가야 한다.비록 소지훈과 그의 부모님은 모두 마음이 조급해 정윤하를 빨리 소씨 가문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이 급하면 아무 일도 성사시키지 못할 게 뻔하다.소지훈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다.“소 대표님.”“퇴근할게요. 저녁때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전화하지 마세요.”소지훈과 정윤하가 친분을 쌓는 데 영향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일이 아무리 중요한들 그의 결혼에 관한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겠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다.다른 사람들은 연인과 헤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소지훈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심효진이 가끔 소정남의 팔을 물어뜯고 싶다고 말하길래 소정남이 몰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고 알려주었다.하예정은 의아했다.그녀는 닭 다리만 뜯어먹고 싶을 뿐 팔을 물어뜯을 생각은 해본 적 없다.소지훈은 소정남 부부의 달콤한 생활을 무척 부러워하며 자신과 정윤하의 미래가 소정남 부부처럼 행복하기를 바랐다.소정남과 통화를 마친 소지훈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할까? 아니면 이따가 윤하 씨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줄까?’소지훈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정윤하가 그 꽃다발을 먹지도 못하는 데 돈 낭비만 한다고 꾸지람할까 봐 걱정했다.한참 고민하던 소지훈은 결국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회사 비서에게 지시했다.“장미꽃을 사고 싶은데 지금 저를 도와 나가서 사 오세요. 제가 퇴근하면 가져갈게요.”이런 임무를 받은 비서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소지훈이 정윤하를 좋아하는 건 눈 밝은 사람이라면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단지 정윤하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그 꽃다발은 정윤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꽃 사러 가겠습니다.”“그래요.”소지훈은 얼굴을 붉혔지만, 여전히 담담한 척 대답했다.그는 이런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어쩐지 쑥스러웠다.소지훈은 여자에게 꽃을 보낸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번 성소현에게 구애하는 척할 때 하루건너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곤 했다.꽃집 사장님에게 부탁해 꽃을 배달한 적도 많았고 직접 선물한 적도 있었다.아마 소지훈은 성소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성소현에게 꽃을 선물한다고 해서 창피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는 단지 연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윤하는 다르다. 정윤하는 소지훈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여자로서 결혼하고 싶은 상대였다.그는 엄청나게 긴장했고 또 매우 신중했다.정윤하에게 꽃을 선물하는 의미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에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그만 빨개지고 말
심효진도 맞장구쳤다.“그럼. 나야 당연히 안목이 뛰어나지. 예정이가 처음에 당신을 나에게 소개해 주었을 때 내가 정남 씨에 인상이 깊었거든. 태윤 씨 곁의 능력자라면서? 내가 정남 씨와 같은 업계에 있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의 높은 명성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난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우리 두 사람 소개팅할 때 순조롭지 않은 거로 기억했는데.”“그래? 아무튼, 난 정남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나도. 당신 성격도 나랑 너무 잘 어울려. 우리 두 사람 다 구경거리를 좋아하잖아. 여보, 나는 처음에 당신이 가십거리를 듣기 위해 나와 함께 있는 줄 알았어.”심효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해명했다.“비록 내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평생의 큰일을 어찌 그런 일 때문에 당신에게 시집갈 수 있겠어? 당신을 사랑하면 결혼하는 거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결혼하지 못하지. 사랑은 역시 서로 사랑해야 행복한 법이야.”소정남 부부의 연애사에는 큰 사고 없이 매우 순조로웠다.약간의 비바람도 연적도 없었다.두 집안의 어르신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특히 소씨 집안의 어르신들은 심효진을 매우 어여뻐 했다. 두 집안이 결혼 얘기를 나눌 때 소씨 가문의 사람들은 심효진을 연신 칭찬했지만, 소정남은 자랑할 곳이 아무 데도 없다고 나무랐다.소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심지어 소정남이 심효진보다 못하다고 여겼다.“얼른 운전해. 나 한강에 가고 싶어. 가서 한 바퀴 돌다가 올래.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집에 늦게 집에 돌아가면 당신 사촌 누나가 또 뭐라고 잔소리할 거야.”최서우는 소정남의 사촌 누나이자 소씨 가문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심효진도 최서우가 그녀를 걱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예전에 최서우는 심효진이 소정남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싫어했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또 소정남 어머니의 설득을 들은 최서우는 그제야 심효진에 대한 태도가 많이 좋아졌다.최서우는 소정남을 많이
“너도 어쩌다 휴가 냈는데 제수씨랑 잘 쉬어. 그럼 나도 가봐야겠어. 저녁에 윤하 씨랑 저녁 약속이 있거든.”소정남은 소지훈이 정씨 가문의 저택에서 산다는 것을 알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형이 그 집에 살게 되었는데 정씨 가문의 가족들에게 잘해줘. 가족들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윤하 씨가 망설인다고 해도 그 집 식구들이 윤하 씨에게 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거야.”특히 그의 미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소정남은 심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심씨 집안 가족들은 전부 날 엄청 좋아하거든.”윤미연은 이미 소지훈을 한 집 식구로 여기고 있다. 만약 소지훈이 정윤하와 함께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윤미연은 한쪽으로 따뜻한 차를 끓여 주면서 한쪽으로 그를 꾸지람하곤 한다.소지훈이 처음 그 집으로 들어갔을 때의 공손함은 온데간데없었다.하긴, 정윤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소지훈의 속내를 발견한 윤미연은 그를 진작 자신의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다.한집안의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윤미연은 당연히 꾸지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내 생각도 그래. 난 우리 형을 믿거든. 그럼 힘내. 나도 가봐야겠어. 우리 효진이와 함께 드라이브하러 갈 거야.”“운전 조심해. 제수씨 임신했잖아. 내 조카를 다치게 하지 말고.”소지훈은 신신당부했다.“알았어.”소정남은 늘 조심스러웠다.물론 소정남도 몰래 심효진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이기 때문에 만약 그의 부모님께 알려지면 혼나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소정남도 심효진을 잘 돌보지 못할까 봐, 너무 빨리 운전하면 그녀를 넘어뜨릴까 봐 항상 걱정하며 다녔다.심효진의 배 속의 아기는 그의 혈육일 뿐만 아니라 소씨 집안 어른들의 작은 보물이다.외출하기 전에 소정남의 사촌 누나 최서우는 심효진을 데리고 밖에서 식사하지 말라고 했다. 밖에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건강에 안 좋다면서 말이다.소정남은 그제야 사랑하는 아내의
“그... 그 당시 제수씨한테 어떻게 고백했어? 네가 고백할 때 제수씨가 받아들였어? 거절한 적이 있어? 거절당하면 창피하지 않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어? 날 비웃지 마. 나도 살면서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해 봐서 그래. 경험이 전혀 없거든. 태윤 씨 부부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그들은 나와 다르잖아. 그들은 이미 그때 혼인 신고했을걸.”소지훈은 이런 감정적인 일로 사촌 동생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이 창피하고 소씨 가문의 장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소정남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일반적으로 소지훈이 다른 사람의 사적인 일에 대해 알아보러 다녔지, 그의 개인적인 일이 남들에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소정남이 바로 대답했다.“형, 정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형이 지금 윤하 씨에게 구애하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 형이 윤하 씨에게 무척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 같던데 윤하 씨가 바보도 아닌데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을걸. 어쩌면 형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와 효진이는 무척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왔어. 태윤이가 주선해 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순조롭게 걸어왔어. 난 거절당한 적도 없어. 우리는 연애부터 결혼까지 정말 순조로웠거든.”“형은 둔한 것도 아닌데. 평소 윤하 씨와 지내면서 형한테 어떤 태도도 대했어? 그녀도 형에게 태도가 괜찮았다면 분명 형한테 마음이 있다는 증거일 거야. 여자들은 수줍음을 잘 타서 먼저 말하기 거북해하거든. 그러니 우리는 남자로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먼저 가서 고백해야 해. 먼저 한 걸음 다가서야 형과 윤하 씨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 거야. 난 형처럼 훌륭한 남자가 윤하 씨의 마음을 훔치는 일은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봐. 윤하 씨도 아마 우리 형처럼 훌륭한 남자를 본 적 없을걸.”소지훈은 매우 괴로워하며 말했다.“윤하 씨는 나를 친구로 생각해.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