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요양한 후, 주형인의 정신 상태는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아주 좋아졌지만,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나 걷지는 못했다. 주형인의 몸에는 수많은 칼자국이 있었다. 서현주에게 그렇게나 많이 찔리고도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 의사는 주형인이 침대에서 일어나 걷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든 주형인은 이제 누가 좋은 사람인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주형인은 서현주를 원망하지 않았다. 결국, 주형인은 자신이 서현주를 해쳤다고 생각했다. 서현주의 말에 따르면, 애초에 자신이 먼저 서현주를 유혹했다. 만약 주형인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서현주는 그냥 자기 비서로 성실히 일했을 것이고, 두 사람은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며, 그렇게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주형인은 최고의 아내를 포기했다. 서현주와 결혼했지만, 서현주가 원하는 생활을 줄 수 없었고, 두 사람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서현주가 미쳐 날뛰며 주형인을 찔러 죽이고 같이 지옥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주형인은 생명의 위기를 넘겼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부모에게 자신이 회복되면 서현주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해 서현주의 변호사가 서현주의 감형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는 주형인을 꾸짖었지만, 주형인은 자신의 결정을 고집했다. 부모는 화가 나서 주형인을 내버려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어머니, 하예진이 오늘 우빈이를 데리고 형인이를 보러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벌써 11시인데 왜 아직 안 오죠? 아니면 내일 다시 올까요?" 주서인은 시간을 확인하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도 배고파요. 예진이가 오면 같이 나가서 밥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주서인은 하예진의 새 가게도 보고 싶어 했다. 가게 위치를 알면 하예진의 가게가 개점할 때마다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주서인은 자기 돈을 쓰는 데 꽤 인색한 편이었다. 부모님이 집을 떠나 더
주서인은 어머니와 함께 동생을 꾸짖었다. “형인아,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이혼해야 해. 더 이상 그렇게 악한 여자와 함께할 수 없어. 네가 사고를 당한 후 우리 두 집안이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너와 그 악랄한 여자만 생각할 수 없어. 우리도 생각해야 해. 너를 구하려다가 나도 그 여자에게 다쳐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했어. 우리는 친남매니까, 나는 너에게 치료비를 요구하지도 않았어.”“하지만 네가 우리 말을 들어야 해. 빨리 그 여자와 이혼하고, 탄원서도 써주면 안 돼. 널 거의 죽일 뻔했는데 네가 무슨 용서야! 처음에 네가 그 여자에게 다가갔다 해도, 그 여자가 마음이 없었으면 일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야.”“네가 그 여자에게 다가갔을 때, 그 여자는 왜 사직하지 않았을까? 왜 너와 거리를 두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너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은근히 유혹하고, 네가 준 선물도 다 받았잖아. 이건 네가 강제로 시킨 게 아니야.”“그 여자는 애초에 천박한 사람이었고 지금은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어. 너는 왜 그 여자를 용서하려고 하니? 부모님과 나를 왜 생각하지는 않는 거야? 부모님이 너 때문에 머리가 하얗게 세는 걸 못 봤어?”“빨리 그 여자와 이혼하고, 그 여자를 감옥에 처넣어야 해야 해. 네가 죽지 않았으니 사형은 아니지만, 그 여자의 죄로는 무기징역도 가능해. 평생 감옥에 두어야 해. 빨리 이혼하고 네 아내와 아들을 다시 찾아가.”주서인은 동생 대신 하예진을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침묵하던 김은희가 말했다.“예진이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반드시 이혼해. 서현주가 널 거의 죽일 뻔했으니 우리 가족은 절대 그 여자를 용서할 수 없어.”“형인아, 나와 네 엄마는 이제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이런 일을 겪을 수 없어.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둘 다 충격으로 세상을 떠날 거야. 네가 아직 우리를 부모로 여긴다면, 그 여자와 이혼하고 탄원서를 써주지 말아야 해. 그 여자는 용서받을 가
작은아이는 아직 철이 없었다. 막내라 나이가 어리고 집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예전에는 항상 우빈을 괴롭히고 우빈의 물건을 빼앗곤 했다. 나중에 외삼촌 집에 가도 우빈을 볼 수 없게 되자 작은아이는 괴롭힐 대상이 없어져 우빈의 물건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작은아이는 다시 못된 짓을 하려 했다. 우빈이가 입고 있는 옷이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신도 갖고 싶어 했다.“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 되었나 보네.”주서인은 하예진의 손에서 사과 봉지를 받아서 들며 말했다. “올 때는 그냥 오지, 뭘 또 이런 걸 사오고. 정말 고마워.”다시 보니 사과밖에 없었다. 요즘 사과도 한 근에 몇천 원씩 하는데, 이 한 봉지 사과에도 만 원은 들었을 것이다. 주서인은 하예진이 지난번보다 인색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오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웃음을 지었다. 점심 식사에 하예진이 대접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하예진은 주경진과 김은희, 그리고 처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우빈에게 말했다. “우빈아, 네가 사 온 꽃을 아빠에게 드리렴.”주씨 집안 사람들은 하예진이 약속을 지켜 우빈을 데리고 주형인을 보러 온 것에 매우 기뻤다. 주형인과 이혼한 지 오래됐지만, 주형인이 큰 부상을 당해 입원 중일 때 와준 하예진은 정말 의리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주씨 집안 사람들이 경호원의 도움으로 들어오는 노동명을 보자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노동명의 경호원 한 명이 두 상자의 영양제를 들고 들어왔다. 노동명의 지시에 따라 그 경호원은 두 상자의 영양제를 병상의 테이블 위에 놓았다.노동명은 주씨 집안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인사하고 말했다. “주형인 씨를 보러 왔습니다.”주씨 집안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주경진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자기 아들이 하예진을 다시 찾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하예진이 노동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그들은 참하던 며느
임정한이 걸어오더니 손을 뻗어 그 꽃들을 만져보려 했다.주형인이 보더니 급히 막으면서 말했다.“정한아,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이 꽃은 우빈이가 나에게 준 꽃이야.”“외삼촌, 이 꽃들 너무 예뻐. 나도 갖고 싶어. 한 송이 꺾어 주면 안 돼?”주형인은 아쉬워하면서 꽃을 조카가 꺾지 못하게 한쪽으로 숨겼다.“이 꽃을 꺾으면 꽃다발이 안 예뻐 보여. 누나, 예진이한테 사과 몇 개 좀 씻어줘. 노 대표와 우빈이도 줄 겸.”주서인은 알았다고 대답했고 작은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정한아, 말 잘 들어야 해. 저 꽃은 우빈이가 정한이 외삼촌께 드리는 꽃이야. 장난감 아니니까 절대로 뜯으면 안 돼. 우리 가서 손 씻자. 엄마가 너희들에게 사과 씻어줄게.”사과 먹는다는 말에 임정한은 더 이상 꽃을 꺾겠다고 아우성치지 않았다.임정한은 우빈이가 입은 옷을 훑어보더니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잡아당겨도 보며 우빈에게 물었다.“우빈아, 이 옷은 외숙모가 너에게 사준 옷이야? 정말 멋지다. 나도 이런 새 옷을 입고 싶어.”임정한은 고개를 돌려 하예진을 바라보면서 졸랐다.“외숙모, 나도 우빈이처럼 새 옷 몇 벌 사줘.”예전에는 외숙모가 물건을 살 때 우빈이와 자신의 옷을 함께 사 오곤 했다.외숙모가 자신에게 사주지 않으면 엄마와 외할머니가 함께 외숙모를 혼냈다.그 뒤로 외숙모가 우빈에게 새 옷을 사줄 때마다 임정한에게도 몇 벌 사주었다.임정한은 나이가 어리지만 우빈이 보다 겨우 한 살 위였다. 그러나 주서인과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임정한은 엄마 따라서 작은 이익들을 챙기기 좋아했다.“정한아, 아주머니라고 불러야지. 난 이제 네 외숙모가 아니야. 새 옷 입고 싶으면 너의 엄마한테 말해.”하예진은 임정한의 외숙모로 지내지 않은 지 1년이나 되였다. 하예진은 어린아이와 따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임정한에게 예전처럼 대하지도 않았다.임정한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의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하면 그뿐이었다.하예진은 더 이상 임정한이에게 물건을 사줄 수 없었다. 주서
노동명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주형인은 겸연쩍어했고 이내 걱정하는 눈빛으로 노동명의 건강을 관심해 주었다.“노 대표 발은 잘 회복되고 있어요?”주형인은 마음속으로 노동명의 발이 정상적으로 회복하기를 원하지 않았다.주형인은 자신과 하예진이 재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예진의 마음은 이미 떠났지만 그렇다고 하예진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도 싫었다.특히 노동명과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싫었다.만약 하예진이 평범한 남자와 함께 있다면 주형인의 마음은 조금 더 편할 것이다.하필이면 하예진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노동명이였다. 노동명은 나이가 좀 더 많았을 뿐 모든 면에서 주형인보다 우수했다.게다가 노동명은 결혼해 본 적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하예진이 아이를 데리고 노동 명과 결혼하는 것이야말로 하예진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노동명의 다리는 불구가 되였지만 노동명이 마음만 먹는다면, 장가를 갈 의향만 있다면 많은 여자가 줄을 서서 시집가겠다고 자원할 것이다.“신경 써줘서 고마워. 다리 부상은 잘 회복되고 있어. 지금 재활 치료하고 있거든. 꾸준히 재활하면 내년에는 정상인처럼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노동명은 주형인의 속마음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노동명의 성격은 거칠지만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으로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노동명은 주형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씨 집안 모두가 자신이 평생 휠체어를 타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노동명은 일부러 내년에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말을 꺼내 주씨 집안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싶었다.노동명이 불구가 되면 그들이 주형인을 도와 하예진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어림도 없을 것이다.하예진과 노동명은 조금 전 병실 입구에서 주씨 집안 사람들이 하는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주형인은 어색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음을 짜내면서 말했다.“그럼 됐어요. 잘됐네요. 노 대표는 좋은 사람이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예요.”김은희는 의자를 가져다
“아저씨가 불편하면 말할게. 난 쑥스러워 하지 않거든.”노동명이 우빈이를 보면서 해명했다. 그리고 또 주서인에게 말을 건넸다.“서인 씨, 난 정말 괜찮아. 우빈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철이 들어서 괜찮아. 내가 다리 아플 때 우빈이가 절대 내 다리에 앉지 않거든.내가 퇴원한 지도 꽤 오래되었고 게다가 재활 치료도 해서 우빈이 정도는 안아줄 수 있어. 우빈이가 놀라겠어.”주씨 집안 사람은 우빈이가 노동명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매우 못마땅했다.그러나 노동명과 우빈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주씨 집안 사람들이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다.주서인이 말을 꺼냈다.“노 대표님, 너무 예뻐하시면 안 돼요. 나쁜 버릇만 생겨요.”“걱정 안 해도 돼. 예진이가 엄격하게 교육해서 우빈이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잘 구분하거든. 난 우빈이가 너무 예뻐. 철도 들었고 총명하고 많은 사람이 예뻐해 주는데도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거든.”노동명이 우빈을 칭찬하는 말을 듣던 주씨 집안 사람들은 기분이 언짢았다. 우빈이는 정말 좋은 아이였기 때문에 노동명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병상에 누워 있는 주형인은 하예진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노동명을 쳐다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예진이 덕분이기도 하죠. 예진이가 우빈이를 너무 잘 가르쳤으니까요.”“우빈이가 우리 주씨 집안의 좋은 유전자를 잘 물려받아서 그래요.”주서인은 뻔뻔스럽게 자기 집 유전자가 좋다고 말했다.“예진이 요즘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주형인은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다 그렇죠 뭐.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는 것 보다 나아요. 새 가게는 아직 운영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좀 지나면 개업할 계획이에요.”하예진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다들 관성에서 살고 있었기에 하예진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주씨 집안 사람들은 쉽게 그녀의 사업 상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예진아, 너의 새 가게가 운영하기 시작하면 일손이 필요하지 않아? 날 고용하는 건 어때
“필요 없어요. 가게 직원들은 인품도 좋고 능숙하게 일도 잘해서 저는 저의 직원들을 믿어요. 저는 하루 토스트 가게랑 새 가게를 함께 관리하려고요.”“앞으로 관성에서 가게를 많이 차리게 되어 일손이 부족할 때 언니를 청할게요.”“지금은 정말 필요 없어요. 수익이 많지 않은 작은 장사거든요. 인건비를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죠.”하예진이 수익이 크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을 초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서인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전씨 가문 도련님의 처형 신분만으로도 하예진의 장사가 안될 리가 없었다.하예진의 요리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주서인은 잘 알고 있었다.하예진이 정성을 기울여 잘 경영만 한다면 그녀의 가게는 반드시 잘 될 것이다.주서인은 하예진의 장사가 잘되어서 한 달 매출액만 해도 무려 수천만 원이 된다고 들었다.성본을 제외한다 해도 한 달에 남는 수익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이 한 달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주서인은 그 가게가 매우 탐났다.주서인은 직접 돈을 내서 식당을 하나 차리려고 해도 요리 솜씨가 좋지 않았고 요리사를 초빙하는 데만 돈을 꽤 많이 들여야 했다.게다가 주서인은 업계 거물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에 장사가 잘될지도 보장되지 못한다고 여겼다.주서인은 하예진이 자신과 함께 가게를 열지 않는 한 잘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나에게 비상금이 좀 있는데 내가 너의 새 가게의 지분을 사서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건 어때?”“저의 새 가게의 실내장식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지금 자금도 충분해서 주식을 팔 필요가 없어요. 언니도 가게를 차리고 싶으시면 스스로 가게 하나를 차리세요.”하예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주서인이 아무리 뻔뻔하다 해도 이렇게 거절당한 이상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우빈아, 아빠한테 와.”주형인도 누나가 너무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기에 더 이상 누나에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주형인은 아들을 향해 손짓했다.김은희는
말을 마친 하예진은 아들에게 말했다.“우빈아, 가자. 아빠께 인사드려야지.”“오늘 주말인데 우빈이도 유치원에 가지 않잖아. 우빈이가 병원에 남아서 이틀 동안 형인이와 함께 지내다가 내일 저녁에 우빈이를 데려가는 건 어때?”주경진은 하예진의 의견을 물었다.주경진은 손자를 곁에 두고 싶었다.계속 말이 없던 주경진은 우빈이와 노동명의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더니 위기감이 들었다.노동명과 우빈이가 사이좋은 모습을 본 주경진은 노동명이 손자의 의붓아버지가 되면 두 사람의 감정이 분명 좋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때 가면 우빈이가 친아버지인 주형인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전 며느리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이유는 주씨 집안이 하예진을 괴롭혀서 속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빈은 주씨 집안의 핏줄이기 때문에 우빈이마저도 주씨 집안과 연락이 끊기면 안 되었다.하예진이 말을 이었다.“우빈이에게 물어보세요. 우빈이가 여기에 남고 싶어 한다면 저도 동의할게요.”주경진이 손자에게 물었다.“우빈아, 병원에 남아서 아빠랑 같이 놀래? 엄마랑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가고. 어때?”우빈은 바로 거절하며 솔직하게 대답했다.“할아버지, 저 오늘 이모 집에 놀러 가야 해요. 이모가 아침에 전화가 왔거든요. 아빠 보러 온 후로 이모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셨어요. 전씨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제가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주경진은 우빈이를 달래면서 설득했다.“우빈이는 언제든지 이모 집에 갈 수 있는걸. 지금 우빈이 아빠가 몸도 안 좋고 병원에 오래 누워있어서 지루하실 거야. 우빈이가 아빠 아들로서 병원에 남아서 아빠랑 놀면 어때? 아빠 친구 필요하시거든.”“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고모도 아버지 곁에 있잖아요?”우빈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많은 사람이 아빠 곁에 있었다.아빠가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으면 남아서 아빠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지만 아빠 곁에는 사람이 많았다.주경진은 말문이 막혔다.“아버지, 우빈이가 저와 같이 있지 않아도 돼요. 예진이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