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는 아직 철이 없었다. 막내라 나이가 어리고 집에서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예전에는 항상 우빈을 괴롭히고 우빈의 물건을 빼앗곤 했다. 나중에 외삼촌 집에 가도 우빈을 볼 수 없게 되자 작은아이는 괴롭힐 대상이 없어져 우빈의 물건을 빼앗을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니 작은아이는 다시 못된 짓을 하려 했다. 우빈이가 입고 있는 옷이 멋지다고 생각하며 자신도 갖고 싶어 했다.“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게 습관이 되었나 보네.”주서인은 하예진의 손에서 사과 봉지를 받아서 들며 말했다. “올 때는 그냥 오지, 뭘 또 이런 걸 사오고. 정말 고마워.”다시 보니 사과밖에 없었다. 요즘 사과도 한 근에 몇천 원씩 하는데, 이 한 봉지 사과에도 만 원은 들었을 것이다. 주서인은 하예진이 지난번보다 인색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빈손으로 오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웃음을 지었다. 점심 식사에 하예진이 대접해 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하예진은 주경진과 김은희, 그리고 처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우빈에게 말했다. “우빈아, 네가 사 온 꽃을 아빠에게 드리렴.”주씨 집안 사람들은 하예진이 약속을 지켜 우빈을 데리고 주형인을 보러 온 것에 매우 기뻤다. 주형인과 이혼한 지 오래됐지만, 주형인이 큰 부상을 당해 입원 중일 때 와준 하예진은 정말 의리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주씨 집안 사람들이 경호원의 도움으로 들어오는 노동명을 보자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노동명의 경호원 한 명이 두 상자의 영양제를 들고 들어왔다. 노동명의 지시에 따라 그 경호원은 두 상자의 영양제를 병상의 테이블 위에 놓았다.노동명은 주씨 집안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며 인사하고 말했다. “주형인 씨를 보러 왔습니다.”주씨 집안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주경진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자기 아들이 하예진을 다시 찾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하예진이 노동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쓰라렸다. 그들은 참하던 며느
임정한이 걸어오더니 손을 뻗어 그 꽃들을 만져보려 했다.주형인이 보더니 급히 막으면서 말했다.“정한아, 함부로 만지면 안 돼. 이 꽃은 우빈이가 나에게 준 꽃이야.”“외삼촌, 이 꽃들 너무 예뻐. 나도 갖고 싶어. 한 송이 꺾어 주면 안 돼?”주형인은 아쉬워하면서 꽃을 조카가 꺾지 못하게 한쪽으로 숨겼다.“이 꽃을 꺾으면 꽃다발이 안 예뻐 보여. 누나, 예진이한테 사과 몇 개 좀 씻어줘. 노 대표와 우빈이도 줄 겸.”주서인은 알았다고 대답했고 작은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정한아, 말 잘 들어야 해. 저 꽃은 우빈이가 정한이 외삼촌께 드리는 꽃이야. 장난감 아니니까 절대로 뜯으면 안 돼. 우리 가서 손 씻자. 엄마가 너희들에게 사과 씻어줄게.”사과 먹는다는 말에 임정한은 더 이상 꽃을 꺾겠다고 아우성치지 않았다.임정한은 우빈이가 입은 옷을 훑어보더니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잡아당겨도 보며 우빈에게 물었다.“우빈아, 이 옷은 외숙모가 너에게 사준 옷이야? 정말 멋지다. 나도 이런 새 옷을 입고 싶어.”임정한은 고개를 돌려 하예진을 바라보면서 졸랐다.“외숙모, 나도 우빈이처럼 새 옷 몇 벌 사줘.”예전에는 외숙모가 물건을 살 때 우빈이와 자신의 옷을 함께 사 오곤 했다.외숙모가 자신에게 사주지 않으면 엄마와 외할머니가 함께 외숙모를 혼냈다.그 뒤로 외숙모가 우빈에게 새 옷을 사줄 때마다 임정한에게도 몇 벌 사주었다.임정한은 나이가 어리지만 우빈이 보다 겨우 한 살 위였다. 그러나 주서인과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임정한은 엄마 따라서 작은 이익들을 챙기기 좋아했다.“정한아, 아주머니라고 불러야지. 난 이제 네 외숙모가 아니야. 새 옷 입고 싶으면 너의 엄마한테 말해.”하예진은 임정한의 외숙모로 지내지 않은 지 1년이나 되였다. 하예진은 어린아이와 따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임정한에게 예전처럼 대하지도 않았다.임정한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의 어머니에게 사달라고 하면 그뿐이었다.하예진은 더 이상 임정한이에게 물건을 사줄 수 없었다. 주서
노동명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주형인은 겸연쩍어했고 이내 걱정하는 눈빛으로 노동명의 건강을 관심해 주었다.“노 대표 발은 잘 회복되고 있어요?”주형인은 마음속으로 노동명의 발이 정상적으로 회복하기를 원하지 않았다.주형인은 자신과 하예진이 재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예진의 마음은 이미 떠났지만 그렇다고 하예진이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도 싫었다.특히 노동명과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싫었다.만약 하예진이 평범한 남자와 함께 있다면 주형인의 마음은 조금 더 편할 것이다.하필이면 하예진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노동명이였다. 노동명은 나이가 좀 더 많았을 뿐 모든 면에서 주형인보다 우수했다.게다가 노동명은 결혼해 본 적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하예진이 아이를 데리고 노동 명과 결혼하는 것이야말로 하예진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지금 노동명의 다리는 불구가 되였지만 노동명이 마음만 먹는다면, 장가를 갈 의향만 있다면 많은 여자가 줄을 서서 시집가겠다고 자원할 것이다.“신경 써줘서 고마워. 다리 부상은 잘 회복되고 있어. 지금 재활 치료하고 있거든. 꾸준히 재활하면 내년에는 정상인처럼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노동명은 주형인의 속마음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노동명의 성격은 거칠지만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으로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노동명은 주형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씨 집안 모두가 자신이 평생 휠체어를 타길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노동명은 일부러 내년에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다는 말을 꺼내 주씨 집안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싶었다.노동명이 불구가 되면 그들이 주형인을 도와 하예진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어림도 없을 것이다.하예진과 노동명은 조금 전 병실 입구에서 주씨 집안 사람들이 하는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주형인은 어색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음을 짜내면서 말했다.“그럼 됐어요. 잘됐네요. 노 대표는 좋은 사람이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예요.”김은희는 의자를 가져다
“아저씨가 불편하면 말할게. 난 쑥스러워 하지 않거든.”노동명이 우빈이를 보면서 해명했다. 그리고 또 주서인에게 말을 건넸다.“서인 씨, 난 정말 괜찮아. 우빈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철이 들어서 괜찮아. 내가 다리 아플 때 우빈이가 절대 내 다리에 앉지 않거든.내가 퇴원한 지도 꽤 오래되었고 게다가 재활 치료도 해서 우빈이 정도는 안아줄 수 있어. 우빈이가 놀라겠어.”주씨 집안 사람은 우빈이가 노동명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매우 못마땅했다.그러나 노동명과 우빈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냈기 때문에 주씨 집안 사람들이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다.주서인이 말을 꺼냈다.“노 대표님, 너무 예뻐하시면 안 돼요. 나쁜 버릇만 생겨요.”“걱정 안 해도 돼. 예진이가 엄격하게 교육해서 우빈이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잘 구분하거든. 난 우빈이가 너무 예뻐. 철도 들었고 총명하고 많은 사람이 예뻐해 주는데도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거든.”노동명이 우빈을 칭찬하는 말을 듣던 주씨 집안 사람들은 기분이 언짢았다. 우빈이는 정말 좋은 아이였기 때문에 노동명의 말에 반박할 수도 없었다.병상에 누워 있는 주형인은 하예진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노동명을 쳐다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예진이 덕분이기도 하죠. 예진이가 우빈이를 너무 잘 가르쳤으니까요.”“우빈이가 우리 주씨 집안의 좋은 유전자를 잘 물려받아서 그래요.”주서인은 뻔뻔스럽게 자기 집 유전자가 좋다고 말했다.“예진이 요즘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주형인은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다 그렇죠 뭐.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는 것 보다 나아요. 새 가게는 아직 운영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좀 지나면 개업할 계획이에요.”하예진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다들 관성에서 살고 있었기에 하예진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주씨 집안 사람들은 쉽게 그녀의 사업 상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예진아, 너의 새 가게가 운영하기 시작하면 일손이 필요하지 않아? 날 고용하는 건 어때
“필요 없어요. 가게 직원들은 인품도 좋고 능숙하게 일도 잘해서 저는 저의 직원들을 믿어요. 저는 하루 토스트 가게랑 새 가게를 함께 관리하려고요.”“앞으로 관성에서 가게를 많이 차리게 되어 일손이 부족할 때 언니를 청할게요.”“지금은 정말 필요 없어요. 수익이 많지 않은 작은 장사거든요. 인건비를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죠.”하예진이 수익이 크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을 초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주서인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전씨 가문 도련님의 처형 신분만으로도 하예진의 장사가 안될 리가 없었다.하예진의 요리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주서인은 잘 알고 있었다.하예진이 정성을 기울여 잘 경영만 한다면 그녀의 가게는 반드시 잘 될 것이다.주서인은 하예진의 장사가 잘되어서 한 달 매출액만 해도 무려 수천만 원이 된다고 들었다.성본을 제외한다 해도 한 달에 남는 수익이 매우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이 한 달에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주서인은 그 가게가 매우 탐났다.주서인은 직접 돈을 내서 식당을 하나 차리려고 해도 요리 솜씨가 좋지 않았고 요리사를 초빙하는 데만 돈을 꽤 많이 들여야 했다.게다가 주서인은 업계 거물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에 장사가 잘될지도 보장되지 못한다고 여겼다.주서인은 하예진이 자신과 함께 가게를 열지 않는 한 잘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나에게 비상금이 좀 있는데 내가 너의 새 가게의 지분을 사서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건 어때?”“저의 새 가게의 실내장식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어요. 지금 자금도 충분해서 주식을 팔 필요가 없어요. 언니도 가게를 차리고 싶으시면 스스로 가게 하나를 차리세요.”하예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주서인이 아무리 뻔뻔하다 해도 이렇게 거절당한 이상 더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우빈아, 아빠한테 와.”주형인도 누나가 너무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기에 더 이상 누나에게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주형인은 아들을 향해 손짓했다.김은희는
말을 마친 하예진은 아들에게 말했다.“우빈아, 가자. 아빠께 인사드려야지.”“오늘 주말인데 우빈이도 유치원에 가지 않잖아. 우빈이가 병원에 남아서 이틀 동안 형인이와 함께 지내다가 내일 저녁에 우빈이를 데려가는 건 어때?”주경진은 하예진의 의견을 물었다.주경진은 손자를 곁에 두고 싶었다.계속 말이 없던 주경진은 우빈이와 노동명의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더니 위기감이 들었다.노동명과 우빈이가 사이좋은 모습을 본 주경진은 노동명이 손자의 의붓아버지가 되면 두 사람의 감정이 분명 좋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때 가면 우빈이가 친아버지인 주형인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전 며느리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이유는 주씨 집안이 하예진을 괴롭혀서 속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빈은 주씨 집안의 핏줄이기 때문에 우빈이마저도 주씨 집안과 연락이 끊기면 안 되었다.하예진이 말을 이었다.“우빈이에게 물어보세요. 우빈이가 여기에 남고 싶어 한다면 저도 동의할게요.”주경진이 손자에게 물었다.“우빈아, 병원에 남아서 아빠랑 같이 놀래? 엄마랑 아저씨는 집으로 돌아가고. 어때?”우빈은 바로 거절하며 솔직하게 대답했다.“할아버지, 저 오늘 이모 집에 놀러 가야 해요. 이모가 아침에 전화가 왔거든요. 아빠 보러 온 후로 이모 집으로 놀러 오라고 하셨어요. 전씨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제가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주경진은 우빈이를 달래면서 설득했다.“우빈이는 언제든지 이모 집에 갈 수 있는걸. 지금 우빈이 아빠가 몸도 안 좋고 병원에 오래 누워있어서 지루하실 거야. 우빈이가 아빠 아들로서 병원에 남아서 아빠랑 놀면 어때? 아빠 친구 필요하시거든.”“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고모도 아버지 곁에 있잖아요?”우빈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많은 사람이 아빠 곁에 있었다.아빠가 같이 있어 줄 사람이 없으면 남아서 아빠랑 같이 있어 줄 수 있지만 아빠 곁에는 사람이 많았다.주경진은 말문이 막혔다.“아버지, 우빈이가 저와 같이 있지 않아도 돼요. 예진이와 같이
주경진은 딸을 호되게 꾸짖었다.“우빈이는 우빈이 이모 집으로 가야 하고 예진이도 바빠. 우빈이를 돌볼 시간도 없어 예정 씨가 대신 돌봐줘야 하는데 정한이를 같이 보내게 되면 누가 정한이를 대신 돌봐줘?”“정한이가 순하지도 않은데 만약 노름질 하다가 물건을 망가뜨리면 네가 배상이나 할 수 있겠어?”서원 리조트는 재력이 가장 막강한 전씨 가문의 저택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평생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서원 리조트 내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호화로운지도 얼마 정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부잣집의 실내 장식품도 모두 매우 귀중했다. 외손자는 장난이 심하고 파괴하는 것을 좋아했다. 만일 부잣집의 물건들을 파괴한다면 주씨 집안이 배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은 주서인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하예진도 임정한을 서원 리조트로 데려갈 리가 없었다.하예진은 임정한 형제가 우빈을 괴롭혔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만일 그때 하예정 부부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우빈이가 더 많이 상처를 입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하예진은 보복하지 않았다. 임씨 집안의 큰아들이 혼나긴 했지만 하예진은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주경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임정한은 장난기가 너무 심하고 파괴하기를 좋아했다. 예전에 임정한은 하예진의 방에 자주 침입하여 그녀의 피부관리 제품들을 파괴하고 우빈의 장난감도 파괴한 적이 있다. 무엇이든 파괴하기를 매우 좋아하는 아이였다.만일 임정한이 리조트의 물건을 망가뜨리게 되면 하예진도 매우 난감해 질 것이다.하예진이 정신이 나가지 않는 한 임정한을 서원 리조트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우빈은 손을 흔들면서 주경진과 김은희와 작별 인사를 하고 엄마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한참 걸어가다가 노동명은 우빈이를 안아 들어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고 경호원은 두 사람을 함께 밀면서 앞으로 걸었다.하예진이 노동명에게 한마디 했다.“동명 씨, 우빈이를 너무 예뻐하면 안 돼요.”
“우빈이 아빠가 현주 씨와 결혼한 후에도 주서인 모녀에게 괴롭힘당해서 집안이 난장판이 되었대요. 저는 서인 언니를 될수록 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제가 바보도 아니고 서인 언니와 함께 밥 먹을 리도 없고 우리 가게 관리자로 고용할 리도 없어요.”주서인이 했던 파렴치하고 뻔뻔한 행동들에 대해 주서인은 후유증이 생긴 듯했다.노동명은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자신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우빈을 내려다보고는 더 이상 하예진에게 주씨 집안 사람들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입원 병동을 나서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물었다.“우리 어디 가서 밥을 먹을까?”“제가 동명 씨에게 밥 사드리는 건데 당연히 좋은 데로 가야죠. 평소 어디로 가서 식사하세요? 동명 씨가 자주 가는 가게로 가요.”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예전엔 관성 호텔에서 밥을 많이 먹었어.”노동명과 전태윤은 좋은 친구였기에 자연스레 관성 호텔로 가서 밥을 먹어 수입을 올려주었다.노동명은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이유가 바로 요식업 업계의 경쟁력이 너무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관성 호텔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그럼 우리 관성 호텔로 가서 식사하죠.”하예진은 시원스럽게 말했다.“제가 쏠 테니 동명 씨 절대 계산하면 안 돼요.”노동명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좋아. 계산 안 할게.”하예진도 이젠 돈을 벌 수 있기에 가끔 노동명에게 밥을 사주곤 했고 노동명도 사양하지 않았다. 너무 사양하면 하예진이 화를 내기 때문이다.우빈이는 노동명을 따라 노동명의 차에 탔고 하예진은 혼자 차를 몰기로 했다. 두 차는 곧 병원을 떠났다.노동명 일행이 떠나자마자 주서인 부부는 세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나섰다.주서인은 부모님께 야단맞고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주서인은 남편에게 투덜투덜 말했다.“다 형인을 위해서, 우리 집안을 위해서 한 말인데 아빠와 엄마는 저만 욕해요. 제가 뭐 잘못하기라도 했어요? 제가 숨기지 않고, 빙빙 돌리지도 않고 말했는데 저 같은 얌전한 사람을 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