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전태윤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두 쌍의 젊은 부부들도 모두 믿지 않았다.하예정이 남편의 손에서 약 처방전을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전태윤은 즉시 찢어버렸다.전태윤은 처방전을 산산이 찢어 화장실로 가져가서 찢어진 조각들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화장실에서 나오는 전태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태윤아, 아버지가 말한 건 다 사실이야. 이 약 처방전은 정말 예정이를 위한 게 아니야. 예전에 너희 엄마를 위한 약 처방전이 맞아.”전현림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계속했다.전태윤은 아버지의 거짓말을 참지 못하고 바로 지적했다.“제가 기억하기로는 할머니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고 나서 3개월 만에 임신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꼐서는 오래도록 임신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할머니께서 잘못 기억하고 계신 건가요? 아니면 아버지께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어머니께서도 빨리 임신했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있어요.”전현림은 할 말이 없었다.“어머니, 이 약 처방전은 외할머니께서 저와 예정이가 아이가 없다고 걱정해서 어머니에게 주신 거 맞죠? 어머니께서는 예정이에게 이 약을 먹으라고 하실 건가요? 우리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약 처방전을 탁자 밑에 숨긴 거죠?”전태윤은 자신의 부모를 잘 알고 있었다.분명히 추측한 대로였다.“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저와 하예정은 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당장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 지난번 하예정과 건강 검진 문제로 싸운 이후로, 저는 항상 피임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하예정이 임신할 수 있겠어요?”전현림과 장소민은 말문이 막혔다.전이진과 여운초는 듣고만 있었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큰형이 지금 화가 나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전태윤의 말이 끝나자 하예정은 속으로 아버지가 거짓말했지만 전태윤도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은 피임한 적이 없었다.하예정이 예진 리조트에서 돌아온 이후로 전태윤은 그녀에게 매달려 있었다.“어
하예정도 시댁 식구들이 자신이 임신하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시댁 식구들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언니와 이모도 그녀가 빨리 임신하기를 바라고 있었다.“모든 약에는 어느 정도의 독이 있어요. 함부로 약을 먹으면 몸을 낫게 하기보다는 해칠 수 있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의사의 진단 없이 약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돼요.”전현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태윤아, 너희 어머니와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어. 나도 너희 어머니에게 약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어. 너희 어머니도 예정이에게 약 처방전을 주고 약을 먹으라고 하려던 건 아니야. 단지 너희 외할머니께서 너희 어머니에게 주신 거라, 외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서 가지고 온 거야.”장소민은 아들이 외할머니에게 화를 낼까 봐 걱정되어 서둘러 말했다.“태윤아, 우리도 너희가 그런 상황인지 몰랐어. 외할머니를 탓하지 말아라. 외할머니께서는 항상 여러 가지 걱정을 하시는 분이야.”“너는 외할머니께서 가장 아끼는 외손자잖아. 그래서 증손자를 원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장소민은 또 며느리에게 말했다.“예정아, 어머니는 정말로 너희에게 아이를 재촉하려는 뜻은 없어. 어머니는 너희가 언제 아이를 갖든 상관없다고 했잖아. 너희는 아직 젊고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년이야. 지금은 너희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자.”“어머니, 저도 알아요.”하예정이 대답했다.장소민은 전태윤이 부모님을 혼내는 모습을 보고 있는 하예정에게 눈짓하며 전태윤을 달래라는 신호를 보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전태윤의 팔을 살짝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부모님이 약을 정말로 나에게 주려던 게 아니니까 당신 화 풀어요. 외할머니와 다른 어른들도 다들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하시잖아요.”“이제 화 풀어요. 이진과 운초도 여기 있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내면 운초가 놀랄 거예요.”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화를 푸세요. 식사 시간이 다 됐네요. 우리 식사하러 가요.”장소
“다행히 예정이가 이런 일로 화를 내지 않아서 태윤도 진정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태윤이가 얼마나 오래 훈계했을지 모르겠어. 아버지로서 아들한테 손자처럼 훈계를 듣는 게 정말 창피한 일이야.”장소민은 남편의 팔을 끼며 웃었다.“잠시 후에 식사할 때 좋아하는 반찬을 많이 드시고 몸보신하세요. 당신은 저 대신 태윤의 화를 받아줬잖아요.”처방전은 장소민이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며 그녀가 탁자 밑에 숨긴 것이었다.그녀의 실수로 남편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함께 훈계를 듣게 된 것이었다.“가세요, 식사하러 가세요.”이때 소정남이 심효진을 데리고 들어왔다.“아저씨, 아주머니.”부부는 다정하게 인사했다.장소민 부부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함께 식사하러 갔다.소정남과 심효진은 주말을 서원 리조트에서 보내기 위해 왔으며 리조트의 단골 손님으로서 거리낌 없이 장소민 부부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불쾌했지만 친구 부부가 있었고 아내가 계속해서 음식을 챙겨주자 조용히 식사하고 더는 화를 내지 않았다.식사 후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전태윤은 아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소정남과 심효진은 전태윤의 불쾌감을 눈치챘다. 그래서 바로 따라 나가지 않고 집안에 남아 전현림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전이진의 부모와 동생들이 집에 없었고 집사는 전이진이 여운초와 함께 온 것을 보고 서둘러 그의 부모에게 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이진의 부모가 급히 돌아왔다.부모가 돌아오자마자 전이진은 어머니에게 밀려 구석으로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여운초에게 너무나 잘해 주었다. 마치 여운초가 친딸인 듯하고 전이진이 사은품처럼 느껴졌다.“운초야, 이번에 집에 며칠 더 있어. 엄마랑 같이 시간을 보내자.”명해은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부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명해은은 아들을 꾸짖으며 말했다.“오면서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내가 부엌에 운초가 좋아
분위기든 사람이든 정말 좋았다.시부모님은 여운초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전혀 꺼리지 않고 친딸처럼 대해주었다. 결혼하지 않았지만 약혼한 후, 여운초는 전현민 부부에게 점차 시부모님이라 부르게 되었다.시어머니는 예비 둘째 며느리가 돈만 쓸 줄 알면 되고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했다.친엄마 곁에서는 모성애를 느끼지 못했지만 예비 시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엄마가 사랑하고 아껴줘서 정말 행복했다!“맞아, 양심적으로 행동해야 해. 딸이 더 마음이 쓰이니까.”명해은은 운초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챙겨주었다.영운초가 위험에 처했던 일은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엄마, 저 운초랑 나가서 산책 좀 하고 올게요. 소화도 시킬 겸, 많이 걸으면 빨리 배고파져서 엄마가 아끼는 며느리에게 맛있는 걸 해주실 기회가 생길 거예요.”전이진이 일어나서 운초의 손을 잡았다.명해은은 며느리와 산책하고 싶었지만 아들이 이미 운초의 손을 잡고 있어 결국 그녀의 손을 놓으며 당부했다.“운초를 잘 돌봐야 해. 운초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빠지면 돌아와서 너 혼날 줄 알아.”전이진은 즉시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럼 틀림없이 혼나겠네요. 여자애들은 누구나 머리카락이 좀 빠지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빗기만 해도 몇 가닥은 빠지는데요.”명해은은 아들을 째려보며 말했다.“혼나기 싫으면 집에서 아빠랑 TV나 봐. 내가 운초랑 산책하러 나갈 테니. 우리 둘이 얘기 좀 하자. 평소에 바빠서 운초를 자주 데려오지 않잖아. 이번에 온 김에 운초는 이틀 동안 내 거야.”전이진은 즉시 허리를 숙여 운초를 허리께로 안아 들고는 재빨리 집 밖으로 나섰다.운초는 줄곧 말했다.“이진아, 내려줘. 나 혼자 걸을 수 있어.”“널 안고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어. 빨리 가자.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널 빼앗아 갈 거야. 난 아빠랑 TV 보고 싶지 않거든. 아빠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물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달콤한 말을 하게 되어 있어요.”명해은은 남편의 말에 동의하며 미소를 지었다.“셋째는 강성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셋째가 결혼하고 넷째와 다섯째도 시작해야죠. 형제들이 한꺼번에 결혼하면 우리 가문은 정말 축하할 일이 많겠어요.”전현민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는 건 좋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요. 막내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요.”막내가 집에 있을 때는 몇몇 형수들에게 애교를 부렸다.형수들에게 애교를 부리면 시험지 문제를 덜 푸게 된다. 형들이 주는 선물은 모두 시험지라, 문제를 풀다 보면 머리가 어지럽기 때문이다.“맞아요, 막내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해요. 큰형처럼 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거예요.”전씨 할머니의 연세를 생각하며 명해은은 조용히 말했다.“어머니께서 막내에게 좋은 아내를 골라주실 거예요.”“어머니께서 아홉 손자에게 두루 공평하게 대해주시니까요. 당연히 손자며느리도 친히 선택하실 거예요.”막내는 이제 겨우 십 대이기 때문에 형들 나이에 결혼할 나이에 이르려면 아직 십 년은 더 걸릴 것이다. 전씨 할머니의 연세가 많으시지만 부부는 할머니가 십 년, 이십 년 더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라며 손자가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다.집안의 노부부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집 밖의 젊은 연인들은 알지 못했다.여운초는 전이진에게 이끌려 리조트 안을 거닐면서 저녁 식사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조용히 물었다.“우리가 결혼 후 바로 임신하지 않으면 시부모님도 큰아버지 부부처럼 하실까?”“아니야, 우리는 서두르지 않아. 네 눈이 나으면 내가 너를 여행에 데리고 다니면서 실컷 놀게 해 줄 거야. 네가 놓친 10년의 세월을 보상해 주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경치를 함께 즐기자.”“우리가 함께 일출과 일몰을 보고 등산하며 바다를 즐기면서 몇 년을 놀다가 아이를 가지자.”“걱정하지 마. 우리 부모님은 개방적이셔. 사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개방적이지만 친
여운초는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전이진은 그녀와의 관계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이진아.”“왜?”“나와 함께 있는 게 힘들지 않니?”전이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에 손가락을 댔다. 여운초의 피부는 매끄러웠고 두 번 톡톡 두드리다가 참지 못하고 꼬집다가 문지르고 싶어졌다. 결국 여운초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의 손을 쳤다.“너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야. 뭐 만지고 그래.”여운초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전이진은 고개를 숙여 여운초가 그의 얼굴을 쉽게 만질 수 있도록 했다. 여운초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지만 힘을 많이 주지 않아 전이진은 아프지 않았다.여운초는 전이진을 너무 사랑해서 그를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전이진도 마찬가지였다.처음에 전이진은 여운초의 얼굴이 부드러워서 놀리고 싶어서 얼굴을 꼬집었다. 그 당시 여운초는 전이진의 장난을 거부하며 반응이 격렬했다.지금은 그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기에 다치게 할까 봐 힘을 주지 않았다.여운초의 피부는 매우 좋았고 조금만 힘을 주면 빨갛게 변했다.그녀의 빨간 얼굴이 아름다웠지만 얼굴을 붉히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키스를 통해 얼굴을 붉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내가 힘들다고 느꼈다면 너를 가까이하지 않았을 거야. 너를 꼬시지도 않았을 것이고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할머니께서 너를 내 아내로 정해주셨고, 나를 협박해 1년 안에 너에게 구애해서 성공하지 않는다면 나를 집에서 쫓아낼 거라고 하셨어.”“하지만 그건 말뿐이었어. 할머니께서는 첫해에 집에서 설을 쇠지 못하게 나를 쫓아 내실지 모르지만 두 번째 해에는 괜찮을 거야.”“할머니께서는 우리 형제들에게 좋은 사람을 골라주셨지만, 결국 우리의 선택이 우선이야. 우리가 원하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할머니께서도 어쩔 수 없지. 사실 할머니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큰형뿐이야.”큰형과 큰형수가 혼인신고를 할 때는 전혀 감정이 없었고 완
“우리 엄마께서 그러셨어. 우리 집 둘째 며느리는 아무 능력이 필요 없고 그저 돈만 쓸 줄 알면 된다고 하셨어. 일이 바쁘지만 돈은 많이 벌어서 돈 쓸 시간이 없으니 장가들면 아내가 열심히 돈을 써줘야 해.”여운초가 웃었다.“지금이라면 나도 돈 많아.”현재 그녀는 여씨의 사업을 단단히 장악하고 있어 지갑은 이미 두둑해졌다. 이제 그녀는 예전의 여운초가 아니었다고 더 이상 능력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네가 돈이 부족하지 않은 건 알지만, 나는 네가 내 돈을 쓰길 바래.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아내에게 쓰기 위해서야.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내 일이지.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저 미모만 챙기고 돈을 쓰면 돼.”여운초가 그를 타박했다.“누가 네 아내라는 거야, 우리 아직 혼인 신고도 안 했잖아. 아이까지 이야기하다니. 꿈이 참 크네.”“꿈이라도 커야지! 우리 약혼까지 했으니 결국 결혼할 거야. 넌 내 아내야.”여운초는 웃고 나서 말했다.“먼저 혼인 신고 해도 되는데, 결혼식은 내 눈이 나은 후에 해도 늦지 않아.”전태윤과 하예정도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그들의 혼인 신고는 더 오래전 일이었다.“아니, 지금까지 기다렸으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아. 네 눈이 나아져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그리고 평생 나와 함께하겠다고 확신할 때 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자.”전이진은 자신이 있었지만 여운초가 그를 본 적이 없어서 그녀가 그의 모습을 보고 나서 그와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는 네 외모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네가 어떻게 생겼든지 상관없어.”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그녀는 여러 번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여운초는 직원들에게 전이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고 직원들은 그녀와 전이진이 함께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전이진은 그녀의 눈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기다가 혼인 신고를 하겠다고 고집했다.전이진이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여운초도 서두르지 않았다
게다가 전호영이 술을 많이 마셔 취하면 엄마, 아빠는 고현보고 전호영을 호텔까지 바래다주라고 할 게 뻔하다.“아빠도 많이 안 마셨어. 호영이가 모처럼 왔고 고기도 이렇게 맛있게 구웠는데 조금 마시면 어때? 많이 안 마실게. 아니면 네가 호영이와 같이 마실래?”고현이 쌀쌀맞게 대답했다.“저녁엔 술 안 마셔요.”전호영은 고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현이 씨 혹시 내가 술 많이 마실까 봐 걱정되는데 부끄러워서 나한테 말 못 하겠어요? 그래서 아버님께 그러는 거예요? 괜찮아요. 많이 안 마실게요.”“현이라고 하지 마요.”“현이야.”진미리가 굳은 표정으로 딸을 부르며 말했다.“네 이름이 현이 맞잖아. 호영이가 그렇게 부르는 게 어때서?”“고현이라고 해도 되고 고 대표라고 해도 되잖아요. 현이는 가족만 부를 수 있어요. 전호영이 현이라고 하는 게 이상해요.”고현이 투덜대며 말했다.“대체 전호영이 어떻게 아빠, 엄마를 포섭했어요? 전호영이 친자식이고 나는 주워 온 자식이죠?”진미리는 고현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넌 우리가 주워 온 자식이고 호영이가 우리 친자식이야. 이제 만족해? 호영이가 친자식이면 아빠, 엄마가 속상해서 머리가 하얗게 셌겠어?”고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부모님이 자기 혼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신다는 것을 고현은 알고 있었다.전호영이 부모님 마음에 든 게 확실하다. 비록 전씨 가문 할머니가 전호영의 신붓감으로 점찍은 아가씨가 고현이라는 걸 부모님은 모르시지만 전호영이 자기 선택을 밝힌 뒤 전씨 가문 어른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더욱이 고진호가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전호영에게 알려주고 나서부터 부모님은 대놓고 전호영을 고씨 가문 예비 사위 대접을 해줬다.밖에 고현과 전호영의 스캔들이 얼마나 무성하든 부모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두 사람이 단독으로 있을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주면서 고현이 전호영의 마음을 받아주기를 바랐다.부모님이 안 보는 틈을 타 고현이 전호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