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았다.전태윤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두 쌍의 젊은 부부들도 모두 믿지 않았다.하예정이 남편의 손에서 약 처방전을 다시 가져오려 했지만, 전태윤은 즉시 찢어버렸다.전태윤은 처방전을 산산이 찢어 화장실로 가져가서 찢어진 조각들을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렸다.화장실에서 나오는 전태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태윤아, 아버지가 말한 건 다 사실이야. 이 약 처방전은 정말 예정이를 위한 게 아니야. 예전에 너희 엄마를 위한 약 처방전이 맞아.”전현림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계속했다.전태윤은 아버지의 거짓말을 참지 못하고 바로 지적했다.“제가 기억하기로는 할머니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고 나서 3개월 만에 임신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꼐서는 오래도록 임신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할머니께서 잘못 기억하고 계신 건가요? 아니면 아버지께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어머니께서도 빨리 임신했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있어요.”전현림은 할 말이 없었다.“어머니, 이 약 처방전은 외할머니께서 저와 예정이가 아이가 없다고 걱정해서 어머니에게 주신 거 맞죠? 어머니께서는 예정이에게 이 약을 먹으라고 하실 건가요? 우리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약 처방전을 탁자 밑에 숨긴 거죠?”전태윤은 자신의 부모를 잘 알고 있었다.분명히 추측한 대로였다.“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저와 하예정은 둘만의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 당장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 지난번 하예정과 건강 검진 문제로 싸운 이후로, 저는 항상 피임을 철저히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하예정이 임신할 수 있겠어요?”전현림과 장소민은 말문이 막혔다.전이진과 여운초는 듣고만 있었고 말을 꺼내지 못했다.큰형이 지금 화가 나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전태윤의 말이 끝나자 하예정은 속으로 아버지가 거짓말했지만 전태윤도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은 피임한 적이 없었다.하예정이 예진 리조트에서 돌아온 이후로 전태윤은 그녀에게 매달려 있었다.“어
하예정도 시댁 식구들이 자신이 임신하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시댁 식구들뿐만 아니라 그녀의 친언니와 이모도 그녀가 빨리 임신하기를 바라고 있었다.“모든 약에는 어느 정도의 독이 있어요. 함부로 약을 먹으면 몸을 낫게 하기보다는 해칠 수 있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의사의 진단 없이 약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돼요.”전현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태윤아, 너희 어머니와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어. 나도 너희 어머니에게 약을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어. 너희 어머니도 예정이에게 약 처방전을 주고 약을 먹으라고 하려던 건 아니야. 단지 너희 외할머니께서 너희 어머니에게 주신 거라, 외할머니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서 가지고 온 거야.”장소민은 아들이 외할머니에게 화를 낼까 봐 걱정되어 서둘러 말했다.“태윤아, 우리도 너희가 그런 상황인지 몰랐어. 외할머니를 탓하지 말아라. 외할머니께서는 항상 여러 가지 걱정을 하시는 분이야.”“너는 외할머니께서 가장 아끼는 외손자잖아. 그래서 증손자를 원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장소민은 또 며느리에게 말했다.“예정아, 어머니는 정말로 너희에게 아이를 재촉하려는 뜻은 없어. 어머니는 너희가 언제 아이를 갖든 상관없다고 했잖아. 너희는 아직 젊고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년이야. 지금은 너희 결혼식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자.”“어머니, 저도 알아요.”하예정이 대답했다.장소민은 전태윤이 부모님을 혼내는 모습을 보고 있는 하예정에게 눈짓하며 전태윤을 달래라는 신호를 보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전태윤의 팔을 살짝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부모님이 약을 정말로 나에게 주려던 게 아니니까 당신 화 풀어요. 외할머니와 다른 어른들도 다들 이런저런 걱정을 많이 하시잖아요.”“이제 화 풀어요. 이진과 운초도 여기 있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화를 내면 운초가 놀랄 거예요.”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화를 푸세요. 식사 시간이 다 됐네요. 우리 식사하러 가요.”장소
“다행히 예정이가 이런 일로 화를 내지 않아서 태윤도 진정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태윤이가 얼마나 오래 훈계했을지 모르겠어. 아버지로서 아들한테 손자처럼 훈계를 듣는 게 정말 창피한 일이야.”장소민은 남편의 팔을 끼며 웃었다.“잠시 후에 식사할 때 좋아하는 반찬을 많이 드시고 몸보신하세요. 당신은 저 대신 태윤의 화를 받아줬잖아요.”처방전은 장소민이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며 그녀가 탁자 밑에 숨긴 것이었다.그녀의 실수로 남편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함께 훈계를 듣게 된 것이었다.“가세요, 식사하러 가세요.”이때 소정남이 심효진을 데리고 들어왔다.“아저씨, 아주머니.”부부는 다정하게 인사했다.장소민 부부는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함께 식사하러 갔다.소정남과 심효진은 주말을 서원 리조트에서 보내기 위해 왔으며 리조트의 단골 손님으로서 거리낌 없이 장소민 부부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전태윤은 불쾌했지만 친구 부부가 있었고 아내가 계속해서 음식을 챙겨주자 조용히 식사하고 더는 화를 내지 않았다.식사 후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전태윤은 아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소정남과 심효진은 전태윤의 불쾌감을 눈치챘다. 그래서 바로 따라 나가지 않고 집안에 남아 전현림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전이진의 부모와 동생들이 집에 없었고 집사는 전이진이 여운초와 함께 온 것을 보고 서둘러 그의 부모에게 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전이진의 부모가 급히 돌아왔다.부모가 돌아오자마자 전이진은 어머니에게 밀려 구석으로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여운초에게 너무나 잘해 주었다. 마치 여운초가 친딸인 듯하고 전이진이 사은품처럼 느껴졌다.“운초야, 이번에 집에 며칠 더 있어. 엄마랑 같이 시간을 보내자.”명해은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놓지 않으며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부드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명해은은 아들을 꾸짖으며 말했다.“오면서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내가 부엌에 운초가 좋아
분위기든 사람이든 정말 좋았다.시부모님은 여운초가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전혀 꺼리지 않고 친딸처럼 대해주었다. 결혼하지 않았지만 약혼한 후, 여운초는 전현민 부부에게 점차 시부모님이라 부르게 되었다.시어머니는 예비 둘째 며느리가 돈만 쓸 줄 알면 되고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했다.친엄마 곁에서는 모성애를 느끼지 못했지만 예비 시어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엄마가 사랑하고 아껴줘서 정말 행복했다!“맞아, 양심적으로 행동해야 해. 딸이 더 마음이 쓰이니까.”명해은은 운초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챙겨주었다.영운초가 위험에 처했던 일은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엄마, 저 운초랑 나가서 산책 좀 하고 올게요. 소화도 시킬 겸, 많이 걸으면 빨리 배고파져서 엄마가 아끼는 며느리에게 맛있는 걸 해주실 기회가 생길 거예요.”전이진이 일어나서 운초의 손을 잡았다.명해은은 며느리와 산책하고 싶었지만 아들이 이미 운초의 손을 잡고 있어 결국 그녀의 손을 놓으며 당부했다.“운초를 잘 돌봐야 해. 운초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빠지면 돌아와서 너 혼날 줄 알아.”전이진은 즉시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그럼 틀림없이 혼나겠네요. 여자애들은 누구나 머리카락이 좀 빠지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빗기만 해도 몇 가닥은 빠지는데요.”명해은은 아들을 째려보며 말했다.“혼나기 싫으면 집에서 아빠랑 TV나 봐. 내가 운초랑 산책하러 나갈 테니. 우리 둘이 얘기 좀 하자. 평소에 바빠서 운초를 자주 데려오지 않잖아. 이번에 온 김에 운초는 이틀 동안 내 거야.”전이진은 즉시 허리를 숙여 운초를 허리께로 안아 들고는 재빨리 집 밖으로 나섰다.운초는 줄곧 말했다.“이진아, 내려줘. 나 혼자 걸을 수 있어.”“널 안고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어. 빨리 가자.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널 빼앗아 갈 거야. 난 아빠랑 TV 보고 싶지 않거든. 아빠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물어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달콤한 말을 하게 되어 있어요.”명해은은 남편의 말에 동의하며 미소를 지었다.“셋째는 강성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셋째가 결혼하고 넷째와 다섯째도 시작해야죠. 형제들이 한꺼번에 결혼하면 우리 가문은 정말 축하할 일이 많겠어요.”전현민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하는 건 좋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아요. 막내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요.”막내가 집에 있을 때는 몇몇 형수들에게 애교를 부렸다.형수들에게 애교를 부리면 시험지 문제를 덜 푸게 된다. 형들이 주는 선물은 모두 시험지라, 문제를 풀다 보면 머리가 어지럽기 때문이다.“맞아요, 막내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해요. 큰형처럼 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거예요.”전씨 할머니의 연세를 생각하며 명해은은 조용히 말했다.“어머니께서 막내에게 좋은 아내를 골라주실 거예요.”“어머니께서 아홉 손자에게 두루 공평하게 대해주시니까요. 당연히 손자며느리도 친히 선택하실 거예요.”막내는 이제 겨우 십 대이기 때문에 형들 나이에 결혼할 나이에 이르려면 아직 십 년은 더 걸릴 것이다. 전씨 할머니의 연세가 많으시지만 부부는 할머니가 십 년, 이십 년 더 건강하게 사시기를 바라며 손자가 성인이 되는 모습을 보기를 바라고 있다.집안의 노부부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집 밖의 젊은 연인들은 알지 못했다.여운초는 전이진에게 이끌려 리조트 안을 거닐면서 저녁 식사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조용히 물었다.“우리가 결혼 후 바로 임신하지 않으면 시부모님도 큰아버지 부부처럼 하실까?”“아니야, 우리는 서두르지 않아. 네 눈이 나으면 내가 너를 여행에 데리고 다니면서 실컷 놀게 해 줄 거야. 네가 놓친 10년의 세월을 보상해 주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경치를 함께 즐기자.”“우리가 함께 일출과 일몰을 보고 등산하며 바다를 즐기면서 몇 년을 놀다가 아이를 가지자.”“걱정하지 마. 우리 부모님은 개방적이셔. 사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개방적이지만 친
여운초는 자존심이 매우 강했다.전이진은 그녀와의 관계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이진아.”“왜?”“나와 함께 있는 게 힘들지 않니?”전이진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에 손가락을 댔다. 여운초의 피부는 매끄러웠고 두 번 톡톡 두드리다가 참지 못하고 꼬집다가 문지르고 싶어졌다. 결국 여운초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의 손을 쳤다.“너에게 진지하게 묻고 있는 거야. 뭐 만지고 그래.”여운초는 참지 못하고 전이진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전이진은 고개를 숙여 여운초가 그의 얼굴을 쉽게 만질 수 있도록 했다. 여운초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꼬집었지만 힘을 많이 주지 않아 전이진은 아프지 않았다.여운초는 전이진을 너무 사랑해서 그를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전이진도 마찬가지였다.처음에 전이진은 여운초의 얼굴이 부드러워서 놀리고 싶어서 얼굴을 꼬집었다. 그 당시 여운초는 전이진의 장난을 거부하며 반응이 격렬했다.지금은 그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기에 다치게 할까 봐 힘을 주지 않았다.여운초의 피부는 매우 좋았고 조금만 힘을 주면 빨갛게 변했다.그녀의 빨간 얼굴이 아름다웠지만 얼굴을 붉히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키스를 통해 얼굴을 붉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내가 힘들다고 느꼈다면 너를 가까이하지 않았을 거야. 너를 꼬시지도 않았을 것이고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할머니께서 너를 내 아내로 정해주셨고, 나를 협박해 1년 안에 너에게 구애해서 성공하지 않는다면 나를 집에서 쫓아낼 거라고 하셨어.”“하지만 그건 말뿐이었어. 할머니께서는 첫해에 집에서 설을 쇠지 못하게 나를 쫓아 내실지 모르지만 두 번째 해에는 괜찮을 거야.”“할머니께서는 우리 형제들에게 좋은 사람을 골라주셨지만, 결국 우리의 선택이 우선이야. 우리가 원하면 모두가 행복하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할머니께서도 어쩔 수 없지. 사실 할머니의 강경한 태도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큰형뿐이야.”큰형과 큰형수가 혼인신고를 할 때는 전혀 감정이 없었고 완
“우리 엄마께서 그러셨어. 우리 집 둘째 며느리는 아무 능력이 필요 없고 그저 돈만 쓸 줄 알면 된다고 하셨어. 일이 바쁘지만 돈은 많이 벌어서 돈 쓸 시간이 없으니 장가들면 아내가 열심히 돈을 써줘야 해.”여운초가 웃었다.“지금이라면 나도 돈 많아.”현재 그녀는 여씨의 사업을 단단히 장악하고 있어 지갑은 이미 두둑해졌다. 이제 그녀는 예전의 여운초가 아니었다고 더 이상 능력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네가 돈이 부족하지 않은 건 알지만, 나는 네가 내 돈을 쓰길 바래.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아내에게 쓰기 위해서야.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내 일이지.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저 미모만 챙기고 돈을 쓰면 돼.”여운초가 그를 타박했다.“누가 네 아내라는 거야, 우리 아직 혼인 신고도 안 했잖아. 아이까지 이야기하다니. 꿈이 참 크네.”“꿈이라도 커야지! 우리 약혼까지 했으니 결국 결혼할 거야. 넌 내 아내야.”여운초는 웃고 나서 말했다.“먼저 혼인 신고 해도 되는데, 결혼식은 내 눈이 나은 후에 해도 늦지 않아.”전태윤과 하예정도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그들의 혼인 신고는 더 오래전 일이었다.“아니, 지금까지 기다렸으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아. 네 눈이 나아져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그리고 평생 나와 함께하겠다고 확신할 때 혼인 신고를 하고 결혼식을 올리자.”전이진은 자신이 있었지만 여운초가 그를 본 적이 없어서 그녀가 그의 모습을 보고 나서 그와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는 네 외모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네가 어떻게 생겼든지 상관없어.”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그녀는 여러 번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여운초는 직원들에게 전이진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고 직원들은 그녀와 전이진이 함께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전이진은 그녀의 눈이 나을 때까지 기다리기다가 혼인 신고를 하겠다고 고집했다.전이진이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에 여운초도 서두르지 않았다
게다가 전호영이 술을 많이 마셔 취하면 엄마, 아빠는 고현보고 전호영을 호텔까지 바래다주라고 할 게 뻔하다.“아빠도 많이 안 마셨어. 호영이가 모처럼 왔고 고기도 이렇게 맛있게 구웠는데 조금 마시면 어때? 많이 안 마실게. 아니면 네가 호영이와 같이 마실래?”고현이 쌀쌀맞게 대답했다.“저녁엔 술 안 마셔요.”전호영은 고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현이 씨 혹시 내가 술 많이 마실까 봐 걱정되는데 부끄러워서 나한테 말 못 하겠어요? 그래서 아버님께 그러는 거예요? 괜찮아요. 많이 안 마실게요.”“현이라고 하지 마요.”“현이야.”진미리가 굳은 표정으로 딸을 부르며 말했다.“네 이름이 현이 맞잖아. 호영이가 그렇게 부르는 게 어때서?”“고현이라고 해도 되고 고 대표라고 해도 되잖아요. 현이는 가족만 부를 수 있어요. 전호영이 현이라고 하는 게 이상해요.”고현이 투덜대며 말했다.“대체 전호영이 어떻게 아빠, 엄마를 포섭했어요? 전호영이 친자식이고 나는 주워 온 자식이죠?”진미리는 고현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으며 말했다.“그래, 맞아. 넌 우리가 주워 온 자식이고 호영이가 우리 친자식이야. 이제 만족해? 호영이가 친자식이면 아빠, 엄마가 속상해서 머리가 하얗게 셌겠어?”고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부모님이 자기 혼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계신다는 것을 고현은 알고 있었다.전호영이 부모님 마음에 든 게 확실하다. 비록 전씨 가문 할머니가 전호영의 신붓감으로 점찍은 아가씨가 고현이라는 걸 부모님은 모르시지만 전호영이 자기 선택을 밝힌 뒤 전씨 가문 어른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더욱이 고진호가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전호영에게 알려주고 나서부터 부모님은 대놓고 전호영을 고씨 가문 예비 사위 대접을 해줬다.밖에 고현과 전호영의 스캔들이 얼마나 무성하든 부모님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두 사람이 단독으로 있을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주면서 고현이 전호영의 마음을 받아주기를 바랐다.부모님이 안 보는 틈을 타 고현이 전호영을
“형, 너무 늦었어. 형도 힘들 텐데 그만 쉬어 나도 이만 돌아갈게.”전태윤과 얘기를 다 마친 전창빈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전태윤이 말을 건넸다.“너무 늦었는데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 묵을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전창빈이 말을 이었다.“안 멀어. 여기 방은 있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그래. 그리고 잠자리를 바꾸면 잠도 잘 안 오고.”전창빈은 장소를 옮기면 새로운 거주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침대를 가리는 사람이 잠자리를 바꾸면 늘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한다.전창빈의 개인 별장이 그리 멀지 않고 잠자리를 가리는 전창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태윤도 더는 전창빈을 만류하지 않았다. 다만 그에게 천천히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가 문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다.“그럼 얼른 쉬어.”전태윤은 배웅하러 일어나지 않았다.전창빈이 멀리 떠난 뒤 전태윤은 물을 반 잔 더 마시고는 다시 몸의 냄새를 맡았지만, 여전히 술 냄새가 났다.그는 하예정에게 영향을 줄까 봐, 그녀가 깨어날까 봐 서재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그는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방 입구로 돌아갔다. 그러나 문을 밀어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잠시 안을 바라만 보다가 몸을 돌려 서재로 들어갔다.하예정은 한밤중까지 자고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야 했다.자기 전에 우유 한 잔을 마시면 한밤중에 일어나곤 한다.화장실에 다녀온 하예정은 잠에서 깼다.그녀는 그제야 전태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침대 앞으로 돌아와 앉아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보니 이미 새벽 세 시가 넘었다.전태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인가!‘돌아오지 않은 건가? 언제 돌아오는지 문자도 없고.’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전태윤이 전화를 받았다.“여보, 아직 안 왔어요? 많이 바빠요?”하예정은 관심 있게 물었다.그는 예전에 아무리 바빠도 새벽에는 반드시 집에 돌아왔다.그러나 지금 새벽 3시가 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사업에 관한 일이
장소민이 먼저 집으로 오고 그 뒤로 전현림이 또 왔다.그리고 자기가 사고 쳤다고 생각한 전창빈이 또 따라왔다.전태윤은 묻지 않아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전창빈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으셨어. 엄마는 내가 이미 사업을 하고 있고 잘 경영하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 가족 사업을 돕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면서. 요리를 좋아하면 집에서 하거나 호텔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가정 요리사로 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거든. 근데 아버지는 날 지지해 주셨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된다고 하셨지. 그러다가 두 분이 서로 말싸움하다가 엄마가 이기지 못해서 홧김에 방에 돌아가셔서 문을 닫으셨거든. 아빠가 몇 번이고 오랫동안 문을 두드렸는데도 들어가지 못해서 엄마가 화가 좀 풀리면 다시 들어가려고 했어. 근데 엄마는 아빠가 떠난 틈을 타서 조용히 집에서 나와 형 집으로 오셨지 뭐야. 나랑 아빠는 엄마가 여전히 방에 계시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도 엄마가 화가 풀리고 나서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엄마가 여기로 오신 것을 알게 됐어. 그래서 따라온 거고.”전창빈은 미안한 듯 계속해서 말했다.“부모님께서 항상 감정이 좋으셨는데 내 결정 때문에 불쾌하게 지내시니 내가 너무 불효자인 것 같아.”전창빈은 자신이 불효하다고 느꼈지만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하기로 한 결정을 포기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부부싸움도 안 하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 나와 네 형수님도 많이 다투었거든. 부부간에도 소통이 필요한 법이지. 한쪽이 막무가내로 나오지 않는 한 잘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풀릴 거야. 우리도 그런 억지를 부리고 소통할 수 없는 여자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런 상황도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고.”전창빈은 전태윤이 그에게 말한 부부간의 관계에 관한 얘기들을 잘 듣고 있었다.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모두 금실이 좋으셨다. 전창빈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말들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사실 이미 부부 관계에 대한 일들에 대
잠시 후, 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임무를 맡기셨는데 나도 이제 움직이려고. 호영 형처럼 반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아내를 얻을 수 없을지도 몰라.”전창빈은 그들이 동생으로 태어난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형들의 교훈을 잘 섭취하고 피할 수 있을 테니까.“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여인은 보통 성품이 좋은 사람이야. 너의 성격에 잘 맞게 골라주셨을 거야. 언제 출발하려고?”전태윤이 문득 물었다.“다음 주 월요일에 출발하려고. 이틀 동안 손에 있는 일을 먼저 정리하려고. 중요한 일들은 형에게 맡길게. 알아서 처리해 줘.”“그렇게 급해?”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전창빈은 약간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선우씨 가문은 A시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야. 그 가문에 들어가서 일하면 급여와 대우가 나쁘지 않을걸. 그리고 선우민아 씨가 입맛이 까다롭다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이 가서 도전해 보고 싶어 하거든. 그곳에는 이런 말이 전해지고 있대. 가정 요리사가 선우씨 가문에서 석 달 동안 일하고 나오면 일자를 걱정할 필요 없고 반년 이상 버티고 나오면 큰 호텔들이 앞다투어 요구한다고 해. 몇 년 동안 일을 해도 해고되지 않는다면 아마 신으로 불릴지도 모르지.”전태윤은 실소했다!“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그분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대?”“선우민아 씨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아가씨들 입맛도 까다롭대. 전부 먹는 것에 매우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라 요리 실력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누군가는 일반적인 야채 볶음 하나에도 통과되지 못한다고 해.”전태윤이 피식 웃었다.“도전해 볼 만하군.”전태윤은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라고 추측했다.어쨌든 사진만 보았을 뿐 실물을 본 적도 없고 함께 지내본 적도 없다. 전창빈은 그렇게 쉽게 마음이 흔들릴 남자가 아니었다.하지만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가 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마침 전창빈은 요리를 가장 좋아했다. 그는 아마 십여 년 동안 키워온 요리 실력으로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가 될
묻지 않아도 전창빈이 조금 전에 여기에서 TV를 보며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창빈은 곧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왔다.그리고 전태윤의 앞에 따뜻한 물잔을 내려놓고 옆에 서서 전태윤의 분부를 기다리면서 언제든지 시중을 들어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전태윤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앉아.”“고마워.”전창빈은 얼른 자리에 앉았다.“이렇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사고 치지 않았다고? 말해봐,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부모님께서도 의견이 안 맞으시다니.”“형, 나 정말 사고를 치지 않았거든. 그냥 원림성의 A시에 가보고 싶어서 그래.”“가서 뭐 하려고? 설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멀리 가려고 해? 집에서 설을 쇠지 않으려고? 할머니께서 아시면 네가 가장 먼저 얻어맞을걸.”설쯤에 전씨 할머니는 자손들이 모두 돌아와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있는 것을 좋아하셨다.손자며느리가 몇 명 더 있으면 더 좋을 것이지만.이제 고현도 전호영을 따라 돌아올 것이다. 약혼할지는 아직 미지수였다.곧 약혼식도 치를 것으로 보인다.고현은 전호영을 위해 그녀의 여자 신분을 폭로해 그가 게이가 아니라는 오해를 풀어주었다.“나 가정 요리사에 지원하고 싶어. A시의 선우씨 가문에서 요리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그 가문 아가씨의 입맛이 엄청 까다로워서 요구가 엄청 높대. 나도 도전해 보려고. 좋은 기회야.”전태윤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곧 물어보았다.“할머니께서 선우씨 가문의 딸을 정해주셨어?”원림성의 A시는 너무 멀다.아마 H시와 이웃 도시일 것이다.용정도 그곳 사람이었다.설마 전씨 할머니께서 그 진흙탕에 뛰어드실 계획인 건가...전태윤은 그의 전씨 가문과 예씨 가문의 사이가 가깝고 여운초의 눈도 예씨 가문의 정겨울이 치료해주고 있는 데다 또 성소현은 앞으로 예씨 가문의 다섯째 사모님으로 될 여자였다. 게다가 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사이로 전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가 되었다.앞으로 예
전태윤은 저녁 12시에야 집에 도착했다.그는 술도 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전창빈은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곧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전태윤의 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하여 멈추었다.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전창빈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곧 전태윤의 차 문을 열어주어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안 취했어.”전태윤이 나지막이 말했다.“형.”전창빈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태윤을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전태윤은 거절했다.“창빈아, 어쩐 일이야?”친동생을 본 전태윤은 매우 놀랐다.“술 한 잔만 마셨어. 취하지 않았으니까 부축해주지 않아도 돼.”“형한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전창빈은 여전히 전태윤을 부축해주었다. 전태윤의 술 냄새를 맡은 전창빈이 말을 건넸다.“독한 술을 마셔서 술 냄새가 많이 나네.”“이야기가 잘 풀려서 좀 마셨어.”전태윤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옷 냄새를 맡아보며 전창빈에게 물었다.“술 냄새가 많이 나? 네 형수님이 술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전태윤은 오늘 밤 서재에서 자야 할지도 모른다.하예정은 그가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때때로 그는 담배 한 대 피워도 껌을 씹어 담배 냄새를 제거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의 아내가 냄새를 맡을까 봐 걱정했다.특히 하예정은 지금 그들의 사랑의 결실을 배속에 품고 있었다.그런 하예정에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면 더욱 안 된다.집에는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그의 친구들도 그가 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창빈은 말을 잇기 모호했다.그가 하예정도 아닌데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전태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냄새가 나는데? 늦었는데 오늘 예정이를 방해하지 말고 서재에서 하룻밤 자야겠어.”전태윤은 문득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전창빈에게 물었다.“아까 우리 부모님 차를 본 것 같은데?”전태윤은 자신이 잘
우빈은 좀 더 놀고 싶었다.“예정아, 내가 우빈한테 이야기를 읽어줄게.”장소민은 하예정이 힘들어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하예정이 동의하기도 전에 장소민은 침대 머리맡에서 이야기책을 집어 들고 우빈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려고 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소민게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우빈의 짐들을 확인하러 가볼게요.”녀석이 뭐 빠뜨린 거 없나 한 번 확인하려고 했다.장소민은 우빈에게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하예정은 우빈의 여행 가방에 있는 물건을 검사하러 갔다.우빈은 가장 두꺼운 잠옷 한 벌을 챙겼다. 그는 어른들의 대화 내용을 통해 강성이 매우 춥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눈도 와서 엄청 춥다고 들어서 녀석은 자신에게 가장 두꺼운 잠옷을 챙겨놓았다.그리고 이틀 동안 가장 두꺼운 외투를 모두 챙겨놓았다. 모자와 목도리, 장갑, 그리고 일상 생활용품도 챙겼다.이 외에도 그는 여행 가방에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 두 개와 몇 가지 평소 즐겨 먹던 간식을 넣었다.조카의 여행 가방을 들여다본 하예정은 옷장을 열어 두꺼운 윗옷 두 벌을 더 가져와 여행 가방에 챙겨 넣어 가방 안을 가득 채워 넣었다.“이모, 제가 잘 챙겨놓았죠?”우빈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기뻐하며 칭찬했다.“우리 우빈이 잘 정리했네. 모두 잘 챙겨놓았어.”역시 그녀가 가르친 조카다웠다.장소민은 우빈을 살짝 눌러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우빈아, 자. 눈 감고 이제 자야지.”우빈은 혀를 내밀며 장소민에게 애교를 부렸다.“할머니, 저에게 좋은 꿈을 꾸라고 뽀뽀해 주세요.”“그래.”장소민은 사랑스럽게 그의 이마를 톡 쳤다. 그녀는 우빈이 그녀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둘째 아들 전창빈이 어렸을 때처럼 말이다.전태윤은 어릴 때부터 진지하고 딱딱해서 그녀에게 애교를 부린 적 없었다.전창빈이 어렸을 때 그녀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곤 했지만 애교부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전창빈은
하예정과 우빈이 위층으로 올라간 뒤로 전창빈은 장소민에게 다시 사과했다.장소민이 입을 열었다.“나 이제 화 풀렸어. 창빈아, 네 아빠와 형수님 말이 맞아. 다 큰 성인이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잖아. 엄마는 이제 어렸을 때처럼 이것저것 너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넌 태윤과 달리 전씨 가문의 무거운 짐을 질 필요 없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해. 훔치거나 빼앗거나 법을 어기는 일만 하지 않으면 돼.”돌아올 때 며느리만 데리고 오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장소민은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전창빈이 아내에게 구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모른 척했다.일이 성공적으로 풀리게 되면 전창빈도 장소민에게 알려줄 것이다.며느리가 누구든 아들 전창빈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장소민은 하예정마저 받아들였다.미래의 둘째 며느리 집에서 개인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가정 형편이 나쁘지 않을 것인데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전창빈은 장소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그리고 부모님께 물었다.“오늘 여기서 며칠 묵으실 예정이세요?”“네 할머니도 집에 안 계시는데 내가 여기서 예정이를 돌보아야지. 네 아빠는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겠지.”그러자 전현림이 바로 말을 이었다.“당신이 있는 곳에 내가 머물러야지.”“저는 당신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전현림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하루 이틀 아들 집에서 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방에 내 옷이 있을 거야.”장소민은 문득 목이 메었다. 이 방에 그의 옷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창빈아, 먼저 집으로 돌아가. 외지로 가서 일하려면 관성에서의 업무는 확실하게 설명해 주어야 해. 태윤에게 말해서 사람을 시켜 네 업무를 맡도록 하게 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까.”전창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여기에서 형을 기다려서 말하면 돼요.”전창빈은 원
“내 말이. 올때 날 버리고 왔잖아. 우린 부부인데 당연히 붙어 다니면서 다녀야지. 왜 나를 집에 두고 혼자 나온 거야? 내 생각을 해본 적 있어? 태윤이와 예정이가 보고 싶다면 나하고 말할 것이지. 그러면 내가 당신과 함께 여기로 왔을 텐데.”장소민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우빈을 힐끗 쳐다보던 전현림이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우빈을 보고 싶어 하는데 난들 안 보고 싶겠어?”우빈은 작은 얼굴을 쳐들고 장소민과 전현림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시 전창빈과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왜 자신이 이 화제에 끌려들어 가게 되었는지조차 몰랐다.그는 단지 장소민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그러다가 전현림이 들어왔고 전현림은 우빈의 앞에서 장소민의 손을 잡고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장소민이 얼굴을 붉히며 우빈을 혼자 남겨두고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리고 지금 계단을 내려온 지 2분 만에 하예정과 전창빈이 들어온 것이다.“저도 할머니가 보고 싶었어요.”우빈은 큰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 했다.사람들 전부 웃기 시작했다.우빈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웃기만 했다.하예정이 우빈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위층으로 올라가서 샤워해야지. 내일 유치원에 가야 해.”“이모, 10분만 좀 더 볼 수 있을까요?”우빈은 하예정이 위층으로 올라가 씻고 자라고 재촉하는 소식을 듣자마자 흥정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주의를 시키었다.“내일 금요일이야. 내일 오후에 네가 유치원에서 나오면 동명 아저씨가 널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강성으로 가는 거 잊었어? 엄마가 우빈이와 동명 아저씨를 고대 기다리고 계셔.”하예정도 함께 강성에 가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다.하예진은 그녀에게 전태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돌아와서 혼내주겠다고 경고했다.전태윤이 그녀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그녀가 기어코 강성으로 가려고 할까 봐 하예진은 미리 경고했다.강성은 지금 하씨 자매에게는 조금 위험한 곳이었다.하예진은 아무리 큰 위험에 처해도 물러서지 않을
“태윤 씨에게 말해도 돼요?”전창빈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큰형은 상관없어요. 앞으로 제가 큰형의 도움이 필요하면 또 연락해야 하니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제가 도움 청하기도 곤란해요.”하예정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업무적인 일은 태윤 씨가 도와줄 수 있지만, 감정적인 일은 태윤 씨를 찾아도 소용없어요. 앞으로 감정적인 문제는 저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태윤 씨보다 더 잘 아니까요.”전태윤은 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성에 대한 지식을 전부 하예정에게 퍼부었기에 다른 여자들에게 신경 써줄 정력이 없다고 했다.여자마다 성격이 다르다.하여 여자에 관한 문제로 전태윤에게 묻는다면 헛수고일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은 복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예정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은 하예정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전태윤의 친동생으로서 전창빈은 자신 큰형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하예정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는 급히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하예정이 돕는 것은 전태윤이 돕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푹 빠져있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살이다.예전에 관성 업계에서는 전태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소문이 바뀌었다.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리는 것이 전태윤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엄중하다고 전해지고 있다.전태윤과 적을지언정 절대로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형수님, 제가 들어가서 엄마한테 사과드릴게요. 어쨌든 저 때문에 엄마가 아빠와 말다툼을 하게 된 거니까요.”“네.”하예정은 대답하며 전창빈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현림은 진작에 아내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장소민도 너무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전현림이 밤늦게 서둘러 자기를 데리러 오는 것을 보고 오히려 약간 쑥스러워하며 자신이 소란을 피웠다고 느꼈다.전현림은 장소민에게 그녀가 진심으로 전창빈이 남의 가정에 가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