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은 한지혜가 가장 좋아하는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가구들은 전부 한지혜가 좋아하는 아이보리 색상이었고 실내 인테리어에 쓰인 색상은 흰색 아니면 연분홍색이었다.다 큰 남자가, 이유 없이 이런 색으로 집을 꾸몄을 리가 없었다.그걸 생각하지 않은 이상...어쩌면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한지혜는 가슴이 아파져 왔다.이 별장은 허연후가 기억을 잃기 전에 산 것이었다.하지만 며칠 있어 보지도 못하고 사고가 났다.허연후는 한지혜한테 한 번도 이 별장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었다.만약 정원에 있는
허연후는 한지혜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한지혜의 눈에는 슬픔이 비쳤다.허연후의 기억상실은 한지혜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사진 속의 한지혜는 허연후를 좋아하고 있었다.한지혜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허연후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한지혜가 허연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냉담함과 불쾌함 뿐이었다.사랑하던 두 사람이 허연후의 기억상실 때문에 헤어졌다.이런 생각이 들자 허연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혜 씨, 미안해요.”허연후의 사과에 한지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미안해할 거 없어요. 감정이 그렇
허연후가 한지혜에게 다가와 그녀 손에 들린 짐을 받아 들고는 여유롭게 말했다.“차를 두 대만 가져와서 자리가 모자라길래, 내가 널 데리러 왔어.”한지혜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리 없었지만, 대강 상황은 짐작이 갔다.‘아마도 수아와 육문주가 계획한 일이겠지...’한지혜는 고집부리지 않고 연후의 차에 올라탔다.허연후는 뒷좌석에서 담요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덮고 잠깐 눈 붙여. 지금 출발해도 도착하기까지 세 시간 정도 걸릴 거야.”열이 내린 지 얼마 안 됐던 한지혜는 아직 기운이 없었던 터라, 담요를 덮자마자
“좋아. 이모가 내년에는 꼭 천우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좋아요! 그러려면 연후 삼촌이랑 화해부터 해야겠죠? 두 분이 빨리 화해해야 제가 하루라도 더 빨리 미래의 아내를 만날 수 있잖아요.”“응? 연후 삼촌이 아니어도 이모는 아이를 가질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이모가 예쁘고 귀여운 꼬마 신부가 태어날 수 있게 노력해 볼게.”그들이 신나서 이야기하던 중, 텐트가 열리더니 허연후의 큰 그림자가 들어왔다.그는 한지혜 옆에 앉아 천우를 품에 안으며 그의 엉덩이를 톡톡 치고 웃으며 말했다.“천우야, 꼬마 신부를
허연후의 말에 정곡을 찔린 한지혜는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서둘러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결국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한지혜는 고개를 돌리며 상처가 아픈 척 말했다.“연후 씨 때문에 더 아파졌잖아요...”허연후는 그녀가 왜 우는지 모를 리 없었다. 그는 손을 멈추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혜야, 미안해.”그가 사과하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미안하다는 한마디에 한지혜는 애써 참아왔던 감정이 무너져 버렸다. 그녀는 얼굴을 두 무릎에 묻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좋아요!”“꽉 잡아. 속도를 올릴 거야.”허연후가 그렇게 말하며 가속 페달을 밟자, 요트는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바다의 큰 파도들을 넘어갔다. 두 사람은 깊은 바다를 향해 질주했다.한지혜는 온몸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연후 씨, 큰 파도 밀려와요! 빨리 넘어봐요!”“우와! 진짜 날아갈 것 같아요!”“연후 씨, 우리 이러다 길 잃어버리는 거 아니죠?”그녀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운 표정을 보이자, 허연후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는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지혜야, 저기 봐.”한지혜는 허연후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
한지혜는 허연후의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뭐라도 기억난 건가요?”“그런 게 아니라면 믿어줄 수 있어?”허연후는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한지혜에게 강하게 이끌릴 뿐이었다.다른 남자와 대화하는 그녀를 보면 마음이 불편해졌고, 그녀가 다치면 그 역시 아팠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면 꼭 안아주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한지혜를 좋아한다는 증거였다. 과거의 약속이나 어떤 관계의 얽매임 없이, 그저 그녀에게 끌리고 좋아하는 감정이었다.허연후의 말에 한지혜는 믿기지 않는
한지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독사한테 물리지 않게 조심해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과부가 되긴 싫어요.”허연후는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너는 여기서 가만히 있어.”“조심해요.”한지혜는 큰 바위 위에 서서 허연후를 바라보았다. 허연후는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꺼내 덮개를 열고 반딧불을 잡기 시작했다. 곧 다양한 색의 작은 상자들 안에는 반딧불의 빛이 가득 찼다.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 같았다.한지혜는 그 상자를 들고
육천우는 큰 손으로 허나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오빠 왔어.”육천우의 대답에 코끝이 찡해진 허나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억울한 듯 말했다.“천우 오빠, 왜 지금까지 나 보러 안 온 거야? 나연이가 싫어진 거야?”허나연의 안쓰러운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육천우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싫다고 그랬었잖아. 파혼까지 해달라고 소리 지른 건 너야.”허나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육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 삼 년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할게. 파혼하는 거 싫어. 결혼하고 싶어. 그러
육예람은 허나연을 끌고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오색 띠가 흩날렸다.친구 중 한 명이 다가오며 말했다.“나연아, 너의 천우 오빠가 돌아온다며? 축하해.”허나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육천우 얘기 꺼내지도 마. 속이 갑갑해지려 하니까.”“갑갑할 게 뭐가 있어? 잘생겼지 능력 좋지. 겨우 26살에 M 국 금융계를 휩쓸었잖아. 개인 재산이 이미 네 아버지를 넘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약 이렇게 좋은 남편이 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깰 거야.”“그렇게 부러우면 네가 가질래?”“싫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허나연은 눈을 반쯤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에서 육예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연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걸 먼저 들을래?”허나연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쁜 소식.”“너의 약혼자이자 나의 오빠가 곧 돌아온대. 너 앞으로 우리랑 같이 맘 편히 못 놀겠다. 하하하. 어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아?”찬물을 끼얹는듯한 소식에 허나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육천우가 돌아온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아무것도 못 하게 구속하는 그가 돌아온다.‘그럼 앞으로 나이트는
“건강하고 멋진 남편으로 네 앞에 서겠다고 했잖아. 서연아, 지난번 청혼은 너무 성급했어. 오늘 양가 부모님 앞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청혼할게.”말을 마친 뒤 박서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안에서 청록색 팔찌를 꺼내 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서연아, 이건 외할아버지께서 장가갈 때 아내에게 주라고 남긴 팔찌야. 이걸 착용하면 너는 이제 박씨 집안 며느리가 되는 거고 박서준의 아내뿐만 아니라 육 씨 집안 둘째 며느리가 되는 거야. 이 모든 신분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정상적으로 걷고 있는 박서준 때문에 놀란 마
곽서연은 근간에 계속 여러 곳을 다니며 무대를 돌았던 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준의 어깨에 기댄 채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누군가 귀를 깨물었고 곧이어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잠꾸러기야, 집에 도착했어.”그제야 천천히 눈을 뜬 곽서연은 뜨거워진 얼굴을 박서준의 어깨에 몇 번 문지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삼촌, 서프라이즈는요?”박서준은 웃으며 곽서연의 이마에 뽀뽀했다.“눈 감아. 같이 어디 가자.”말을 마친 박서준이 넥타이를 풀어 곽서연의 눈을 가리자 그녀의 궁금증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박서준을 밀어낸 곽서연의 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욕망으로 일렁였다.“제가 나가서 해장국을 가져다줄게요. 삼촌이 방금 취한 척 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세요. 안 그러면 정말 오늘 어떻게 될지 몰라요.”박서준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여보 말 들을게.”박서준은 ‘여보’라는 호칭을 전혀 어색함 없이 불렀지만, 곽서연은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그의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함부로 부르지 말아요. 저 아직 아니거든요.”“조만간 될 거잖아. 하루빨리 박서준의 아내로 살면 누릴 수 있는 것도 많
입안에 들어온 물건을 알아차린 곽서연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곽서연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안의 물건을 내뱉자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곽서연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삼촌, 이거 나한테 주는 거예요?”박서준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당연한 거 아니야? 너 말고 또 누구 줄 사람 있어?”“하지만 우리 이제 겨우 시작한 건데, 이런 선물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내 모든 재산을 전부 너한테 넘겼는데, 설마 나랑 그만둘 생각을 하는 거야
“내 아내를 내가 아껴줘야지 그럼 누가 아껴줘?”“내 아내를 내가 안 보면 누가 봐요?”말을 마친 천우는 조수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30분 후, 두 사람은 산부인과 병원에 도착했다. 한지혜는 이미 분만실로 옮겨졌고 허연후도 동행했다.두꺼운 문 너머로 한지혜의 외침이 들려왔다. 조수아는 의아한 듯 물었다.“무통 주사를 안 맞은 거예요? 왜 저렇게 아파해요?”옆에 서 있던 윤다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통 주사가 애한테 나쁘다고 우겨서 끝내는 안 맞고 들어갔어. 누가 지혜를 이기겠니.”“고작 그런 거로 애들 영
곽서연은 놀라서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집안 사람들이 전부 다 있는데 테이블 밑에서 몰래 입을 맞추다니.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곽서연은 가슴이 움찔했다. 그녀는 놀라서 즉시 박서준을 밀어내고 눈에 화를 가득 담은 채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박서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가족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박주영은 곽서연의 안색을 보고 즉시 물었다.“서연아, 몸이 안 좋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곽서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좀 더워서 그래요. 저 잠깐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