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혜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독사한테 물리지 않게 조심해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과부가 되긴 싫어요.”허연후는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너는 여기서 가만히 있어.”“조심해요.”한지혜는 큰 바위 위에 서서 허연후를 바라보았다. 허연후는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꺼내 덮개를 열고 반딧불을 잡기 시작했다. 곧 다양한 색의 작은 상자들 안에는 반딧불의 빛이 가득 찼다.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 같았다.한지혜는 그 상자를 들고
다음 날 아침.하늘이 막 밝아올 무렵, 천우는 손목시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은 지연 이모랑 새벽 4시에 일어나 작은 게를 잡기로 약속했었다. 흐릿하게 눈을 뜬 천우는 옆에 있는 작은 상자 안의 반딧불이를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얼른 상자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봤다.허지연이 잠에서 깨어난 것을 보자, 천우는 ‘쉿’하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지연에게 기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지혜 이모 깨우지 말고 조용히 나가요. 어제 늦게 들어왔으니까 좀 더 자게 해주자고요.”허지연은 그에게 ‘오케이’하며 손
허연후는 한지혜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다야?”한지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아니면요? 뭘 더 기대하신 건가요?”“내 고백을 받아줄 줄 알았지.”“꿈 깨세요! 천우 데리고 가서 잘 놀게 해주세요. 안전하게 부탁드려요.”허연후는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조건 있어. 나한테 뽀뽀해 줘.”한지혜는 그를 밀치며 말했다.“선 넘지 마세요. 너무 과하잖아요.”“천우한테 뽀뽀하라고 한 거야. 너한테 하라고 한 게 아니었는데? 물론 네가 하고 싶다면 난 괜찮아.”한지혜는 화가 나서 그의 가슴을 한 번 쳤다.“농담 그만
의사의 말을 듣고 천우는 눈을 크게 뜨며 신나서 말했다.“어디요? 제 눈에는 왜 안 보이죠?”의사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프린트해 줄게. 아직 아기들은 성장 중이라 잘 보이지 않을 거야.”천우는 초음파 사진을 들고 조수아에게 달려가 입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엄마, 하나는 여동생이에요. 나중에 남동생이랑 같이 여동생을 보호할 수 있겠어요.”조수아는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착하네! 할아버지, 할머니께 이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자.”육문주는 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배우로서의 커리어는요? 그걸 포기하실 건가요? 오랫동안 쌓아오신 기반이잖아요.”“예전에는 저도 지혜 씨 생각과 같았습니다. 제가 성공하고 명예를 얻어야 연희 옆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어떤 명예도 그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걸요. 이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가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상처 주지도 않았을 텐데요.”배우진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지혜는 더 이상 캐묻기가 어려워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같이 갈게요. 다
배우진은 상심에 잠겨 있던 상태에서 기습적인 허연후의 한 방에 뒤로 밀려나 테이블에 세게 부딪혔다. 그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한지혜는 화가 나서 허연후의 어깨를 ‘툭’치며 소리쳤다.“왜 사람을 치세요? 배우진 씨는 제가 모셔 온 배우예요! 우진 씨가 다치면 우리 촬영장에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기는지 아세요?”허연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배우진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왜 안아주는데? 나도 못하는 스킨십을 왜 하냐고! 말이 돼?”“허연후 씨,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만약 배우진 씨가 다치기라도 하면 제가
몇 분간 마사지가 이어지자, 처음엔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던 배우진도 이내 조용해졌다.그런 배우진을 바라보며 한지혜가 물었다.“우진 씨, 좀 나아졌어요?”배우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주 좋아졌어요. 지혜 씨, 오늘 저녁엔 지혜 씨네 집에 따라가야 할 것 같아요. 혼자선 밥을 해 먹기 힘들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듣자마자 허연후는 손에 힘을 더 주며 차갑게 말했다.“제가 배달 음식 시켜줄게요.”“배달 음식은 별로 안 깨끗하잖아요. 집밥을 먹고 싶어요.”“너 참 까다롭네요. 대충 먹으면 될 것을! 그렇게 까탈스러워서야
한지혜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깜짝 놀라며 허연후를 노려보았다. 화가 난 그녀는 그의 등을 세게 두드리며 말했다.“허연후 씨, 미쳤어요? 곧 촬영인데, 여기 자국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그 말을 들은 허연후의 눈에는 장난기 어린 기쁨이 비쳤다. 한지혜가 그가 그녀를 깨무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촬영에 지장이 될까 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고, 그의 능글맞은 눈빛에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자국 안 남기고 살짝만 뽀뽀하면 괜찮은 거지?”그의 깊은 눈 속에서 유혹적인 미소
송학진은 바로 일어나 송군휘를 부축하며 말했다.“아빠, 급해 마시고 제가 부축할 테니 함께 마중 나가요.”“그래. 빨리 가자.”두 사람이 별장에서 나오자 조수아와 육문주는 이미 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린 뒤였다.송군휘와 송학진이 다가오는 것을 본 조수아는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며 송학진을 불렀다.“오빠.”그리고 이내 시선을 다시 송군휘 쪽으로 돌렸다.초점 없는 눈으로 조수아와 육문주의 방향을 보고 있는 송군휘는 많이 늙은 것 같았다.송군휘는 어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웃고 있었다.조수아는 겨우 입을 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천우는 조수아가 깨어나자 즉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얼굴에 뽀뽀하고 말했다.“조금 있으면 유치원에 가야 하잖아요. 그러면 엄마를 온종일 볼 수 없으니까 지금 많이 봐두는 거예요.”조수아는 천우를 껴안고 뽀뽀를 하며 말했다.“그럼 엄마도 우리 천우 온 하루 뽀뽀 못 해주니까 많이 해줘야지.”조수아의 사랑에 천우는 행복한 얼굴로 그녀의 목을 껴안고 ‘깔깔’ 웃어댔다.마침 방문을 열고 이 화면을 본 육문주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 천우의 엉덩이를 툭툭 치고 웃으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 나 없는 사이에 내 와이프한테 몰래 뽀뽀하는
육문주의 말에 조수아는 놀라며 물었다.“언제 찾았어? 왜 말을 안 한 거야?”육문주는 예쁘장한 조수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진작에 찾았었는데,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말 못 했어.”워낙 민첩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던 조수아는 금방 눈치를 채고 물었다.“왜?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조수아는 육문주가 알고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았다는 건, 기증자가 무조건 조수아와 관계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육문주가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겠지.’머릿속에서
천우의 진지한 모습이 웃긴 육문주는 천우의 볼을 꼬집고 웃으며 말했다.“남아일언 중천금이 맞아. 그래서 나도 지켜야 해. 네 외삼촌한테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나도 말 못 해. 빨리 자.”육문주는 천우를 눕혀놓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조용히 말했다.“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어. 네 외삼촌이 만약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면 이미 만났을 거야. 그런데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낸다는 건 아직 그 사람을 잊지 못했다는 거겠지? 우리는 방관자로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없어.
아림은 알 듯 말 듯 큰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작은 두 손은 서로 손가락을 마주 대고 실망한 듯 말했다.“아쉽다. 아저씨처럼 좋은 남자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데.”아림은 차서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위로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내가 꼭 더 좋은 남편을 찾아줄래요.”차서윤은 웃으며 말했다.“됐어. 얼른 씻고 자. 엄마는 해야 할 일이 있어.”침대에 혼자 누워 있던 아림은 생각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아 곧바로 일어나 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천우는 전화를 받자
10여 분 뒤, 송학진이 방문을 밀어젖히자 차서윤이 거울을 보며 피가 흐르는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방안은 한바탕 싸움이 일어난 듯 물건들은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아림은 차서윤의 곁에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모녀의 안쓰러운 모습에 송학진은 가슴이 아파 곧바로 다가가 아림을 품에 안은 채 차서윤을 보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이렇게 때렸어?”차서윤은 놀라며 물었다.“송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대답부터 해. 누가 이런 거냐고?”차서윤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저의
송학진은 두 아이 때문에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결혼을 빨리하라고 아버지한테 결혼 재촉을 받고, 친구들한테는 솔로라고 비웃음당하고, 이제는 두 아이가 대신해서 결혼 상대를 찾아주기까지 하다니.거기다 원 플러스 원?송학진은 육문주한테 눈길을 돌리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이거 다 네가 가르쳐 준 거지? ”육문주는 가볍게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가르쳤으면 내가 가르친 거라고 말을 하겠지. 네 조카야, 아직도 몰라? 천우는 말로 죽은 사람도 살려.”“내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아니, 넌 사람 축에도 못 가지.
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아림이가 삼촌을 무서워할까 봐 그런 거잖아요. 외삼촌, 이쪽은 제 친구 아림이라고 해요. 우리 아림이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치마를 사주고 같이 피자 먹어요.”송학진은 그제야 어린 소녀 쪽을 바라보았다.이목구비가 정교하게 생긴 여자아이는 살결이 희고 검고 반짝이는 큰 눈에는 어떤 아픔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여자아이가 좀 낯이 익다고 느껴진 송학진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송학진은 허리를 굽혀 아림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날 보고 있었어? 날 알아?”아림은 눈
육문주가 선생님 곁에 서 있던 아림이를 바라보자 어린 소녀는 바지가 흠뻑 젖어있었고 상의도 우유 때문에 얼룩이 져 있었다.등교 첫날부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천우 때문에 육문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그는 허리를 굽혀 아림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집에 가서 천우 혼내줄게. 그리고 새 옷 한 벌 사줘도 될까?”아림은 검고 반짝이는 큰 눈을 몇 번 깜박거리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천우 탓하지 마세요. 제가 동의해서 한 거예요.”육문주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