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의 커리어는요? 그걸 포기하실 건가요? 오랫동안 쌓아오신 기반이잖아요.”“예전에는 저도 지혜 씨 생각과 같았습니다. 제가 성공하고 명예를 얻어야 연희 옆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어떤 명예도 그녀보다 중요하지 않다는걸요. 이걸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우리가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가 그녀를 그렇게까지 상처 주지도 않았을 텐데요.”배우진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한지혜는 더 이상 캐묻기가 어려워 그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같이 갈게요. 다
배우진은 상심에 잠겨 있던 상태에서 기습적인 허연후의 한 방에 뒤로 밀려나 테이블에 세게 부딪혔다. 그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한지혜는 화가 나서 허연후의 어깨를 ‘툭’치며 소리쳤다.“왜 사람을 치세요? 배우진 씨는 제가 모셔 온 배우예요! 우진 씨가 다치면 우리 촬영장에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기는지 아세요?”허연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배우진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왜 안아주는데? 나도 못하는 스킨십을 왜 하냐고! 말이 돼?”“허연후 씨,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만약 배우진 씨가 다치기라도 하면 제가
몇 분간 마사지가 이어지자, 처음엔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던 배우진도 이내 조용해졌다.그런 배우진을 바라보며 한지혜가 물었다.“우진 씨, 좀 나아졌어요?”배우진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주 좋아졌어요. 지혜 씨, 오늘 저녁엔 지혜 씨네 집에 따라가야 할 것 같아요. 혼자선 밥을 해 먹기 힘들 것 같아서요.”그 말을 듣자마자 허연후는 손에 힘을 더 주며 차갑게 말했다.“제가 배달 음식 시켜줄게요.”“배달 음식은 별로 안 깨끗하잖아요. 집밥을 먹고 싶어요.”“너 참 까다롭네요. 대충 먹으면 될 것을! 그렇게 까탈스러워서야
한지혜는 갑작스러운 자극에 깜짝 놀라며 허연후를 노려보았다. 화가 난 그녀는 그의 등을 세게 두드리며 말했다.“허연후 씨, 미쳤어요? 곧 촬영인데, 여기 자국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그 말을 들은 허연후의 눈에는 장난기 어린 기쁨이 비쳤다. 한지혜가 그가 그녀를 깨무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촬영에 지장이 될까 봐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천천히 그녀를 풀어주었고, 그의 능글맞은 눈빛에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자국 안 남기고 살짝만 뽀뽀하면 괜찮은 거지?”그의 깊은 눈 속에서 유혹적인 미소
허연후의 그 말에 한지혜의 가슴이 갑자기 두근거렸다. 모든 졸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허연후는 기억을 잃었지만, 이렇게 사람을 설레게 하다니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그의 이 말에 너무 설레서 가슴이 조금 빨리 뛰기 시작했다.한지혜는 눈을 감은 채로 허연후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챌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이불을 꽉 움켜쥐고 허연후의 뜨거운 숨결을 느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이마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느꼈다.그리고 그녀의 귀에 허연후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혜야, 정말 네 옆에서
숨 막힐 듯한 키스가 거침없이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린 한지혜는 눈을 번쩍 떴다.허연후의 깊고 유혹적인 눈빛이 그녀를 마주했다. 한지혜는 잠시 멍하니 반응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허연후와 키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강제로, 혀까지 닿을 정도로...그녀가 그를 밀어내려던 순간, 혀끝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허연후는 그제야 그녀를 풀어주며, 놀란 그녀의 눈을 보며 웃더니 그녀의 입술을 살짝 만졌다.“단지 잠이 깨게 돕고 싶었을 뿐이야. 불쾌했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허가은이였다.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매서운 눈빛으로 한지혜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여자 귀신 같았다.‘허가은이 죽은 지도 이젠 며칠이나 지났는데 왜 여기에 허가은의 사진이 있는 거지?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표정으로?’‘도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친 거야?’한지혜는 겁에 질린 채 뒷걸음질 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수상한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밤 9시가 넘은 탓에 아파트 단지에는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비쳐 있었다.아무리 겁이 없는 한지혜라도 이런 사진을 보자 온몸이 오싹해지며
한지혜는 이렇게 허연후의 말을 고분고분 들어 본 적이 없었다.허연후를 몇 초 동안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하지만 그 끔찍한 사진이 자꾸 떠올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얼마나 지났는지 허연후의 잠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아직도 잠이 안 와?”한지혜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차가운 두 손은 허연후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이런 한지혜의 모습에 허연후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안고 재워 달라는 거야?”한지혜는 까만 눈으로 허연후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 한지혜의 성격이라면 진작에 발로 차버렸을 텐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