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이런 망나니 같은 짓을 했다고?’허연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것참 개자식이네요.”허연후의 말에 한지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허연후 씨 보기에도 그렇죠? 예전에 그렇게 나쁜 놈이었어요. 그뿐만 아니죠. 직장동료와 썸을 타면서 내 화를 돋워 나더러 후회하면 떠나라고 한 적도 있어요. 내 앞에서 내가 여기저기 부족하다고 혼자 살더라도 나하고는 결혼 안 한다고 해서 우리 할아버지께서 화병까지 났었죠. 그래서 지금 오히려 잘된 것 같아요. 예전에 안 좋았던 기억도 다 잊었잖아요. 이젠 각자 갈 길을 가면서 각자 행
허연후는 한지혜를 안고 위층에 올라가 침대에 눕힌 뒤 이불까지 덮어주고는 몸을 일으켜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한지혜는 그런 허연후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뭘 찾는 거예요?”허연후는 눈썹을 찡그린 채 한지혜를 보며 물었다.“집에 왜 나하고 연관된 물건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오피스텔에도 없고 여기에도 없네요. 한지혜 씨, 내가 기억을 잃은 틈을 타 날 깔끔하게 잊고 싶었던 거예요?”허연후의 물음에 한지혜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물건이요?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요? 아니면 허연후 씨가
한지혜의 말이 끝나자 방문이 열리더니 하지연의 청순한 얼굴이 드러났다.“지혜 언니, 우리 오빠가 또 언니 화나게 했어요?”한지혜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지연아, 여긴 어떻게 왔어?”하지연은 웃으며 달려가 걱정되는 눈으로 한지혜를 바라보며 말했다.“할아버지한테서 언니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보러 왔어요. 지혜 언니, 우리 오빠 때문에 화나서 아픈 거예요?”“아니야, 상처에 염증이 생겨서 열이 낫던 거야. 다 나았어.”하지연은 까만 눈을 몇 번 굴리더니 물었다.“우리 오빠가 간호한 거예요?”한지혜는 회피하지 않고 솔직히 말
허연후가 고개를 돌리자, 품에 꽃다발을 안고 문 앞에 서 있는 신하준이 보였다.신하준은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옷깃에는 특별히 정교한 사파이어 브로치까지 하고 있었다.브로치는 매고 있는 넥타이와 같은 색 계열이었다.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장착하고 있었다.딱 봐도 직장 엘리트이자 뭔가 있어 보이는 나이 많은 남자였다.신하준의 모습을 본 허연후는 화를 참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잘못 찾아오셨네요. 한지혜 씨는 여기 없어요. 여기 저의 집이거든요.”신하준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허연
신하준은 찻잔을 받아 들며 정중하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신하준이 찻잔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허연후가 말을 이었다.“신 대표님, 안 마셔요? 나의 다도 실력을 못 믿는 거예요? 이 방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도의 대가거든요. 차를 우려내는 기술이 아주 숙련되어 있어요.”허연후의 말에 웃음이 터진 신하준은 눈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허연후를 보며 말했다.“제가 보기에도 허 대표님은 확실히 다도의 대가 같네요.”말을 마친 신하준은 고개를 숙여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감탄하며 말했다.“차 맛 좋네요. 그런데 허
허연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손끝에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하지연은 곧바로 살펴보더니 말했다.“오빠, 손에서 피 나요.”허연후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많이 나?”하지연은 여기저기 상세하게 살펴보더니 말했다.“아니요, 껍질만 살짝 스쳤어요. 밴드만 붙이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찾아올게요.”“아니, 가서 한지혜 씨한테 내가 다쳤다고 말해.”하지연은 허연후의 상처를 보며 말했다.“오빠, 이 상처 지혜 언니가 도착하기도 전에 다 아물 거 같은데요?”“가라면 갈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하지연은 작은 입을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인연이라는 건가.신하준과 한지혜 사이에는 이런 인연이 없었다.신하준은 자조적인 웃음을 띠더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네가 괜찮은 걸 봤으니까 시름 놓았어. 이따가 또 볼일이 있어서 난 이만 일어날게.”말을 마친 신하준은 몸을 일으켜 거실을 나갔다.신하준을 배웅하려고 몸을 일으키는 한지혜를 허연후는 눌어서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다리에 상처도 있는데 배웅은 내가 대신할게요.”허연후는 늘씬한 다리로 신하준의 뒤를 따라 나갔다.마당에 나가 차에 오르는 신하준을 본 허연후는 차 문에 기댄
아무리 게임 속 캐릭터라고 하지만, 이 모습을 본 한지혜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순간적으로 게임을 하던 손을 멈췄다.한지혜는 허연후가 본능적으로 한 행동인지 고의로 한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한지혜가 멍하니 멈춰있는데 귓가에 허연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놀란 거야? 이리와 오빠가 안아줄게.”게임 속에 있는 오빠는 여자아이를 꼭 껴안더니 큰 손으로 머리를 연속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너희들 지켜줄 거야.”한지혜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한지혜는 이 짐승 같은 남자가 이 기회를 틈타 자기의 사심을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