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한지혜가 허가은한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단번에 그녀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뺨을 세차게 때렸다.허가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떨떨하기만 했다.하지만 그녀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한지혜는 또다시 한쪽 뺨을 때리며 살벌하게 경고했다.“허가은, 넌 오늘 죽었어!”말을 마친 뒤, 한지혜는 하이힐을 신은 발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고 허가은 몇 발짝 뒤로 물러나다가 그대로 넘어지고 말했다.심장병을 앓고 있는 허가은의 허약한 체력과는 반대로 한지혜는 어릴 때부터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 허가은
한지혜는 핸드폰을 꺼내 다급히 허재용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5분도 안 돼서 모든 사람이 도착했다.조수아는 도착하자마자 한지혜가 허연후를 안고 대성통곡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냉큼 달려가 물었다.“지혜야, 이게 무슨 일이야?”그러자 한지혜가 답했다.“수아야, 허가은이 연후 씨한테 흥분제를 먹였어. 거기에 기억이 상실되는 약도 탔다는데 이제 더 이상 나를 기억 못 할 수도 있대.”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그중 허재용이 재빨리 아래 사람에게 당부했다.“당장 연후를 병원으로 데려가.”얼마 지나지 않아 경
그렇게 허연후는 3일 내내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아침, 드디어 그가 눈을 떴다.눈을 뜨자마자 한지혜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녀는 한창 따뜻한 물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그 모습에 허연후는 단번에 한지혜를 밀치더니 다 갈라진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그의 목소리에 한지혜가 냉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허연후는 한껏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는데 그의 말투와 행동만 보아도 자신을 못 알아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바로 이때, 밖에서 하지연이 병실 안으로
오랜만에 다시 보니 얼굴은 익숙하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 때문에 한지혜는 순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그가 낯설게만 느껴졌다.하지연은 재빨리 한지혜한테 달려와 그녀의 목을 끌어안고 반갑게 인사했다.“지혜 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한지혜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넌 잘 지냈나 보네? 얼굴에 살이 좀 올랐어.”“맞아요. 제가 돌아가서부터 두 어머니께서 매일 맛있는 요리만 해준 덕분에 살이 엄청 쪘어요.”“살이 좀 오르니까 더 보기 좋네. 학교 쪽 일은 어떻게 됐어?”“오빠가 어제 입학 수속 밟아줘서
그의 말 한마디에 하지연은 울음을 뚝 그쳤다.그녀도 지금의 허연후가 예전의 그 다정다감한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하여 그의 앞에서 너무 버릇없게 굴면 안 된다.하지연은 재빨리 눈물을 닦은 뒤 허연후의 팔짱을 끼고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한지혜와 고인우가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화기애애해 보였는데 한지혜가 활짝 웃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지연은 허연후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저 사람이 바로 고인우인데 지혜 언니를 좋아하고 있거든요
그의 물음에 한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고 다시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저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는 사람한테 굳이 지나간 일을 말해줘야 하나요? 걱정하지 마요. 저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매달릴 만큼 속 넓은 사람이 아니니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다시 허연후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허 대표님의 요구대로 술도 이미 권해드렸는데 저는 이제 다른 손님들을 맞이해야 해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급히 자리를 떴다.하지만 돌아선 그녀의 눈가는 어느새 빨개져 있었다.눈앞의 남자는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