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허 선생님께서 절 살려줬어요. 덕분에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께서 이제 제 치료도 도와주시겠다고 하셨고요. 다 나으면 계속 학교도 다닐 수 있을 거예요.”하지연의 말을 들은 권성은은 즉시 허연후 쪽을 향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감사합니다. 허 선생님, 허 선생님이 저희한테는 은인 같은 분이십니다. 제 딸의 병만 고쳐주신다면 저는 허 선생님을 위하여 무엇이든 해드릴 수 있습니다.”허연후는 즉시 앞으로 나가 권성은을 일으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신하준은 매너있게 일어나 손을 내밀며 말했다.“한지혜 씨, 또 뵙네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세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뭐예요? 두 사람 아는 사이에요?”한지혜는 웃으며 대답했다.“신 대표님은 제가 출연할 다음 영화의 투자자예요. 얼마 전 연회에서 만났었어요.”“그랬군요, 저는 괜히 두 사람이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레스토랑 안에서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세리를 밖에서 기다리던 연성빈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찍어 허연후한테 카톡으로 보내며 문자를 남겼다.[제 마누라가 지금 한지혜한테 남자를 소개해주고 있
허연후는 하지연을 보며 물었다.“아버지는 감옥에 간 지 얼마나 됐어?”“3년 됐어요. 이제 곧 나올 건데. 제가 여기 와서 아르바이트한 것도 아빠를 멀리하고 싶어서였거든요. 자꾸 나한테 손찌검해서 한번은 엄마가 아빠를 죽일 뻔했어요.”더는 참지 못한 허연후는 흥분해서 말했다.“짐승 같은 놈이네! 그거. 어떻게 자기 딸한테 손을 대?”지난 일을 떠올린 하지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줄곧 나를 건드리지 않았던 건 저를 돈 많은 사람한테 첩으로 팔려고 그랬던 거였어요. 하지만 엄마가 항상 막았었거든요. 나중에 아빠가 폭력으
한지혜는 허연후가 합석을 위한 의도라는 걸 눈치챘지만 하지연이 배고파하는 것도 사실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신하준을 보며 말했다.“신 대표님, 제 동생의 친구인데 몸이 안 좋거든요. 여기 있는 스낵과 샐러드를 먼저 주고 우리 다시 주문해요.”신하준은 매너좋게 일어나 샐러드와 스낵들을 하지연 앞에 가져다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희 아직 안 다쳤으니까 먼저 드세요.”하지연은 미안해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지혜 언니, 고마워요. 신 대표님.”신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한지혜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어린것
신하준은 매너 있게 한지혜한테 홍차 한 잔을 따라주고 말했다.“지혜 씨가 기획사를 설립한 걸 알고 있어요. 이번 영화가 지혜 씨한테 매우 중요한 것도 알고요. 그래서 말인데, 투자 금액을 일억 정도 더 늘리려고 해요.”한지혜는 웃으며 말했다.“신 대표님, 대표님도 알다시피 이건 저의 기획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예요. 투자를 이렇게 많이 하시고 손해를 보면 어쩌려고 이러세요?”“아니요, 저는 제 안목을 믿어요. 한지혜 씨가 저를 손해 보게 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설사 손해를 본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영화 쪽은 처음인데
허연후는 한지혜를 향해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뒤에 사진을 넘겨 봐요. 그 사진보다 훨씬 예뻐요.”한지혜는 뒤에 있는 사진도 초상화일 것으로 생각하고 휴대폰 화면을 뒤로 넘겼다.그러자 허연후가 그녀에게 키스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은 집에서 찍은 거였다.한지혜는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잠옷을 입고 창가에 기댄 채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있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반면 깔끔하고 반듯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허연후는 느긋한 모습으로 한편으로 넥타이를 풀며 한편으로 한지혜한테 키스하고 있었다.한지혜는 이 순간을 똑
“지혜 언니를 더 애틋하게 대해주고 더 예뻐해 준다면 언니도 결국 허 선생님을 선택할 거예요.”“진짜?”“당연하죠. 우리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사람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 안 그러면 사람의 영혼까지 그려낼 수가 없잖아요.”“그래, 네 말 믿을게. 배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병원에 데려다줄게.”“네, 가요.”하지연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허연후는 바로 운전해서 한지혜 집으로 향했다.한지혜의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도착한 신하준이 단지 내에 들어가려는 찰나 한지혜가 제지했다.“여기 세워주세요. 슈
한지혜는 신경질적으로 그를 쏘아보다가 계산대로 향했다.허연후는 선반에서 생강차를 골라 냉큼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아직도 배 아파요? 이따 가서 이거 끓여 마셔요.”말을 마친 뒤 손에 든 물건을 한지혜의 카트 안에 넣었다.한지혜가 계산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이때, 옆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지혜 씨가 이 동네에 산다고 하던데 방금 누가 마트에 들어가는 걸 봤대.”“어디에 있어? 실물 영접해 보고 싶다. 듣기로는 실물이 TV보다 더 이쁘다던데.”팬인 것 같은 두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한지혜를 찾느라 두리
송학진은 바로 일어나 송군휘를 부축하며 말했다.“아빠, 급해 마시고 제가 부축할 테니 함께 마중 나가요.”“그래. 빨리 가자.”두 사람이 별장에서 나오자 조수아와 육문주는 이미 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린 뒤였다.송군휘와 송학진이 다가오는 것을 본 조수아는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며 송학진을 불렀다.“오빠.”그리고 이내 시선을 다시 송군휘 쪽으로 돌렸다.초점 없는 눈으로 조수아와 육문주의 방향을 보고 있는 송군휘는 많이 늙은 것 같았다.송군휘는 어색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웃고 있었다.조수아는 겨우 입을 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천우는 조수아가 깨어나자 즉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얼굴에 뽀뽀하고 말했다.“조금 있으면 유치원에 가야 하잖아요. 그러면 엄마를 온종일 볼 수 없으니까 지금 많이 봐두는 거예요.”조수아는 천우를 껴안고 뽀뽀를 하며 말했다.“그럼 엄마도 우리 천우 온 하루 뽀뽀 못 해주니까 많이 해줘야지.”조수아의 사랑에 천우는 행복한 얼굴로 그녀의 목을 껴안고 ‘깔깔’ 웃어댔다.마침 방문을 열고 이 화면을 본 육문주는 천천히 걸어 들어와 천우의 엉덩이를 툭툭 치고 웃으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 나 없는 사이에 내 와이프한테 몰래 뽀뽀하는
육문주의 말에 조수아는 놀라며 물었다.“언제 찾았어? 왜 말을 안 한 거야?”육문주는 예쁘장한 조수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몇 초 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진작에 찾았었는데,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말 못 했어.”워낙 민첩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던 조수아는 금방 눈치를 채고 물었다.“왜?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조수아는 육문주가 알고 있었음에도 말하지 않았다는 건, 기증자가 무조건 조수아와 관계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육문주가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겠지.’머릿속에서
천우의 진지한 모습이 웃긴 육문주는 천우의 볼을 꼬집고 웃으며 말했다.“남아일언 중천금이 맞아. 그래서 나도 지켜야 해. 네 외삼촌한테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나도 말 못 해. 빨리 자.”육문주는 천우를 눕혀놓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조용히 말했다.“감정적인 일은 강요할 수 없어. 네 외삼촌이 만약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면 이미 만났을 거야. 그런데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낸다는 건 아직 그 사람을 잊지 못했다는 거겠지? 우리는 방관자로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없어.
아림은 알 듯 말 듯 큰 눈을 몇 번 깜박이며 작은 두 손은 서로 손가락을 마주 대고 실망한 듯 말했다.“아쉽다. 아저씨처럼 좋은 남자 다시는 못 만날 것 같은데.”아림은 차서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위로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요. 내가 꼭 더 좋은 남편을 찾아줄래요.”차서윤은 웃으며 말했다.“됐어. 얼른 씻고 자. 엄마는 해야 할 일이 있어.”침대에 혼자 누워 있던 아림은 생각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아 곧바로 일어나 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천우는 전화를 받자
10여 분 뒤, 송학진이 방문을 밀어젖히자 차서윤이 거울을 보며 피가 흐르는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방안은 한바탕 싸움이 일어난 듯 물건들은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아림은 차서윤의 곁에 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모녀의 안쓰러운 모습에 송학진은 가슴이 아파 곧바로 다가가 아림을 품에 안은 채 차서윤을 보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널 이렇게 때렸어?”차서윤은 놀라며 물었다.“송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에요?”“대답부터 해. 누가 이런 거냐고?”차서윤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저의
송학진은 두 아이 때문에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결혼을 빨리하라고 아버지한테 결혼 재촉을 받고, 친구들한테는 솔로라고 비웃음당하고, 이제는 두 아이가 대신해서 결혼 상대를 찾아주기까지 하다니.거기다 원 플러스 원?송학진은 육문주한테 눈길을 돌리며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이거 다 네가 가르쳐 준 거지? ”육문주는 가볍게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가르쳤으면 내가 가르친 거라고 말을 하겠지. 네 조카야, 아직도 몰라? 천우는 말로 죽은 사람도 살려.”“내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아니, 넌 사람 축에도 못 가지.
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아림이가 삼촌을 무서워할까 봐 그런 거잖아요. 외삼촌, 이쪽은 제 친구 아림이라고 해요. 우리 아림이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치마를 사주고 같이 피자 먹어요.”송학진은 그제야 어린 소녀 쪽을 바라보았다.이목구비가 정교하게 생긴 여자아이는 살결이 희고 검고 반짝이는 큰 눈에는 어떤 아픔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여자아이가 좀 낯이 익다고 느껴진 송학진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송학진은 허리를 굽혀 아림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날 보고 있었어? 날 알아?”아림은 눈
육문주가 선생님 곁에 서 있던 아림이를 바라보자 어린 소녀는 바지가 흠뻑 젖어있었고 상의도 우유 때문에 얼룩이 져 있었다.등교 첫날부터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천우 때문에 육문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그는 허리를 굽혀 아림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가 집에 가서 천우 혼내줄게. 그리고 새 옷 한 벌 사줘도 될까?”아림은 검고 반짝이는 큰 눈을 몇 번 깜박거리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천우 탓하지 마세요. 제가 동의해서 한 거예요.”육문주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