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재는 허연후가 손에 쥔 솜사탕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제가 산 것으로 한지혜 씨가 오랫동안 진 빚을 갚는 거예요, 저는 그게 좋아요.” 말이 끝나자, 그는 다시 솜사탕 할아버지에게 가서 하나를 더 사서 한지혜에게 건넸다. 그의 이런 다정한 행동에 허연후는 화가 나서 솜사탕을 힘껏 씹었다. 여성 참가자가 그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허 대표님, 이건 솜사탕이에요, 젤리도 아니고 그렇게 힘껏 씹을 필요 없잖아요. 모르는 사람은 허 대표님이 씹는 게 고선재 씨인 줄 알겠어요.” 허연후는 본래 기분이 안 좋았는
말 한마디로 허연후의 모든 자신감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 뜻인즉 허연후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아닌가? 여자 게스트는 분위기가 싸해짐을 느끼고 즉시 웃으면서 말했다. “늙었다는 뜻이 아니에요. 선재에 비하면 좀 더 성숙하단 뜻이에요. 이런 성숙한 남자도 은근히 매력적이죠.” ‘내가 나이 들었다고 굳이 이렇게 돌려서 말해야 하나?’ 허연후는 생각했다. 생방송 채팅창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하하, 허 대표님이 이제야 자신이 늙었다는 걸 알았나? 시대에 뒤처졌나 봐?][이 여자 게스트가 누구인지 기억해야겠어, 내가 하고
허연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지혜 씨는 어디에 있어요? 제가 왜 여기 있죠?” “어젯밤 계단을 내려가고는 주방에서 쓰러졌었어요. 우리 몇이 함께 당신을 들어왔고 한지혜 씨는 이 일을 몰라요.” 그의 말을 들은 허연후는 이를 악물었다. ‘지혜 씨, 정말 악독하네요. 나를 이렇게 속일 줄이야. 두고 봐요.' 이틀 간의 촬영은 금방 지나갔다. 허연후는 질투하는 중이거나, 곧 질투하려 하는 두 상태에서 왔다 갔다 했다. 이번 회차의 화제성은 새로운 레벨에 도달했다. 감독은 데이터를 보며 기쁜 웃음소
조수아는 천우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 “천우야, 아빠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우리를 버리지 않을 거니까, 너도 빨리 나아져서 엄마와 함께 아빠를 기다리자, 응?” 천우는 문을 가리키며,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아빠가 정말 돌아왔어. 빨리 봐봐.” 조수아는 그제야 머리를 돌려 뒤돌아보았는데 마침 육문주의 깊은 두 눈과 눈 마주쳤다. 원래 차갑고 맑았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는 문 앞에 선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우는 육문주의 예상과 달리 그를 껴안고 큰 소리로 울지 않았다. 천우는 그저 눈물로 가득 찬 눈으로 육문주를 바라보며 목이 메 말했다. “아빠, 제가 아빠 대신 엄마를 지켰어요. 사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슬퍼할까 봐 단 한 번도 엄마한테 말한 적 없어요.” 이 말을 듣자 육문주는 짓누르던 감정을 더는 주체하지 못하였고 그의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씩 천우의 몸에 떨어졌다. 그는 자기의 커다란 손으로 천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아들, 너는 진정한 사나이야. 아빠는 네가 너무 자
한지혜를 쳐다보는 허연후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한지혜는 그 모습에 화가 나 발을 들어 허연후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위로는 무슨! 연후 씨 다시 한번 이런 야한 농담 하면 그땐 가만있지 않을 줄 알아요!” 허연후는 밀려오는 아픔에 종아리를 감싸안았다. “지혜 씨,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어떻게 이리 세게 걷어찰 수 있어요? 만약 다리가 골절이라도 되면 지혜 씨의 후반생은 어떻게 하려고요.” “차라리 차 죽일걸 그랬네요. 허구한 날 파리처럼 제 주위에서 앵앵거리지 못하게.” 이 둘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