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조수아가 내민 서류 위에 적힌 “결혼서류”라는 네 글자를 보자마자 마치 수만 개의 송곳이 가슴을 찔러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극심한 고통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결혼서류를 건네받은 그는 서류 위에 붙은 둘의 합성 사진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그 역시 조수아가 지독한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조수아가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은 어쩌면 육문주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이
“당연하지, 누가 딸인데 당연히 그래야지.”박천우는 이 말을 저녁에 열린 파티에서 그대로 곽명원에게 전해버렸다.“삼촌, 엄마랑 아빠가 저한테 여동생 낳아줄 거래요. 할아버지도 제 여동생이 유나보다 더 예쁠 거라고 얘기했거든요. 너무 질투하진 마시고요.”유나를 꼭 끌어안은 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육상근의 당황스러운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친손주가 지금 날 팔아먹는 건가?’집에서나 해야 할 말을 박천우가 가족들이 다 모인 곳에서 당당히 떠벌려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딸바보로 소문난 곽명원의 앞에서 말이다.딸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조수아는 육문주의 잠시 육문주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그녀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육문주를 바라보더니 물었다.“뭘 못 기다리겠다는 거야?”“너랑 같이 미치고 싶어, 나 더는 못 기다려줘.”자신의 마음을 숨길 생각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듯한 육문주는 곧장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말했고, 그 말에 조수아의 얼굴만 뜨겁게 달아올랐다.육문주가 돌아온 이후로 둘은 줄곧 병원에서 아이와 함께 지냈다.제일 많이 한 것이라고는 그나마 키스가 다였고 그 이상의 것은 한 적이 없었다
조수아는 두 팔로 육문주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입에서는 더 참기 힘들다는 듯한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여보~”애교 섞인 그녀의 부름에 육문주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까지 풀려 버렸다.그는 조수아를 번쩍 들어 올려 현관 입구의 탁자 위로 올리더니 그녀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거칠게 입술을 머금었다.위로는 두 사람의 입술과 혀가 뒤엉켰고, 밑으로는 육문주의 손길이 조수아를 정신 못 차리게 했다.어둑한 조명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겹쳤다.옷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지고 분위기는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한편.한지혜와
극심한 고통에 한지혜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그녀도 이곳에 병원과는 거리가 먼 데다가 차까지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처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통을 애써 참아가며 말했다.“연후 씨, 저 괜찮아요. 조금만 있으면 나을 거예요.”한지혜를 품에 끌어안고 바르게 걸음을 옮기던 허연후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맹장염은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에요. 심각하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요. 걱정 마요, 이미 구급차 불렀으니까 우린 고속도로 출구에서 기다리면 돼요.”한지혜도 점점 더 심해지는 고통을
허연후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어려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깊고 진지했다.그는 한지혜를 침대로 몰아붙이며 자신의 붉은 입술을 한지혜의 얼굴에 가까이 갖다 댔다.뜨거운 허연후의 숨결이 한지혜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한지혜는 본능적으로 이불을 꼭 움켜쥐더니 얼굴을 홱 돌려 냉정하게 말했다.“그런 거라면 꿈도 꾸지 마요.”허연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육신으로 갚는 것도 고려해볼 수는 있겠네요.”“연후 씨, 의사 생활 조금 했다고 막 그렇게 요구해도 되는 거예요?”그 말에 허연후의 말문이 막혀버렸다.그는 한지
허연후는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혜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마음껏 비벼대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한지혜의 몸은 순식간에 자유 의지를 잃어버렸다.한지혜가 어찌 허연후의 의도를 모를 수 있을까.이 강아지 아닌 개 같은 남자는 지금 회를 틈타 한지혜에게 음담패설을 하는 중이었다.화가 치밀어오른 한지혜가 허연후를 노려보며 말했다.“연후 씨, 말 똑바로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예요? 소름 돋으니까 그만 해요.”그 말에 허연후는 애교를 멈추고 다시 한지혜가 알던 건방진 허연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역시, 내가 말 했잖
“근데 나 지금 옷 안 입었는데.”“씻고 나서 입어도 되잖아.”육문주는 조수아를 들어 욕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세면대 위에 수건을 놓고 그 위로 조수아를 앉혔다.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조수아의 얼굴을 씻기고 이도 닦아주었다.두 사람이 욕실을 빠져나오던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급히 잠옷을 챙겨입은 조수아가 방을 나서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있는 박주영의 모습이 보였다.조수아가 밖에서 나오자 박천우는 쪼르르 달려와 그녀의 아랫배를 빤히 바라보았다.커다랗고 까만 눈에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