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아는 천우가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 “천우야, 아빠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우리를 버리지 않을 거니까, 너도 빨리 나아져서 엄마와 함께 아빠를 기다리자, 응?” 천우는 문을 가리키며,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아빠가 정말 돌아왔어. 빨리 봐봐.” 조수아는 그제야 머리를 돌려 뒤돌아보았는데 마침 육문주의 깊은 두 눈과 눈 마주쳤다. 원래 차갑고 맑았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는 문 앞에 선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우는 육문주의 예상과 달리 그를 껴안고 큰 소리로 울지 않았다. 천우는 그저 눈물로 가득 찬 눈으로 육문주를 바라보며 목이 메 말했다. “아빠, 제가 아빠 대신 엄마를 지켰어요. 사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슬퍼할까 봐 단 한 번도 엄마한테 말한 적 없어요.” 이 말을 듣자 육문주는 짓누르던 감정을 더는 주체하지 못하였고 그의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씩 천우의 몸에 떨어졌다. 그는 자기의 커다란 손으로 천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다 아들, 너는 진정한 사나이야. 아빠는 네가 너무 자
한지혜를 쳐다보는 허연후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한지혜는 그 모습에 화가 나 발을 들어 허연후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위로는 무슨! 연후 씨 다시 한번 이런 야한 농담 하면 그땐 가만있지 않을 줄 알아요!” 허연후는 밀려오는 아픔에 종아리를 감싸안았다. “지혜 씨,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어떻게 이리 세게 걷어찰 수 있어요? 만약 다리가 골절이라도 되면 지혜 씨의 후반생은 어떻게 하려고요.” “차라리 차 죽일걸 그랬네요. 허구한 날 파리처럼 제 주위에서 앵앵거리지 못하게.” 이 둘
박천우는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더니 말했다.“아빠, 엄마한테 뽀뽀 한 번만 해주세요. 저는 지금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요.”아이는 작은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작게 벌린 손가락 틈새로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육문주는 그런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손을 뻗어 옅게 벌려진 아이의 손가락 틈새를 가볍게 콕 찔렀다.“이게 안 보이는 거라고? 눈 반쪽이 다 보이는데?”속임수가 들켜버린 천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가 요즘 너무 피곤해 보여서 아빠한테 뽀뽀 좀 받으라고 한 거죠. 그런데 저도 아빠한테 뽀뽀 받고 싶어
육문주는 조수아가 내민 서류 위에 적힌 “결혼서류”라는 네 글자를 보자마자 마치 수만 개의 송곳이 가슴을 찔러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극심한 고통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결혼서류를 건네받은 그는 서류 위에 붙은 둘의 합성 사진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그 역시 조수아가 지독한 완벽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 조수아가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은 어쩌면 육문주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일 것이다.이
“당연하지, 누가 딸인데 당연히 그래야지.”박천우는 이 말을 저녁에 열린 파티에서 그대로 곽명원에게 전해버렸다.“삼촌, 엄마랑 아빠가 저한테 여동생 낳아줄 거래요. 할아버지도 제 여동생이 유나보다 더 예쁠 거라고 얘기했거든요. 너무 질투하진 마시고요.”유나를 꼭 끌어안은 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육상근의 당황스러운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친손주가 지금 날 팔아먹는 건가?’집에서나 해야 할 말을 박천우가 가족들이 다 모인 곳에서 당당히 떠벌려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딸바보로 소문난 곽명원의 앞에서 말이다.딸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조수아는 육문주의 잠시 육문주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그녀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육문주를 바라보더니 물었다.“뭘 못 기다리겠다는 거야?”“너랑 같이 미치고 싶어, 나 더는 못 기다려줘.”자신의 마음을 숨길 생각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듯한 육문주는 곧장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말했고, 그 말에 조수아의 얼굴만 뜨겁게 달아올랐다.육문주가 돌아온 이후로 둘은 줄곧 병원에서 아이와 함께 지냈다.제일 많이 한 것이라고는 그나마 키스가 다였고 그 이상의 것은 한 적이 없었다
조수아는 두 팔로 육문주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입에서는 더 참기 힘들다는 듯한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여보~”애교 섞인 그녀의 부름에 육문주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까지 풀려 버렸다.그는 조수아를 번쩍 들어 올려 현관 입구의 탁자 위로 올리더니 그녀의 머리를 꼭 끌어안고 거칠게 입술을 머금었다.위로는 두 사람의 입술과 혀가 뒤엉켰고, 밑으로는 육문주의 손길이 조수아를 정신 못 차리게 했다.어둑한 조명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겹쳤다.옷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지고 분위기는 점점 뜨겁게 달아올랐다.한편.한지혜와